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별이더러 허태준한테 전화를 하게 하였다.한참 있다가 허태준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허아리가 아니면 누구겠는가?별이는 핸드폰을 잡고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은 눈가를 찌푸리고 전화를 끊었다.“허삼촌은 오늘저녁 베이비와 있어줘야해서 못 오신대.”그녀는 말했다.별이는 실망했다.그는 입을 삐죽하였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허삼촌은 거짓말쟁이야!”그는 말했다. 말투는 유난히 억울했다.심유진은 그의 고개를 어루만지면서 품에 안았다.“허삼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야.”그녀는 허태준을 위해 변명하고 있었다.“삼촌은 그냥...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서 너한테 알려주는 것을 까먹었을 뿐이야.”그녀는 별이가 허태준한테 이루어지지 못할 환상을 갖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태준이 별이의 마음속의 형상이 파괴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허태준은 진심으로 별이한테 잘해줬기 때문이다.“게임이 하고 싶으면 엄마가 같이해줄게.”심유진은 별이를 기운 차리게 하기 위해 큰 희생을 하려고 했다.별이는 냉정했다.“엄마는 게임을 너무 못해요!”별이는 말했다.“저혼자 하는게 더 낫겠어요.”심유진은 화가 나 별이를 내쫓을번 했다.**별이는 결국 혼자서 게임을 했다.게임도중 별이는 여러번 한탄했다.“허삼촌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심유진은 노트북을 안고 소파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 한 번도 별이와 말을 건 적이 없었다─심유진은 아직도 별이한테 삐지고 있었다.벨소리가 울렸다.심유진은 시계를 바라봤다. 아홉시가 되고 있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구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별이는 삽시간에 게임 컨트롤러를 버리고 격동되어 일어났다.“허삼촌일거예요!”별이는 소리치면서 현관으로 달려갔다.“누구세요?”별이는 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물었다.문밖에서는 허태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별이의 웃음은 점점 커져갔다. 별이는 빠르게 문을 열었다.“허삼촌!”별이는 허삼촌을 꼬옥 껴안았다.
허태준은 늦게 와서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별이가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되었다.예전같으면─어제까지만 해도 별이는 재촉하지 않아도 조용히 잤는데 오늘은 거실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한테 달라붙은 강아지처럼 허태준의 팔을 꼬옥 껴안고 큰 눈으로 불쌍하게 허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허삼촌~”별이는 애기같은 목소리로 기대에 찬 눈빛으로 허태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저랑 같이 자줄거죠?”허태준은 감히 대답할수 없었다. 그래서 심유진을 바라보면서 힌트를 요구하고 있었다.심유진은 자연히 거절을 했다.“허삼촌은 바빠.”별이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허태준도 실망했다.심유진은 별이를 허태준한테서 떼놓으려고 했다.“얼른 씻고 가서 자.”심유진은 별이를 방까지 데려다주었다.별이는 너무나도 가기 싫었다. 한걸음 걸으면 세번을 돌아서서 보았다. 그리고 허태준한테 눈치를 줬다.허태준도 별이와 헤어지는게 아쉬웠지만 그는 심유진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어깨를 으쓱하고는 어쩔수 없는 눈빛을 보냈다.**심유진은 별이가 샤워하고 나오는것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허태준은 쇼파에서 이미 잠들었다.그는 이마를 찌푸린채 자고 있었다. 턱에는 시퍼렇게 수염이 올라오고 있어 초췌해 보였다.이 며칠동안 잘 지내지 못한듯 했다.심유진은 그를 깨우지 못했다. 그래서 방에서 이불을 꺼내와 그의 몸에 덮어주었다.허태준은 깊게 잠들지 않아 몸에 뭐가 눌리워지자 눈을 떴다.심유진은 허리를 굽히고 그의 이불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두사람의 얼굴은 몇센티 거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의 모공까지 볼수 있었다.그는 흠칫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심유진은 그의 움직임에 머리를 돌렸다. 얼굴에는 민망한 표정이었다.“깼어요?”그녀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허태준은 완전 깼다.“아니.”그는 목이 나간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팔꿈치로 윗몸을 일으켰다.그는 태양혈자리를 누르면서 물었다.“별이는 자?”심유진은 “네.”하고 대답했다. 그의 피곤한 행색
