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15화

심유진은 허태준에게 화가 나지 않았고 솜이가 밉지도 않았다.

“근데요.”

심유진이 갑자기 진지하게 말했다.

“혹시 따님한테 심리상담을 권유해 보는 건 어때요?”

솜이는 코코보다 훨씬 까불기는 했지만 절대 함부로 사람에게 상처를 내는 고양이는 아니었다. 만약 그랬으면 허태준이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유진은 솜이의 이런 이상행동이 허아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유진은 코코와 솜이의 털이 듬성듬성 빠진 곳이 생겼다는 걸 발견했다. 누군가가 일부러 잡아 뜯은 것 같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허아리 빼고 없었다.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그냥 집에서 너무 곱게 키워서 밖에서도 그 버릇이 나오는 줄로만 알았는데 만약 동물을 학대한 거라면 그건 심리상의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허태준은 허아리가 이미 정소월 때문에 망가져버렸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미 틀어진 성격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허태준은 허아리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허아리는 정소월과 허태서의 아이였다. 하지만 심유진 앞에서 허아리에 대해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심유진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었다.

허태준도 그 물음에 진지하게 답했다.

“할아버지 장례가 끝나면 어머니랑 의논해 봐야겠어요.”

“아, 맞다!”

어쩌다 보니 심각해진 분위기하에 허태준이 화제를 돌렸다.

“별이가 내일 유치원에서 가족 운동회를 한다던데...”

말을 채 듣지 않고도 심유진은 그 뒤의 말을 맞출 수 있었다.

“같이 가달래요?”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고개를 젓지도 않은 채 눈빛으로 모든 걸 설명했다. 별이가 다치지만 않았다면 심유진은 별이를 깨워서 호되게 혼을 냈을 것이다. 심유진은 허태준을 계속 여기에 있게 하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 고민됐다.

“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