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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아직도 그 병은 못 고쳤어?”

여형민은 어이가 없었다.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지로 옷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겨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메마른 입술에도 생기가 돌았다. 허태준은 수액을 보면서 말했다.

“아직도 얼마나 더 있어야 돼?”

수액이 반 병정도 남은 것이 보였다.

“반시간정도.”

여형민이 말했다.

“조금 있다가 서 의사가 바늘 뽑아주러 올 거야. 지금 담배 피우러 나갔어.”

서의사는 허태준의 의사 친구였다. 이미 주임자리까지 올라가서 환자에게 직접 바늘을 꽂아본지도 오래됐을 것이다.

“걘 왜 불렀어.”

허태준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병원 관리층 일 때문에 바쁘다던데.”

“그럼 뭐 어떡해. 병원도 못 가고 다른 의사를 부르기엔 믿음직스럽지 않잖아.”

허태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서의사는 금방 돌아왔다.

“금방 깼네?”

그가 허태준과 인사를 나눴다. 허태준도 미소로 대답했다.

“근데 이 수액 좀 빨리 맞을 수는 없어?”

허태준이 물었다.

“되면 진작 했지. 나도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얼씨구?”

여형민이 놀란 표정을 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일을 열심히 했대? 주임 되고 나서부터는 매일 출근시간도 간당간당하고 맞추고 어떻게든 자기 일 줄이려고 하더니?”

“요즘 병원 인사이동 중이라고 했잖아. 더 높이 올라가야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들은 소식인데 우리 병동에 엄청 대단한 환자가 한분 오셨대. 킹 호텔의 총지배인이 직접 모셔오셨는데 그 환자랑 관계를 잘 처리해서 우리 병동에 기계 몇 대 놔주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지.”

허태준은 킹 호텔의 총지배인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전화 쳐서 그 환자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좀 물어봐봐.”

비록 심유진이 직접 병원까지 데려온 걸 보면 호텔 vip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허태준은 그 어떤 예외도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

서 의사는 그런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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