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희가 사람을 친 사건은 결국 재판으로까지 이어졌다.그러나 재판 당일 두 당사자 모두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심유진은 미국에서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이 적합하지 않아 변호사에게 전권을 위임했다.심연희는 연락 두절 상태다, 그녀의 변호사조차 연락되지 않았다.처벌이 무서워 도주한 것일 수도 있었기에 법원은 즉시 경찰에 그녀를 수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심연희가 출국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다른 지역으로 도피한 정황도 없었다. 그녀가 경주에 있다는 것을 뜻했다.경주의 모든 호텔, 호텔을 조사하고 수백 개의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다. 경찰은 마지못해 전국적으로 심연희 수배령을 내리고 현상금을 걸었다."내가 경찰에게 단서를 제공하고 포상금을 받는 게 어때?" 여형민이 허태준에게 농담처럼 물었다.허태준은 짐을 정리하면서 들은 체 만 체 했다. "그까짓 돈이 부족한 거야?"당연히 아니었다."하지만 어쨌든 경찰이 사람 찾는 걸 지켜만 볼 수 없잖아. 괜한 인력 낭비지." 여형민은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허태준은 여형민 만큼 책임감이 강하지 않았고 공감되지 않았다."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그는 몇 시간 전에 받았던 첩보를 떠올렸다. "아직 너무 일러."심연희가 받아야 할 형별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너 돌아온 지 벌써 보름이나 지났어." 여형민은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됐어, 나도 이 일 때문에 널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여형민이 화제를 바꾸었다. "너 이번에 미국에 가서 심유진과 담판 지을 거야?"허태준의 동작이 멈추었다."전에 네가 고백을 못했던 이유가 너의 두 삼촌 때문 아니야? 모두 감옥에 갔으니 널 방해하지 못할 텐데, 뭐가 무서운 거야?" 여형민이 그를 격려했다. "용기를 내! 심유진 미국에서 왔을 때랑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더군다나 너희 둘 사이에 별이..."별이의 얘기가 나오자 허태준은 잠시 멍해졌다.그
허태준은 시차로 인한 피로감도 없는지 간단하게 헤어를 만지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김욱은 병원 입구에서 그를 기다렸다.몇 달 동안 그를 보지 못했지만, 김욱은 이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정갈했고 엄숙했다. 다만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주 부드러워졌다.두 사람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가볍게 인사했다.허태준이 입을 열었다. "심유진은 어때?""잘 회복되고 있습니다." 김욱이 대답했다. "스스로 걸을 수 있습니다."여기에는 육윤엽이 있었고 심유진은 보살핌을 잘 받았고 신경 쓸 게 거의 없었다. 몸 상태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유일한 결점을 말하자면, 살짝 통통해진 것뿐이다. 운동을 워낙 안 했던 탓도 있지만, 몸무게도 나날이 늘고 있었다.허태준은 그녀를 보자마자 바로 변화를 알아차렸다.떠나기 전보다 심유진은 얼굴이 더 둥글 해졌고 더 건강해 보였다. 더는 가냘픈 피골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안도했지만 동시에 약간 씁쓸했다. 그가 옆에 없는데도 이렇게 잘 지내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가 병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간호인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허태준이 온 것을 모르고 문 여는 소리에 육윤엽이 도착했다고 여겼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끝났어요?" 그녀가 웃으면서 고개를 들고 허태준과 눈이 마주쳤다. 허태준의 심연 같은 눈빛과 마주했다.심유진은 멍하게 굳었다.허태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뚜벅뚜벅 다가와 간호인에게 눈짓하고 그녀를 부축했다.팔뚝으로 들어오는 촉감에 이건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심유진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떻게 왔어?""당신이랑 별이 보려고, 아저씨한테 할 이야기도 있고 해서." 허태준이 대답했다.심유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두 볼이 조금씩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침대 옆으로 가서 앉더니 맞은편 소파를 가리켰다. "저기 앉아."허태준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짧은 몇 달 동안이었지만
