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무현이 무슨 말을 하려던 그때.“괜찮아요, 제가 실수한 게 먼저죠.”태일 도사는 사과하며 진지한 얼굴을 보였다.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시선을 염무현에게로 옮겼다.“무현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런 인물까지 제압할 수 있다니, 정말 존경합니다.”그는 마치 백희연의 신분을 이미 알고 있듯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어쩐지 여기로 들어오기 전에 백희연이 불편해하더니.염무현은 이곳 칠성각이 전혀 역사가 유구한 것도 아니고 사람이 지은 건물로 득도한 고수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잘 알았기에 청교 여왕인 백희연이 왜 두려워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모든 게 태일 도사 때문이었다.태일 도사는 그 일을 신경 쓰지 않는 듯 화두를 돌렸다.“무현 님, 안으로 들어가려 하십니까?”이 말은 염무현에게 조금 의외로 느껴졌다.도사들은 자고로 요괴나 마귀를 처단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던가?이렇게 큰 요괴가 눈앞에 보이는데, 게다가 그 정체를 간파했으면 원래 원수로 생각하고 법기로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지만 태일 도사는 그저 덤덤한 얼굴을 보였다. 게다가 그건 연기가 아니라 그의 진짜 속마음이었다.조금 놀란 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들어가도 되죠?”옆에 있던 설문호와 지필승이 그의 말을 듣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X끼,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야?’신임 관주는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새 명령을 내렸었다.사적으로 찾아가서 사정하면 들여보낼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어떻게 들여보낼 수 있겠는가?아무리 태일 도사가 젊은 관주라고 해도 체면치레는 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그들의 예상 밖으로 태일 도사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그리고 문을 지키고 있던 제자에게 말했다.“무현 님 일행들을 들여보내.”“네, 알겠습니다.”무척이나 고집불통으로 보이던 도사는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여러분, 들어가시죠.”“정말 감사합니다.”염무현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사실 태일 도사의 허락이
그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지필승이 멋쩍게 말했다.“앞에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나는데 빨리 가보자고, 아니면 멋진 대결을 놓칠 수도 있어.”설문호는 본능적으로 아부를 이어갔다.“역시 필승 형님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멀리 있는 소리까지 다 듣다니, 역시 고대 무술 능력자이십니다. 저희와 같은 일반인들은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는걸요.”지필승은 우쭐거리며 말했다.“별거 아닌데. 얘기할 가치도 없는 기술이야.”곧이어 그들은 경기장에 도착했다.면적이 1만 평이 넘는 넓은 공간은 지금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중간에는 지름 30m의 원형 링은 거대한 청석으로 쌓아 만들어졌다.그 높이는 150cm 정도 되고, 네 방향으로 맹수 조각상이 있어 유난히 위엄 있어 보였다.현장에는 적어도 이삼천 명은 되었는데 여간 시끌벅적한 게 아니었다.어쩐지 태일 도사가 사람 더 못 들어오게 막더라니, 이곳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만약 계속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낸다면 압사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좋아!”“참 잘 싸우네, 계속해... 저놈을 쓰러트리라고!”현장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했다.메인 링의 네 개 구석에는 간이 사각 링이 배치되어 있었다. 경기는 진행 중이라 링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여 있었다.“멋있네!”설문호와 문성은은 일반인이라 이런 장면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화려한 격투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이건 멋지다고 할 수도 없지. 정식 게임을 위한 연습 게임에 불과해.”지필승은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짜 멋진 건 따로 있어. 저기 봐, 우리 안성무관 팀이 보이지? 선배님이 뒤에서 몸 풀고 있어. 곧 경기를 할 것 같은데 한번 보자고.”동남쪽 구석에 있는 작은 링 옆에 지필승과 똑같은 모양의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그들의 가슴팍에는 모두 ‘안성’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도련님, 이쪽이에요!”그들도 지필승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도련님, 마침 잘 오셨네요. 선배님께
