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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심유진은 허태준이 신분을 낮춰 그녀랑 이코노미좌석에 앉을 줄은 몰랐다.

그는 다리가 길었기 협소한 좌석에 앉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심유진은 보다 못해 통로쪽에 위치한 자신의 좌석을 양보하였다.

“경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왜 퍼스트 클래스석을 사지 않았나요?”

그녀는 궁금했다.

그녀가 그와 같은 신분이었다면 퍼스트 클래스가 아니라 아예 비행기를 통째로 샀을 것이다.

“너랑 있으려고.”

허태준은 재빨리 대답했다. 아무런 머뭇거림도 없이.

그는 고개를 돌려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심유진의 마음은 흠칫하다가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장난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을 가리려고 애썼다.

“사실 돈을 더 들여서 제 좌석을 업그레이드시킬 수도 있는데요.”

허태준은 멈칫했다. 그러고는 지갑을 꺼냈다.

“지금 해도 돼.”

—뇌정지가 온 듯했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됐어요.”

심유진은 그가 스튜어디스를 부르기 전에 막아 나섰다.

“두 시간밖에 안 걸리는데요, 뭐. 금방이면 가요.”

아마도 허태준처럼 돈만 많은 총재만이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현금만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혜택도 없고 포인트 적립도 안 되니 말이다.

그녀는 이코노미석이 습관 되었다. 그만 불편하지 않다면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었다.

허태준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심유진의 손을 바라보았다. 딱딱한 의자도 배기지는 않는 것만 같았다.

“그럼 안하지.”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심유진은 손을 놓기도 전에 허태준한테 다시 잡혀 그의 몸쪽으로 기울었다.

그의 큰손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손가락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깍지를 꼈다.

비행기에는 사람이 많아 심유진은 티 나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잠깐 움직이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허태준은 못 본 듯 의자를 눕히고 눈을 감았다.

“불량배!”

심유진은 작은 소리로 욕했다.

허태준의 입가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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