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하는 싸늘한 공혜리의 눈과 마주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양소민은 제 약혼녀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이런 거짓말을 하면 애들이 전부 오지 않을까 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얘가 한 짓은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회장님께 막말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잖습니까... 회장님, 금수저인 제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 된장녀를 좋아하겠습니까.”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가짜였다고?’양소민은 수치심과 분노에 허리에 손을 얹고 욕하기 시작했다.“박동하 이 개새끼야! 누가더러 된장녀라고 그래! 이 버러지 같은 자식아! 분명 네가 염무현한테 골탕 먹이려고 같이 연기해달라고 부탁한 거 아니야! 인제 와서 책임을 던지려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박동하 역시 맞받아쳤다.“내가 남자인지 아닌지 네가 몰라서 그래? 너 나랑 몇 번이나 잤는데! 내가 언제 돈을 안 준 적이 있어? 된장녀라고 불러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 어디서 창녀 주제에!”더욱더 흥미진진해진 상황에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다.그 아무도 박동하와 양소민이 싸울 줄 몰랐다.공혜리는 그런 그들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런 연놈을 직접 처리하기엔 내 손만 더러워지겠네.’양희지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한 채 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비록 박동하와 양소민의 싸움으로 시선이 분산되었지만 여전히 분노가 들끓는 상태였다.바로 이때,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여인이 입구에 나타났다.“무현 씨, 왜 이곳에 있는 거예요. 한참 찾았잖아요.”연희주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서 있었다.달콤한 목소리, 상큼한 분위기, 젖살마저 여전한 첫사랑 급 외모에 남자들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어디서 이런 아담한 미인이!’1m 70cm가 넘는 공혜리, 양희지와 달리 1m 60cm밖에 안 되는 연희주를 아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연희주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명문가 출신의 그녀는 도자기로 빚은 예쁜 공주 인형과도 같았다.이렇게 세 명의 미인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평소
“저를 아세요?”연홍도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박동하를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박동하는 급히 달려오더니 예의 갖춰 물었다.“연 사장님, 저 기억 안 나세요? 반년 전에 저희 아버지이신 박정민 씨가 이곳에서 손님분들을 초대하셨는데 제가 영광스럽게도 사장님께 술을 따라드린 적이 있습니다.”연홍도는 그가 누군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반년 전 한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기억날 리가 없었다.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연홍도는 그래도 그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웃으면서 말했다.“아! 박 씨였던 것 같은데...”“박동하요!”박동하는 급히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연홍도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박정민 씨 아들 박동하! 너도 여기서 밥 먹고 있었던 거야?”“네. 친구들과 모였어요.”박동하가 대답했다.연홍도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염무현 님 친구라는데 좀 잘 모시라고 해야 하나?’“무현 씨 친구분들이세요?”연희주가 물었다.염무현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잘 모르는 사이입니다.”연희주는 급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연홍도는 사리에 밝은 사람이라 무슨 상황인지 순간 알아차렸다.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랐지만 염무현이 언짢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그러면 챙길 필요도 없겠네!’“염무현 님, 저희 올라가시죠.”연홍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염무현이 흔쾌히 대답했다.“그러시죠!”박동하는 앞잡이처럼 연홍도 일가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했다.“연 사장님, 살펴 가십시오!”그는 이 네 사람이 방을 나서야 허리를 세웠다.“누군데 그래?”한 친구가 물어보자 박동하가 대답했다.“서해에서 유명한 갑부 연홍도 사장님이셔. 이 크리스털 호텔이 바로 연 사장님 거야. 연씨 가문은 늘 겸손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로스차일드 가문 같다고나 할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나라 경제의 핵심을 쥐고 있는 가문이지.”친구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연씨 가문은 골동품 수집 방면에서 대단한 가문이었다.수십 년
