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끼가? 그게 무슨 헛소리야!”염무현의 앞에서 무례하게 구는 장문주를 보자 공규석이 벌떡 일어났다.“고작 경기에서 몇 번 이겼다고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어? 서해시에 네가 낄 자리가 있을 것 같아?”장문주가 싸늘하게 웃었다.“어디서 감히 함부로 주둥이를 나불거려! 두고 봐, 오늘 염무현을 죽일뿐더러 너랑 진경태도 살아서 돌아갈 생각하지 마. 당신 딸이 그렇게 예쁘다며? 진경태도 와이프가 미인이라고 소문이 났던데 아쉽게 되었군. 둘이 죽으면 남아 있는 사람은 무슨 죄람? 다행히 내가 또 정의감 하나는 남달라서 이왕 죽이기로 한 이상 뒷일까지 깔끔하게 책임져 주기로 했거든. 물론 내가 대신 예뻐해 줄 테니까 전혀 걱정 안 해도 돼. 하하하!”김준휘는 질세라 맞장구를 쳤다.“장 선생이 혼자서 커버하기 힘들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좋아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눈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웃었다.“하하하!”진경태는 화가 나서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고 공규석의 눈에는 분노가 일렁거렸다.이 바닥에서 가족은 건드리지 않는 게 국룰이다.그러나 눈앞의 파렴치한 남자들은 무려 남의 가족을 내세워 협박까지 했으니 개념조차 없다고 볼 수 있다.진경태가 버럭 외쳤다.“장문주, 김준휘! 너네 같은 쓰레기들이 감히 서해시를 탐해? 꿈 깨!”이런 사람이 서해시를 손에 넣게 된다면 제멋대로 할 게 뻔했다.“곧 죽게 될 사람들이 구세주 행세라도 할 셈인가? 재미있군.”김준휘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당신들도 어디 가면 난다긴다하는 거물들인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왜 하필이면 염무현처럼 무능한 놈을 선택한 거죠? 내 계획을 망치고, 우리 둘째 삼촌과 동생까지 죽였으니 염무현은 오늘 끝장이라고 보면 돼요.”장문주는 염무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혼원문의 애제자이자 소년 신의라고 불리는 허문정도 저 자식의 손에서 죽었어. 오늘 혼원문을 대표하여 사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놈의 목숨을 앗아갈 거야!”여유로운
김준휘는 화가 나서 눈알만 부라렸다.“어차피 곧 죽게 될 사람인데 이제 와서 따져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나마 내가 아량이 넓어서 다행인 줄 알아요.”장문주의 시선은 염무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맹승준 사제도 네가 죽였다며?”“맞아.”염무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이게 바로 군자와 소인의 차이였다.반면 김준휘는 소인만도 못한 위선자에 불과했다.“그렇다면 맹승준 사제는 고작 빛 좋은 개살구라는 사실을 보여줄 뿐, 네놈이 이득을 봤다는 뜻이네.”장문주는 비아냥거리더니 손가락으로 링을 가리켰다.“인정 하나는 잘하네, 그럼 얼른 올라와서 네 운명을 받아들여.”“당신 같은 사람은 내 상대가 될 자격조차 없지.”염무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의 폭탄 발언에 사람들은 발칵 뒤집혔다.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지?간덩이가 부었나? 무려 마스터 앞에서 도발하다니?하지만 염무현은 다리를 움직여 링으로 향했다.“비록 널 죽일 가치도 없지만 규석 씨 따님과 사모님을 건드린 대가는 받아내야겠어. 성인이라면 본인이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지? 두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세상에 살려둘 수는 없어.”천자의 노여움을 샀으니 당연히 목숨으로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주변 사람을 건드리는 것이야말로 염라대왕의 금기 사항이다.염무현의 말을 들은 장문주는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마치 말도 안 되는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싶었다.“자식, 죽기 전에 큰소리를 칠 정도면 배짱은 꽤 있군, 그동안 만났던 애송이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인정하지.”장문주의 얼굴이 대뜸 일그러지더니 말머리를 돌렸다.“다만 아쉽게도 헛똑똑이에 불과해. 감히 우리 혼원문과 적이 되다니! 만약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앞에 얼씬거리지도 마, 알겠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문주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냈다.이내 순수한 에너지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주변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가까이에 있던 몇몇 거물들은 숨 막힐 듯한 위압감
