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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누가 퍼뜨렸는지 허태준이 도착했을 때 골목 입구에는 차들로 가득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기사더러 차를 한 블록 건너서 세워두게 하고 직접 걸어갔다.

밤은 이미 깊었다. 여느 때 같으면 허 할아버지는 이미 주무셨고 한옥집에는 불빛 한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마당에는 불빛이 반짝였고 들어오고 나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모든 이들이 짙은 계열의 옷을 입고 골목을 돌아다녔으며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아주버님은 마당 입구에 서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눈물때문인지 부었고 얼굴도 슬픔으로 가득 찼다.

허태준을 보자 아주버님은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작은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

허태준은 입을 굳게 닫고 굳은 얼굴을 하였다. 한 쌍의 눈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아주버님을 바라보았다─낯선 사람을 보는 것만 같았다.

허태준이 기억을 잃은 일은 아주버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각 아주버님의 눈물은 더욱 거세졌다.

“어서 들어가 보세요! 할아버님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허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길을 안내해 주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아주버님은 멍해 있다가 금세 반응을 했다. 하지만 더 서글퍼졌다.

그는 몸을 돌려 소매로 눈물을 닦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따라오시지요.”

허태준은 육 년 동안 여기에 발을 붙이지 않았다.

나무가 더 파래 진것 외에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은 저번에 왔을 때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는 아주버님을 따라 수도 없이 걸어본 거리를 거닐면서 제일 깊은곳에 위치한 방에왔다.

할아버지의 빈소는 한옥안 면적이 제일 큰 안방에 있었다. 지인분들이 여기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관은 할아버지의 방에 놓아 친한 사람들만 가서 볼 수 있었다.

허씨 집안 모든 사람은 이 시각 안방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어 할아버지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요.”

아주버님은 방 중앙에 놓여진 관짝을 보자 더는 주제할 수 없어졌다. 그는 서둘러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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