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경비원도 마침 도착했다.발소리가 문어구에서 들려왔다.“심매니저님!”경비원 한팀이 쳐들어왔다.“먼저 제 아들을 데리고 나가주세요!”심유진은 책상아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별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경비원 한명이 다가가 별이를 안아 올렸다.나머지 경비원도 심유진의 옆을 에워싸 심유진이 누르고 있고 여인을 제압하였다.그 여인은 힘 있게 반항을 하였다. 심유진은 넘어질 뻔했다.심유진은 침대를 내려와서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를 하려 했다.그녀가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리자 그 여인은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다.“경찰에 신고하지 마!”이 목소리는...평소와 다르더라도 심유진은 알아챌 수 있었다─“정소월씨?”그녀는 침대로 돌아와 경비원더러 그 여인의 모자를 벗게 하였다.정소월의 얼굴이 드러났다.“진짜 당신이야!”심유진은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다.그녀가 돌아오고부터 지금까지 만난 지인들중 정소월만이 별이를 납치할 동기가 있었다.정소원은 고개를 들어 핏기 어린 눈으로 심유진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래 나야!”그녀는 당당했다. 심유진한테 들킨 것이 두렵지 않은 듯 말했다.“다 너와 네 잡종 아들 때문이야!”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희들이 아니면 허태준 씨가 왜 내 베이비를 뺏어가겠어!”별이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시종 심유진의 마음속을 누르고 있었다.정소월이 말한 잡종은 심유진을 분노케 했다.“다시 말해봐!”심유진은 정소월의 뺨을 때렸다.정소월은 곱게 자라 피부가 일반 사람보다 여렸다. 심유진이 세게 때리자,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고 붓기 시작했다.정소월의 눈에는 눈물이 아른거렸다.심유진앞에서 쪽팔리고 싶지 않아 그녀는 억척스레 입술을 깨물어 눈물이 흐르지 못하게 하였다.“니 아들은 애비가 없는 잡종이야!”그녀는 차게 웃으면서 악독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심유진은 또 정소월의 뺨을 갈겼다.“정소월. 지금 여기는 내 바닥이야. 너는 또 내 손에 잡혔고. 내가 오늘 너를 죽인다 해도 다들 입하나 뻥긋하지
정소월이 발로 차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심유진은 별이에게 입을 맞추며 낮게 물었다. “많이 아파?” 별이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안 아픈 건지 심유진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심유진은 1층으로 내려가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갔다. 별이는 멍이 좀 들긴 했지만 다행히 별로 다치지 않았다. 의사가 심유진에게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다쳤어요?” 의사 선생님의 눈에는 의심과 질책의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별다른 해석을 하지 않았다. 한두 마디 말로 해석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병원을 나서려는데 의사 선생님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친아들이라고 해도 학대는 불법이에요.” 심유진은 멈칫했지만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심유진이 별이를 안고 다급하게 호텔에서 나가는 장면을 허태준도 모니터로 확인했다. 허태준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심유진을 따라다니던 보디가드도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심유진이 탄 택시를 쫓아 병원에 도착한 후 별이의 진료를 맡은 의사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엄마가 아이를 학대한 상황이라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허태준은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당연히 다른 사람으로 인해 생긴 것일 것이다. 그리고 정소월을 맡은 보디가드들이 그녀가 경찰서에 불려 갔다고 전달하고 나서야 별이를 다치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명확해졌다. 허태준이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줬다. 매서운 눈매가 더욱 차갑게 보였다. 허태준은 먼저 여형민을 찾았다. “경찰 쪽에 얘기해서 정소월 며칠 더 구금시키라고 해. 일단 석방시키지 마.” 여형민은 놀란 눈치였다. “정소월이 또 감방에 들어간 거야?” 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여형민의 목소리가 많이 차가워졌다. “정소월 쪽은 내가 더 신경 써볼게. 저녁에 별이
이는 심유진의 집에 가서 그녀를 걱정해 주는 동시에 그녀에게 사람을 붙였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허태준이 찾은 가장 적합한 명분이었다. “그래서 석방시켰어요?” 심유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자신이 허태준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허태준과 정소월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 석방시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정소월이 이번에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심유진은 아마 바로 본사에 신청해서 유럽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업이나 미래보다 아들의 목숨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 “아니요.” 허태준의 대답에 심유진은 마음이 놓였다. “전 이 일에 끼어들지 않을 거예요.” 허태준이 맹세했다. “경찰분들에게 넘겨야죠.”허태준이 끼어들지 않는다면 정소월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고마워요.” 심유진이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허태준은 너무 속상했다. 