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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심유진은 한 번도 친아빠를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첫 순간부터 사영은은 심훈과 같이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건 사영은이 얘기하던 아빠의 모습밖에 없었다. 무능한 놈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신체가 왜소하고 꾀를 부릴 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고 벙어리라고 했으니 말수가 적거나 내성적인 사람일 수도 있고 돈도 못 벌고 여자 돈만 쓰는 촌놈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옷차림이 소박하거나 깔끔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심유진 기억 속에 아빠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심유진은 사영은의 말들이 정확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사영은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녀를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허영심과 권력욕이 넘치는 사람이니 만약 친아빠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사영은이 이렇게 된 것은 그 실패한 혼인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뭐가 됐던 심유진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했다.

사영은은 여러 번 심유진에게 친아빠는 이미 가루가 되어 바다에 뿌려졌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여전히 어느 날 아빠가 짠하고 나타나서 이 지옥 같은 집에서 자신을 구출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런 희망이 심유진을 그 긴 세월 동안 버티게 만들었고 무너지지 않게 만들었었다.

자신이 이런 고통들을 겪었기에 심유진은 별이에게 최대한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아빠의 사랑까지도 자신이 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린 아이에게 아빠의 자리란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을. 그래서 별이의 소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전 저희 엄마를 많이 원망해요.”

심유진이 말했다.

“만약 그때 제 생각을 조금 더 신경 써줬더라면 제가 지금 더 행복할 수도 있었을텐데.”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육윤엽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 그는 이미 상상이 갔다.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던 사영은이 딸을 잘 챙겼을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유진에게 직접 들으니 마음이 갈기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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