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스스로를 다잡았다.‘소남 씨와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이런 모습을 본 게 처음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러지?’부끄러움을 숨기고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케어를 시작했다.소남은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원아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아의 스킨케어 제품은 많지 않았고, 관리 단계도 간단했다. 스킨케어를 마친 원아는 화장대의 등을 끄고 침대로 돌아왔다.이불을 걷고 자리에 앉아 옆에 있는 소남을 슬쩍 쳐다봤다.소남은 이미 책을 내려
“자요, 이제 자요.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일이 어떻게 되든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소남은 원아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가 미리 이런 얘기를 한 이유는 내일 임영은이 자극을 받게 되면 그 소식이 곧바로 원아에게도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리 말해주면 원아가 덜 긴장할 것 같았다.원아가 긴장하는 건 임영은 보다도 주희진 때문일 것이다. 임영은이 자극을 받으면 주희진이 원아를 찾아올지도 몰랐다.소남은 원아가 더 이상 임영은에게 신경 쓰지 않길 바랐다.“알겠어요.”원아는 그의 품에 기대며 안심했다. 그녀
“12층은 입원 환자들이 검사하는 곳인데, 오늘 소독 작업 중이라 내일 다시 개방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외래 쪽에서 검사를 받아야 해요.”간호사가 차분히 설명했다.영은은 어깨에 걸친 외투를 짜증스럽게 잡아당기며 계속 내려가는 층수를 바라보았다.지금의 그녀는 너무 초라했다. 예전처럼 화려하고 당당하지 않았고, 화장도 하지 않아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비록 연예계를 떠났지만, 한때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영은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익은 얼굴이었다.영은은 다급히 말했다
소창민은 마스크를 내리고 몸을 굽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나야, 내가 네 아빠야!”임영은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마스크를 쓴 채로도 이 남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절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내 아버지는 임문정 지사야. 너 같은 뻔뻔한 인간 따위가 아니라고!”영은은 매섭게 말하며 몸을 뒤로 빼려 했다.영은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자 소창민은 금세 화를 내며 말했다.“그건 네 양아버지고, 내가 네 친아버지야! 네 간은 내가 준 거잖아. 어떻게 그런 불효스러운 말을 할 수 있니?”임영은
“와, 어떻게 저럴 수 있지?”주변 사람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맞아 맞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도 아버지가 딸 고치려고 노력했는데 기회도 안 주고 발로 차다니...”“아버지한테 저러면 나중에 벌받지...”“그렇지, 저건 너무 심해. 아무리 그래도 친부잖아, 간까지 기증해줬는데.”“맞아, 간 기증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우리 조카도 간 기증자 기다린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의사가 6개월만 더 지나면 상태가 나빠질 거라고 했어. 간이 안 맞아서 부모님도 계속 기다리고 있어, 매일 울면서. 정말 안타까워
“소창민? 임영은 씨 소창민 님 때문에 기절한 겁니까?”사윤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일부러 모르는 척하지 마. 소창민 하고 날 만나게 한 거 네가 계획한 거잖아.”영은은 머리카락이 엉망인 채로 앉아, 눈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사윤이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소창민을 일부러 만나게 한 거라 생각했다.“임영은 씨, 지금 그 발언에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임영은 님의 건강은 임 지사님과 사모님께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도 소창민 님의 주치의로서 수술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
임영은은 간병인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영은은 소창민의 목소리를 듣고 모습이 보이기도 전에 바로 그라는 걸 알아차렸다. 간병인이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소창민과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 “저...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어요...”간병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소창민이 휠체어를 붙잡고 있었다. 소창민을 강제로 밀면 다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까 봐 결국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정말 쓸모없어!!”영은은 간병인에게 화풀이하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옆에 있던 의사는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
영상 속에서 영은은 마치 거리의 싸움꾼처럼 거칠게 말하며 소창민에게 발길질까지 했다. 반면, 소창민은 딸에게 용서를 구하며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소창민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누구라도 영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수술을 막 마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영은이 이 녀석,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잖아!”임문정은 화가 나서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비서는 몸을 떨며 서둘러 말했다.“지사님, 진정하세요.”“영은가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하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