그는 견지를 했다. 심유진도 더 말리지 않았다.“그럼 별이랑 같이 자세요.”허태준은 이불을 헤집고 쇼파에서 일어났다.“먼저 샤워할게.”“잠깐만요.”심유진은 그를 불러세웠다.“왜?”허태준은 의혹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사실...일부러 별이 때문에 와줄 필요가 없어요.”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심유진은 이말을 입밖에 내뱉었다.“다른 뜻은 아니고 따님이랑 더 같이 있으셔야 될것 같아서.”그녀는 허아리가 싫었지만 그 아이가 동정이 되었다.허아리의 몸에서 어렴풋이 자신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허아리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이 결핍했다.그런 외로움, 슬픔과 공포는 타인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허태준은 허아리와 친하지 않은 원인에 대해 설명해 줬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심유진을 설득시키지 못했다.“그 또래의 아이들은 부모님의 내심한 교육이 필요해요. 엄마가 일이 생겼고 허태준씨도 나몰라라 하면...아이의 성격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허태준은 한숨을 쉬었다.“사실 나도 당신과 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그는 뒤에 소파를 가리키면서 심유진한테 물었다.“앉을래?”심유진은 그와 나란히 앉고 물었다.“무슨 얘기를요?”“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는지에 대해.”허태준의 번뇌는 얼굴에 가득했다.“허아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당신도 잘 알 거야. 엄마랑 있을 때는 그나마 덜했는데 선생님은 여전히 아리가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을 괴롭힌다고 해. 오늘도 같은 반 남자아이를 다치게 했어. 어머니는 할아버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내가 갔거든. 그 남자아이는 잘못한 게 없어. 아리의 길을 실수로 막았을 뿐이야. 그걸로 아리는 아이의 얼굴을 때려서 붓게 만들었거든...나는 인내심이 없어. 이런 상황에서 때리고 싶었는데─안돼. 당신은 별이를 잘 교육했지. 그래서 지도를 받을까 해.”심유진은 자신이 아이를 교육하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일이 바빠서 별이에 대한 훈계는 하은설만도 못했다.그녀더러 허태준한테
심유진은 알람이 울리자 별이를 깨우러 옆방으로 갔다.안방에서 나오자 크고 작은 두 남자가 이미 잘 차려입고 주방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엄마, 와서 아침을 먹어요! 허삼촌이 했어요!”별이는 흥분에 겨워 심유진한테 손을 흔들었다.“완전 맛있어요!”심유진은 반신반의하면서 걸어갔다.허태준의 아침은 간단했다. 계란후라이, 베이컨 그리고 그녀가 사 오자마자 서랍장에 넣어놔 꺼내보지도 못한 스파게티였다. 그는 끓인 후 후추소스를 넣고 볶았다.공기 중에는 맛있는 음식 향이 났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녀는 별이의 맞은켠에 앉고 포크를 들었다.“수고하셨어요.”심유진은 약간 미안한 눈빛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아프신데 아침까지 준비하시고...”“두날동안 거두어준 방값이라 치지.”허태준은 웃으면서 턱으로 그녀의 앞에 놓인 접시를 가리켰다.“먹어봐.”허태준의 솜씨는 같이 살 적에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꽤나 괜찮았다.하지만 예상밖인것은 기억을 상실한 후에도 솜씨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이다.“맛있어요.”한입 먹고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그쵸!”별이는 우쭐했다. 심유진이 칭찬한 사람이 별이인것 마냥.심유진은 별이를 노려보았다. 별이는 심유진의 눈빛을 못 본 척했다.별이는 허태준을 불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허삼촌, 앞으로 우리 집에 자주 와서 밥을 해주면 안 돼요?”그는 물었다.“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제가 먹어본것중에 제일 맛있어요!”이렇게 허태준을 칭찬하니 심유진은 질투를 했다.매일 메뉴를 갈아가면서 저녁을 해주고 퇴근하기도 전부터 저녁에는 어떤 야채를 사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허태준의 아침에 지다니.“물론이지.”허태준은 흔쾌히 승낙했다.“별이만 좋다면 매일 와서 해줘도 되지.”“진짜요?!”별이의 눈은 동그래졌다. 하늘의 별처럼 빛이 났다.“가짜.”심유진은 늘 하던 것처럼 찬물을 끼얹었다. “허삼촌이 우리 집 전업셰프니? 아니면 별이가 허삼촌한테 월급을 줄꺼야?”별이는 입을 삐죽하고는 포크로 베이컨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심유진은 별이를 말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조심히 가요.” 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부했다. 별이는 허태준 차에 처음 타보는 것이기에 뒷좌석 중간에 단정하게 앉아있었다. “삼촌, 저 기분이 너무 좋아요.” 별이의 말에 허태준이 물었다. “왜?” “삼촌이 유치원에 데려다주잖아요!” 