이럴 때일수록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제삼자의 신분으로 심유진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허태준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심유진은 그 사과가 허태준이 정소월을 대신해하는 사과라고 생각했다. “태준 씨랑은 상관없는 일인걸요.” 심유진이 억지로 웃어 보였다. 여형민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별이는요?” 여형민이 고개를 빼 들며 방안을 쳐다봤다. 비록 병원에서 가벼운 타박상이라고 얘기했지만 별이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잠들었어요.” 심유진이 침실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들어오세요. 제가 불러올게요.” “잠시만요.” 허태준이 심유진의 손목을 잡았다. 냉기로 가득한 거실에서 허태준의 차가운 손끝이 손에 닿았다. “그냥 자게 두세요.” “괜찮아요.”심유진이 살며시 잡힌 손을 빼내며 뒤로 물러섰다. “어차피 깨워서 저녁 먹이려고 했어요.” 허태준도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 여형민과 허태준은 거실에서 기다렸고 심유진은 별이
심유진이 조금 버거워하자 허태준이 얼른 일어나 별이를 받아 안았다. “별아...” 허태준은 별이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목이 메었다. “삼촌.” 허태준은 별이 앞에서 눈빛에 어린 살기를 감추려 노력했다. 자신의 아들을 건드린 정소월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허태준은 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아직도 아파?” 허태준이 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자상하게 물었다. 여형민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부자간의 정은 무시 못 한다더니 결벽증이 그토록 심한 허태준도 이 순간만큼은 결벽증을 극복한 것 같았다. 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방 안에 있는 세 명의 어른 모두 주먹을 꽉 쥐었다. 허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울분을 감췄다. “삼촌이 상처 좀 봐도 될까?” 허태준이 조심스레 묻자 별이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허태준은 떨리는 손으로 별이의 옷을 들췄다. 허리와 등에 모두 멍이 가득했다. 허태준의 눈빛에 한기가 흘렀다. 옆에 앉아있던 여형민마저도 그 모습을 보며 표정이 굳었다. 허태준은 그 상처들을 만져보려다가 혹시 별이가 아파할까 봐 그만뒀다. “미안해.” 허태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정소월이 미웠지만 자기 자신이 더욱 증오스러웠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왜 이토록 분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별이와는 고작 몇 번 만난 것이 다인데 아무리 정이 들었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식사 준비는 다 됐어요?” 심유진의 시선을 느낀 여형민이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심유진은 그제야 하다 만 요리가 떠올랐다. “아니요, 별이랑 잠시만 놀아주세요.”심유진이 얼른 주방으로 들어갔다. 심유진이 간 뒤에야 허태준은 마음 놓고 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는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며 별이가 말했다. “삼촌은 아빠 같아요.” 허태준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심유진은 허태준과 여형민에게 저녁식사를 함께하자고 권했지만, 예상외로 그 둘이 먼저 거절했다. “일이 있어서 다음에 같이 먹어요.” 허태준은 말을 마치고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고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별아, 안녕,”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유달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심유진은 갑자기 빨라지는 심장 박동소리에 얼른 고개를 숙이며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했다. 여형민은 그런 심유진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 별이는 허태준에게 손을 저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삼촌, 잘 가.” 별이는 입맛이 없는지 몇 입 먹지도 않고 젓가락을 내려놨다. “나 배불러.” 별이가 눈치를 보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말 배불러.” 심유진과 하은설 모두 늘 별이에게 관대했지만 음식을 낭비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았었다. 별이도 평소에 음식을 남긴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특수 상황이었기에 심유진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냥 밥도 잘 먹지 못하는 별이를 보며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배부르면 그만 먹어도 돼.” 심유진은 남은 밥을 자신의 그릇에 덜어놓았다. “TV 볼래? 애니메이션 틀어줄까?” 별이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기운을 차린 별이를 보며 심유진도 웃음을 지었다. 심유진도 식사량이 많은 건 아니었기에 남은 밥을 억지로 먹어버렸다. 별이와 함께 TV를 보다가 심유진은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본사의 상사에게 오늘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상사도 심유진의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해 줬다. “괜찮아요? 정 힘들면 다시 본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제가 신청해 볼게요.”심유진도 본사로 돌아갈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소월이 풀려날까 봐 두려워서였다. 허태준이 정소월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니 이제 와서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괜찮아요. 근데 전에 제가 신청한 보디가드는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할까요?”“내일이요.” 상사가 드디어 정확한 답변을 줬다.
