김욱은 허태준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그리고 깍듯하게 허대표님이라고 불렀다.허태준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모두 착석하자, 육윤엽은 입을 열었다. 내일 우리의 배는 입항할 겁니다.“그가 말한 배는 허태서의 마약을 실은 채 출항했다가 긴급 돌린 배였다.육윤엽은 큰 힘을 들여서 간첩을 찾아냈다. 그는 형벌도 받지 않았고 경찰에 넘기지도 않았으며 모든 징벌을 취소했다.그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바로 허태서와 계속 연락을 하면서 아무 일도 없는척하는 것이다.그들은 국내로 운송하는 화물을 전부 밀가루로 바꿨다—밀가루 밀입은 큰 죄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밀가루와 다른 화물을 전부 관세청에 신고했다.허태서는 이로 인해 형사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화물은 이미 선불 완료된 화물이었기에 몇십억의 손해를 볼 것이다. 이 구멍을 메꾸지 못한다면 그가 사적으로 빼돌린 공금도 제때 돌려놓지 못하기에 감옥에 들어가는 것도 이미 정해진 일이다.“두 삼촌을 다 잡았다고요? 이 사건과 관련이 있나요?”육윤엽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걱정에 차서 물었다.그는 허태준이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만약에라도…“아니요.”육윤엽은 허태준의 대답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두 삼촌이 잡힌 이유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이 사건은 얼마 전 뉴스 메인에 걸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또한 현재 실행 중인 법률에 대한 비판 열풍이 불었다.육윤엽은 국내 뉴스에 관심이 없어 몰랐다.“미성년자와 성관계를?”육윤엽은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사실 허태준이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도 황당했다.허태준은 두 삼촌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허태서보다 더할 줄은 몰랐다. 서로 원하는 것을 취하는 일이었기에 그는 평가하지 않았다. 법률에 위반되지도 않았고 도덕상 가책은 그들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이렇게 원칙이 없을 줄이야.“네.”허태준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진짜…그런 짓을 했다는 건가 아니면 당신이…
심연희는 곱게 자란 아가씨였기에 어릴 적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생각하는 것이 단순했다. 그녀의 모든 나쁜 심보는 심유진을 해치는 데 썼다.그녀의 눈에 심수경은 심훈한테 빌붙어 사는 쓸모가 없는 고모였을 뿐이다. 이 쓸모없는 고모가 자기 집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이익을 취했으니 이제 보답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심수경을 따라가면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그녀는 고급 호텔에 묵게 되었고 예쁜 옷들을 갖게 되었으며 비싼 화장품을 쓰게 되었다. 먹고는 자고 자고는 먹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생활은 세날을 가지 못했다.세날후 그녀는 지옥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매일 밤마다 허태준은 심연희의 근황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심수경이 떠난 후 삼일동안 그녀는 호텔에만 있었고 어디도 가지 않았다.그녀의 방에 들어간 사람은 심수경을 제외하면 룸서비스를 배달하는 직원뿐이었다.허태준도 심수경이 오빠를 대신해 조카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고 착각할 뻔했다.삼일후 그가 받은 메일 내용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심연희는 드디어 문밖을 나섰다. 심수경이 심연희를 데리고 프라이빗한 회원제 유흥업소에 갔다는 내용이었다.허태준도 업무 때문에 이 장소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사장님은 방안에 들어와 술도 따라줬고 허태준과 연락처도 교환했다.허태준의 전화 한 통에 상대방은 허태준의 사람을 들여보냈다.허태준은 심연희의 생활을 사진으로 접할 수 있었다.매일 밤마다 그녀는 유흥업소에 보내졌고 가끔은 손님 한 분, 또 가끔은 두 분을 모셨다.손님들은 업계에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나이가 많았고 뚱뚱했으며 느끼해 보였다.심수경은 심연희를 화려하게 치장해 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무리 비싼 화장품도 초점이 없는 두 눈을 가리지는 못했다. 심연희는 산송장 같았다.미국으로 떠나기 일주일 전 허태준은 또 다른 소식을 접했다. 심수경은 심연희를 데리
