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보던 진시우는 앉을 자리를 찾아 쉬었고, 5시 반쯤에 교이설이 아래층으로 내려와 두 사람은 같이 만호국제호텔로 향했다.만호국제호텔은 유회성이 운영하고 있는 데다 운강시 최고급 호텔이었기 때문에, 운강시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었다.황정군은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와 부자연스러운 모습의 황빈도 있었다. 황정군의 아내는 온화한 부인으로서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두 분 오셨습니까!”황정군이 급히 인사한 후에 자신의 부인을 소개했다. 그녀의 성은 임이고, 이름은 완경이었다.진시우와 교이설에게 안부를 물은 후 다섯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황정군이 그들을 데리고 룸으로 향하자 문이 열리며 20대 청년이 걸어왔다. 그는 오자마자 진시우 쪽을 쳐다본 후에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여기는 왜 왔어?!”진시우는 상대방을 보고 의아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아, 밥 먹으려고. 무슨 문제라도?”이 사람은 바로 묘 씨 가문의 묘지균이었다. 이미 진시우에게 한바탕 위협을 당한 묘 시 가문은 그를 상대할 여력이 없었고, 묘지균 또한 구미에서 그에게 처참하게 당했다. 원한이 있어도 갚을 수 없으니 아마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무슨 생각이 난 묘지균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이 자식, 네가 우리 집에서 벌인 일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어!”“무슨 마무리? 날 때리고 싶어? 어떻게? 그런 능력이라도 있나?”“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말하던 중 방 문이 열리며 묘지균과 이목구비가 비슷한 청년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왔다.“술 가지러 가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형!”묘지균이 급히 소리를 질렀다가 진시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자식이 바로 우리 가문에서 묘아연과 소란을 피운 놈이야!”묘지균의 형은 눈빛이 변하며 고개를 돌려 진시우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그 진시우라는 놈이야?”진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누구지?”“우리 형이야, 묘지원!”교이설이 긴박하게
황정군의 차가운 목소리는 포악한 위엄을 드러내고 있다. 묘지원은 황정군을 바라보았다. 그는 황정군이 뜻밖에도 외지인 때문에 자신과 정면으로 대항할 줄은 몰랐다.“황시장님이 이 놈을 위해 나서려고요? 이름 없는 졸개를 위해 우리 가문과 싸우는 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까?”그러자 황정군의 안색이 가라앉았다.“진시우 씨는 내 손님인데, 묘 씨 가문이 이렇게 나오면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자네 가문과 진시우 씨 간에 어떤 원한이 있든지 간에, 내가 있는 한 절대 이 분 솜털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야!”황정군은 진시우에게 진찰을 청하려고 했기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들 황빈이 진시우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그의 마음이 또 불만스럽다면 이 병은 치유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묘지원은 오히려 평온하게 말했다.“황시장님, 심사숙고하라는 충고를 드리고 싶네요! 지금이라도 취소하며 안 들은 걸로 해 드리지요. 정말 제대로 따지려면 황시장님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까 봐 걱정돼서요.”황정군은 놀랐다. 이 묘 씨 가문 녀석이 언제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변한 걸까? 묘 씨 가문의 현재 세력은 자신을 상대하기에 큰 힘이 들 게 뻔하다. 어쨌든 자신을 상대하려면 가문의 힘을 빌려야 할 텐데, 이 놈이 미친 걸까?진시우 앞에서 물러서기 싫었던 황정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묘 씨 가문은 분수를 모르는 것 같군. 이렇게 오만방자하다니.”하지만 묘지균이 큰소리로 말했다.“황시장님, 우리 집안도 이렇게 존귀하신 분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깨끗하게 사과하면 우리 형도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이 바보 같은 놈을 위해서 우리 집안과 원수가 된다면, 뒷일은 감당하기 어려울 걸요!”