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6화

작가: 차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14 17:26:43
“네?”

심유진은 본능적으로 주머니를 등 뒤로 숨기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에요.”

심연희는 타이밍 맞춰 자신이 든 주머니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게 허 대표님 거예요!”

허태준은 힐끔 스쳐보기만 할 뿐 별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내 사무실로 가.”

그는 심유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심연희는 이를 꽉 깨문 채 그들의 뒤를 따랐다.

**

허태준의 사무실은 심유진이 상상한 것보다 퍽 작았다. 면적은 그의 안방과 비슷했는데 사무 존과 손님 존 두 존으로 나뉘었다.

사무 존에는 테이블 하나, 의자 그리고 책이 가득 담긴 책장이 있었고 손님 존에는 소파 한 개와 티테이블 한 개가 놓여있었다. 그사이에는 선명한 경계선이 없었기에 비교적 공간이 넓어 보였다.

사무실 안은 온통 검은색, 흰색, 회색 세 가지 컬러였고 사진만 보면 다들 서재로 오해할 것이다.

허태준은 심유진을 소파에 앉힌 다음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어?”

그의 중저음 목소리에는 은은한 부드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심연희 앞에서 일부러 연기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과도한 설정에 심유진은 불편한 듯 표정을 구겼다.

“심연희가...”

그녀는 딱딱한 자세로 옆에 앉아있는 심연희를 보며 말했다.

“어젯밤 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려고 찾아왔어요.”

심연희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허리 숙여 손에 든 주머니를 허태준 앞에 있는 티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녀는 아무래도 특별히 호텔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는지 심유진에게서 빌렸던 후드티 대신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니트는 오버핏인데다 옷깃이 넓어 몸을 숙일 때 그녀의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 다 보일 정도였다.

“어젯밤... 고마웠어요, 허 대표님. 이건 제 소소한 마음이니까 받아주세요.”

심연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허태준은 내내 심유진의 얼굴만 뚫어져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47화

    심연희는 그녀보다 더 당황스러웠다.“죄송합니다, 허 대표님. 미처 몰랐어요!”그녀는 다급히 음식들을 도로 주머니에 넣으며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제가 밥 살게요! 대표님께서 좋아하시는 레스토랑에서 마음껏 주문하세요!”“그럴 필요 없어.”허태준은 단칼에 거절했다.“어제 내가 당신을 구해준 건 단지 당신 언니가 걱정돼서 그랬던 것뿐이야. 고마워할 거면 당신 언니한테 고마워해.”심연희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심유진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언니에겐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죠~ 하지만 허 대표님께서 저를 구하시다가 다치기까지 하셨는데 당연히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야죠~”다쳤다고?심유진은 본능적으로 허태준을 휙 쳐다보았다.어제 그녀가 경찰들을 데리고 퀸 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여형민이 그들을 제압한 뒤였기에 과정을 확인하진 못했다. 게다가 그에게 아무런 이상도 없었기에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던 것이다.그도 부상을 입었단 말인가?“진짜 고마우면--”허태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심유진을 확 끌어안으며 말했다.“언니를 좀 빌려줬으면 하는데.”심유진과 심연희는 동시에 또 한 번 멈칫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연희는 억지 미소를 지은 채 복잡한 눈빛으로 심유진을 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먼저 호텔로 돌아가 볼게요.”그녀는 주머니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심유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저녁에 다시 만나, 언니~”심연희는 다급히 자리를 떴다.심유진은 그녀가 손으로 얼굴을 닦는 모습을 발견했다.“연희--”그녀가 심연희의 뒤를 따라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허태준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 타이밍에 심연희는 문을 박차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심연희 우는 것 같아요, 가서 확인하고 올게요.”심유진은 다급히 허태준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하지만 허태준의 손은 마치 그녀의 몸에 붙기라도 한 듯 좀처럼 떼어낼 수 없었다.“너 심연희 싫어하잖아?”그의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48화

