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지는 공혜리한테 잘 보이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재력을 보든, 사회적 지위, 경험을 보든 공혜리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양희지가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미모였지만 공혜리는 더 젊고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다.아무리 봐도 공혜리의 상대가 아니었다.사람을 보는 안목에서도 공혜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였다.염무현을 대하는 태도를 봐도 한참 모자랐다.양희지 눈에는 염무현이 아무 쓸모도 없는 병신이었지만 공혜리는 그런 그를 보물처럼 대했다.결과를 보면 공혜리가 맞았다.이때 한 남학생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버벅거렸다.“서해시 제1 미녀 회장이 염무현 여자친구였다니! 설마 그래서 양 얼짱이랑 이혼했던 거야?”제1 미녀 회장이 제1 미녀 대표의 결혼생활에 훼방 놓다?동창생들은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막장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제가 무현 씨를 만났을 때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습니다.”공혜리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래서 양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요. 양 대표님께서 이렇게 좋은 남자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저한테 기회가 왔을까요?”공혜리는 일부러 소유권을 주장하듯이 염무현의 팔짱을 꼈다.반박할 수가 없는 양희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심이 타올랐다.그녀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염무현과 재혼하려던 것이었다.굳이 동창회에서 이러려는 목적은 바로 염무현이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등 떠밀려 재혼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양희지는 염무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성이 착해서 자기 체면을 꼭 세워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가 체면 때문에 억지로 대답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염무현이 흔쾌히 재혼을 받아들일 거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공혜리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특히나 공혜리가 하는 행동 때문에 침착할 수가 없었다.결국 공혜리의 거짓말을 들춰내기로 했다.‘감히 본처 앞에서 여자친구인 척 연기해? 건방지긴!’“작은 회
“뭐라고?”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염무현과 양희지의 이혼 소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학찰 시절, 이 둘은 그야말로 선남선녀에 가장 먼저 결혼한 한 쌍이기도 했다.그런데 갑자기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깜짝 놀랐다.박동하와 양소민이 설명해 줘서야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했다.염무현이 잘못이라면 예전에 너무나 잘나갔던 것이 잘못이었다.예전에는 염무현을 질투하고 부러워했던 염무현보다도 못한 녀석들이 지금은 그가 감옥생활을 마치고 이혼까지 당했다고 해서 속으로 깨 고소했다.‘공부를 잘했으면 뭐 해? 잘생기면 뭐 해? 우리보다도 못한 전과자인 주제에 이미 인생을 망친 것 같은데.’하지만 이들이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공혜리가 나타나 모든 것을 깨버리고 말았다.이렇게 보면 운명은 타고난 것이다.이혼했으면 뭐?더 훌륭하고, 더 착하고, 더 예쁜 마누라를 얻으면 되지.이들은 왜 하느님이 미인을 염무현한테만 주는지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양희지가 나타나면서 전 부인과 현 여자친구 사이에 살벌한 신경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양희지가 먼저 염무현에게 사과하면서 용서 빌 줄은 몰랐다.그것도 모자라 먼저 주동적으로 재혼하자고 하다니!박동하는 어안이 벙벙했다.양희지를 초대한 이유는 그녀의 입을 빌어 염무현이 얼마나 실패한 사람인지, 얼마나 쓸모없는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랐다!공혜리는 염무현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불안했다.그동안 염무현과 알고 지내면서 그가 정도 많고 책임감이 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자친구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결국엔 가짜 여자친구였다.공혜리는 염무현의 결정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염무현이 양희지를 용서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양희지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한순간, 공혜리는 속이 타들어 갔다.염무현은 양희지의 부드러운 공격에도 끄
염무현을 다시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면 공혜리는 물론 전체 공씨 가문에서 예의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공혜리도 전혀 지지 않으면서 말했다.“양희지 씨, 먼저 이혼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말하세요. 이혼한 마당에 무슨 부부예요.”사람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왜 상상했던 시나리오와 다른 거지?’“난 할 말 다 했어.”염무현은 냉랭하게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하지만 양희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나랑 재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왜 동창회에 참석했어?”“오해야. 난 동창회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어.”염무현의 말에 양희지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거짓말! 그러면 왜 이곳에 나타난 건데? 난 아직도 네가 마음속에 나를 품고 있다는 거 알아! 아니면 골드파트너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서운범과 서경철 손에서 날 살려주고, 나를 위해 고진성 씨한테 약을 부탁했을 리가 없잖아! 백초당 소송을 해결해 준 것도 너잖아. 설마 이게 다 가짜라고? 내가 잘못을 되돌리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억지 부리지 말고 다음 월요일에 나랑 혼인 신고하러 가!”염무현은 인내심이 바닥이 나 차갑게 말했다.“재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양희지는 아무 이유나 대충 에둘러대려고 했지만 염무현이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았다.“결혼식장에서 성희롱당했다고 거짓말해서 너의 남동생 대신 감옥에 간 걸 봐서?”염무현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네가 남도훈의 용서를 받으려고 사죄의 의미로 신혼집을 팔아서 줬다고 거짓말을 해서? 너희 부모님이 우리 현민이 아저씨 일가를 속여서 쫄딱 망할뻔한 걸 봐서? 아니면 내가 출소하던 날 이혼해달라고 협박한 걸 봐서? 양심에 손 얹고 생각해 봐. 내가 너희 양씨 가문에 잘못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염무현이 한가지 한가지 들춰낼수록 양희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심지어 양희지 자신마저도 염무현한테 이렇게나 많이 미안한 짓을 했는지 몰랐다.사실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이다.그저