이 건은 큰 안건이었다. 허태준은 이팀장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고 매체에 이 회사가 저지른 악랄한 행적에 대해 폭로하였다. 물론 두 삼촌의 사진도 뉴스에 실리게 되었다.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중죄였다. 매체에 전해지면 전 국민이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네티즌들은 격분했고 위에서도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이 안건에 유독 심혈을 기울였다.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이 뉴스에 나오자 그들의 신분 또한 노출되었다. 이는 또 한 번의 타깃 거리가 되었다.허씨 집안은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어 어느 영역에도 인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관계를 동원해 몇억에 달하는 뇌물을 보내도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위에서 이 두 사람을 엄벌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육윤엽은 사건의 전말을 듣자 허태준을 찬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허태준은 육윤엽이 만난 사람 중 심유진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김욱보다도 그의 사업을 물려받을 적합한 인재였다.—하지만 육윤엽은 허태준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이 자식은 우쭐댈 것이다.“됐네요. 다른 일이 없으면 가보도록 해요.”육윤엽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저는 일해야 해서.”김욱은 시계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육대표님, 점심시간인데 허대표님이랑 같이 식사라도 하시죠?”“식사할 시간도 있나?”육윤엽은 불만에 가득 차서 김욱을 노려보았다.“어제 보내라는 재무제표는 왜 보내지 않았나?““죄송합니다. 아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김욱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허태준을 위해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허태준은 원래 남아서 점심식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그는 별이와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고 나서 같이 밥을 먹을 예정이다.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은 차로 한시간가량 이동해야 한다. 차가 막히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지금 떠나야 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다.육윤엽과 김욱한테 인사를 하고 허태준은 차를 불러 별이의 학
별이는 저번에 봤을 때보다 키가 큰거 같다. 몸도 커진 것 같다. 허태준은 뒷걸음질 쳤다.다행히도 허태준은 별이를 잘 안아 올렸다.“아빠!”별이는 허태준의 목을 감싸면서 웃음을 지었다.허태준은 대답을 하면서 별이를 안은 채 밖으로 걸어갔다.“배 안고파?”허태준은 물었다.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두눈에는 기대가 가득 찼다.“아빠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어요!”—이것은 허태준이 오기 전 별이와 약속한 내용이었다.“좋아!”허태준은 흔쾌히 응낙했다.**호텔의 방에는 주방이 없어 허태준은 별이를 데리고 집에 갔다.심유진과 하은설은 방 세개가 달린 아파트를 샀다. 두사람은 매달 같이 비용을 지불했다.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괜찮은 지역이었고 별이의 유치원과도 몇백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주변은 상업 거리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였지만 아파트가 높아 소음도 잘 들리지 않았다.별이는 주인인 양 집에 들어서자마자 허태준한테 슬리퍼를 꺼내주었다.“죄송해요, 아빠. 집에 이것밖에 없어서...”귀찮기도 하고 별이가 적응하지 못할까 봐 심유진과 하은설은 손님을 집에 초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방안에는 세사람의 일상용품밖에 없었다.그래서 별이가 신발장 전체를 뒤집어봐도 남성용 슬리퍼를 찾지 못했다.허태준은 손에 든 핑크색 슬리퍼를 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슬리퍼예요!”별이는 허태준의 결벽이 심한것을 알기에 급히 설명했다.“이모가 저번주에 집에 있는 슬리퍼를 전부 가져다가 씻었어요. 