    허태준은 우아하게 자신의 셔츠 단추를 하나둘씩 풀어 헤쳤다.심유진은 느긋하게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셔츠가 풀어지는 방향을 따라 시선이 아래로 옮겨졌다.밖에 드러난 그의 얼굴과 목은 이미 눈으로 목격했었다. 그의 하얀 피부에는 잡티 하나 없었다. 가슴골과 복근에는 탄탄한 근육 외에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심유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급히 재촉했다.“빨리 셔츠 벗어요.”허태준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이렇게 급해?”심유진은 그제야 조금 전 자신이 얼마나 야한 말을 뱉었는지 깨달았다.“난... 그냥 몸에 생긴 상처를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에요.”그녀는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허태준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셔츠를 옆에 벗어던졌다.그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부드러운 입술로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다른 걸 원하면... 해도 돼.”그의 중저음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그 속에는 웃음기도 뒤섞여 있었는데 그녀를 놀리면서도 꼬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심유진은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싶으면서도 그의 상처를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허태준은 심유진의 불안에 떠는 눈초리와 다리 위에 꼭 잡은 두 손을 보고는 결국 놀리려던 마음을 도로 거두었다.그는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적절한 시기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무슨 생각해?”허태준은 그녀를 놓아주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물었다.“난 그냥 약 발라달라고 벗은 건데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개?”조금 전 그가 그냥 그녀를 놀린 것뿐이라는 걸 눈치챈 심유진은 참지 못하고 이를 꽉 깨문 채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허태준은 입꼬리를 더 세게 올리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여기.”그는 몸을 돌려 자신의 허리를 만지며 말했다.“좀 아파.”그의 손가락이 닿은 곳에 눈에 띄는 멍 자국이 있었는데 주먹만큼 했다.보기만 해도 아픈게 느껴질 정도였다.“병원에 가봤어요?”“아니.”허태준은 미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49화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를 풍기는 동시에 찐득한 촉감의 치료용 오일이 싫었던 허태준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결국 잠자코 가만히 있는 것을 선택했다.허태준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이를 꽉 깨물고 부정적인 마음을 잠재웠다.그의 찌그러진 표정을 본 심유진은 자신이 너무 세게 힘을 준 탓에 그런 줄 알고 조심스럽게 힘을 줄였다.“아파요?”그녀는 허태준에게 물었다.허태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안 아파.”그는 총도 맞고 칼도 맞아본 사람이었기에 그녀가 주무르는 건 아프기는커녕 그저 모기에 물린 정도에 불과했다.“아프면 꼭 말해요!”심유진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말을 덧붙였다.여형민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이윽고 그는 소파 위에 반나체로 누워있는 허태준과 그의 등을 주무르고 있는 심유진을 발견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이상야릇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여형민은 다급히 몸을 돌리며 말했다.“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계속해.”심유진은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잠시만요!”**여형민은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다른 한 손에는 커피를 든 채 소파에 기대고 앉아있었다. 느긋한 자세만 보면 마치 제집에 앉아있는 듯했다.“내 탓 하지 말아요.”그는 조금 전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해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두 사람 아까 행동은... 누가봐도 오해할 상황이었어요.”심유진이 붕대로 오일을 바른 부위를 감아놓은 뒤에야 허태준은 느긋하게 셔츠를 입었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여형민을 힐끗 쳐다보며 애써 분노를 눌러 삼켰다.“휴게실에 데려다줄게.”심유진에게 말하자마자 그는 곧바로 여형민에게 말했다.“하진에게 배달 음식 하나 주문하라고 얘기해줘.”하진은 그의 비서 이름이었다.“배달 음식?”여형민은 심유진을 보며 물었다.“여동생이 도시락 들고 인사하러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도 커피랑 샌드위치가 있는데 허 대표한테 아무것도 없다고요? 아,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50화