허태준은 병원에 오래 남지 않았다.허태준이 이번에 미국에 오게 된 것은 심유진을 만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바로 육윤엽과 정보교환을 해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육윤엽이 회의를 마치자 김욱은 허태준을 N시티에 위치한 블루항공 본부로 데려갔다.N시티는 미국에서 경제가 제일 발달한 도시 중 하나였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기업본부도 여기에 있었다.병원에서 나오는 길에는 양쪽 모두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어 하늘조차 볼 수 없었다. 햇빛도 들어오지 못했다.“여기는 절주가 너무 빨라서 마음에 안들어요.”김욱은 운전하면서 허태준과 얘기를 나눴다.몇 달 동안 그들은 줄곧 연락을 이어왔다. 그래서인지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허태준은 창밖으로 커피를 손에 들고 바삐 오고 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낯선 풍경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경주시 CBD를 돌아보면 절주가 여기 못지않을 겁니다.”“국내는 낫기라도 하죠.”김욱은 한숨을 쉬었다.“여기는 인종차별 또한 심하죠. 삼촌이 지금 위치까지 올라왔지만 아직도 가끔 백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죠. 일부러 태클 걸 때도 있구요.”허태준의 사업 중심은 국내에만 집중되어 있다. 외국기업과도 합작이 있지만 CY가 업계에서 자리한 위치는 변동된 적이 없기에 허태준은 그 기분이 와닿지 않는다.“금방 유진이를 알게 되었을 때 삼촌도 회사업무를 국내로 전환하려고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유진이 옆에 있어 줄 수 있어서. 하지만 유진이한테는 국내가 오히려 더 불안전하다는 것을 느꼈죠. 지금 유진이가 이민할 수 있게 수속을 밟는 중입니다. 미국에 계속 남을 수 있게요.“김욱은 백미러를 통해 허태준을 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허대표님, 갈 길이 멉니다! 장기전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네요.“육윤엽이 심유진의 친부라는 것을 알 때부터 허태준은 오늘과 같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불안전 요소를 하나하나 타파하는 중입니다.“심씨일가가 무너지고 허태준의 두 삼촌도 법정 싸움에 휘말려 있고
김욱은 허태준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그리고 깍듯하게 허대표님이라고 불렀다.허태준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모두 착석하자, 육윤엽은 입을 열었다. 내일 우리의 배는 입항할 겁니다.“그가 말한 배는 허태서의 마약을 실은 채 출항했다가 긴급 돌린 배였다.육윤엽은 큰 힘을 들여서 간첩을 찾아냈다. 그는 형벌도 받지 않았고 경찰에 넘기지도 않았으며 모든 징벌을 취소했다.그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바로 허태서와 계속 연락을 하면서 아무 일도 없는척하는 것이다.그들은 국내로 운송하는 화물을 전부 밀가루로 바꿨다—밀가루 밀입은 큰 죄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밀가루와 다른 화물을 전부 관세청에 신고했다.허태서는 이로 인해 형사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화물은 이미 선불 완료된 화물이었기에 몇십억의 손해를 볼 것이다. 이 구멍을 메꾸지 못한다면 그가 사적으로 빼돌린 공금도 제때 돌려놓지 못하기에 감옥에 들어가는 것도 이미 정해진 일이다.“두 삼촌을 다 잡았다고요? 이 사건과 관련이 있나요?”육윤엽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걱정에 차서 물었다.그는 허태준이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만약에라도…“아니요.”육윤엽은 허태준의 대답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두 삼촌이 잡힌 이유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이 사건은 얼마 전 뉴스 메인에 걸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또한 현재 실행 중인 법률에 대한 비판 열풍이 불었다.육윤엽은 국내 뉴스에 관심이 없어 몰랐다.“미성년자와 성관계를?”육윤엽은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사실 허태준이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도 황당했다.허태준은 두 삼촌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허태서보다 더할 줄은 몰랐다. 서로 원하는 것을 취하는 일이었기에 그는 평가하지 않았다. 법률에 위반되지도 않았고 도덕상 가책은 그들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이렇게 원칙이 없을 줄이야.“네.”허태준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진짜…그런 짓을 했다는 건가 아니면 당신이…
