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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심유진은 전부터 이 일의 배후에 허태준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다. 하지만 허태준이 이렇게 시원하게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예상이 맞구나 싶어서 식은땀이 쫙 났다. 그녀는 심연희를 아끼지도 않았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지만 심연희가 대구에서 사고를 당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사영은이 내내 귀찮게 굴게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말한 대로 할게요.”

“좋아.”

허태준이 만족하며 손을 놓고 바로 섰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심유진을 등지고 말했다.

“내일 아침 8시,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심유진의 출근시간은 9시였기에 그녀는 보통 8시 반에 출발했다. 그 정도면 아침을 먹을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허태준이 말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삼십분이나 일찍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1층에 내려갔을 땐 허태준이 아니라 심연희가 서있었다. 어젯밤 심연희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보냈었다. 우느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언니, 내가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대표님 말이 다 맞아. 내가 언니한테 전혀 신경을 못썼어. 동생으로서의 책임감이 전혀 없었던 것 같아.”

“내가 고칠게. 앞으로 진짜 언니한테 잘할게.”

심유진은 감동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머리가 아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심연희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심연희는 심유진을 보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언니!”

심연희는 손에 소중하게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건넸다.

“내가 직접 만든 아침이야.”

도시락통 안에는 샌드위치가 두 개 들어있었다. 이건 바쁜 요리가 아니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유진은 도시락통을 건네받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심연희는 그런 심유진을 끌어안았다. 죄책감과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어제 내가 말이 너무 심했어, 미안해.”

심유진이 웃었다.

“괜찮아.”

“그럼 혹시... 이제 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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