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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심유진이 발걸음을 멈췄다. 허태준이 먼저 갔을 줄 알았는데 사실 생각해 보니 변수가 많은 일이었다. 별이가 삼촌을 못 가게 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심유진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별이가 얼른 뛰여와서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 별이는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웃음이 가득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빠랑 한참 기다렸어!”

별이는 일부러 아빠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모두가 듣을 수 있게 했다.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시선에 심유진은 몸 둘 바를 몰랐다. 특히는 그 시선 중에 부러움이 가득한것 같았다.

심유진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당장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심유진은 허태준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빛에 묻어나있는 미안함을 엿볼 수 있었다.

“미안해요.”

허태준이 말했다.

“별이를 혼자 두고 가려니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유진 씨가 오면 가려고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길래 일이 생겨서 못 오는 줄 알았어요.”

사실 심유진의 잘못이 컸기에 그녀는 다른 사람을 질책할 수가 없었다.

“이제 왔으니까 전 이만 갈게요.”

허태준이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랑 재밌게 놀아.”

허태준의 표정에서 살짝 보이는 아쉬움을 심유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어차피 왔는데 그냥 같이 놀죠.”

허태준이 깜짝 놀라서 심유진을 바라봤다. 심유진이 얼른 시선을 피했다.

“좋아!”

이 순간 가장 신난 건 별이었다. 별이는 심유진과 허태준의 손을 잡으며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린아이들의 인내심을 걱정해서인지 운동회 개막식은 굉장히 빨리 끝났다. 이번 가족 운동회는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활동들에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도장을 맞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자신의 신체상황이나 흥미에 따라 아예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활동에 다 참가할 수도 있었다.

매 아이마다 작은 공책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는데 한 가지 활동을 할 때마다 심판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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