양희지는 공혜리의 말을 듣고 창피해서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었다.그해 남도훈한테서 성희롱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이유는 임무현이 남편으로서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했다.그래야 선뜻 동생 양준우 대신 감옥에 가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양준우는 폭행죄로 잡혔다가 가족이 큰돈을 들인 덕에 가석방되어 보호관찰을 받는 상태였다.만약 또 똑같은 실수를 범한다면 상습범으로 10년 형을 선고받을 것이 뻔했다.임무현은 그런 전과가 없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양희지는 처음에는 임무현을 은인으로 생각하면서 석방되면 다시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기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씨 가문의 사업이 나날이 커졌고, 만나는 사람들도 수준이 높아져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이 모든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따낸 것이지 임무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임무현이 도와준 적이 없다면 따라서 이 성과를 누릴 자격도 못 된다고 생각했다.이혼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는 식으로 변해버렸다.임무현이 양씨 가문을 위해 한 노력을 봐서 금전적인 도움을 주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임무현은 양희지와 무관하다며 그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그해 남도훈이 양희지를 성희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임무현과 접촉하려고 했고 심지어 그와 결혼하기로 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말았다.임무현은 물론 공혜리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양희지는 그들이 알고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후회, 민망, 자책, 미안, 이 모든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양희지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임무현과 공혜리에게 분노를 느꼈다.‘이런 사적인 일은 따로 말하면 안 되나? 굳이 애들이 보는 앞에서 말해야겠어? 나도 자존심이 있지.’“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어!”임무현이 떠나려고 하자 박동하가 양희지의 편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말했다.“임무현, 너무한 거 아니야? 사람들이 보는 앞
박동하는 싸늘한 공혜리의 눈과 마주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양소민은 제 약혼녀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이런 거짓말을 하면 애들이 전부 오지 않을까 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얘가 한 짓은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회장님께 막말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잖습니까... 회장님, 금수저인 제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 된장녀를 좋아하겠습니까.”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가짜였다고?’양소민은 수치심과 분노에 허리에 손을 얹고 욕하기 시작했다.“박동하 이 개새끼야! 누가더러 된장녀라고 그래! 이 버러지 같은 자식아! 분명 네가 염무현한테 골탕 먹이려고 같이 연기해달라고 부탁한 거 아니야! 인제 와서 책임을 던지려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박동하 역시 맞받아쳤다.“내가 남자인지 아닌지 네가 몰라서 그래? 너 나랑 몇 번이나 잤는데! 내가 언제 돈을 안 준 적이 있어? 된장녀라고 불러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 어디서 창녀 주제에!”더욱더 흥미진진해진 상황에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다.그 아무도 박동하와 양소민이 싸울 줄 몰랐다.공혜리는 그런 그들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런 연놈을 직접 처리하기엔 내 손만 더러워지겠네.’양희지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한 채 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비록 박동하와 양소민의 싸움으로 시선이 분산되었지만 여전히 분노가 들끓는 상태였다.바로 이때,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여인이 입구에 나타났다.“무현 씨, 왜 이곳에 있는 거예요. 한참 찾았잖아요.”연희주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서 있었다.달콤한 목소리, 상큼한 분위기, 젖살마저 여전한 첫사랑 급 외모에 남자들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어디서 이런 아담한 미인이!’1m 70cm가 넘는 공혜리, 양희지와 달리 1m 60cm밖에 안 되는 연희주를 아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연희주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명문가 출신의 그녀는 도자기로 빚은 예쁜 공주 인형과도 같았다.이렇게 세 명의 미인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평소