“정말 돈을 딸 수 있는 건가요?”문성은이 물었다.설문호도 묻고 싶은 질문이었지만 그는 일부러 문성은을 째려보며 버럭 화를 냈다.“지금 필승 형님의 안목을 의심하는 거야? 필승 형님이 누구신데. 안성무관의 둘째 도련님이시잖아. 우두머리 집회 참석만 여러 번인데 형님의 말씀이 틀렸을 리가 있겠어?”설문호는 문성은을 혼내면서까지도 지필승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지필승은 너그러운 척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수씨도 처음이니까 모를 수 있지. 내 분석을 잘 들어봐요.”기세등등한 그는 손으로 선배가 서 있는 맞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상대는 임양시 한 무관의 제자죠. 시합한 것 봤었는데 실력이든 경험이든 우리 선배님을 따라올 수 없어요. 무조건 선배님이 이기실 확률이 더 높습니다.”지필승은 말을 마치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딜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한 딜러가 달려오더니 미소를 지은 채 종이를 건넸다.“여러분, 돈을 거실 거예요? 안성무관의 제자인 조성윤과 임양 용위무관의 제자인 마승규의 시합입니다. 조성윤 님의 승리 배당률은 1대1.3이고, 마승규 님의 승리 배당률은 1대 1.5입니다.”그 말을 들은 지필승은 금세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설문호는 곧바로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내가 뭐라고 했어? 필승 형님의 안목이 대단하시니 절대 문제가 없을 거야. 우리도 조성윤 님에게 걸자고.”“네가 안목이 있네!”지필승은 그를 칭찬하고는 호기롭게 종이를 받은 후 말했다.“선배님께서 직접 나서는데 당연히 지지해야지.”“2000만 원을 안성무관에게 걸게요.”문성은은 깜짝 놀랐다.“네? 그렇게 많은 돈을 거신다고요?”바로 2000만 원이라니.이제 막 회사에서 승진한 그녀의 연봉은 겨우 3000만 원 정도였다. 식비, 생활비를 빼면 많아야 3분의 1인 10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2000만 원은 그녀에게 있어서 2년을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무조건 돈을 따는 상황이니 많이 걸어야죠. 내가 이렇게까지 도왔는데 기회를 놓
“역시 필승 형님은 어떤 놈과 다르게 멋지네요. 돈이 없으면 솔직하게 인정해야지. 괜히 버티다가 남에게까지 눈치를 주고.”설문호는 염무현을 단단히 물고 늘어졌다.지필승에게 아부를 떠는 것도 모자라 굳이 염무현을 비하하다니, 여간 뻔뻔스러운 게 아니었다.“배당률이 낮으니 재미가 없네.”백희연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한마디 보탰다.“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들만이 이런 게 재밌겠지.”그 말을 들은 설문호는 얼굴을 붉혔다.지필승은 체면이 서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이 너그러운 척 연기를 했다.“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강요를 하진 않겠어요. 희연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먼저 구경하는 것도 좋아 보여요. 돈을 걸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요.”‘세상에 돈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없을 거야!’몇 판을 이겨 자기가 한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면 백희연도 생각을 바꿀 거라 지필승은 생각했다.그때면 베팅을 가르쳐준다는 명목하에 백희연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링 위에서.시합이 시작했다.조성윤의 발차기 세 번 만에 마승규는 그대로 링 아래로 떨어졌다.“봤죠? 선배님 무조건 이긴다고 했잖아요.”지필승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설문호도 덩달아 신이 났다.겨우 몇 분 만에 한 달 월급보다도 많은 200만 원을 벌었으니 말이다.문성은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짧은 시간 내에 돈을 이렇게 많이 벌 수 있다니.심지어 방금 돈을 조금 더 걸지 않은 것에 후회까지 했다.조성윤이 이 판을 이겼으니 다른 사람이 언제든지 그에게 도전할 수 있었다.다음 두 판도 조성윤이 이변 없이 이겼다.지필승의 분석이 유난히 정확해 세 사람은 돈을 상상 그 이상으로 많이 벌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곧이어 조성윤에 또 도전하는 사람이 있었다.이번에는 마른 체구의 젊은 남자였는데 키가 크고 몸집이 우람한 조성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이런 몸매를 가졌는데 무슨 배짱으로 선배님을 도전한 거야? 죽으려고 작정한 건가? 선배님이 연
