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했어?” 허태준은 실눈을 뜨고 심유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결혼을 해서부터 이혼을 원했다는 것을. 지금 이렇게나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이 기회를 잡지 않을 리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그의 가슴은 무언가에 잡힌듯했다. 호흡도 모르는 사이에 늦춰졌다.그의 눈빛 때문에 심유진은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는 제 발이 저려 얼굴을 돌렸다.허태준의 안색은 더욱 안 좋아졌다.그의 얇은 입술에서는 차가운 말이 나왔다.”기뻐?”심유진은 다리 위에 놓여진 두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등골이 오싹해났다.말라 터진 아랫입술을 핥고는 그의 첫 번째 질문에 대답했다.”동의하지 않았어요.”그녀의 대답은 허태준의 생각 밖이었다.그는 이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 심장이 모르는 사이에 더 빨리 뛰는 것 같았다.“왜?”그의 얼굴은 딱딱했고 입가에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나랑 줄곧 이혼하고 싶어 했잖아?”당신이 당연히 동의하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심유진은 마음속으로 얘기할 뿐 입밖 에 내놓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허 아주머니가 허태준한테 압박을 해주셨으면 했는데 허 아주머니는 이해심이 너무 많아 그녀의 계획은 더 진행할 수 없었다.심유진은 억지웃음을 하고는 말했다.”태준씨와 정소월씨의 관계를 성사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고맙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허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치자,그녀는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엄마랑 심연희는 우리가 이혼하기를 바래요! 저를 또 어느 돈 많은 이상한 남자한테 팔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이렇게 일을 벌일수록 그들의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그녀가 허태준과 결혼한 목적이 바로 심씨 일가의 결혼에 대한 강요를 피하려는 것이였다.이 이유라면 그는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기뻐하지도 않을 것이고.허태준은 시선을 돌려 발끝을 바라보면서 아무 표정 없이 물었다.”엄마는 뭐라셔?”“어머님이 우리더러 결정을 하래요. 하지만 우리가 이혼하지 말았으면 하
허태준은 싸늘한 소리를 내고는 큰 걸음으로 서재를 향했다.그는 문을 닫고 전화를 걸었다.”랙돌 한 마리 사서 정소월한테 갖다줘. 오늘 당장.”“아무거나. 비쌀수록 좋아.”“그리고 허태서쪽은 바짝 따라붙도록 해.” **저녁을 먹고 나서 정소월은 또 영상통화를 걸어왔다.허태준은 여전히 거실에 앉아있었다. 그러고는 심유진 앞에서 받았다.그는 여전히 이어폰을 하지 않았다. 정소월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선명히 전해졌다. 심유진은 듣지 않는척하기도 어려웠다.“태준 씨~고양이를 받았어요~”정소월은 초코와 비슷한 크기의 랙돌을 안고 고양이의 한쪽 발을 들고 허태준과 인사를 했다.허태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맘에 들어?”“응...”정소월은 머뭇거렸다.허태준의 얼굴에 띈 미소는 줄어들었다.”왜,맘에 안 들어?”“맘에 들기는 한데...”정소월은 머뭇거렸다.”근데...태준씨 집에 고양이가 더 이쁜 것 같아~멍한 게 멍청하게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그럼 사람 불러서 다시 한 마리 사다 줄게.”허태준은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아니야~”정소월은 손사래를 치면서 거절했다.”랙돌이 비싼 데 돈낭비 하지 마요! 한 마리면 돼요. 많으면 돌보기 힘들 것 같아요.”“진짜 괜찮아?”허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진짜 괜찮아요! 근데 태준 씨 집에 고양이를 좀 더 보여줄 수 있나요?얼굴이 너무 맘에 들어!”듣자마자 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이 시각 초코는 심유진의 무릎에 엎드린채 등에 털을 핥고 있었다. 아직 위험이 닥친 줄을 모르고 있었다.심유진은 초코를 내주기 싫었다. 하지만 허태준의 기가 너무 세서 그녀는 거절하지 못했다.허태준은 초코의 목덜미를 잡고 얼굴 근처로 잡아 올렸다.정소월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물었다.”이름이 뭐예요?”허태준은 대답했다.”초코.”“이름이 너무 예쁘다~심유진 씨가 지어줬죠?”“응.”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소월은 핸드폰 액정을 통해 불렀다.”초코야~”초