심유진은 마음이 아팠지만 일부러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별아, 엄마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나…” 별이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흘렀다. “나도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울면서 얘기하느라 발음이 똑똑하지 않았지먼 심유진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방금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원래는 고아였던 아이가 자신의 친아빠를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 떠올랐다. 전에 하은설은 그 부분을 보면서 펑펑 울었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애초에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친아빠를 찾는 것에 미련이 없었다. 그저 별이가 생각이 많아질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전에 봤을 때 별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심유진은 별이도 자신처럼 아버지의 존재를 딱히 바라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오늘 보니 그 생각은 틀린 것 같았다. 아마 예전에 볼 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랬을 것이다. “왜 아빠가 보고 싶어? 엄마랑 이모로는 부족해?” 심유진이 물었다. 사실 이런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심유진은 5년을 준비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매우 침착할 줄 알았는데 정말 일이 닥치니 당황스러워져 준비해 둔 대사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빠는 강하니까 엄마랑 나 지켜줄 수 있잖아.” 울먹이며 한 말이지만 심유진의 마음속에 가시가 되어 박혔다. 심유진도 눈물을 흘릴뻔했다. 심유진은 엄마도 널 지킬 수 있다고 얘기하려 했지만 오늘 그 일이 있고 나서 심유진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별이의 몸과 마음에 자신이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했다. “엄마…” 별이가 심유진의 손을 잡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아빠 찾아주면 안 돼?” 심유진운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빠를 찾아주기도 싫었다. “엄마가 조금 생각해 봐도 될까?” “얼마나?” 은근슬쩍 미루려고 했는데 별이는 매우 날카로웠다. 심유진은 별이를 설득했다. “아빠를 찾는 일은 별이한테 장난감을
별이의 친아빠가 누구인지는 심유진조차도 아직 모르고 있는데 하은설이 어떻게 알수 있을까. 당황한 하은설이 별이에게 되물었다. “그건 왜?” “나 아빠 찾고 싶어.” 하은설은 깜짝 놀랐다. 일단 심유진에게 이 사실을 얘기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별이를 달래는 것이 먼저였다. “왜 갑자기 아빠를 찾고 싶은 거야?” 별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빠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냥.” 별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한 번도 하은설에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없었던 아이였다. 다섯 살이 아니었다면 사춘기가 아닐지 의심했을 것이다.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은설이 별이를 살살 달래며 얘기를 들으려고 했다. 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엄마가 혼자 고생하는 게 싫어.” 하은설은 순간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릴뻔했다. “이모도 별이 마음 다 알아.” 사실 하은설도 정말 별이와 같은 마음이었다. 전에도 여러 번 심유진에게 믿을만한 남자를 만나라고 얘기한 적 있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때마다 거절했다. 아마 두 번의 혼인이 심유진에게 준 충격이 컸던 탓인지 심유진은 그 누구와도 감정을 쌓아보려 하지 않았다. “난 별이만 있으면 돼.”심유진은 항상 이렇게 말했지만 별이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근데 아빠를 찾으려면 먼저 엄마랑 얘기해 봐야 할 텐데 얘기했어?” 하은설이 묻자 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생각해 보겠대.” 하은설은 심유진을 잘 알았다. 아마 당장 별이를 달래기 위해 해본 말일 것이다. 하지만 별이를 실망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럼 우리 엄마를 조금 기다려 볼까?” “이모.” 별이는 다 아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속이지 마. 엄마가 아빠 안 찾아줄 거라는 거 나도 알아.” 하은설이 놀라서 얼른 해명했다. “무슨 소리야! 엄마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면서. 그럼 꼭 약속을 지킬 거야.” 단지 그 생각의 결과가 별이가 원한 방향이 아닐
“이모 또 거짓말!” 별이가 화를 냈다. “거짓말 아니야!” 하은설이 두 손을 들어 맹세했다. 그러고는 그 책임을 심유진에게 넘겼다. “너네 엄마가 한 번도 알려준 적 없어.” 별이에게 사실을 알려줄 수는 없으니 이런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별이가 심유진에게 아빠가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별이는 아직도 의심하는 눈치였다. “엄마랑 아빠가 결혼할 때도 못 봤어?” 결혼식을 할 때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가서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별이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봤었다. 엄마는 가족이 없고 친한 친구는 하은설뿐이니 결혼식에 이모가 참석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모는 미국에 있고 별이 엄마는 국내에 있었어. 둘 다 바빠서 연락도 잘 못할 때여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도 못 들었고. 별이 엄마가 이혼하고 미국에 온 다음에 이모랑 다시 친해진 거야. 근데 별이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고 이모도 물어보지 못했어. 그러니까 별아, 아빠는 안 찾는 게 어때? 엄마가 이혼한 것도 다 별이 아빠가 큰 잘못을 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러니까 별이가 아빠를 찾는 게 오히려 엄마를 속상하게 만드는 일일 것 같은데?” 별이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아빠를 찾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럼...” 하지만 별이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우리 엄마가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알아?” 사실 이 질문도 하은설은 대답하기 힘들었다. 심유진이 좋아했었던 남자는 두 명, 조건웅과 허태준이었다. 이 두 명은 성별만 같을 뿐이지 다른 부분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심유진은 허태준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조건웅과 이혼하고 나서는 대구에서 계속 출근했으면서 허태준과 이혼하니 미국까지 날아온 것만 봐도 알수 있었다. “어... 잘생긴 사람?” 하은설이 대답했다. 허태준처럼 잘생긴 사람이라면 심유진은 좋아할 것이다. 별이가 그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