그러자 황정군의 표정이 변하며 크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만약 정 씨 가문 정도였다면 그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묘 씨 가문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자신을 무시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황정군은 당황한 나머지 진시우의 눈치를 살피면서 어쩌 할 바를 몰라 했다.한편 묘지원은 그런 황정군을 보며 조롱을 아까지 않았다."황 시장님, 마지막으로 손을 뗄 기회를 드릴 게요, 어서 나의 말 대로 해요, 네?"묘지원은 대하에서도 알아주는 학교의 경제학 석사과정을 전공한 사람으로 가문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던 사람이다. 그래서도 어떻게 하면 가문을 위해 최고의 이익을 쟁취할 수 있을지 잘 알고 있었다.황정군과도 마찬가지였다. 필경 시장이었기에 굳이 귀에 거북한 말은 하기 싫었다. 가문을 위해서라면.당연 이런 그의 호의를 황정군이 거절한다고 해도 묘지원은 전혀 두려울 구석이 없었다. 이미 주씨 가문의 지지를 받는 입장으로 황정군의 시장이란 신분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던 거다.교이설은 은은히 말했다."큰 일이 에요……""동해의 주씨 가문은 엄청 무서운 자본집단이에요. 만강자본은 현재 방대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어 설사 운강쪽에서도 결코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이 없을 정도에요."교이설은 안색이 썩 좋지 못했다."묘씨 가문이 주씨 가문의 지지를 얻어냈 다니…… 설령 황 시장님이라 해도 어려울듯 해요.""만약 저들이 제기한 요구가 그닥 과분한 요구가 아니라면 그냥 시우씨가 한발 물러나서 합의하는 게……"그러나 진시우는 그런 교이설을 한눈 흘기더니 대꾸했다."타협은 일을 해결할 수 없어요."황정군도 지금 머리속이 복잡하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단순 묘씨 가문만 이었으면 그는 무서울 구석이 없었다. 그러나 주씨 가문까지 끌어들였을 것을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동해의 주씨 가문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힘의 균형은 거침없이 묘씨 가문한테로 쏠렸다.주씨 가문은 설령 성주가 나선다 해도 역부족이었다.그런 지금 황정군은 섣불리 성주한테 전화를 줄 수도 없었다. 괜히 일만 키우는 것이 아닌지 하는 고려였다. 묘지균은 팔짱을 끼고 교만한 얼굴로 진시우를 보며 중얼거렸다."황 시장님도 지금 몸을 사리고 있는데 과연 누가 당신을 구해줄까?
"내가 생각하였을 때 당신네들은 상황판단이 아주 엉망이군요.""도대체 누가 죽음을 자처하고 있는지, 누가 상황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지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니…… 묘지균씨, 주씨 가문을 등진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거만하게 구는 건 더없이 멍청한 짓이라는 걸 내가 똑똑히 가르쳐 줄게요.""구미시에서 알몸으로 쫓겨난 기억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다시 회억해 줄 수도 있고.""구미의 그런 일들은 용케 다른 곳으로 전해지지 않게 무마시켰다 한들 여기 운강에서까지도 가능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구미에 있었을 그때 진시우는 구태여 묘지균을 죽여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도 묘지균은 그 뒤 자신의 추한 꼴을 당한 일들을 끝내 무마시켜 널리 전파되지 않게 조작할 수 있었던 것. 만약 진시우가 독한 맘 먹고 묘지균한테 사회적으로 사형을 내리게 된다면 묘지균은 절대 되살아 날 수 없었을 것이다.진시우 손에는 구미의 모든 미디어 자원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 진시우의 동의가 없이는 절대로 일이 그리 쉽사리 해결되지 못할 거다.다만 이를 모르는 묘지균은 그냥 가문의 덕택으로 저번 일을 덮어놓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그런 묘지균은 위의 말을 듣고 절대 가만히 있지 못했다. 꼬리 밟힌 강아지 마냥 껑충껑충 뛰며 얼굴을 붉혔다."계속 그딴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내가 본때를 보여주지! 난 분명히 기회를 주었고 그 기회를 박찬 것은 당신이야!! 셋째형! 저기 저 자식한테 교훈을 내려줘……!"샥-진시우는 묘지균이 채 말도 다 하기 전에 순간적으로 묘지균 앞까지 달려가서 얼굴을 강하게 휘갈겼다.묘지균의 순간적인 파워에 정신을 반쯤 잃고 뒤늦게 붉은 손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어루만졌다."아…… 저…… 저런……! 셋째형!!"묘지운도 놀라서 연신 뒷걸음질을 치며 진시우를 두눈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진시우가 실로 묘지균한테 손을 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거다."아…… 일을 기꺼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겠다 이 생각이군! 진시우! 그러면 나도
