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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심유진은 지배인에게 잘릴 각오를 하고 정현철의 방을 떠났다. 그녀는 두려울 게 없었다. 정현철은 심유진이 직장을 잃게 만들 수는 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심유진의 능력으로 이쪽 영역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후 내내 지배인 쪽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정현철이 지배인에게 말을 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지배인이 이 사실을 듣고도 가만히 있기로 한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뭐가 됐던 심유진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퇴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유진은 제로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 오늘 시간 있어? 같이 야식 먹을래?”

제로가 먼저 밥 먹자고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에 심유진도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 주소 찍어줘.”

제로가 고른 곳은 한 훠궈집이었다. 국물이 맑은 것이 조금 싱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요즘 여드름이 너무 많이 나서 좀 싱겁게 먹으려고.”

제로가 해석했다.

“알레르기 때문인가? 병원은 가봤어?”

“아니.”

제로가 입을 삐죽거렸다.

“화가 나는데 풀 방법이 없으니까 여드름이 올라오나 봐.”

“무슨 일 있어?”

제로는 게임할 때 빼고는 매우 감정 기복이 적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 정도로 화가 나있다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다 그 신인 bj 두 명 때문이야. 열받아 진짜.”

제로가 소고기를 크게 집어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신인 bj라고 하면 심연희가 데리고 다니는 애들이었다.

“그 둘이 내 실적을 초과한 다음부터 계속 내 앞에서 자랑해대잖아. 아니 그럴 시간 있으면 게임이나 더 연습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못하면서 무슨 낯짝으로 방송을 하는 거지?”

심유진이 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화내지 마, 게임방송을 하는데 게임 실력이 가장 중요하지. 심연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애들이야.”

“근데 지금 지원을 빵빵하게 받고 있어. 다 뺏어갔다고.”

제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가게의 열기 때문인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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