장문주는 링 밖으로 날아가 커다란 나무에 쿵 하고 부딪혔다.우지끈!지름이 6m 넘는 나무가 그 자리에서 두 동강이 났다.데굴데굴 굴러 드디어 착지한 장문주의 입가에 피가 배어 나왔다.온몸에서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는 허리를 짚은 채 의아한 얼굴로 링을 바라보았다.염무현은 키가 크고 몸집이 있는 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덩치가 산 만하고 건장한 고대 무술 능력자에 비하면 허약해 보이기까지 했다.수년간의 고된 훈련을 마친 자신이 어찌 애송이에게 질 수 있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의 얼굴에 오로지 충격만 남아 있었다.맨 앞줄에 앉아 있던 거물들은 더더욱 입을 다물지 못했다.처음에는 다들 염무현이 진경태와 공규석을 따라다니는 시종인 줄 알았다.하지만 지극히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둘과 백희연 같은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와 동행했다는 점에서 어느 재벌 집의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다가 김준휘와 장문주의 원수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곧 죽게 될 목숨이라고 확신했다.만약 염무현이 죽으면 천하제일의 미녀가 혼자 남을 텐데 이를 어찌해야 하냐고 아쉬워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결국 링에서 대결을 펼치는 그를 보자 모두가 장문주의 손에 죽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왜냐하면 오랫동안 명성을 떨친 만큼 장문주의 실력 또한 막강했기 때문이다.혼원문에서 사부에 버금가는 존재가 바로 장문주였다.염무현처럼 듣도 보도 못한 애송이를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와 다름없었다.심지어 거물들은 염무현이 죽자마자 진경태와 공규석을 공격할 준비까지 마쳤다.이번에는 서해시 뿐만 아니라 진경태와 공규석의 목숨 또한 그들의 타깃이니까.하지만 단 한 방에 패배한 사람이 장문주 본인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만약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진경태와 공규석을 살해하는 건 다름 아닌 김준휘의 명령이었다.자기 세력 범위 안에서 타인이 침범하는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출혈로 죽는 건 둘째치고 내상 때문에 더는 맞서 싸울 기력이 없을 것이다.장문주는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이를 악물었다.“호락호락한 놈은 아닌가 보군, 내가 방심했어! 하지만 고작 이런 식으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장문주는 벌떡 일어나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다시 링 위에 안착했다.“이번에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 각오해.”장문주는 일그러진 얼굴로 순식간에 모든 기운을 최대치까지 끌어모았다.이내 주위에 강풍이 불어 닥치더니 옷깃이 펄럭이며 소리까지 났다.무시무시한 기운이 양 손바닥을 향해 빠르게 모여들었다.링 밖에서 공규석이 한발 나서면서 손가락질하더니 버럭 외쳤다.“당신은 염치도 없어? 격투전의 룰도 몰라? 링 밖으로 나가는 순간 패배라고! 지금 지켜보는 사람이 몇 명인데 어떻게 뻔뻔스럽게 다시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지? 대체 뭐 하자는 거야!”진경태도 화를 감추지 못했다.“장문주, 당장 링에서 기어 내려와! 무려 그랜드 마스터라는 사람이 룰조차 안중에도 없다니!”관중들도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김준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신우영 일행을 향해 눈짓했다.“두 분, 그게 무슨 말씀이죠? 장 마스터님이 방심한 탓에 염무현이 운 좋게 얻어 걸린 건데 실수로 링에서 미끄러졌다고 해서 패배라고 보기에는 무리이지 않나요?”“링 밖에 나가면 패배라니?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규칙을 정하는 거죠? 우린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장 마스터님께서 넓은 아량으로 상대방을 용서해 다시 링 위에 복귀해 준 것만으로도 격려받아 마땅한 일이며, 그와 동시에 염무현에게는 커다란 영광이죠.”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시비까지 전도했다.진경태와 공규석 둘이서 당연히 이렇게 많은 사람의 상대가 안 되었다.비록 논리를 따지기 위해 목청이 터질 정도였지만 상대방의 막무가내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김준휘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도전하기에는 아직 멀었거든?’그가 원하는 건