“또 개소리하고 있네!”지필승은 펄쩍 뛰더니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눈이 멀었나? 입이 달렸다고 말을 함부로 하네. 선배님이 왜 져? 아무것도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눈치가 없어.”‘나 네놈을 엄청 오래 참았다고! 네가 희연 씨 사촌오빠가 아니었다면 넌 벌써 내 손에 죽었어.’“무현아, 너 좀 실례한 것 같은데.”문성은은 지필승 덕분에 돈을 꽤 많이 벌었기에 당연히 지필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구긴 채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네가 고대 무술 능력자도 아닌데 어떻게 함부로 평가할 수 있어?”이건 설문호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염무현이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고대 무술 능력자인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어요.”“그럼 무엇과 상관이 있는데?”설문호가 물었다.염무현은 차마 문성은이 돈을 잃는 모습을 볼 수 없어 꾹 참고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전에 염무현을 잘 챙겨줬었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염무현은 진작 자리를 떴을 것이다.“경기장은 당연히 돈을 버는 게 최우선이겠죠. 처음 세 판 모두 조성윤이 이긴 건 사람들에게 그가 계속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죠. 그래야 다음 판에도 사람들이 조성윤에게 돈을 걸 테니까요.”염무현은 좋은 마음에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상황을 뒤집어 다시 돈을 거두려는 게 아니겠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지필승이 콧방귀를 뀌었다.“경기장 장사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당신 말대로였으면 진작 들켰을 거야.”설문호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현장에 이렇게 많은 고대 무술 능력자들이 있는데 정말 당신 말대로였다면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겠어?”“신용이 뭔지나 알아? 신용을 지키는 게 장사의 기본이라고! 너만 똑똑하고 이상함을 감지하는 줄 알아? 돈을 딸 기회를 놓쳤으니까 일부러 훼방하는 거잖아.”염무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왜 갑자기 반말이야? 믿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내가 더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으니까.”염무현은 자기가 할 만큼 했다고 생
“그만 내려가, 이 X끼야!”조성윤은 있는 힘 모두 주먹에 주입했다.주먹은 순식간에 공기를 가르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그의 주먹이 곧 상대의 명치에 닿기 직전, 갑자기 상대의 그림자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주먹에 맞은 건 상대가 아니라 그의 그림자일 뿐이었다.망했네.온몸의 힘을 실은 주먹이 허탕을 쳤다.바로 이때, 상대는 귀신처럼 갑자기 조성윤의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등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조성윤은 원래도 중심을 잘 잡지 못했는데 그 발차기 한 방에 몸이 그대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사람들의 놀라운 시선 속에서 그는 그렇게 링 밖으로 날아갔다.“쿵!”조성윤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는데 심지어 얼굴이 먼저 바닥에 닿은 상태로 떨어졌다.그리고 관성에 의해 앞으로 몇 미터나 더 구르고서야 멈추었다.바닥에는 무서운 핏자국이 한 줄 남아 있었다.조성윤의 턱, 입술과 코는 이미 살갗이 찢어져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정말 아파 보였다.하지만 돈을 건 사람들의 아픔과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조성윤은 아프기도 했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상대의 한 방에 완패를 했으니 체면이 깎일대로 깎인 셈이었다.너무 분한 나머지 그는 바닥에 누운 채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선배님!”후배들이 그에게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지필승은 눈만 멀뚱멀뚱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우리... 우리가 진 거예요?”설문호도 어안이 벙벙했다.처음 세 판에서 번 돈을 모두 잃었을 뿐만 아니라 본전인 600만 원도 날렸다.“안 돼요, 필승 형님. 제가 얼마나 힘들게 모은 피땀 어린 돈인데요. 형님 말씀 듣고 베팅했는데 돈을 모두 잃었으니 형님이 책임지셔야 해요!”설문호는 바로 지필승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짝!”지필승의 귀싸대기를 맞은 설문호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정신 차렸어? 못 차렸으면 한 대 더 맞아!”지필승은 눈을 부라리며 언성을 높였다.