별이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맞다, 그리고 삼촌...” 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선생님이 물어보면 삼촌이 우리 아빠라고 해도 돼요?” 아빠라는 두 글자에 허태준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허태준은 기쁘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별이는 그 대답에 속으로 몰래 기뻐했다. “그럼 친구들이 물어봐도 그렇게 말해도 돼요?” “당연히 되지.” 허태준은 온 세계에 알리지 못하는 게 한이였다. 하지만 집안사람들부터 처리하는것이 첫 순서였다. 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허태준을 재촉했다. “삼촌, 우리 더 빨리 가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별이는 허태준의 손을 잡았다. 평소랑 다르게 허리도 쭉 펴고 턱도 치켜든 채 걸음걸이마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허태준은 그런 별이를 보며 웃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한창 등교시간이라 아이를 데리고 등교하는 부모들이 매우 많았다. 유치원 입구는 사람으로 가득 차있었고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와 매우 시끄러웠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허태준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부모님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허태준을 빤히 쳐다봤다. 심지어 어떤 여자아이는 허태준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얘기하기까지 했다. “엄마, 저 삼촌 엄청 잘생겼어!” 그 말을 들은 별이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친구들이 별이를 둘러싸고 물었다. “별아, 이분은 누구셔?” “우리 아빠야!” 허태준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그
심유진은 오후에 별이를 데리러 갈 때 다른 학부모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는 여성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심 유진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하고 있을 무렵 가끔 심유진과 대화를 나눴던 학부모 한명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남편이 정말 잘생겼더라고요. 어쩐지 한 번도 유치원에 안 데려 오더라니. 너무 잘 생겨서 감추고 있던 거였어요?”심유진은 잠시 멈칫했다. 한참 지나서야 그녀가 가리키는 남편이 허태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모른 척 하기는.”상대방이 팔꿈치로 심 유진을 툭 치며 살짝 눈을 흘겼다. “아침에 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걸 들었어요.”심유진은 화가 나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명할 겨를이 없어 그냥 웃어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의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별이는 신유진의 품에 폭 안겼다. 평소보다 더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엄마!”별이의 목소리가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웃을 수 없었다. 별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허태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자 아이 몇 명이 쭈뼛쭈뼛 곁으로 다가와서 별이에게 물었다. “별아, 너네 아빠도 내일 운동회에 와?”별이의 표정이 굳어졌다.“모르겠어. 아빠가 내일 시간이 있는지 봐야 돼.”아이들이 실망해서 흩어지고 심유진은 별이를 붙잡고 물었다.“무슨 운동회?”“가족 운동회.”별이의 대답에 심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국에 있을 때도 별이의 유치원에서는 가끔 이런 가족을 단위로 하는 활동을 조직했었다.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감정을 더욱 돈독히 다지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심유진은 이런 활동이 싫지 않았다. 확실히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항상 일이 너무 바빴기에 매번 참석할 수 없었고 가끔 하은설이 그녀를 대신해서 참석했다. 그때마다 별이는 하은설을 엄마라고 불렀었다. 그래서 다른 학부모들은 하은설과
