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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허 할아버지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한 쌍의 눈은 처음에는 허태준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아예 심유진한테 고정되었다.

“이분은?”

허태준한테 묻는 말이었지만 눈길만은 심유진한테서 떨어지지 않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을 자신과 더 가까이 붙게 하고 대답했다.

“제 색시 심유진이예요.”

허 할아버지는 놀랐다. 목소리도 높아졌다.

“색시?!”

심유진도 놀랐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허태준한테 달라붙었다.

허태준이 데려가려는 곳이 경주에 독거하고 있는 집인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 집으로 올 줄은 몰랐다.

진작 알았다면 죽어도 그이를 따라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네.”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3일에 혼인신고 하였습니다.”

허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는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허리 위치까지 들고는 심유진을 의식하고 도로 내려놓았다.

그는 허태준한테 경고의 눈빛을 보내고는 심유진한테 말을 걸었다.

“유진이?”

그는 삽시간에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방금 전의 냉정함은 온데간데없고 말투는 무척이나 상냥스러웠다. 심유진이 놀라서 달아날까 봐서였다.

“어떤 한자를 쓰는고?”

심유진은 허태준의 손을 꽉 잡았다. 손바닥은 그의 것과 빈틈없이 붙어있었다. 맞잡은 손에서 그의 몸에서 전해져오는 에너지를 받았다——이 기운은 그녀한테 안정감을 주었다.

오랜 직장 생활은 그녀한테 남들보다 강한 임기응변 능력을 갖추게 하였다. 심유진은 방긋 웃고는 조심스레 얘기했다.

“달이라는 뜻으로 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약간의 떨림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였다.

“그렇구나.”

허 할아버지는 실눈을 하면서 웃었다.

“아름다운 이름이로구나. 뜻도 좋고.”

겉치레 인사라는 것을 알지만 심유진은 여전히 칭찬에 얼굴이 붉어졌다.

경주는 북방에 위치하여 있어 경주의 겨울은 바다 근처에 있는 남방 도시 대구의 겨울보다 훨씬 추웠다. 공기도 건조하여 찬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갈 때면 칼로 베인 듯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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