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인 대우를 받았지만 >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운로드수와 사용자수는 국산게임중 탑이었고 데일리 충전 금액도 쏠쏠했다.매직큐브에서 새 게임을 론칭할 날짜가 다가오자 매직큐브의 공식 계정에서는 사과 성명이 올라왔다. 엔지니어가 큰 기술성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게임론칭이 무제한으로 지연된다는 내용이었다.매직큐브는 업계에서 이미 바닥이었다.매직큐브에서 카피한 게임 회사는 수없이 많았다. 이 성명이 나오자마자 적지 않은 게임 회사 오너와 제작사들이 조롱을 했다.“어느 기업인지 CY의 새 게임을 카피하고 CY보다 먼저 론칭을 할려고 했는데 CY에 뒤통수 맞았네.”“어느 회사인지 딱 한 마디만 할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CY에서 카피 당한 기업을 대신해 복수를 해줬네. 현질로 지지를 해야지!”...네티즌들은 매직큐브가 >을 카피한 줄을 몰랐는데 업계 사람들의 얘기를 듣자, 매직큐브에서 카피를 한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매직큐브게임은 아직 정식 론칭하지 않았지만─심지어 내부 측정도 하지 않았지만 홍보계정을 통해 부분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시나리오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캐릭터 디자인을 보자 >에서 알맞는 캐릭터를 찾을수 있었고 시나리오도 >과 맞물렸다─한마디로 볼품없는 >이었다.이렇게 되자 유저들은 자발적으로 매직큐브를 보이콧하기 시작했고 트위터에서도 매직큐브보이콧매직큐브파업등 해시태그들이 난무했다.매직큐브 게임을 다운받았던 유저들도 앱 삭제 스크린샷을 박제하고 앱 마켓에서 그들의 게임에 별 한 개로 평점을 했다. 그리고 각종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카피게임을 하는 것은 카피행위를 지지하는 것이고 오리지널을 죽이는 것입니다!”“여러분들 다운받지 마세요!”“카피회사는 물러나라!”“매직큐브는 쓰레기 회사다! 파업하길 빕니다!”“현질은 매직큐브같은 회사의 장례금이라 치죠. 매직큐브 직원들은 편히 가시길.”...이러한 타격 아래 매직큐브의 각 게임의 사용자
CY는 몇 년 동안 누적한 실적들로 충성 팬들을 확보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충성 팬들은 CY를 위해 자진해서 정의를 선전하고 매직큐브와 맞서 싸웠다.허태준도 이에 대해 감동을 표했다.이번일로 하여금 게임을 더 잘 만들고 품질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세웠다.─그는 유저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허태준은 많이 마셨다. 요즘 매일이다싶이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잘 쉬지도 못해 그의 머리는 드물게 어지러웠다.뒷좌석에 기대서 그는 태양혈 자리를 누르면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전화벨 소리가 울렸다.그는 이마를 찌푸리면서 눈을 뜨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어머니한테서 걸려 온 전화다.허태준은 갑자기 짜증이 났다.요즘 들어 어머니가 그를 찾는 것은 전부 허아리에 관련된 일이었다.“여보세요.”그는 성질을 죽이고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는 피로가 가득했다.“태준아...”허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떨렸고 울먹였다.허태준은 정신을 차렸다. 초점이 없던 눈동자도 또렷해졌다.“왜 그러세요?”그는 목소리를 깔면서 물었다.허아주머니는 훌쩍이면서 힘겹게 입을 뗐다.“할아버지가...너네 할아버지가...”허태준은 황급해났다. 정서를 숨겨야 한다는 것도 까먹고 물었다.“할아버지가 왜요?”그는 긴장했다.“할아버지가...돌아가셨어!”허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소리 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벼락에 맞은 것처럼 허태준은 멍해졌다.그의 머리는 삽시간에 하얘졌다. 눈은 둥그렇게 떠졌고 입은 살짝 벌려졌으며 아무것도 없는 앞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럴리가...그럴리가!그는 믿지 못했다.눈가는 빨개졌다. 허태준은 입술을 꽉 깨물면서 눈물이 흘러나오지 못하게 참았다.한참이 지나 그는 진정하려고 애쓰면서 허 아주머니한테 물었다.“언제 돌아가셨는데요?”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쉬었다.“방...방금. 아주버님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어.”허아주머니는 훌쩍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얼마 지나지 않자 또 훌쩍이기 시작했다.
