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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허태준은 원재의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나서야 오후동안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근데 새벽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너 솔직히 말해. 아이 납치됐니?”

어머니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허태준은 허태서 때문에 알게 되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네.”

허태준은 부정하지 않았다.

“언제?”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떨렸다.

“어제요.”

납치범에게서 전화가 온 그날밤에 허태준은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허아리는 계속 어머니와 함께 있었는데 가정부가 유치원에서 아이를 못 봤다고 하니 당연히 초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허태준은 납치됐다는 얘기는 안 하고 억지스러운 거짓말을 했다.

“데려와서 며칠 같이 있으려고요.”

어머니는 의심을 하기는커녕 굉장히 기뻐했다. 줄곧 부녀지간에 더 감정을 쌓고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돌아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어머니가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허태준도 지체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계셨다. 허태준이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어머니는 벌떡 일어서셨다. 아버지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허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니?”

허태준은 거실 중앙에 앉았다.

“허아리가 납치됐고 납치범은 1억을 요구하고 있어요.

“1억?”

어머니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 뻔뻔하구나.”

아버지도 분노한 듯했다.

“줄 생각 없어요.”

“뭐? 그럼 그냥 아이가 죽게 내버려 둘 거니?”

어머니는 화가 나면서도 허태준에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를 싫어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자기 딸에게 이렇게 독하게 굴 수 있니.”

“그 정도 돈을 못 내놓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도 말을 보탰다. 그들의 불만을 들으면서도 허태준을 줄곧 침착했다.

“허아리는 제 딸이 아니에요.”

허태준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으려면 부모님께 진실을 알려드려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럴리가 없다!”

어머니가 부정했다.

“유전자 검사도 해봤는데 확실히 친딸이 맞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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