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과 부총지배인은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졌다.부총지배인은 그녀의 지시대로 로비로 갔고 그녀는 제일 위층 사무실로 갔다.별이는 놀다 지쳤는지 소파에서 잠들었다.그녀의 사무실에는 담요가 없었다. 심유진은 별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깨웠다.“집에 가자.”그녀는 모든 파일을 저장하고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 별이의 손을 잡고 내려왔다.그녀는 미리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들이 호텔을 나왔을 때 차는 이미 문어구에 있었다.심유진이 차를 타고 문을 닫으려 하려는 찰나 한 손이 불쑥 들어와 차 문을 잡고 있었다.“잠깐만.”허태준은 차 문을 열고 심유진의 의아한 눈빛 하에 미안하다는 듯이 웃고 말했다.“술을 마셔서 차를 몰지 못해서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태워 주시겠나요?”그들은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같은 길이긴 했다.심유진이 거절을 한다면 너무 티가 나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고맙습니다.”허태준은 앞쪽 조수석에 앉았다.그는 무심결인 척 물었다.“별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았나요?”심유진의 마음은 철렁했다. 어떻게 대답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별이가 입을 열었다.“며칠 전 엄마랑 영화 보러 갔는데 차에 치일 뻔했어요. 엄마가 트라우마가 생겨서 운전하지 못해요. 그래서 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지 못해서 청가를 내줬고 기사아저씨한테 출퇴근을 부탁했어요.”심유진은 일이 그릇되고 있음을 알아챘다.얘는 무슨 아무 얘기나 다 하고 다니지?아니나 다를까 허태준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그는 이마를 찌푸리고 물었다.“차에 치일뻔하다니? 어떻게 된 거야?”“아마 운전사가 술을 많이 마셔서 길을 잘못 보고 저랑 별이를 칠뻔한 것 같아요.”심유진은 덤덤히 말했다.허태준은 믿지 않았다.사고라면 그녀는 자신의 차를 운전하지 않을 리 없다. 별이를 시시각각 옆에 끼고 다니지도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그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아 하는것 같으니 그도 모른 척 해야 했다.“신고는
별이는 재빨리 받았다.“여삼촌~”별이는 달콤하게 불렀다.허태준의 마음은 시큼해났다.“별이야 나야.”차가운 목소리에는 간만에 온도가 느껴졌다.그는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별이의 프로필 사진을 봤다. 그 사진을 통해서 본인을 보는것 같았다.“아!”별이는 당황했지만 금방 덧붙혔다.“허삼촌 안녕하세요~”허태준은 허삼촌이라는 칭호가 만족스럽지 못했다.하지만...당분간은 이래야만 했다.“별이야. 삼촌이랑 엄마랑 치일뻔한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어? 예를 들면 언제?어디서?”허태준은 인내심이 있게 별이를 유도했다.별이는 기억력이 좋아 시간과 지점을 금방 얘기해줬다.허태준은 핸드폰을 여형민한테 넘겨주었다. 여형민은 알아채고 그 쇼핑몰그룹 대표한테 전화를 걸었다.몇분뒤 그는 전화를 끊고 허태준한테 OK 사인을 보냈다.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별이와 계속 얘기했다.“너랑 엄마랑 다쳤어?”“아뇨. 다행히 엄마가 빨리 달아났어요!”그날을 되새기니 별이는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너무 무서웠어요!”가슴이 두근거리기는 허태준도 마찬가지였다.“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그는 별이한테 약속했다.그들은 몇마디 더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심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별이야, 샤워하고 있니?”별이는 급급히 전화를 끊었다.허태준은 그제야 전화를 여형민한테 돌려주었다.“CCTV는 늦어도 내일 오후까지 메일로 보내준대.”여형민은 말했다.“그래.”허태준은 전화를 받고 여형민한테 당부했다.“사람을 붙혀 심유진과 별이를 따라다니게 해.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나한테 보고를 하고. 요즘 게임을 론칭을 해야해서 나는 매직큐브쪽도 주시해야 하니까 네가 좀 수고를 해줘야겠어.”여형민은 그의 부탁 어린 말투에 적응하지 못했다.“수고는 뭔 수고야. 심유진은 내 친구이기도 해.”여형민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말했다.“너는 니 일에나 전념을 해. 이쪽은 나한테 맡기고.”허태준은 소리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감