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누가 퍼뜨렸는지 허태준이 도착했을 때 골목 입구에는 차들로 가득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기사더러 차를 한 블록 건너서 세워두게 하고 직접 걸어갔다.밤은 이미 깊었다. 여느 때 같으면 허 할아버지는 이미 주무셨고 한옥집에는 불빛 한점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마당에는 불빛이 반짝였고 들어오고 나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모든 이들이 짙은 계열의 옷을 입고 골목을 돌아다녔으며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아주버님은 마당 입구에 서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그의 눈은 눈물때문인지 부었고 얼굴도 슬픔으로 가득 찼다.허태준을 보자 아주버님은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작은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허태준은 입을 굳게 닫고 굳은 얼굴을 하였다. 한 쌍의 눈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아주버님을 바라보았다─낯선 사람을 보는 것만 같았다.허태준이 기억을 잃은 일은 아주버님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 시각 아주버님의 눈물은 더욱 거세졌다.“어서 들어가 보세요! 할아버님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허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길을 안내해 주세요.”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아주버님은 멍해 있다가 금세 반응을 했다. 하지만 더 서글퍼졌다.그는 몸을 돌려 소매로 눈물을 닦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따라오시지요.”허태준은 육 년 동안 여기에 발을 붙이지 않았다.나무가 더 파래 진것 외에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은 저번에 왔을 때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그는 아주버님을 따라 수도 없이 걸어본 거리를 거닐면서 제일 깊은곳에 위치한 방에왔다.할아버지의 빈소는 한옥안 면적이 제일 큰 안방에 있었다. 지인분들이 여기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관은 할아버지의 방에 놓아 친한 사람들만 가서 볼 수 있었다.허씨 집안 모든 사람은 이 시각 안방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어 할아버지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요.”아주버님은 방 중앙에 놓여진 관짝을 보자 더는 주제할 수 없어졌다. 그는 서둘러 도망
허태준은 아무 표정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기계처럼 위로를 건넸다. “명복을 빕니다.” 그 냉담함이 허태준의 어머니를 슬프게 했다. 어머니는 뭔가 말하려는 듯하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준이 왔니?” 삼촌 두 분이 가족들을 데리고 왔다. 다들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있었다. 슬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둘째 삼촌이 허태준의 어머니를 책망했다. “제가 호상이라고 했잖아요. 어르신 편안하게 가셨는데 이렇게 우시면 황천길도 편하게 못 가실 거예요.”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허태준의 손을 더 꼭 잡을 뿐이었다. 허태준은 참지 않고 받아쳤다. “가족이 돌아가셨을 때는 슬퍼하는 게 당연한 거죠. 근데 이렇게 좋아하시는 건 호상이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곧 재산을 상속받을 생각에 기뻐서 그러시는 건가요?” “너!” 삼촌이 눈을 부릅떴다. “어디 어른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허태준 아버지가 허태준을 말렸다. “일이 바쁘다며.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먼저 돌아가.” 허태준은 가기 싫었지만, 삼촌들 얼굴이 보기 싫었다. “네.” 허태준은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떴다. 허태준이 떠나자, 삼촌네 가족들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살아생전에 쟤를 그렇게 이뻐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래. 돌아가시니 장례식장도 안 지키려는 것 봐.”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았기에 어머니는 그 대화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아버지가 말리는데도 그들에게 달려가 울면서 소리쳤다. “태준이가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그때 그 일이 있을 때 너희 중 누구 한 명이라도 관심해 준 적 있어? 다들 뒤에서 사실은 좋아하고 있는 거 우리가 모를 것 같아? 우린 너희들이랑 아버님 재산으로 다툴 생각 없어.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랑 다르게 우리 태준이는 엄청 대단하거든. 근데 너희는 남 등골 빼먹는 것 빼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화가 나서 뱉어내