심유진의 말은 저주와도 같아 거실은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크게 들려오는 소리에 정적은 깨졌다.심유진은 놀라서 몸을 떨었다.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허태준의 핸드폰이 천장을 향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스크린은 검게 변했고 거미줄같이 깨져 있었다.“더 이상 그 입에서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나오지 않게 해.”허태준은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면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힘 있게 그녀의 턱을 잡았다.심유진은 그의 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짙었고 마치 그늘이 진 것만 같았다.“우리의 결혼은 한차례의 거래야.”허태준은 거래라는 두 글자를 힘 있게 뱉었다.”너만 이득을 보고 쏙 빠져나갈 수는 없어.”심유진은 반박했다.”태준씨가 정소월씨와 결혼하면 목적에 도달하는 것 아니었나요?더우기 정소월씨야말로 태준 씨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우리 가족이 소월이를 안 좋아해.”허태준은 눈을 반쯤 떴다. 주위의 위험한 기운은 심유진더러 저도 몰래 뒤로 움츠러들게 했다--허태준은 그녀를 다시 잡아당겼다.“그리고 당신은 우리 엄마의 인정을 받았지.”그의 코끝과 그녀의 거리는 이 센치에 불과했다.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그와 닿게 된다.심유진은 침을 삼키고 물었다.”이렇게 계속 정소월씨를 끌고만 있을 건가요?”사실 진짜 묻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이대로 저를 희생시키려는 거예요?”하지만 그녀는 이런 질문을 할 자격이 없었다.애당초 그녀가 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그때 그녀는 허태준을 좋아하게 된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과의 한평생도 상관이 없었다.순수한 거래였다면 그녀는 어떠한 후회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거래에는 감정이 섞여있었다...그녀가 아무리 노력한들 허태준과 정소월사이의 친밀함을 못본척할수가 없었다.더욱 질투때문에 조여오는 마음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명분을 바라지 않아.”허태준은 심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시선
**허태준은 초코를 정소월에게 보냈다. 그 대가로 정소월의 고양이를 심유진에게 갖다줬다.객관적으로 보면 정소월의 고양이도 이쁘고 귀여웠다. 처음부터 집에 들어온 고양이가 이 고양이라면 심유진도 친아들처럼 아껴줬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가설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초코가 있다.그래서 새로 온 고양이에 대한 심유진의 태도는 그저 그랬다.물론 그녀는 이 고양이에게 푸대접하지는 않을 것이다--푸대접하지 않을 뿐이다.고양이와 주동적으로 같이 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고양이를 다리에 안아올려 쓰다듬지도 않을 것이며 야옹 하고 울면서 애교를 부릴 때도 일부러 멀리 떨어져 그 어떠한 친밀한 접촉도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와 반대로 허태준은 이 고양이를 초코보다 더 아꼈다.아마도--그녀가 원래의 허태준으로 변했고 허태준이 원래의 그녀로 변한 것이다.심유진은 허태준이 갑자기 변한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다--원래 정소월의 고양이라서 아니면 단지 자기가 돈을 주고 산 거라서?이유가 어쨌든 간에 그녀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일주일 후 허 아주머니는 그들의 집으로 왔다.“계속 오지 않은 것은 너희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기 때문이야.”허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전화가 없으니 기다리다 못해...”허아주머니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얘기해 봐.너희 두 사람의 결정은 뭐니?”“시름 놓으세요. 이혼하지는 않을 거예요.”심유진은 웃었다.그날 허태준이 그렇게 견결하게 얘기하니 그녀도 마음을 접는 수밖에 없었다.허 아주머니는 그제야 웃었다.“그래 좋아!”