“저를 아세요?”연홍도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박동하를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박동하는 급히 달려오더니 예의 갖춰 물었다.“연 사장님, 저 기억 안 나세요? 반년 전에 저희 아버지이신 박정민 씨가 이곳에서 손님분들을 초대하셨는데 제가 영광스럽게도 사장님께 술을 따라드린 적이 있습니다.”연홍도는 그가 누군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반년 전 한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기억날 리가 없었다.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연홍도는 그래도 그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웃으면서 말했다.“아! 박 씨였던 것 같은데...”“박동하요!”박동하는 급히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연홍도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박정민 씨 아들 박동하! 너도 여기서 밥 먹고 있었던 거야?”“네. 친구들과 모였어요.”박동하가 대답했다.연홍도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염무현 님 친구라는데 좀 잘 모시라고 해야 하나?’“무현 씨 친구분들이세요?”연희주가 물었다.염무현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잘 모르는 사이입니다.”연희주는 급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연홍도는 사리에 밝은 사람이라 무슨 상황인지 순간 알아차렸다.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랐지만 염무현이 언짢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그러면 챙길 필요도 없겠네!’“염무현 님, 저희 올라가시죠.”연홍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염무현이 흔쾌히 대답했다.“그러시죠!”박동하는 앞잡이처럼 연홍도 일가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했다.“연 사장님, 살펴 가십시오!”그는 이 네 사람이 방을 나서야 허리를 세웠다.“누군데 그래?”한 친구가 물어보자 박동하가 대답했다.“서해에서 유명한 갑부 연홍도 사장님이셔. 이 크리스털 호텔이 바로 연 사장님 거야. 연씨 가문은 늘 겸손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로스차일드 가문 같다고나 할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나라 경제의 핵심을 쥐고 있는 가문이지.”친구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연씨 가문은 골동품 수집 방면에서 대단한 가문이었다.수십 년
“약속은 지켜야지!”양소민이 째려보자 박동하가 콧방귀를 꼈다.“염치도 없긴! 일을 망친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내놓으라고 하는 거야!”“박동하,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해봐. 누가 먼저 들켰는지. 분명 너의 책임인데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고? 부끄럽지도 않아?”“계획대로 되면 주겠다고 했지. 계획대로 된 거 하나도 없잖아!”“몰라! 안 주면 너의 짓거리들을 만천하에 까발릴 거야!”“어디 그래보시든가! 너는 뭐 깨끗한 줄 알아? 한판 붙어보자고!”두 사람은 또 싸움이 났다.2층 엠파이어룸.“염무현 님, 제가 한 잔 따라드리죠. 저희 희주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의 은인이나 다름없으십니다.”연홍도는 감사의 인사로 술을 따랐다.“저도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연희주도 따라서 인사했다.염무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별말씀을요. 저도 칠요보연을 받았으니 서로 좋은 일 아닙니까.”“아니죠. 그깟 칠요보연으로는 저희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연홍도가 다급히 말했다.그는 수소문 끝에 염무현이 신의님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염무현에게 병을 보이려면 절반의 재산을 진료비로 드려야 한다고 들었다.이 규정은 아무도 거역할 수가 없었다.칠요보연이 아무리 진귀하다고 해도 연씨 가문의 재산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연홍도는 이 부분이 마음에 쓰였는지 어떻게든 염무현을 만나보기로 했다.사실 다른 특별한 이유도 있었다.그것은 바로 자기 딸이 염무현에게 홀딱 반해버린 것이다.염무현이 일반인이었다면 두 가지 선택을 했을 것이다.첫째, 딸이 어리다는 이유로 말렸을 것.둘째, 넘어져도 상관없으니 경험을 쌓는다 치고 용감하게 사랑하라고 했을 것.하지만 연홍도는 세 번째 선택을 했다.그것은 바로 주동적으로 대시하는 것!무슨 수를 쓰든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염무현은 연씨 부녀가 잔을 든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잔을 들었다. 이에 연씨 부녀는 기쁜 마
“왜 이걸 묻는데?”전화기 너머 김준휘는 불쾌한지 미간을 찌푸렸다.옆에 있던 금발미녀는 그와 입맞춤하려다 거칠게 밀려나고 말았다.금발미녀는 그가 원망스럽긴 해도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김준휘는 민감한 사람이라 양희지가 아직 전남편 염무현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만약 양희지가 염무현과 김씨 가문의 악화된 사이를 풀어보려고 사정했다면 그 자리에서 화를 냈을 수도 있었다.그는 절대로 원수와 화해할 마음이 없었다.김씨 가문이 몇 해 동안 서해에서 쌓은 업적을 한방에 무너뜨린 사람이 바로 염무현이었기 때문이다.엄청난 물리적, 금전적 노력을 다해 간신히 서경철과 관계를 이어가게 되었지만 염무현때문에 끝나버렸고 또 동생 김준영 역시 염무현에게 맞아 병신이 되고 말았다.김준휘 본인도 염무현 앞에서 큰 손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절대로 한 여자의 몇 마디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인 양희지여도 말이다.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양희지가 요 며칠 김준휘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여지윤 사건으로 자신을 속여서 김준회가 싫어진 것 외에 염무현과 재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좋은 전남편을 두고 김준휘 같은 쓰레기한테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염무현에게 무참히 거절당하고 그제야 김준휘가 생각난 것이다.이 순간 양희지는 염무현에게 증모만이 남았다.친구들 앞에서 면박을 줘서, 자신의 성의를 무시하고 공혜리와 치근덕거려서, 자신과 재혼하지 않아서 말이다.“오빠,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나 오빠 편이 되고 싶어요.”양희지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김준휘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기뻤다.“확실해? 희지야, 나랑 농담하는 거 아니고?”“오빠, 저 못 믿어요?”양희지가 되묻자 김준휘가 다급하게 말했다.“아니! 그냥 기뻐서 그래. 희지야, 지금이라도 정말 잘 생각했어! 염무현 그놈은 너의 동정심마저 받을 자격이 없어. 죽어야 마땅한 자식이야!”양희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