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진의 손바닥이 영은의 뺨을 정확하게 후려쳤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에 임영은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으로 고개가 돌아간 채, 뺨은 이미 붉게 부어올랐다. 주희진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정말 참다못해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주희진은 한 발짝 물러섰다. 임영은은 어릴 때부터 거의 맞은 적이 없었다. 이 딸을 아끼느라 웬만해선 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임영은이 내뱉은 말들은 너무나도 못돼 먹은 말들이었다. 주희진은 그 순간, ‘초설’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지는 바람에 결국 참지 못했다.
페트르는 영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이렇게 감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염초설에게 악의만 품은 사람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세아는 페트르 곁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가 영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영은은 세아가 추천한 인물이었기에 세아는 페트르를 설득했다.“페트르 사장님, 임영은이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해낼 겁니다. 저는 그녀를 믿어요.”페트르는 세아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영상 속 영은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이번 한 번만 믿어
“당신은 아예 처음부터 임영은의 몸 상태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 집에 가요. 이제 임영은 일은 신경 쓰지 마요.”소남은 차 시동을 걸며 말했다.원아는 그의 말을 듣고 놀란 듯 쳐다보았다.‘지금 이 사람, 날 위해서 이렇게 화를 내고 날 감싸는 거야?’원아는 이유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소남 씨가 날 보호하려고 하는 거구나...’원아는 고개를 숙이며, 감동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집으로 가요...”소남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시간이 늦어 길도 막히지 않았고, 차
“응.”소남은 의사는 아니었지만, 지금 영은이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정말 이렇게 할 거예요?]사윤은 다시 한번 소남에게 확인하며 속으로는 궁금했다. 임영은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소남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걸까? 그리고 그녀가 소남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을 텐데...“임영은이 이곳에 돌아와서 그동안 너무 편하게 지냈어.”소남이 말했다. 그의 눈에 비친 임영은은, 자신이 임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원아처럼 성격 좋은 사람마저 참을 수 없게 만든다면,
원아는 스스로를 다잡았다.‘소남 씨와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이런 모습을 본 게 처음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러지?’부끄러움을 숨기고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케어를 시작했다.소남은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원아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아의 스킨케어 제품은 많지 않았고, 관리 단계도 간단했다. 스킨케어를 마친 원아는 화장대의 등을 끄고 침대로 돌아왔다.이불을 걷고 자리에 앉아 옆에 있는 소남을 슬쩍 쳐다봤다.소남은 이미 책을 내려
“자요, 이제 자요.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일이 어떻게 되든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소남은 원아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가 미리 이런 얘기를 한 이유는 내일 임영은이 자극을 받게 되면 그 소식이 곧바로 원아에게도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리 말해주면 원아가 덜 긴장할 것 같았다.원아가 긴장하는 건 임영은 보다도 주희진 때문일 것이다. 임영은이 자극을 받으면 주희진이 원아를 찾아올지도 몰랐다.소남은 원아가 더 이상 임영은에게 신경 쓰지 않길 바랐다.“알겠어요.”원아는 그의 품에 기대며 안심했다. 그녀
“12층은 입원 환자들이 검사하는 곳인데, 오늘 소독 작업 중이라 내일 다시 개방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외래 쪽에서 검사를 받아야 해요.”간호사가 차분히 설명했다.영은은 어깨에 걸친 외투를 짜증스럽게 잡아당기며 계속 내려가는 층수를 바라보았다.지금의 그녀는 너무 초라했다. 예전처럼 화려하고 당당하지 않았고, 화장도 하지 않아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비록 연예계를 떠났지만, 한때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영은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익은 얼굴이었다.영은은 다급히 말했다
소창민은 마스크를 내리고 몸을 굽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나야, 내가 네 아빠야!”임영은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마스크를 쓴 채로도 이 남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절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내 아버지는 임문정 지사야. 너 같은 뻔뻔한 인간 따위가 아니라고!”영은은 매섭게 말하며 몸을 뒤로 빼려 했다.영은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자 소창민은 금세 화를 내며 말했다.“그건 네 양아버지고, 내가 네 친아버지야! 네 간은 내가 준 거잖아. 어떻게 그런 불효스러운 말을 할 수 있니?”임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