심유진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별이가 걱정하며 물었다. “엄마, 왜 그래?” 심유진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별아, 혹시 내일 운동회에 엄마만 참가하면 별이가 조금 속상할까?” “태준삼촌도 가면 안돼?” “삼촌은 별이 아빠가 아니야.” 심유진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사실대로 별이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삼촌한테 부탁하는 건 안돼. 삼촌은 널 도와줄 의무가 없어.” 별이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다. 별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엄마만 와.” 작은 목소리가 아이가 지금 매우 실망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난 안 속상해.” 심유진은 일찍 철이 든 별이를 보며 기특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심유진은 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별이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없었기에 위로도 건넬 수 없었다. 차에 올라타서부터 별이는 내내 저기압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있는 별이를 보면서 심유진도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그날밤, 허태준은 또 심유진네 집에 찾아왔다. 이번에 그는 빈손으로 오지도 않았고 혼자 오지도 않았다. 그는 큰 케이지를 들고 있었는데 안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잠들어 있었다. “어제 얘기한 우리 어머니가 키우시는 고양이예요.” 허태준은 케이지를 내려놓고 다시 몸을 돌렸다. “사료랑 이런저런 물품들도 챙겨 왔는데 가지고 올게요.” 별이가 신나서 허태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도 같이 갈래요!” 별이는 동물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동물을 키우겠다고 심유진에게 여러 번 부탁했었지만 매번 거절당했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애완동물은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데 심유진과 하은설은 별이를 돌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다. “삼촌, 우리 엄마는 어떻게 설득했어요?’ 허태준을 바라보는 별이의 눈빛에는 존경이 가득했다.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설득한 적 없어. 별이 엄마가 먼저 키우겠다고 한 거야.” 별이
허태준은 별이처럼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별이에게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었다. “삼촌이 일단 시도는 해볼게.” 고양이가 쓸 용품들을 가지고 올라가니 심유진은 이미 고양이들을 케이지에서 꺼내 무릎에 올려두고 쓰다듬고 있었다. 코코는 아직 심유진을 기억하기라도 하듯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고 솜이는 그 깊고 푸른 눈으로 심유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심유진은 고양이들을 품에 안은채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뻔했다. 별이는 사료를 내려놓고 심유진 곁으로 가서 신기한 눈길로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엄마, 만져봐도 돼?”별이가 물었다. 굉장히 온순한 품종인 데다가 심유진은 한동안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으니 이 두 마리의 성격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유진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별이가 기대에 찬 눈길로 손을 뻗었다. 근데 솜이에게 손을 대기도 전에 솜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별이의 손에 상처를 냈다. 솜이는 많이 놀랐는지 심유진의 무릎에서 뛰여 내려서는 털을 곤두세우고 별이를 경계했다. 손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심유진은 얼른 코코를 내려놓고 별이를 품에 안았다. 허태준도 얼른 달려와서 일단 솜이와 코코를 다시 케이지 안에 넣었다. 상처가 깊지 않았기에 아픔이 가시자 별이도 금방 울음을 멈췄다. 비록 고양이들과 별이 모두 광견병 접종을 이미 마친 상태였지만 어쨌든 상처가 났으니 허태준은 혹시 몰라 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은 낮보다 사람이 적었지만 그래도 반시간 정도 줄을 서고 나서야 진료를 받을수 있었다. 주사를 맞을 때 별이는 또 한 번 울음을 터뜨렸다. 겨우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타자 별이는 2분도 안 돼서 심유진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허태준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별이 자요?” “네. 잘 시간이에요.” 허태준이 입술을 잘근 씹으면서 미안해하며 말했다.“죄송해요.” “네?” 갑작스러운 사과에 심유진은 빨리 반응하지 못했다. “고양이들을 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