엄마껀 아직 누구도 신지 않았기에 더럽지 않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더럽다고 생각한적이 없다. 그녀가 신던 것이라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그가 난처해한 이유는 이 슬리퍼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소녀스러웠기 때문이다.하지만 별다른 선택은 없었다.“괜찮아.”허태준은 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슬리퍼를 갈아신었다.심유진의 발은 허태준의 발보다 많이 작았다. 그의 발가락 대부분은 슬리퍼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래서
허태준은 머리를 들어 보았다. 머리 위 짙은 푸른색으로 색칠된 천장에는 별 모양의 전등이 몇 개 보였다. 전등의 주변에는 금가루로 수놓은 듯한 은하수가 있었다.“엄마가 그려준 거예요!”별이는 자랑스럽게 뽐냈다.“이모가 그랬는데 엄마가 너무 바빴는데 시간만 나면 여기다가 별을 그려줬대요!”허태준의 눈앞에는 풍경이 그려졌다. 작고 마른 여인이 홀로 의자에 서서 한 손으로는 물감을 들고 한 손으로는 붓을 들고 천장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무슨 기분이었을까?즐거웠겠지!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는 그의 마음처럼.다만 그는 그때의 그녀보다 말 못 할 아픔이 섞여 있다.“엄마가 별을 좋아해?”허태준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무겁고 가라앉았다.“그러니까... 하늘의 별 말이야.”아들 이름을 별이라고 지은 것도 공을 들여 이 방을 꾸민 것도 별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별이는 의혹스런 눈을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불확신에 차서 말했다.“모르겠어요.”“그럼 왜 별이를 별이라고 부르지?”허태준은 물었다.별이는 냉큼 대답했다.“그건...”별이의 표정은 삽시간에 밝아졌다. 그리고 자신에 차서 말했다.“엄마가 인생에서 제일 어두운 시기를 보낼 때 나타난 유일한 빛이기 때문이예요! 밤하늘의 별처럼요! 엄마에게 살아갈 희망을 줬거든요! 그래서 제 이름은 하희광이에요!”이모가 그렇다고 알려주었었다. 별이는 그 참뜻을 잘 모르지만 별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이기에 별이는 외워내려고 노력했다.허태준은 멈칫했다.제일 어두운 시기. 유일한. 허태준은 이러한 단어에 가슴이 저릿해 났고 아파 났다.허태준은 그녀가 한차례의 타격을 받은 후 어떤 마음으로 고향을 떠났고 또 어떤 마음으로 친부도 모르는 아이를 낳았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이 강한 여자라 믿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없어도 심유진 혼자 잘 살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하지만 오늘 이런 말을 듣게 되니 그는
허태준의 음식솜씨는 좋았다. 하지만 바빠서 음식을 할 기회가 잘 없었다.그는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팔을 드러냈다. 손목에 걸려있던 시계도 풀어서 거실 탁자위에 놓았다.외부 음식 위생이 걱정되어 하은설은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매일 음식을 준비하여 별이한테 차려주었다. 그래서 허태준은 냉장고에서 손쉽게 어제 저녁에 사용하다 남은 재료를 찾을수 있었다.물론 허태준이 냉장고에서 스테이크와 새우를 꺼낼 때 별이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실망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스테이크 싫어요. 새우도 싫어요.”별이는 자신의 의견을 소심하게 발표했다.하은설은 요리를 자주 했지만 음식 솜씨는 간단한 서양식에 멈춰있었다. 스테이크랑 새우를 버터에 구워내고 후추를 뿌리면 끝이었다—하은설이 늦게 도착할 때면 늘쌍 이 메뉴를 준비했다.“질려요.”별이는 얼굴을 찌푸린 채 스테이크와 새우를 흘끔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별이는 하은설을 이해하기에 메뉴를 바꿔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매번 음식을 꾸역꾸역 먹었다. 하지만 어쩌다 오늘 아빠가 왔는데…아빠는 어떠한 요구를 제출해도 다 들어 주겠다고 했는데.허태준은 냉장고를 한참 뒤졌다. 하지만 이 두 재료 외에는 고구마 조금과 토마토밖에 없었다—이 재료는 하은설의 다이어트 식단이었다.그는 근처가 익숙치 않아 슈퍼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밖은 춥고 별이를 데리고 나갔다 오기도 애매했다—방금 돌아와서도 별이의 방한복을 벗겨 내느라 시간을 한참 허비했다.“다르게 한번 해볼게.”허태준은 허리를 굽혀 별이의 눈을 마주보면서 토론을 했다.“이모가 해준 것보다 맛있을거야. 그렇게 할까?”별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골똘히 생각한 후 허태준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수락했다.**허태준은 스테이크를 깍뚝 썰기를 한 후 이쑤시개로 연결하여 큐민 등 향신료를 묻히면서 양념을 했다.그리고 새우를 손질하고 고구마도 껍질을 벗겨 깍뚝 썰기를 하고 토마토도 썰었다.별이는 의자를 가져와 주방입구에 앉았다. 두볼을 받쳐 들고 열심히 일하는 허태준을 바