“당황하지 말구요.”심유진은 숨을 들이쉬면서 조수를 위로했다.“당신 탓이 아닙니다. 별이를 본 사람들이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저는 경비처에 전화를 할게요. 먼저 끊을게요.”그녀는 경비처에 전화를 걸면서 문어구쪽으로 걸어갔다.호텔의 출입구는 두 곳이었다. 하나는 정문에, 하나는 뒷쪽 응급 출입문이다─하지만 이 문은 평소에 열지 않았다.별이가 납치되었다 하더라도 별이를 데리고 나가기 위해서는 이 두 출구중 하나는 지나야 했다.그녀는 경비처더러 레스토랑이 있는 층의 CCTV를 확보하게 하고 사람을 보내 이 두문을 지키게 하였다.“소식이 있으면 즉시 저한테 전화를 하세요.”그녀는 말했다.심유진은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았다. 그녀는 눈이 빠지게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의 앞을 지나는아이는 하나도 빠짐없이 훑어보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별이는 보이지 않았다.경비처에서도 소식이 없었다.심유진의 불안한 마음은 점점 깊어졌다. 눈꺼풀도 뛰기 시작했다.한 시간이 지나자 경비처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심매니저님 아드님을 찾았어요! 이상한 차림새를 한 사람이 1503방으로 데려갔습니다. 저희가 가서 볼까요?”심유진은 10센치짜리 하이힐을 신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바로 안내데스크로 달려갔다.“그래요! 지금 바로 가세요! 저도 금방 갈게요!”그녀는 줄에 끼어들어 입주등기를 하려는 손님들의 앞에 서서 명령했다.“1503 방키를 주세요!”조절하지 못한 높은 목소리는 안내데스크의 직원들을 놀라게 하였다.“네, 심매니저님!”안내데스크에서는 제일 빠른 속도로 방키를 건넸다.심유진은 받자마자 다른 사람들을 밀치면서 엘리베이터로 비집고 들어갔다.다른 사람들의 원망과 풍자를 뒤로 한 채 올라가고 있는 스크린 숫자만 보고 있었다.숫자가 15가 되는 순간 그녀는 앞의 사람들을 제치고 달아나갔다.“아니 왜 저래!”“뭐가 저렇게 급해!”...심유진은 다른사람의 불평과 악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1503번방은 엘리베이터와 가까워
호텔 경비원도 마침 도착했다.발소리가 문어구에서 들려왔다.“심매니저님!”경비원 한팀이 쳐들어왔다.“먼저 제 아들을 데리고 나가주세요!”심유진은 책상아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별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경비원 한명이 다가가 별이를 안아 올렸다.나머지 경비원도 심유진의 옆을 에워싸 심유진이 누르고 있고 여인을 제압하였다.그 여인은 힘 있게 반항을 하였다. 심유진은 넘어질 뻔했다.심유진은 침대를 내려와서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를 하려 했다.그녀가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리자 그 여인은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다.“경찰에 신고하지 마!”이 목소리는...평소와 다르더라도 심유진은 알아챌 수 있었다─“정소월씨?”그녀는 침대로 돌아와 경비원더러 그 여인의 모자를 벗게 하였다.정소월의 얼굴이 드러났다.“진짜 당신이야!”심유진은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다.그녀가 돌아오고부터 지금까지 만난 지인들중 정소월만이 별이를 납치할 동기가 있었다.정소원은 고개를 들어 핏기 어린 눈으로 심유진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래 나야!”그녀는 당당했다. 심유진한테 들킨 것이 두렵지 않은 듯 말했다.“다 너와 네 잡종 아들 때문이야!”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희들이 아니면 허태준 씨가 왜 내 베이비를 뺏어가겠어!”별이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시종 심유진의 마음속을 누르고 있었다.정소월이 말한 잡종은 심유진을 분노케 했다.“다시 말해봐!”심유진은 정소월의 뺨을 때렸다.정소월은 곱게 자라 피부가 일반 사람보다 여렸다. 심유진이 세게 때리자,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고 붓기 시작했다.정소월의 눈에는 눈물이 아른거렸다.심유진앞에서 쪽팔리고 싶지 않아 그녀는 억척스레 입술을 깨물어 눈물이 흐르지 못하게 하였다.“니 아들은 애비가 없는 잡종이야!”그녀는 차게 웃으면서 악독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심유진은 또 정소월의 뺨을 갈겼다.“정소월. 지금 여기는 내 바닥이야. 너는 또 내 손에 잡혔고. 내가 오늘 너를 죽인다 해도 다들 입하나 뻥긋하지
