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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그에게서는 심연희의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심연희는 향수를 듬뿍 뿌리고 다니는 편이었기에 몇 미터 밖에서도 그 향이 맡아질 정도였다. 심연희가 심유진 집에서 며칠 지낼 때 심유진의 옷에서 온통 향수 냄새밖에 나지 않아 다들 무슨 향수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만약 정말 허태준이 심연희를 집까지 데려다 준거라면 좁은 차 안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향수 냄새가 배어야 정상이었다.

“둘이 사이가 되게 좋네. 너무 부럽다.”

심연희는 가까워 보이는 둘을 보며 입꼬리가 더욱 경직된 것 같았다.

허태준이 말했다.

“심연희 씨도 정재하 씨랑 사이가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성의도 없고 영혼도 없는 형식적인 칭찬이었다. 심연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심유진은 그제야 정재하가 떠올라 심연희에게 물었다.

“정재하 씨랑 화해했어?”

심연희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화해까진 아니고... 그냥 나한테 자꾸 매달리는데 내가 거절을 잘 못하는 거지.”

“그래?”

허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빛이 더욱 서늘해진 것만 같았다.

“정재하 씨가 데려다주는 거 몇 번 봤는데? 그리고 되게 주동적으로 차에 타길래 나도 화해한 줄 알았지.”

심연희는 허태준이 그 장면을 목격했을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건... 제가 타지 않으면 계속 쫓아다니는 게 너무 귀찮아서...”

심연희의 구차한 핑계가 계속 이어졌다.

“그래.”

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부턴 정재하 씨가 찾아온 걸 보면 그냥 바로 신고할게.”

심연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차마 허태준과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네, 감사해요.”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후 허태준은 19층을, 심연희는 27층을 눌렀다. 심연희가 이사를 간 후 심유진은 한 번도 그를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건 알고 있었으나 몇 층에 사는지는 몰랐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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