    그의 질타 소리에 심유진은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휴대폰 스피커를 막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며 허태준에게 말했다.“나가서 연락 좀 받고 올게요.”“그래.”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레스토랑에서 나온 뒤 심유진은 그제야 손을 내려놓고 정재하에게 물었다.“제가 언제 심연희를 데리고 바에 갔다고 그래요?”“이틀 동안 심연희가 심유진 씨랑 있었잖아요. 당신이 아니면 누군데요?”정재하는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함부로 말을 꺼냈다.그의 태도에 심유진도 화가 북받쳐 올랐다.“죄송한데 정재하 씨, 당신 여자친구를 데리고 바에 간 사람 나 아니에요.”그녀의 말투는 평온했고 눈빛은 싸늘했다.“누구랑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알고 싶으면 직접 물어봐요. 함부로 추측하고 억울한 사람 만들지 말고요. 제가 사람을 잘 돌보는 건 아니니까 당신 여자친구는 당신이 직접 챙겨요.”정재하는 그녀의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 그리고 어젯밤 허 대표님과 여 변호사님께서 당신 여자친구 구하려다가 다치셨어요.”심유진은 일부러 과장하여 말을 꺼냈다.“정재하 씨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네요? 허 대표님과 여 변호사님 병원비는 보상해 주실 건가요?”그녀의 말에 정재하는 발끈했다.“심연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단 걸 알면서도 왜 저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요?”그의 당당한 말투에 심유진은 화가 나는 동시에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심연희가 직접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기분 나쁘면 심연희한테 직접 찾아가서 물어요. 두 사람한테 해야 할 도리는 다했으니까 앞으로 두 사람 사이 일에 날 끼워넣지 말아 주세요.”그녀는 곧바로 통화를 끊었고 정재하는 더 이상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심유진이 레스토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허태준은 이미 주문을 완료한 상황이었다.웨이터는 주문한 음식들을 다시 되뇌며 그녀에게 추가할 메뉴가 있는지 물었다.“양념갈비? 삼계탕?”심유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허 대표님께서 싫어하는 음식들 아니에요?”그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51화

    심유진은 어렴풋이 수화기 반대 켠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지 마세요.” 정재하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심유진이 물었다. “정재하 씨는요? 같이 있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마!”심연희는 정재하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듯 그 이름만 들어도 목소리를 높였다. “언니, 빨리 데리러 와줘. 너무 춥고 힘들어.” 심연희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매우 가련하고 힘들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심유진은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정재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시 심연희를 들이는 건 자신에게 귀찮은 일만 더하는 짓이라며 한소리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심연희를 혼자 돌려보내는 것도 알맞지 않았다. 결국 심유진은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급히 문 앞으로 뛰여갔다. 하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심연희가 기다리다 못해 먼저 가버린 건가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경비실에 앉아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경비는 심연희에게 휴지를 건네며 뭐라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입모양만 보일뿐 뭐라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심연희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억지로 웃으며 고맙다고 하는 것 같았다. 우정아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대우였다. 경비실의 창문이 다 닫혀있었기에 심유진이 다가가서 가볍게 창문을 두드리니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다. 심연희가 경비에게 뭐라 얘기하다 그가 한시름 놓았다는 듯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어줬다. 심연희는 곧장 달려 나와 심유진의 품에 안겼다. “언니, 나 정재하랑 헤어질 거야!” 심연희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심유진은 같은 여자로서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하는 말은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유진은 심연희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채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했다. “화내지 마.” 경비가 따라 나와 큰 캐리어 두 개를 건넸다. “이 아가씨 겁니다.” 그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낄 타이밍을 잡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었다. 심유진은 그를 보며 웃음 지었다. “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52화

    심연희의 꿈은 아름다웠고 존중해 줄 만했다.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대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정은 조금 충동적인 것 같다고 심유진은 생각했다. 심연희는 평생을 편안한 환경에서 지내왔기에 실패나 좌절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취직을 어린애들 장난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자리는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특히 너 같은 인턴은 회사경험도 많지 않아서 큰 회사에 들어가기는 힘들어.” 심연희는 대수롭지 않아 했다. “친구한테 부탁해서 일자리 좀 알아봐 달라고 하면 돼. 나 친구도 많고 다들 직장도 다양하거든. 그리고 그냥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거라 월급 같은 면에서 요구도 높지 않아.” 심연희가 이렇게까지 결심을 내렸다니 심유진도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나중에 현실을 직면하면 자연스럽게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끝까지 견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뭐가 됐든 이건 심연희의 인생이기에 심유진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늦었으니까 얼른 씻고자.” 심유진이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심연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언니.” 심연희가 불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나 대구에 남으면 언니랑 같이 살면 안 돼?” 심유진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 애석하게도 심연희는 아직 심유진을 잘 알지 못했다. “최대로 일주일까지만 여기서 지내게 해 줄게. 일주일 뒤에도 직장도 집도 못 구하면 그냥 경주로 돌아가. 독립하겠다는 꿈 그때는 접고 그냥 계속 공주님으로 살아.” 심연희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심연희가 심유진의 집에 머물 동안 심유진은 매우 바빴기에 심연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냥 가끔 집에 있을 때 밥을 차려줬고 그 외의 시간에는 모두 심연희 혼자 시켜 먹거나 사 먹는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정재하는 수시로 심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사과를 했고 그다음부터는 심연희의 근황을 물었다. 그는 자신을 바짝 낮추며 심유진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53화

