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은 이 말을 끝으로 장인덕의 곁을 지나갔다.장인덕은 몸을 떨며 어쩔 수 없이 장인숙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문 어르신은 오랜 지기들과 바둑실에서 바둑을 두었다. 바둑을 두러 기원에 갔다. 채은서가 친정에 가자 문예성 역시 어디로 갔는 지 보이지 않았다. 넓디넓은 문씨 저택에 장인숙 모자와 중년의 여자 고용인만 남았다.장인숙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오래된 장미목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녀 앞에 놓인 따뜻한 차에서 은은한 향이 피어올랐다. 티테이블 맞은편에는 기품 넘치는 모습으로 문소남이 앉아 있었다.“어머니.”
임영은의 움직임은 매우 우아했다. 미간을 살짝 접은 채 미소를 지은 그녀는 꿀이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오랜만이에요.”문소남도 함께 있는 것을 본 임영은이 수줍은 듯이 말했다.“문 대표님도 댁에 계셨군요.”문소남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것으로 예를 차렸다.장인숙이 몸을 일으키며 살갑게 영은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영은아, 회사도 아니고 집에서 ‘대표님’이 뭐니? 그냥 ‘소남씨’라고 부르면 되지.”“어머니, 역시 별로였죠?” 영은이 장인숙에 말하면서도 수줍은 빛을 띤 눈으로 옆에 있는 문소남을 슬쩍 쳐다
영은은 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장인숙이 문소남에게 계속 잔소리을 늘어 놓으며 말했다.“좀 봐, 역시 딸이 좋아. 얘, 영은이가 얼마나 다정한 지 좀 봐. 내가 마음에 들어 하던 걸 계속 염두에 두고 있다가 먼 걸음도 마다 않고 와서 선물 하잖니. 내가 너처럼 말도 안 듣는 자식을 키웠어. 너 온종일 내 화만 돋우는 것 말고 대체 뭘 할 수 있니?”아무 말없이 나른한 듯이 소파에 기댄 문소남은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경제 관련 뉴스보도를 시청했다. 장인숙은 영은을 끌어와서는 하소연을 쏟아내었다. 영은은 장
은 밤.장정안은 송재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네가 이연이를 풀어준 거야?”“저희 형이 직접 전화해서 풀어 달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안 놔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연의 민낯 사진을 찍었어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거리낌 없이 말하세요.” 송재훈이 나른한 투로 말했다.“됐어, 나중에 얘기하자.” 장정안은 다소 언짢은 듯이 전화를 끊었다.그의 계획에서 비교적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말인 이연은 원아를 협박할 카드였다. 그런데 지금 그를 도와줄 말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다 문소남은 집안 점
장인덕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자 박영란도 자연 화가 나서 남편에게 손가락질하며 따졌다.“장인덕, 당신은 양심도 없어요? 내가 걔를 망쳤고 당신은 죄가 없다? 아니 당신…….”순전히 남편을 책망하고 비난하는 그녀의 말들이 이어졌다.박영란은 막돼먹은 여자처럼 욕설을 내뱉으며 장인덕에게 물건을 집어 던졌다. 결국 화가 난 장인덕이 문을 쾅 닫고서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박영란은 억울한 마음에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난처한 모습의 가정부가 가서 부축해 일으켰다.같은 시간.수염이 덥수룩한 청년이 청년이 컴퓨터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원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무실 동료들이 시선이 제각기 다른 것을 발견했다. 동정하는 사람도, 불쌍하게 보는 사람도, 경멸하는 사람도, 고소해하는 사람도 모두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그녀 뒤에서 소곤거렸다. 주소은만 배려와 걱정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주소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몰래 원아를 구석으로 끌고 가 게시글들에 관해 물었다.“원아씨, 게시글에서 뭐라고 하든 난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난 원아씨가 어떤 사람인 지 잘 알아요. 글 속의 여성이 원아씨일 리가 없어요. 그러니 마음에 담아 둘 필요
그러나 휴가 중에 메일함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자신의 잘못이었다.이번에도 잘 기억해서 이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자신을 일깨웠다.원아가 이메일을 열어 보니, 과연 팀장이 이틀 전에 그녀에게 발송한 업무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사실 회사 규정에 따르자면 휴가 가서까지 업무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팀장은 원아가 눈에 거슬렸다. 하지윤까지 여러 차례 그녀에게 편리를 봐주는 게 싫었다. 그래서 고의로 원아를 괴롭혀 그녀 스스로 퇴사하게 할 속셈이었다.그녀도 얻는 바가 있으므로 기꺼이 총대를 메고 원아를 겨누어 쐈다.
원아는 재빨리 커피를 내려 문예성에게 건넸다.“부사장님, 커피 드세요.”그리고 원아는 자기 자리에 다시 앉아서 하던 업무에 집중했다.문예성은 몇 모금 마신 뒤에 생각했다. ‘음 블렌딩도 적당히 잘 됐고 맛도 깔끔하네. 과연 다른 사람 커피하고는 차이가 나네.’원아에게 엄지손가락을 올린 문예성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원아씨 커피 내리는 솜씨가 훌륭한데요. 전문적으로 배웠어요? “지금 그가 보기에 형수감으로 그녀는 정말 괜찮은 듯했다. 예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격 좋고 커피 내리는 솜씨도 다른 누구보다 훌륭하잖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