교이설도 금세 냉정해졌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황정군도 저리 진시우를 밀어주는데 그녀도 더이상 긴장하지 않기로. 더우기 이 사실을 집에 돌아가서 할아버지인 교문산한테도 알리기도 생각했다.가문을 설득하여 진시우를 전력 지지하기로 계획하였던 거다.한편 묘지원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진시우는 여전히 두려움 없는 기색이었다."묘씨 가문에 정말 쓸만한 인간이 한 명도 없군요."이렇게 말한 진시우는 곧장 무릎을 들고 묘지원을 저 멀리 차버리었다. 묘지원은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축구공 마냥 뒹굴뒹굴 멀리 굴러갔다."죽…… 죽고 싶어?!"그러나 진시우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런 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느낀 묘지균은 악랄하게 진시우를 흘긴 다음 뒤에 대고 소리높이 외쳤다."주 도련님! 여기 주씨 가문의 명예에 먹칠하는 녀석이 있어요!"그리고 뒤에서는 나즈막히 말소리가 들려왔다."음? 고작 운강에 누가 그런 담이……? 잠시만…… 지금 누구한테 얻어터진 거야?!""아니, 이런 뭐 경우가 다 있어?! 내 주우범의 형제를 누가 감히 손을 대?"복도에서 그 차가운 말소리를 듣던 진시우는 멈칫하더니 저도 몰래 씨익 웃었다.사람 사는 세상 참 좁기도 해라……!우르르-이윽고 소위 주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은 사람무리를 데리고 방에서 몰려나왔다."도대체 어느 병신새끼가 내 형제한테 손을 댄 거냐니까!"묘지균은 이내 손가락으로 진시우를 짚으며 소리 높히 말했다."저기…… 저 녀석입니다!"주우범은 표정이 차갑게 변해서 묘지균의 손가락이 짚는 방향대로 눈길을 도렸다."내가 누구인지……"그러나 그곳에는 진시우가 있었고 진시우랑 눈을 마주친 주우범은 하던 말도 뚝 끊고 얼이 반쯤 나가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허나 묘지균은 그런 주우범의 얼어버린 표정을 감각하지 못한채 계속 말했다."주 도련님, 저 멍청한 녀석이 글쎄, 주씨 가문을 마구 들먹이는 거 있잖아요! 거만하기 짝이 없습니다.""도련님이 꼭 좀
주우범은 가문의 도련님답지 않게 품위를 잃어가며 저 혼자 중얼중얼 댔다.교이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우범과 진시우를 번갈아 보며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주우범의 말을 미뤄보아 대충 감이 갔다. 아마도 구미에 있을 때 주우범은 진시우한테 '교육'당한 경험이 있는 듯해 보였다.그렇지 않고 서야 저리 발을 동동 구르며 진시우앞에서 뗵떽 거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면 진시우는 적으마치 주씨 가문의 도련님한테 손 봤었던 것이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당연 황정군도 눈치가 빨랐다. 그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 져서 진시우를 바라보았다.이때 진시운가 느릿느릿 답했다."음? 그래요? 잘 됐네요, 그럼 어서 주씨 가문의 사람을 호출해요.""좋기는 무도천인을 좀 더 불러오고요. 아니면 엄청 재미가 없을 거 같으니."그리고 진시우는 손을 휘릭 저었다!팍-이윽고 주우범의 얼굴에 매서운 따귀가 날려지고 사람이 통 채로 허공으로 부응 떠서 뒤로 날아갔다."형님!""도련님!!"같이 동행한 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소리쳤으나 여전히 진시우와 한마디 말도 못했다. 진시우는 구미에서 주우범의 하인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시켜버린 능력자인걸 잘 인지하고 있던 터였으니.진시우는 절대 손쉽게 꺾어버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적어서는 구미에서만큼은 말이다. 만약 가문의 장로들이 직접 나서주지 않는 한 절대로 불가능한 존재였다."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제길!!"주우범은 마치 굴레 벗은 말 마냥 마구 난동을 부렸다. 진시우의 뺨치기가 위력이 강했던 거는 사실이다. 여러모로.주우범은 바닥에 덩그러니 누워서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아버지, 나 지금 막 죽을 거 같아!""지금 운강에 있는데 빨리 사람 좀 보내와줘! 빨리!"주우범의 아버지는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누구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진시우! 구미의 진시우!""……"순간 고즈넉한 정적이 흘렀다. 주우범은 아무런 대답도 없는 전화기에 대고 연신 아버지를 불렀다. 그제