심연희는 곱게 자란 아가씨였기에 어릴 적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생각하는 것이 단순했다. 그녀의 모든 나쁜 심보는 심유진을 해치는 데 썼다.그녀의 눈에 심수경은 심훈한테 빌붙어 사는 쓸모가 없는 고모였을 뿐이다. 이 쓸모없는 고모가 자기 집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이익을 취했으니 이제 보답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심수경을 따라가면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그녀는 고급 호텔에 묵게 되었고 예쁜 옷들을 갖게 되었으며 비싼 화장품을 쓰게 되었다. 먹고는 자고 자고는 먹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생활은 세날을 가지 못했다.세날후 그녀는 지옥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매일 밤마다 허태준은 심연희의 근황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심수경이 떠난 후 삼일동안 그녀는 호텔에만 있었고 어디도 가지 않았다.그녀의 방에 들어간 사람은 심수경을 제외하면 룸서비스를 배달하는 직원뿐이었다.허태준도 심수경이 오빠를 대신해 조카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고 착각할 뻔했다.삼일후 그가 받은 메일 내용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심연희는 드디어 문밖을 나섰다. 심수경이 심연희를 데리고 프라이빗한 회원제 유흥업소에 갔다는 내용이었다.허태준도 업무 때문에 이 장소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사장님은 방안에 들어와 술도 따라줬고 허태준과 연락처도 교환했다.허태준의 전화 한 통에 상대방은 허태준의 사람을 들여보냈다.허태준은 심연희의 생활을 사진으로 접할 수 있었다.매일 밤마다 그녀는 유흥업소에 보내졌고 가끔은 손님 한 분, 또 가끔은 두 분을 모셨다.손님들은 업계에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나이가 많았고 뚱뚱했으며 느끼해 보였다.심수경은 심연희를 화려하게 치장해 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무리 비싼 화장품도 초점이 없는 두 눈을 가리지는 못했다. 심연희는 산송장 같았다.미국으로 떠나기 일주일 전 허태준은 또 다른 소식을 접했다. 심수경은 심연희를 데리
이 건은 큰 안건이었다. 허태준은 이팀장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고 매체에 이 회사가 저지른 악랄한 행적에 대해 폭로하였다. 물론 두 삼촌의 사진도 뉴스에 실리게 되었다.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중죄였다. 매체에 전해지면 전 국민이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네티즌들은 격분했고 위에서도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이 안건에 유독 심혈을 기울였다.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이 뉴스에 나오자 그들의 신분 또한 노출되었다. 이는 또 한 번의 타깃 거리가 되었다.허씨 집안은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어 어느 영역에도 인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관계를 동원해 몇억에 달하는 뇌물을 보내도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위에서 이 두 사람을 엄벌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육윤엽은 사건의 전말을 듣자 허태준을 찬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허태준은 육윤엽이 만난 사람 중 심유진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김욱보다도 그의 사업을 물려받을 적합한 인재였다.—하지만 육윤엽은 허태준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이 자식은 우쭐댈 것이다.“됐네요. 다른 일이 없으면 가보도록 해요.”육윤엽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저는 일해야 해서.”김욱은 시계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육대표님, 점심시간인데 허대표님이랑 같이 식사라도 하시죠?”“식사할 시간도 있나?”육윤엽은 불만에 가득 차서 김욱을 노려보았다.“어제 보내라는 재무제표는 왜 보내지 않았나?““죄송합니다. 아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김욱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허태준을 위해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허태준은 원래 남아서 점심식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그는 별이와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고 나서 같이 밥을 먹을 예정이다.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은 차로 한시간가량 이동해야 한다. 차가 막히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지금 떠나야 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다.육윤엽과 김욱한테 인사를 하고 허태준은 차를 불러 별이의 학
