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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심지어는 심유진에게 시간이 있는지조차 묻지 않고 내려진 결정이었다. 지배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루 동안 정리할 시간을 주잖아요.”

심유진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몇 년 동안 일하면서 출장을 많이 다녔었지만 경주는 무조건 피했었기에 일 때문에 경주로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본사의 지시가 아니고 직원 교육 때문이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다른 사람을 대신 보냈을 텐데 이건 심유진이 맡은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일주일 동안 출장을 가야 하니 짐이 캐리어 두 개에 꽉 찼다. 허태준은 집에 돌아와서 현관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 깜짝 놀라서는 신발도 갈아 신지 못한 채 침실로 뛰어왔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했기에 심유진은 일찍 저녁을 먹고 샤워도 마치고는 팩을 하고 누워있었다. 허태준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심유진은 깜짝 놀라서 팩도 떨어트렸다. 뒷수습을 마치고 나서야 심유진이 물었다.

“뭘 그렇게 급하게 들어와요?”

허태준은 심유진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망가려는 사람이 잠옷 바람으로 팩을 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점차 안정을 찾았다.

“입구에 캐리어 당신 거야?”

“맞아요.”

심유진은 그제야 허태준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저 내일 경주로 출장 가요. 일주일 정도 있을 것 같아요.”

“일주일이나?”

허태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야 여형민 말대로 잘 지내보려고 했는데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운다면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네, 직원 교육이 있거든요.”

오늘 그 뉴스를 허태준도 봤기에 출장을 왜 가는지는 알 것 같았다. 아쉽게도 출장을 막을 수는 없으니 해결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마침 나도 경주에 가야 하거든. 본사에 일이 좀 생겼대. 내일 몇 시 비행기야? 같이 가는 게 좋겠어.”

새벽에 비행기표를 예약하라는 회사 대표의 전화를 받는 건 무슨 기분일까? 허태준의 비서는 이미 익숙해져서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다. 그는 허태준에게 비행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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