진시우는 잠시 고민하는듯 싶더니 말했다."200억,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00억이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묘씨 가문이랑 연합할 생각을 하고 있죠?""내가 권고하는데 묘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멍청한 인간들뿐입니다.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하세요."주종형은 물었다."혹시 묘씨 가문을 소탕할 계획을 꾀하고 있는 겁니까?""대충 그렇게 이해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조중현은 진시우의 답변에 깔끔하게 묘씨 가문이랑 선을 그었다."그러면 금방 진 종사님 말대로 하겠습니다.""네, 그러도록 하세요."그뒤 조중현은 마지막으로 말했다."말이 다 끝난 것 같은데 휴대폰을 도로 아들녀석한테 되돌려주세요."진시우는 휴대폰을 귀에서 뗀뒤 그대로 주우범한테 가볍게 던져주었다. 주우범은 허둥지둥 휴대폰을 받아가지고 조심스레 다시 받았다."아…… 빠?"그리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그 친구들 데리고 당장 돌아와, 알겠어?""그리고 오기전에 먼저 진 종사님한테 싹싹 빌어, 잘못했다고! 뭐가 어찌되였든 사과 똑바로 하고 와, 후환 없게……! 너 때문에 내가 다리 펴고 자지를 못하겠다, 어이그!!"주우범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계속 머뭇거리며 반응이 없었다."아빠…… 그래도 가문의 얼굴이 있는 거지…… 내가 저딴 인간한테 사과하는 건 좀……"주종현은 이에 노발대발했다."그래? 그러면 집구석에 들어오지도 마! 너딴 아들녀석 나도 오늘부터 호적에서 파버릴 거다!"그 말에 주우범은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가까스로 주체한 채 고개를 숙였다."알…… 알겠어요, 아빠!"그렇게 전화기를 끊은 주우범은 창백해진 얼굴로 진시우를 대면하였다. 그리고 철푸덕 하고 그대로 꿇었다……!"죄…… 죄송합니다! 진시우님을 건드린 제 잘못입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당신 아버지가 그래도 돈은 많은 가봐요? 200억을 주고 당신의 실수를 덮어주는 거면. 아무쪼록 그만 가봐요, 그리고 영영 내 눈에 띄지 말고……!"그리고 가리고 손을 휘휘 저었다.주우범은 그렇게 얼떨
609호 방에서.황정군은 방에 있는 황빈을 한눈 흘겼다.아까 황빈이 했던 말을 진시우가 행여나 듣지는 않았을 지, 만약 들었다면 얼마나 난감할지 그런 생각에 저도 몰래 얼굴이 붉어졌다.하지만 정작 진시우는 별로 반응이 없는 걸로 보아 설령 들었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을 거라고 생각이 되여 그나마 안심이었다. 황정군은 메뉴판을 진시우한테로 돌렸다. 진시우는 그런 황정군한테서 별 생각없이 메뉴판을 전해받고 원하는 대로 메뉴를 골랐다.이럴 때일 수록 괜한 예우를 차리다 가는 황정군은 더욱 난감해질 거란 생각에 되려 편하게 대했다. 당연 아까 황빈이 했던 말은 진시우는 알고 있었다. 무도 대종사로 아무리 낮게 말한다 한들 진시우 귀에 다 들렸다. 다만 진시우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인류의 본성이 바로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법이니 진시우는 황빈을 탓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도 황정군을 볼 때도 그닥 나쁜 감정이 없었다.메뉴를 고른 뒤 진시우는 편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때 황정군은 진시우의 눈치를 한참 살피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진 선생님, 혹시 동해의 주씨 가문이랑……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진시우는 곧장 답했다."아까 일로 궁금한 거 같은데 한때 주우범이랑 트러불이 있었던 거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우범부터 나한테 걸고 들었던 것이고 나한테 한바탕 '수리'당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진시우는 헐겁게 그냥 툭툭 말했다. 그러나 한껏 자연스러운 진시우와는 달리 황정군은 연신 한숨을 차갑게 내쉬었다. 동해의 주씨 가문이고 뒤로는 모든 이가 두려워하는 만강자본을 이끌고 있는데 진시우는 너무도 쉽게 얘기하는 것이었다.만강자본은 그 자본실력이 막강했다. 투자 한 번으로 족히 황정군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그래서도 남방에서는 감히 주씨 가문을 욕보이는 사람이 없었으니. 이 또한 묘씨 가문이 그렇게도 주씨 가문의 라인에 타려고 갖은 애를 쓰는 이유이기도 했다.그만큼 주씨 가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그러나 진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