여형민은 허태준과 안지 몇십 년이 되었지만 허태준의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그의 기억 속에 허태준은 늘 침착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형민도 당연히 어르신이 허태준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고 허태준이 지금 어떤 심정일지도 이해가 갔다. 여형민은 더 이상 허태준을 말리지 않았다. 그저 허태준이 취해서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허태준이 몸집이 큰 데다가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리니 여형민도 그를 움직이기 힘들었다. 여형민은 직원에게 부탁해서 허태준을 연회장 내부의 소파에 눕혀 하룻밤 재웠다. 큰 충격을 받은 탓인지 허태준은 새벽에 열이 펄펄 끓었고 헛소리까지 했다. 할아버지를 부르다가 심유진을 부르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물까지 흘렸다. 여형민은 허태준이 걱정되어 잠을 설쳤다.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무력감이 몰려왔다. 친구가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비참했다. 허태준을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었다. 만약 병원에 데려간다면 허태준 집안사람들이 또 뭔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여형민은 직원에게 해열제와 얼음물을 부탁했다. 그리고 허태준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얼음물에 적신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줬다. 새벽 네다섯 시가 되여서야 허태준은 깊게 잠들었다. 여형민도 지쳐서 주저앉았다.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여형민은 아는 의사에게 연락했다. 지금 허태준의 상황을 봐서는 진료를 받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허태준은 아무리 취했어도 어김없이 아침 여덟 시에 눈을 떴다. 머리는 깨질 것처럼 아팠고 몸은 불덩이 같았다. 손에 수액바늘이 꽂혀있는 것이 보였다. 여형민은 한시도 허태준 곁을 떠나지 않다가 허태준이 일어난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일어나지 마. 바늘 뽑히면 어떡해.” 허태준이 다시 눕더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나 어떻게 된 거야?” 어젯밤에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목이 불타는듯한 느낌이어서 말하기도 힘들었
“아직도 그 병은 못 고쳤어?” 여형민은 어이가 없었다.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지로 옷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겨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메마른 입술에도 생기가 돌았다. 허태준은 수액을 보면서 말했다. “아직도 얼마나 더 있어야 돼?” 수액이 반 병정도 남은 것이 보였다. “반시간정도.” 여형민이 말했다. “조금 있다가 서 의사가 바늘 뽑아주러 올 거야. 지금 담배 피우러 나갔어.” 서의사는 허태준의 의사 친구였다. 이미 주임자리까지 올라가서 환자에게 직접 바늘을 꽂아본지도 오래됐을 것이다. “걘 왜 불렀어.” 허태준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병원 관리층 일 때문에 바쁘다던데.” “그럼 뭐 어떡해. 병원도 못 가고 다른 의사를 부르기엔 믿음직스럽지 않잖아.” 허태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서의사는 금방 돌아왔다. “금방 깼네?” 그가 허태준과 인사를 나눴다. 허태준도 미소로 대답했다. “근데 이 수액 좀 빨리 맞을 수는 없어?”허태준이 물었다. “되면 진작 했지. 나도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얼씨구?” 여형민이 놀란 표정을 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일을 열심히 했대? 주임 되고 나서부터는 매일 출근시간도 간당간당하고 맞추고 어떻게든 자기 일 줄이려고 하더니?” “요즘 병원 인사이동 중이라고 했잖아. 더 높이 올라가야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들은 소식인데 우리 병동에 엄청 대단한 환자가 한분 오셨대. 킹 호텔의 총지배인이 직접 모셔오셨는데 그 환자랑 관계를 잘 처리해서 우리 병동에 기계 몇 대 놔주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지.” 허태준은 킹 호텔의 총지배인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전화 쳐서 그 환자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좀 물어봐봐.” 비록 심유진이 직접 병원까지 데려온 걸 보면 호텔 vip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허태준은 그 어떤 예외도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 서 의사는 그런 허