정소월이 발로 차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심유진은 별이에게 입을 맞추며 낮게 물었다. “많이 아파?” 별이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안 아픈 건지 심유진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심유진은 1층으로 내려가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갔다. 별이는 멍이 좀 들긴 했지만 다행히 별로 다치지 않았다. 의사가 심유진에게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다쳤어요?” 의사 선생님의 눈에는 의심과 질책의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별다른 해석을 하지 않았다. 한두 마디 말로 해석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병원을 나서려는데 의사 선생님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친아들이라고 해도 학대는 불법이에요.” 심유진은 멈칫했지만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심유진이 별이를 안고 다급하게 호텔에서 나가는 장면을 허태준도 모니터로 확인했다. 허태준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심유진을 따라다니던 보디가드도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심유진이 탄 택시를 쫓아 병원에 도착한 후 별이의 진료를 맡은 의사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엄마가 아이를 학대한 상황이라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허태준은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당연히 다른 사람으로 인해 생긴 것일 것이다. 그리고 정소월을 맡은 보디가드들이 그녀가 경찰서에 불려 갔다고 전달하고 나서야 별이를 다치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명확해졌다. 허태준이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줬다. 매서운 눈매가 더욱 차갑게 보였다. 허태준은 먼저 여형민을 찾았다. “경찰 쪽에 얘기해서 정소월 며칠 더 구금시키라고 해. 일단 석방시키지 마.” 여형민은 놀란 눈치였다. “정소월이 또 감방에 들어간 거야?” 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여형민의 목소리가 많이 차가워졌다. “정소월 쪽은 내가 더 신경 써볼게. 저녁에 별이
이는 심유진의 집에 가서 그녀를 걱정해 주는 동시에 그녀에게 사람을 붙였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허태준이 찾은 가장 적합한 명분이었다. “그래서 석방시켰어요?” 심유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자신이 허태준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허태준과 정소월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 석방시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정소월이 이번에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심유진은 아마 바로 본사에 신청해서 유럽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업이나 미래보다 아들의 목숨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 “아니요.” 허태준의 대답에 심유진은 마음이 놓였다. “전 이 일에 끼어들지 않을 거예요.” 허태준이 맹세했다. “경찰분들에게 넘겨야죠.”허태준이 끼어들지 않는다면 정소월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고마워요.” 심유진이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허태준은 너무 속상했다. 이럴 때일수록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제삼자의 신분으로 심유진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허태준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심유진은 그 사과가 허태준이 정소월을 대신해하는 사과라고 생각했다. “태준 씨랑은 상관없는 일인걸요.” 심유진이 억지로 웃어 보였다. 여형민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별이는요?” 여형민이 고개를 빼 들며 방안을 쳐다봤다. 비록 병원에서 가벼운 타박상이라고 얘기했지만 별이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잠들었어요.” 심유진이 침실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들어오세요. 제가 불러올게요.” “잠시만요.” 허태준이 심유진의 손목을 잡았다. 냉기로 가득한 거실에서 허태준의 차가운 손끝이 손에 닿았다. “그냥 자게 두세요.” “괜찮아요.”심유진이 살며시 잡힌 손을 빼내며 뒤로 물러섰다. “어차피 깨워서 저녁 먹이려고 했어요.” 허태준도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 여형민과 허태준은 거실에서 기다렸고 심유진은 별이