허 아주머니는 심유진의 손을 잡고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이제야 두 발 뻗고 잘 것 같구나!”심유진은 입술을 다문 채 웃었다.케이지 안에 갇혀있던 아기고양이가 어느새 나와 심유진의 발끝까지 걸어왔다. 그리고는 머리로 그녀의 다리를 문지르며 소리 내 울었다.심유진은 스윽 보고는 못본척 했다.허 아
허 아주머니는 심유진의 소원대로 고양이를 데려갔다.저녁에 허태준이 돌아오자,밥도 먹지 않은 채 거실을 한 바퀴 돌면서 걱정스레 불렀다.”초코!”--그가 고양이에게 붙여준 이름 역시 초코였다.심유진은 마음속이 불편해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허태준은 고양이를 찾지 못하자 침실, 서재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유진이 있는 주방으로 왔다.심유진은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초코가 보내진 후 그녀는 거의 그와 말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물었다.”초코 봤어?”“초코?” 심유진은 비웃는 미소를 띠고 물었다.”초코는 정소월씨한테 보내줬잖아요?”허태준은 말문이 막혔다. 이윽고 어두운 얼굴을 하고 차갑게 말했다.”내 초코 말이야.”그는 “내”라는 글자에 힘을 줬다.“아.”심유진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어머님보고 데려가서 키우라고 했어요.”허태준의 눈은 더욱 차가워졌다.“왜 나랑 상의도 하지 않은 거지?”그는 질문했다.“내 고양이를 보낼 버릴 때도 나랑 상의하지 않았잖아요?”심유진은 경멸하면서 비웃었다.”저도 그냥 따라 해 봤어요.”허태준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그는 돌아서서 큰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심유진이 반응했을 때는 이미 문이 쾅 하고 닫힌 뒤였다.심유진은 일찍 씻고 침대에 누웠다.허 아주머니는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막아 나섰지만 태준이가 기어코 고양이를 데려갔지,뭐니.”심유진은 허태준이 이 고양이한테 이렇게 집착할 줄은 몰랐다.**이튿날.허 아주머니는 심유진한테 사과하러 왔다.심유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태준씨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보내기 싫었나 봐요. 어제 고양이를 데려가라고 한 것은 제가 경솔했어요.”허 아주머니는 놀랐다.”태준이가...이 고양이를 좋아한다고?”허 아주머니의 인상속에 허태준은 절대 먼저 털이 날리는 동물을 만지지 않았다.심유진의 말대로라면 예전의 초코도 허태준한테서 이쁨을 받은 적이 없었다.“네.”심유진은 케이지 안에서 곤히 자고있는 아기 고양이를 보면서 말했다. 보고 있
“나가서 쇼핑이라도 하자꾸나.”허아주머니는 제의했다.“봄인데 옷을 좀 사야지.”심유진은 나가고 싶었다.하지만 쇼핑이라...“불편하지 않을까요?”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 보았다.“불편하긴 뭐가 불편해?”허아주머니는 개의치 않아 했다.“오늘이 월요일이라 쇼핑몰에 사람이 몇 없을 거다.”심유진은 안심하고 허아주머니를 따라나섰다.**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을 데리고 경주 최고 고급인 쇼핑몰로 데려갔다.여기에 입주해 있는 가게는 다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브랜드였다.이 쇼핑몰은 원래 사람이 적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더 적었다.스태프 외에 고객을 몇 보지 못했다.허아주머니는 여기 단골이었다.탑 브랜드 안내원들도 다 허아주머니를 알고 있었다.안내원들은 자신의 친어머니를 본 듯 다가와서 팔을 안고 안부를 물었으며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오늘은 내 옷을 사러 온게 아니예요.”허아주머니는 안내원의 추천을 끊어내고 휠체어에 앉은 심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떤 옷들이 내 며늘아가한테 어울릴지 추천 좀 해주세요.”안내원은 지시를 받고 목표물을 심유진으로 바꿨다.심유진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그녀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을 묻고는 수십가지 옷을 내와 입어보게 하였다.허태준의 까탈스러움과 달리 심유진은 매한가지 옷을 입을 때마다 허아주머니는 연신 “곱다”를 외쳤다.심유진이 피팅을 다 하고 나서 피팅한 모든 옷을 결제해줬다.안내원의 웃음바다인 얼굴을 보자 심유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허씨집안의 진짜 며느리였다면 태연스레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녀는 아니였다.그래서...“어머님,너무 많아요.”그녀는 조용하게 허아주머니를 타일렀다.“이렇게 많은 옷을 사가면 다 입어보지도 못해요.”“입지 못하기는?”허아주머니는 두둑한 지퍼백을 손에 들고 말했다.“하루하루 바꿔서 입어!매일 새옷을 입고!허씨집안의 며느리가 되어서 옷을 못 입으면 그게 바로 허씨 집안의 망신이다!”심유진은 말문이 막혔다.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을 데
