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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허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유진이 한번 마음먹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허태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이 얘기를 꺼낼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저 심유진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살짝 테스트해 본 것뿐이었다.

이로부터 심유진은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이 자신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예전보다 더 심유진에게 믿음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은 척하는 건 그냥 단기적인 수단일 뿐 심유진의 마음을 완전히 얻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심유진의 생명안전과 비교하면 이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차는 심유진 집 앞에서 멈췄다 허태준은 먼저 차에서 내려 잠든 별이를 안았다. 별이는 비몽사몽 정신없는 와중에 허태준 얼굴을 희미하게 봤다.

“아빠…”

별이가 잠결에 허태준을 아빠라고 부르며 그 품을 파고들었다. 비록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고요한 밤 그 목소리는 허태준과 심유진 귀에 들어갔다.

허태준은 심유진을 힐끗 쳐다봤다. 차에서 내리던 심유진이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 표정도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허태준은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랐다. 지금 이 순간에는 무슨 말을 하던지 분위기만 더 어색해질 것 같았다.

허태준은 별이를 침대에 눕혔다. 근데 별이를 안은 손을 풀자마자 별이의 팔이 허태준의 목을 더 꽉 감았다. 별이가 울먹이며 잠꼬대를 했다.

“아빠, 가지 마.”

허태준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등 뒤에서 심유진의 시선이 느껴졌다.

심유진도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자신의 삶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심유진은 지금 이대로 만족스러웠기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심유진은 조금 이기적으로 굴어야 할지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허태준이 몸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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