블루항공이 YT그룹과 합작하는 사실은 허태준도 알고 있었다. 허태준은 허태서 쪽에 사람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허태서는 여기저기에 투자를 했었지만 허태준이 뒤에서 몰래 수를 써놓았기에 대부분 실패로 막을 내려 몇십억의 손해를 본 상태였다. 허태서는 혼자 힘으로 그렇게 많은 투자금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모든 투자는 YT그룹의 명의 아니면 개인의 명의로 공금을 끌어 쓴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 손해를 입었고 공금은 갚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회사 대표들에게 시달림을 받을 것이다. 허태서는 돈을 모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고 허태준도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람을 구해 허태서를 무역에 뛰여 들게 하려고 구슬렸다. 허태서는 귀가 얇은 사람이었기에 결국 모험을 해볼 결심을 내렸다. 허태서는 껍데기뿐인 무역회사를 만들고 사람도 몇 명 채용한 다음 여러 항공회사들과 합작을 논했다. 허태준은 그가 어느 회사와 연계를 하는지는 관심하지 않았다. 그저 이번 합작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보장하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허태서가 다시 한번 절망으로 빠져들기를 바랐다. 근데 이 일에 심유진이 말려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니 지금은 심유진과 육윤엽이 일 외에 사적으로 어떤 사이인지 알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일이 마무리되고 육윤엽이 피해를 입게 됐을 때 심유진이 자신을 탓할지도 모른다. “이따가 같이 병원까지 가자.” 허태준의 서의사에게 말했다. “형민이가 넌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던데.” “병문안.” 허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심유진은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보냈다. 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길에 객실 담당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 스위트룸에 머무시는 손님이 간질병이 발작하여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심유진은 이미 육윤엽의 병세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다. 다행히 매니저가 옆에 있었기에 일단 생명에는 위협이 없을
육윤엽이 흠칫했다. 방금까지 눈빛 속에 담겨있던 슬픔과 그리움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하죠.” 비서가 놀란 얼굴을 하였지만 육윤엽이 눈치를 주었기에 얼른 다시 표정을 관리했다. 심유진은 육윤엽을 따라 구급차에 올랐고 그의 비서도 올라탔다. 병원에 도착해서 간단한 검사를 마친 후 의사는 금방 진단을 내렸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제때에 약 챙겨드시고 푹 쉬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스트레스받지 마시고요.” 육윤엽이 심유진을 바라봤다. “그것 봐요, 제가 뭐라 했어요.” 심유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비서가 먼저 말했다. “대표님, 이왕 오신 김에 좀 더 경과를 지켜보면서 몇가지 더 검사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육윤엽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비서는 계속 심유진에게 고자질했다. “어제도 두 번이나 아프셨거든요. 전에는 이렇게까지 자주 아프셨던 적이 없어서 걱정되네요.” 심유진도 깜짝 놀랐다. 육윤엽은 어두운 얼굴로 비서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비서는 잠깐 멈칫했지만 다시 심유진에게 애원했다. “저희 대표님 좀 설득해 주세요. 제 말은 듣지도 않아요.” “김비서!”육윤엽이 언성을 높였다. 비서는 여전히 간절한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봤다. “알겠어요. 의사를 불러올게요.” “아니...” 육윤엽은 심유진을 말리려 했으나 미처 잡을 새도 없이 심유진이 재빨리 나가버렸다. 멀어져 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육윤엽은 긴 한숨을 쉬었다. “김비서, 누가 함부로 행동하라 했지?” “삼촌.” 김욱이 오랫동안 부르지 않았던 호칭으로 육윤엽을 불렀다. “지금은 조카의 신분으로 걱정해 주는 거예요.” 순간 육윤엽의 굳은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따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 삼촌은 제 유일한 가족이에요. 저 또한 삼촌의 유일한 가족이고요.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으셔야 해요.” 김욱의 매 한마디 말에 진심이 담겨있었다. “걱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