설령 염무현의 주먹 한 방에 장문주가 저 멀리 떨어져 나갈지언정 그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왜냐하면 장문주의 실력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공격 태세를 취하자 모래바람이 휘날리다니.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얼마나 더 멋있는지 모른다.구경꾼들은 하나같이 혀를 찼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감탄과 경악이 섞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그동안 CG는 전부 가짜인 줄 알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허상에 불과한 게 사실이었다.제아무리 현실에 가까운 CG라고 해도 실제 상황의 0.01%도 안 되었고 어디까지나 가짜였다.김준휘는 더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염무현이 죽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니, 이렇게 통쾌할 수가!그는 문득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까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어 양희지에게 보냈더라면 좋았을 텐데.이제 와서 생각이 떠올라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링은 누르스름한 연기로 온통 뒤덮였고, 일그러진 얼굴이 흡사 악마를 연상케 하는 장문주가 모든 기운을 손바닥에 모아 냅다 후려쳤다.웅!이때, 한 줄기 황금빛이 번쩍였다.쿵!굉음과 함께 장문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격렬하게 떨리는 오른손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손바닥은 마치 강철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강철보다 더 단단할지도 모른다.왜냐하면 강철이라면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났을 텐데 눈앞의 금빛 방호막은 꿈쩍도 안 했기 때문이다.극심한 통증이 밀려오자 그는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이내 거대한 파워가 오른팔을 타고 체내에 흘려들었다.그러고 나서 다섯 손가락이 부러지더니 손바닥, 손목 그리고 팔까지 핏덩이로 변하는 광경을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우두둑!심지어 팔이 떨어져 나갔는데도 파워는 약해지기는커녕 되레 기승을 부렸다.장문주는 오른쪽 어깨의 살덩이가 찢겨나가 훤히 드러난 갈비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순간 그는 절망에 빠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쪽짜리 시체가 흩날리는 핏덩이와 함께 안개 속에서 튀어나와 마침 김준휘의 발아래에 떨어졌다.
물론 가문 전체의 실력을 놓고 보면 막강할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김준휘의 최강병기는 바로 장문주였다.하지만 이제 죽었으니 어떡하지?대체 누구한테 의지해야 하냐는 말이다.다들 후회막급했고, 진경태와 공규석을 바라보는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진씨 가문과 공씨 가문은 염무현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서해시의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킨 셈이다.아마도 앞으로는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김준휘는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서해시를 정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인력과 물력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이제 곧 물거품이 되기 직전인데 당연히 제지해야 하지 않겠는가?“진경태와 공규석을 체포해!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예쁜 저 여자도.”김준휘는 목청을 돋우어 고래고래 외쳤다.주변에 매복하여 대기하던 몇십 명의 고수들이 즉시 명령에 따랐다.그는 인질을 붙잡아 강제로 염무현을 굴복하게 할 작정이었다.양희지의 말에 따르면 염무현이 정이 많은 사람인지라 항상 주변 사람을 일순위로 여긴다고 했다.따라서 인질만 확보하면 그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게다가 링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절대로 방해할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감히 자신에게 덤비는 사람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그제야 진경태와 공규석은 위험을 감지했고, 김범식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그들을 구해줄 입장이 안 되었다.일촉즉발의 순간 허공에 하얀색 기운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백희연을 중심으로 사면팔방 뻗어져 나갔다.그녀가 발로 바닥을 가볍게 굴렀는데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펑!털썩!쿵!충격을 정통으로 받은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거꾸로 날아올라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입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이 광경은 다시 한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대체 무슨 상황이지?방금 쓰러진 사람 중에서 마스터급 고수만 해도 몇 명인가?게다가 그 흰색 기운은 도대체 뭐란 말이지?그들뿐만 아니라 진경태와 공규석도 어리둥절했다.반면,