“도대체 무슨 일인데? 아빠한테 얘기해. 아빠가 꼭 해결해줄게.”아빠라는 말을 듣자 별이는 가슴이 더 저려왔다. 금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허태준의 옷깃을 적셨다. 허태준은 어쩔 바를 몰라 별이의 등을 다독이며 눈물을 닦아주었다.“스테이크와 새우가 그렇게 싫으면 당장 나가서 다른 걸로 사오자. 그러니까 울지마. 응?”허태준은 살살 다독였다.그는 별이를 안고 거실로 걸어갔다.“아니예요…”별이는 훌쩍이며 말했다. 울먹이는 모습을 보니 허태준의 마음은 아파났다.“그것…때문이…아니라…”별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럼 뭔데?”허태준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전혀 짜증을 내지 않았다.별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별이의 눈에는 머뭇거림, 갈등 그리고 무서운 감정이 스쳐지나갔다.허태준은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한참 있다가 별이는 결심을 한 듯 말했다.“그냥…속상해서.”별이의 목소리는 작았다. 허태준은 귀를 별이의 입가에 갖다 대야 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왜 속상한데?”허태준은 물었다.“왜 제 진짜아빠가 아닌거예요?”별이는 말이 끝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허태준을 아빠라고 부르지만, 모든 사람한테 이렇게 좋은 아빠가 있다고 자랑을 하지만 별이는 잘 알고 있었다—허태준은 진짜 아빠가 아니고 엄마도 허태준을 별이의 진짜 아빠로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가 한 모든 행동은 자기 기만이었다.허태준만이 그와 함께 이 연기를 계속할 뿐이다.잠깐의 정적이 흐르자 허태준의 가슴에는 커다란 아픔이 전해졌다.한순간—단 한순간만큼 허태준은 별이한테 모든것을 털어놓을 뻔했다.그는 별이한테 알리고 싶었다.“내가 니 진짜 아빠야.”라고.하지만 허태준은 정신을 차렸다.별이의 친부라는것을 인정하는것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별이한테 몇년동안 옆에 있어주지 못한데에 대해 설명할수 없었다. 어떻게 얘기해야 별이의 아픔을 최소화 할수 있을까.“나는…”허태준은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면서 말했다.“나를 진짜 아빠라고 생각해도 돼
허태준은 양념된 소고기를 기름에 튀겨내고 손질해 놓은 새우도 구워낸 후 케첩과 설탕으로 만든 소스를 뿌려주었다. 그리고 고구마맛탕과 토마토계란볶음을 해냈다.밥은 이미 다 지어져서 허태준은 두공기를 퍼 담았다. 그리고 다이닝홀에서 기다리고 있는 별이의 앞에 갖다주었다.“와!”별이는 침을 꼴깍 삼켰다. 허태준이 앉기 전에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아빠가 먼저 드세요!”그는 허태준한테 얘기했지만 눈길은 소고기에서 뗄수 없었다.허태준은 웃으면서 고기를 별이의 그릇에 담아주었다.“별이가 먼저 맛있는지 먹어봐.”음식은 조금 식었다. 별이는 고기를 집어 먹었다.고기에 뿌린 소스는 별이의 입가에 가득 묻었다. 하지만 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허태준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맛있어요! 제거 먹어본 것 중에서 제일 맛있어요!”조금 과장된 듯 했지만 아첨이 다름 없었다. 허태준한테는 효과가 있었다.“별이가 좋아하면 이제 또 해줄게.”별이는 기뻐서 폴짝 뛰었다. 그리고 허태준의 목을 끌어안고 기름진 입술로 뽀뽀를 했다.“아빠 최고!”허태준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엄마보다도 아빠가 더 좋아?”별이는 냉정했다.“엄마만큼 아빠도 좋아해요! 아빠와 엄마는 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예요!“허태준은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했다.“별이도 최고. 앞으로 이런말을 엄마앞에서 많이 해. 알았지?“—별이가 저번에 질문한것에 대해 허태준은 정확한 답변을 줄수 없었다.언제 심유진의 마음을 얻을수 있을지 모르겠다.그는 별이한테 얘기했다.“내가 별이의 아빠를 할수 있다는 믿음을 엄마한테 준다면 엄마도 더 일찍 나를 받아들일수 있고 나도 하루빨리 별이의 아빠가 될수 있을거야.”심유진한테 제일 중요한 사람은 별이다. 별이의 요구라면 뭐든지 들어주려할 것이다.하지만…별이는 허태준이 만든 음식들을 다 잘먹었다. 두사람은 같이 접시를 싹 비웠다.밥을 먹고 나서 별이는 통통한 배를 하고 쇼파에 누워있었다. 허태준은 설거지를 마친 후 냉장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