    심연희는 여기서 지내는 내내 자주 물었었다. “언니, 왜 대표님이랑 데이트 안 해?” “대표님도 불러서 같이 식사하면 안 돼?” “내가 방에 잠시 들어가 있을 테니까 대표님이랑 시간 보낼래?”... 하도 자주 얘기하는 탓에 심유진은 심연희가 허태준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솔직히 말하면 심유진은 지금 허태준의 여자친구가 아니다. 그리고 심연희는 일방적으로 정재하와 헤어지겠다고 통보했으니 심연희가 허태준에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심연희는 분명 허태준이 심유진의 남자친구인걸 알면서도 자꾸 입에 담는다는 것이었다. 심유진은 이런 점이 조금 불편했다. “방해하는 거 맞아.” 심유진은 일부러 이렇게 대답했다. 심연희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게 느껴졌다. “언니는 우정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지?” 심연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심유진을 질책했다. “그럼.” 심유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놓은 지 보름이 되여서야 심유진은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아가씨, 혹시 혼자 집을 내놓으셨어요?” 전화를 건 직원은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 심유진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부동산에 다 맡겼잖아요.””거짓말하지 마세요.” 직원이 코웃음을 쳤다. “오늘 집 보러 오신 분이랑 같이 갔는데 이미 그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그분이 그러시던데요. 심유진 씨와 직접 계약하셨다고요. 집주인 맞으시죠?” 심유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집주인은 맞는데요. 계약한 적이 없는데요? 정말 제가 세를 내준 게 아니에요.” 부동산 직원이 전혀 믿지 않자 심유진이 말을 보탰다. “제가 내일 가서 확인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다음날 퇴근 후 심유진은 그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열쇠를 꽂으려고 노력해도 열쇠가 구멍에 맞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키 크고 덩치 있는 중년 남성 한 명이 나왔다. 그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심유진을 쳐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54화

    집안에서 계속 상황을 지켜보던 여인이 그 말을 듣고 휴대폰을 들었다. 남성은 손에 들었던 문서들을 팍 땅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문을 쾅 닫았다. 심유진이 제때에 뒤로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부딪혔으면 어디 하나쯤은 부러졌을 것이다. 심유진은 다시 문을 두드리지 않고 문서들을 주은 후 조용히 서서 경찰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경찰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와서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진상 규명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20분쯤 지나서야 경찰 두 명이 느릿느릿 집 앞으로 왔다. 그 둘은 심유진을 힐끗 쳐다봤다. 비록 그녀가 신고 내용 중의 “주거지에 침입한 여성 사기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너무 덤덤한 모습에 또 아닌가 싶기도 했다. “집주인분이신가요?” “제가 집주인인데요. 안에 모르는 분이 살고 계셔서요.” 심유진이 벨을 눌렀다. “자초지종을 잘 조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누구랑 이 집을 계약했는지도요.” “네?” 경찰들이 놀라서 서로 마주 봤다. 신고전화랑 내용이 정말 달랐다. 중년남성이 다시 문을 열었다. 경찰들을 보자 조금 격양된 어조로 얘기를 시작했다. “이분 완전 사기꾼이에요. 집주인이라고 속이더니 위조한 집문서랑 신분증까지 보여주더라니까요. 저희 집에 들이닥쳐서 물건을 훔치려던 것 같아요.” 경찰들은 둘을 번갈아보며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는 눈치였다. “제가 집주인 맞고요. 집문서도 위조한 거 아니에요.” 심유진이 문서를 경찰에게 건넸다. 경찰은 한참을 바라보더니 난감해하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것만 보고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거든요...” 그 말을 듣자 남성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무조건 사기꾼이죠! 저희 집주인분은 복사본이 아니라 집문서 원본을 가지고 오셔서 저희랑 계약하셨어요.” 원본이라는 말을 듣자 심유진은 왠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원본은 조건웅에게 있었고 조건웅이 사라지면서 문서들도 어디에 숨겼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

    최신 업데이트 : 2023-09-21

최신 챕터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9화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3화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2화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