삼층 펫샵은 두 개의 럭셔리 매장만큼만 했다. 다른 샵처럼 쇼핑몰 어느 구석에 있는것이아니었다.외벽에는 고양이 그림이 있었고 안의 인테리어도 똑같이 귀여웠다.심유진은 들어서자마자 벽면을 가득 채운 고양이를 가둬놓은 전열장에 이끌렸다.“거기는 전부 손님들이 위탁을 하신 고양이들이예요~”고양이귀 핀을 하고 고양이 무늬가 있는 앞치마를 한 아가씨가 다가와서 말해줬다.“고양이를 사시려면 이쪽으로 오세요~”그녀는 옆에 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심유진은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아니예요.그냥 보는 거예요.”아가씨는 그녀를 내쫓지도 않고 귀찮은 내색도 하지 않았다.“네,천천히 둘러보세요~”아가씨는 여전히 친절했다.여기 고양이 샵이 이름이 있는 곳인지 위탁 온 고양이들이 많았다.심유진은 한마리 한마리 바라보다가 마지막 전열장 제일 오른쪽 칸에 초코와 똑같은 고양이를 보았다.유리문에는 몇글자가 적혀있었다:초코,정,XXXX년 3월 13일.--날짜는 바로 오늘이었다.심유진은 격동스레 유리문을 두 번 두드렸다.“초코야!”초코도 그녀를 바라보고선 얼굴을 문에 대고 “냐옹”하고 울었다.사람과 고양이의 괴이한 행동은 가게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아까 안내하던 아가씨도 이상한 얼굴을 하고 와서 물었다.“이 고양이의 주인을 아세요?”심유진이 대답을 하려던 찰나 옆에 서 있는 허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몰라요.”그녀는 유리문위에 놓은 손을 거두고 말했다.“얼마전 제가 잃어버린 고양이와 닮고 또 이름도 똑같아서...저도 모르게.”아가씨는 고양이샵에서 일하는지라 고양이를 아끼는 사람이어서 심유진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다.아가씨는 안내데스크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 심유진에게 건네주었다.“괜찮으시다면 연락처를 남겨주세요.이따가 고양이 주인이 데리러 올 때 물어봐 드릴게요.손님분이 잃어버린 고양이가 맞는지요.”“아니예요.”심유진은 웃었다.그녀는 확신할수 있었다.이 고양이가 바로 그녀의 초코라는것을.그녀는 허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뭐라고요?초코가 아파요?어느 초코요?” 그녀는 다급하게 물었다.허태준은 케이지 안의 고양이를 안고 쇼파에 앉아있었다. 심유진이 자기전 본 모습과 똑같았다.아무리 머리가 안 돌아간대도 지금 이 순간 이상한 낌새를 챌 수 있었다.“언제부터 아팠는데요?” 그녀는 물었다.허태준은 차가운 웃음으로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말을 마치고 그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급급히 현관 쪽으로 갔다.심유진은 그의 뒤를 따랐다.허태준이 신발을 갈아 신을 때 심유진도 신발장에서 어그부츠를 꺼내 신었다.“뭐 하는 거야?” 허태준은 물었다.“병원에 데려가려는 게 아닌가요?저도 같이 가요.” 심유진은 눈을 굳게 감고 생명력이 없어 보이는 고양이를 보았다. 그를 배척한다 하지만 이 순간 마음은 찌릿해 났다.“안 좋아하잖아?” 허태준의 손은 문잡이를 쥐었다.”집에 있어. 내가 데리고 가면 돼!”그는 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심유진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그녀는 얇은 파자마를 입고 있어 추위를 견뎌내지 못했다.“잠깐만요. 가서 패딩을 가져올게요!” 그녀는 신발을 벗고 방안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허태준은 그녀를 기다리지 않았다. 고양이를 안고 나서자,문을 닫아 버렸다.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오자,심유진은 발걸음을 멈췄다.다급히 몸을 돌리자 굳게 닫은 대문이 보였다. 들끓었던 피는 삽시간에 냉각되었다. 마음도 허전해졌다.그녀는 패딩을 여미고 베란다로 나갔다.아래에 익숙한 자동차가 마침 시동을 걸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허태준이 고양이를 데리고 나간 후 심유진은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거실에 앉아 티비를 켰다. 채널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렸다.지금은 각 채널이 시청율을 가지고 싸움하는 골든 타임이지만 그 어느 드라마나 예능프로도 그녀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트위터를 봤다. 그리고는 카톡그룹 채팅에 몇백개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