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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나랑 이렇게 오래 일했는데도,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요?" 심훈은 매우 싫은 듯 그를 힐끗 쳐다보며 시가 한 모금을 빨아먹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 입 다물고 앞으로 말조심이나 하세요."

심훈이 말하자, 정남일은 그제야 안도했다.

"대표님, 고석이 아직 아무런 연락도 해오지 않았습니다." 정남일은 다시 주눅이 들었다.

심훈은 안색이 변하더니 힘껏 책상을 쳤다. "체면을 그렇게 줬는데!"

정남일은 깜짝 놀라 살짝 떨더니 급히 해명했다. "사모님께서... 아니, 사영은 씨가 그를 때리는 바람에 너무 자존심이 상해 숨을 쉴 수 없다고 합니다."

"그 나쁜 년!" 심훈은 분노의 화살을 사영은에게 옮겼다. "정말 그년을 그때 죽이지 않은 게 후회돼!"

정남일은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 한것처럼,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머리를 숙이고 한쪽에 조용하게 있었다.

곧 심훈이 다시 진정하고 말했다.

"고석을 다시 찾아가 봐요, 그쪽에서 요구를 제시하라고 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만족하게 해야 해요."

고석은 그가 애써 찾아낸 것이다. 영화계에서 그의 지위는 아무도 대처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재기할 만한 대작이 부족했다. 모든 것을 잃지 않기 위해 그는 자기 명예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려 했다.

정남일은 다시 한 번 고석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고석 말고도, 허태준과 여형민도 있었다.

이렇게 정직한 만남이 그에게 있어서는 처음이라, 정남일은 순간 당황하여 무의식적으로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손님도 오셨으니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는 얼른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고석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들어오세요. 정 비서." 허태준이 그를 여유롭게 쳐다보았다. "오랫동안 당신 기다렸어."

정남일은 식은땀을 흘려다, 그의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허태준과 시선과 마주쳤고, 상대방의 차갑고 그윽한 눈빛에 그는 곧 눈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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