“내 덕분에 돈을 땄을 때는 아무 말도 안 하더니, 돈을 잃으니까 이제 모두 내 책임으로 전가하는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염무현이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개도 주인 길은 막지 않는데 말이야.”그 말을 들은 지필승의 안색은 확 어두워지더니 이내 소리를 질렀다.“나 너 엄청 오래 참았어. 네가 뭔데 감히 희연 씨를 데리고 메인 링 구역에 가는데?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거기로 가?”설문호가 맞장구를 쳤다.“그래. 거기가 가려면 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아?”“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인데?”염무현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설문호는 허리에 손을 얹더니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거기는 거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야. 만약 당신들이 가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떻게 해? 그러다가 나랑 필승 형님이랑 이곳에 들어온 게 알려지면 괜히 우리까지 봉변당하는 거 아니야?”지필승이 콧방귀를 뀌었다.“나만이 메인 링 구역에 들어갈 수 있는 거 몰라? 물론 파트너 한 명을 데리고 들어갈 수는 있지.”“희연 씨, 나랑 같이 들어가요.”지필승은 또 설문호와 문성은을 보며 말했다.“아무래도 파트너 인원 제한이 있다 보니 두 사람은 밖에 있어야겠어. 제수씨 미안해요.”“필승 형님, 괜찮아요. 경기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요.”설문호는 부끄러움도 모르는지 다시 지필승에게 아부를 떨고 있었다.지필승에게 맞아 빨간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말이다.사실 그는 경기장으로 온 것을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600만 원이나 잃었으니!게다가 문성은의 200만 원까지 더하면 그들은 800만 원을 잃은 거였다.거의 1년 동안의 저축이 이대로 물거품이 되었다.그래서 그 손실을 어떻게 줄일까 궁리하고 있던 참에 그의 시선은 문성은에게 떨어졌다. 그 손실 절반은 문성은에게 떠맡길 생각이었다.‘그래! 같이 온 거니까 리스크도 같이 감수해야지. 약혼녀면 어때. 친형제도 돈은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잖아. 그래, 성은 씨와 손실을 나누는 거야.’“필요 없어요!”백희연은 지필승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지필승은 화
그때면 지필승도 결국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지필립은 야단을 친 사람이 자기 동생인 걸 발견하고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떻게 된 거야?”지필립이 싸늘한 얼굴로 걸어오고는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저 두 사람, 네가 데려온 거지? 미쳤어? 맨 앞줄에 왜 앉혀? 죽고 싶어? 거긴 거물들이 앉는 자리야. 얼른 데려가. 너도 좀 정신을 차려. 사람을 좀 잘 보고 가까이 지내란 말이야. 이 일 때문에 거물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넌 내 손에 죽을 줄 알아.”지필승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형.”지필립은 자기가 모시고 있는 호성 어르신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자 급히 제자리에 돌아갔다.지필승이 어금니를 깨물었다.‘내가 창피를 당하고 형한테 혼난 것도 모두 너희들 때문이야!’그가 쏜살같이 메인 구역에 달려가려 하자 사람들에게 저지당했다.“뭐 하는 사람이야? 함부로 여기 들어가면 무슨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 당장 꺼져!”노발대발하는 그 사람들의 기세가 대단했다.지필승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굽신거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형님들, 같이 온 친구들이 눈치가 없어서 앞줄로 간 모양입니다. 다른 마음은 없고, 혹시나 그 친구들이 버릇없이 굴까 봐 불러내려고 합니다.”지필승은 염무현만 쫓아내고 혼자 미인인 백희연과 남아있을 생각이었다.지필립과 호성 어르신이 있으니 분명 문제없을 것이다.물론 맨 앞줄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구석에라도 앉아 있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메인 구역에 함부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경호원들은 난리가 났다.중요한 자리에서 사고라도 나면 분명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김범식에게 혼나는 것도 결코 피면하지 못할 것이다.“누구? 어디에 있는데?”지필승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저기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저 여자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아무것도 모를 거예요, 저 남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