다른 능력은 몰라도 김준휘는 적반하장에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그럼 우리가 빠질게, 어때?”이내 선심 쓰는 척 꼬리를 내렸다.“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해. 즉 나도 못 봤던 거야. 서해시는 여전히 진씨 그리고 공씨 가문이 꽉 잡고 있고, 앞으로 얼씬거리지도 않을게.”그의 말에 끝나기 무섭게 신우영과 안정우 일행은 안색이 돌변했다.김씨 가문을 따라 호의호식할 거로 믿었는데 명성이 자자한 김가네 도련님이 이렇게 빨리 굴복할 줄이야!자신들의 미래와 전망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듣자 하니 지금 도망칠 기세이지 않은가?이번에 제대로 망신당한 꼴이었다.“가자.”김준휘가 이동하려고 다리를 움직이자 염무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가도 된다고 한 적이 없는데?”김준휘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버럭 외쳤다.“내가 이미 배려해줬잖아! 게다가 그동안 저지른 짓거리도 용서해줬는데 대체 뭘 원하는 거야?”“둘째 삼촌이랑 재회하게 해줄게.”염무현이 서늘하게 대답했다.김준휘는 겁을 먹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 날 죽이려고? 경고하는데 장문주를 이겼다고 해서 내가 안중에도 없다가 큰코다칠 줄 알아. 우리 가문에서 장문주 같은 사람은 개뿔도 아니거든? 김씨 일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처참한 죽임을 당할 테니까!”염무현이 피식 비웃었다.“김준영을 불구로 만들고 김민재를 죽였는데 털끝이 웬 말이지? 난 여태까지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김준휘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염무현은 그를 가만두지 않을 작정인 듯싶었다.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두려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이때, 누군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저기 봐! 뭐지?”어둠 속에서 희미한 실루엣이 빠르게 다가왔다.“세상에, 사람인 것 같은데...”“지금 날아다니는 건가? 설마 이게 바로 전설 속의 경공...?!”“저분 마 선생님 아닌가요? 마스터님께서 오셨으니 이제 구경거리가 생기겠네요.”그를 발견한 김준휘는 반색을 했다.마범구가 나타났다!도움을 구
김준휘가 다시금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손가락질했다.“바로 이 자식이 죽였거든요? 이름은 염무현이라고 합니다.”마범구는 버럭 외쳤다.“진짜 네 놈이 죽였어?”염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무심하게 말했다.“네.”70세가 되는 마범구는 회색 무술복을 입고 있었다. 만약 노발대발하며 흉악하게 일그러진 표정만 아니었더라면 나름대로 기력이 정정한 노인처럼 보였을 것이다.“이놈이 간덩이가 부었나?”마범구는 두 눈을 부라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내 마지막 제자는 물론 이제 애제자마저 죽이다니?!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려 두 사람의 원수를 갚아주마!”이내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서늘한 기운을 뿜어냈다.마범구의 주변에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더니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다.노여움에 이성을 잃은 마범구를 보자 김준휘는 그가 결코 염무현을 봐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날 죽인다고 하지 않았어? 여기에 가만히 있을 테니까 어디 한번 죽여보던가? 대체 누가 먼저 저세상으로 가는지 두고 보자고. 하하하.”염무현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마범구가 잽싸게 김준휘의 앞을 가로막았다.순간, 경기장에 강풍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람들이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링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는 마치 귀신들의 울부짖음처럼 등골이 오싹했다.다들 질세라 뒤로 물러서자 그제야 숨 막히는 압박감에서 벗어났다.“이게 바로 혼원문의 필살기 혼원기공인가요?”“마 선생님께서 직접 손을 쓴 이상 천지가 무너질지도 몰라요. 칠성각에 곧 큰 재앙이 닥치겠네요.”“우리까지 불똥이 튀는 건 아니겠죠?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요. 여기는 너무 위험한 것 같으니 뒤로 물러서야겠어요.”곧 대전이라도 펼쳐질 듯 긴장감이 흘러넘쳤다.이때, 귀청이 울릴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무량... 천존.”사방에서 들려오는 음파가 천지를 뒤덮었다.마범구의 주변에서 기승을 부리던 강풍이 순식간에 잠잠해지더니 현장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