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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심유진은 허태준과 여형민에게 저녁식사를 함께하자고 권했지만, 예상외로 그 둘이 먼저 거절했다.

“일이 있어서 다음에 같이 먹어요.”

허태준은 말을 마치고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고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별아, 안녕,”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유달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심유진은 갑자기 빨라지는 심장 박동소리에 얼른 고개를 숙이며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했다. 여형민은 그런 심유진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 별이는 허태준에게 손을 저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삼촌, 잘 가.”

별이는 입맛이 없는지 몇 입 먹지도 않고 젓가락을 내려놨다.

“나 배불러.”

별이가 눈치를 보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말 배불러.”

심유진과 하은설 모두 늘 별이에게 관대했지만 음식을 낭비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았었다. 별이도 평소에 음식을 남긴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특수 상황이었기에 심유진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냥 밥도 잘 먹지 못하는 별이를 보며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배부르면 그만 먹어도 돼.”

심유진은 남은 밥을 자신의 그릇에 덜어놓았다.

“TV 볼래? 애니메이션 틀어줄까?”

별이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기운을 차린 별이를 보며 심유진도 웃음을 지었다.

심유진도 식사량이 많은 건 아니었기에 남은 밥을 억지로 먹어버렸다. 별이와 함께 TV를 보다가 심유진은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본사의 상사에게 오늘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상사도 심유진의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해 줬다.

“괜찮아요? 정 힘들면 다시 본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제가 신청해 볼게요.”

심유진도 본사로 돌아갈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소월이 풀려날까 봐 두려워서였다. 허태준이 정소월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니 이제 와서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괜찮아요. 근데 전에 제가 신청한 보디가드는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할까요?”

“내일이요.”

상사가 드디어 정확한 답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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