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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그렇겠지.”

허태준도 돌아보고 나서는 한숨을 쉬었다.

“부모님이랑 삼촌들도 모시고 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해봤는데 할머니와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시겠대.”

물론 더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대표하는 것은 YT그룹에서의 최고 권력자다. 어느 아들 집에 가서 살든지 타인의 의심과 불만을 사는 것은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집안 파벌 싸움은 심유진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심유진은 감탄했다.

“이 세상에 아직도 할아버지 같은 순정남이 있다니!”

허태준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도 있는데”라는 말을 뱃속으로 삼켰다.

“남으려면 남든지.”

그는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심유진은 다급히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됐어요. 할아버지도 휴식하고 계실 텐데. 나중에 또 오면 때는 묵도록 할게요.”

허태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허태준은 심유진과 얘기를 나눴다.

“우리 할아버지가 좋아?”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허태준의 마음속에 있었다.

“좋지요.”

심유진은 전혀 감추려는 마음이 없었다.

“솔직히 처음 뵜을 때는 어려운 분인 줄 알았어요!”

“사실 상대하기 어려운 분이야.”

허태준은 할아버지 뒷담화를 하였다.

“성격도 괴팍하고 꼭 내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내셨어. 나도 어릴 때부터 맞으면서 자랐는데. 지팡이를 몇 개 날려 먹었는지 몰라.”

“네?”

심유진은 허태준이 묘사한 인물과 허 할아버지를 연계시키기 어려웠다.

“진짜로요? 거짓말이 아니고요?”

“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허태준은 웃었다.

“네 앞이라 많이 약해지셨어. 아마도 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 봐.”

심유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허태준 씨를 예뻐하시니 저도 예뻐하는 거겠죠.”

이러한 이유도 없지 않아 있지만 허태준은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진심으로 “손주며느리”가 아닌 심유진이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사촌 형제들도 다들 장가가고 애들을 낳았지만 할아버지는 그들의 와이프한테는 심유진한테 대하는 것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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