심유진이 조금 버거워하자 허태준이 얼른 일어나 별이를 받아 안았다. “별아...” 허태준은 별이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목이 메었다. “삼촌.” 허태준은 별이 앞에서 눈빛에 어린 살기를 감추려 노력했다. 자신의 아들을 건드린 정소월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허태준은 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아직도 아파?” 허태준이 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자상하게 물었다. 여형민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부자간의 정은 무시 못 한다더니 결벽증이 그토록 심한 허태준도 이 순간만큼은 결벽증을 극복한 것 같았다. 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방 안에 있는 세 명의 어른 모두 주먹을 꽉 쥐었다. 허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울분을 감췄다. “삼촌이 상처 좀 봐도 될까?” 허태준이 조심스레 묻자 별이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허태준은 떨리는 손으로 별이의 옷을 들췄다. 허리와 등에 모두 멍이 가득했다. 허태준의 눈빛에 한기가 흘렀다. 옆에 앉아있던 여형민마저도 그 모습을 보며 표정이 굳었다. 허태준은 그 상처들을 만져보려다가 혹시 별이가 아파할까 봐 그만뒀다. “미안해.” 허태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정소월이 미웠지만 자기 자신이 더욱 증오스러웠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왜 이토록 분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별이와는 고작 몇 번 만난 것이 다인데 아무리 정이 들었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식사 준비는 다 됐어요?” 심유진의 시선을 느낀 여형민이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심유진은 그제야 하다 만 요리가 떠올랐다. “아니요, 별이랑 잠시만 놀아주세요.”심유진이 얼른 주방으로 들어갔다. 심유진이 간 뒤에야 허태준은 마음 놓고 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는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며 별이가 말했다. “삼촌은 아빠 같아요.” 허태준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심유진은 허태준과 여형민에게 저녁식사를 함께하자고 권했지만, 예상외로 그 둘이 먼저 거절했다. “일이 있어서 다음에 같이 먹어요.” 허태준은 말을 마치고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고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별아, 안녕,”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유달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심유진은 갑자기 빨라지는 심장 박동소리에 얼른 고개를 숙이며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했다. 여형민은 그런 심유진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 별이는 허태준에게 손을 저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삼촌, 잘 가.” 별이는 입맛이 없는지 몇 입 먹지도 않고 젓가락을 내려놨다. “나 배불러.” 별이가 눈치를 보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말 배불러.” 심유진과 하은설 모두 늘 별이에게 관대했지만 음식을 낭비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았었다. 별이도 평소에 음식을 남긴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특수 상황이었기에 심유진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냥 밥도 잘 먹지 못하는 별이를 보며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배부르면 그만 먹어도 돼.” 심유진은 남은 밥을 자신의 그릇에 덜어놓았다. “TV 볼래? 애니메이션 틀어줄까?” 별이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기운을 차린 별이를 보며 심유진도 웃음을 지었다. 심유진도 식사량이 많은 건 아니었기에 남은 밥을 억지로 먹어버렸다. 별이와 함께 TV를 보다가 심유진은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본사의 상사에게 오늘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상사도 심유진의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해 줬다. “괜찮아요? 정 힘들면 다시 본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제가 신청해 볼게요.”심유진도 본사로 돌아갈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소월이 풀려날까 봐 두려워서였다. 허태준이 정소월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니 이제 와서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괜찮아요. 근데 전에 제가 신청한 보디가드는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할까요?”“내일이요.” 상사가 드디어 정확한 답변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