별이는 저번에 봤을 때보다 키가 큰거 같다. 몸도 커진 것 같다. 허태준은 뒷걸음질 쳤다.다행히도 허태준은 별이를 잘 안아 올렸다.“아빠!”별이는 허태준의 목을 감싸면서 웃음을 지었다.허태준은 대답을 하면서 별이를 안은 채 밖으로 걸어갔다.“배 안고파?”허태준은 물었다.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두눈에는 기대가 가득 찼다.“아빠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어요!”—이것은 허태준이 오기 전 별이와 약속한 내용이었다.“좋아!”허태준은 흔쾌히 응낙했다.**호텔의 방에는 주방이 없어 허태준은 별이를 데리고 집에 갔다.심유진과 하은설은 방 세개가 달린 아파트를 샀다. 두사람은 매달 같이 비용을 지불했다.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괜찮은 지역이었고 별이의 유치원과도 몇백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주변은 상업 거리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였지만 아파트가 높아 소음도 잘 들리지 않았다.별이는 주인인 양 집에 들어서자마자 허태준한테 슬리퍼를 꺼내주었다.“죄송해요, 아빠. 집에 이것밖에 없어서...”귀찮기도 하고 별이가 적응하지 못할까 봐 심유진과 하은설은 손님을 집에 초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방안에는 세사람의 일상용품밖에 없었다.그래서 별이가 신발장 전체를 뒤집어봐도 남성용 슬리퍼를 찾지 못했다.허태준은 손에 든 핑크색 슬리퍼를 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슬리퍼예요!”별이는 허태준의 결벽이 심한것을 알기에 급히 설명했다.“이모가 저번주에 집에 있는 슬리퍼를 전부 가져다가 씻었어요. 엄마껀 아직 누구도 신지 않았기에 더럽지 않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더럽다고 생각한적이 없다. 그녀가 신던 것이라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그가 난처해한 이유는 이 슬리퍼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소녀스러웠기 때문이다.하지만 별다른 선택은 없었다.“괜찮아.”허태준은 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슬리퍼를 갈아신었다.심유진의 발은 허태준의 발보다 많이 작았다. 그의 발가락 대부분은 슬리퍼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래서
허태준은 머리를 들어 보았다. 머리 위 짙은 푸른색으로 색칠된 천장에는 별 모양의 전등이 몇 개 보였다. 전등의 주변에는 금가루로 수놓은 듯한 은하수가 있었다.“엄마가 그려준 거예요!”별이는 자랑스럽게 뽐냈다.“이모가 그랬는데 엄마가 너무 바빴는데 시간만 나면 여기다가 별을 그려줬대요!”허태준의 눈앞에는 풍경이 그려졌다. 작고 마른 여인이 홀로 의자에 서서 한 손으로는 물감을 들고 한 손으로는 붓을 들고 천장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무슨 기분이었을까?즐거웠겠지!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는 그의 마음처럼.다만 그는 그때의 그녀보다 말 못 할 아픔이 섞여 있다.“엄마가 별을 좋아해?”허태준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무겁고 가라앉았다.“그러니까... 하늘의 별 말이야.”아들 이름을 별이라고 지은 것도 공을 들여 이 방을 꾸민 것도 별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별이는 의혹스런 눈을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불확신에 차서 말했다.“모르겠어요.”“그럼 왜 별이를 별이라고 부르지?”허태준은 물었다.별이는 냉큼 대답했다.“그건...”별이의 표정은 삽시간에 밝아졌다. 그리고 자신에 차서 말했다.“엄마가 인생에서 제일 어두운 시기를 보낼 때 나타난 유일한 빛이기 때문이예요! 밤하늘의 별처럼요! 엄마에게 살아갈 희망을 줬거든요! 그래서 제 이름은 하희광이에요!”이모가 그렇다고 알려주었었다. 별이는 그 참뜻을 잘 모르지만 별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이기에 별이는 외워내려고 노력했다.허태준은 멈칫했다.제일 어두운 시기. 유일한. 허태준은 이러한 단어에 가슴이 저릿해 났고 아파 났다.허태준은 그녀가 한차례의 타격을 받은 후 어떤 마음으로 고향을 떠났고 또 어떤 마음으로 친부도 모르는 아이를 낳았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이 강한 여자라 믿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없어도 심유진 혼자 잘 살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하지만 오늘 이런 말을 듣게 되니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