“약속은 지켜야지!”양소민이 째려보자 박동하가 콧방귀를 꼈다.“염치도 없긴! 일을 망친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내놓으라고 하는 거야!”“박동하,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해봐. 누가 먼저 들켰는지. 분명 너의 책임인데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고? 부끄럽지도 않아?”“계획대로 되면 주겠다고 했지. 계획대로 된 거 하나도 없잖아!”“몰라! 안 주면 너의 짓거리들을 만천하에 까발릴 거야!”“어디 그래보시든가! 너는 뭐 깨끗한 줄 알아? 한판 붙어보자고!”두 사람은 또 싸움이 났다.2층 엠파이어룸.“염무현 님, 제가 한 잔 따라드리죠. 저희 희주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의 은인이나 다름없으십니다.”연홍도는 감사의 인사로 술을 따랐다.“저도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연희주도 따라서 인사했다.염무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별말씀을요. 저도 칠요보연을 받았으니 서로 좋은 일 아닙니까.”“아니죠. 그깟 칠요보연으로는 저희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연홍도가 다급히 말했다.그는 수소문 끝에 염무현이 신의님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염무현에게 병을 보이려면 절반의 재산을 진료비로 드려야 한다고 들었다.이 규정은 아무도 거역할 수가 없었다.칠요보연이 아무리 진귀하다고 해도 연씨 가문의 재산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연홍도는 이 부분이 마음에 쓰였는지 어떻게든 염무현을 만나보기로 했다.사실 다른 특별한 이유도 있었다.그것은 바로 자기 딸이 염무현에게 홀딱 반해버린 것이다.염무현이 일반인이었다면 두 가지 선택을 했을 것이다.첫째, 딸이 어리다는 이유로 말렸을 것.둘째, 넘어져도 상관없으니 경험을 쌓는다 치고 용감하게 사랑하라고 했을 것.하지만 연홍도는 세 번째 선택을 했다.그것은 바로 주동적으로 대시하는 것!무슨 수를 쓰든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염무현은 연씨 부녀가 잔을 든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잔을 들었다. 이에 연씨 부녀는 기쁜 마
“왜 이걸 묻는데?”전화기 너머 김준휘는 불쾌한지 미간을 찌푸렸다.옆에 있던 금발미녀는 그와 입맞춤하려다 거칠게 밀려나고 말았다.금발미녀는 그가 원망스럽긴 해도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김준휘는 민감한 사람이라 양희지가 아직 전남편 염무현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만약 양희지가 염무현과 김씨 가문의 악화된 사이를 풀어보려고 사정했다면 그 자리에서 화를 냈을 수도 있었다.그는 절대로 원수와 화해할 마음이 없었다.김씨 가문이 몇 해 동안 서해에서 쌓은 업적을 한방에 무너뜨린 사람이 바로 염무현이었기 때문이다.엄청난 물리적, 금전적 노력을 다해 간신히 서경철과 관계를 이어가게 되었지만 염무현때문에 끝나버렸고 또 동생 김준영 역시 염무현에게 맞아 병신이 되고 말았다.김준휘 본인도 염무현 앞에서 큰 손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절대로 한 여자의 몇 마디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인 양희지여도 말이다.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양희지가 요 며칠 김준휘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여지윤 사건으로 자신을 속여서 김준회가 싫어진 것 외에 염무현과 재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좋은 전남편을 두고 김준휘 같은 쓰레기한테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염무현에게 무참히 거절당하고 그제야 김준휘가 생각난 것이다.이 순간 양희지는 염무현에게 증모만이 남았다.친구들 앞에서 면박을 줘서, 자신의 성의를 무시하고 공혜리와 치근덕거려서, 자신과 재혼하지 않아서 말이다.“오빠,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나 오빠 편이 되고 싶어요.”양희지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김준휘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기뻤다.“확실해? 희지야, 나랑 농담하는 거 아니고?”“오빠, 저 못 믿어요?”양희지가 되묻자 김준휘가 다급하게 말했다.“아니! 그냥 기뻐서 그래. 희지야, 지금이라도 정말 잘 생각했어! 염무현 그놈은 너의 동정심마저 받을 자격이 없어. 죽어야 마땅한 자식이야!”양희지가
연홍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것 같네요! 제가 우현이 칠요보연을 얻게 되면서 현염초와 진원천정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흘러 그때 기억이 잘...”칠요보연은 연홍도가 30년 전 우연히 사게 된 물건이었다.연씨 가문 보물창고에서 가격이 수억대 나가는 보물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연희주의 병만 아니었다면 보물창고에 이런 물건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그는 세계에서 유명한 신의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칠요보연을 공개한 것이다.“저한테 시간을 좀 주시면 수소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연홍도의 말에 염무현이 웃으면서 말했다.“네.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아직 찾은 건 아니니까 미리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연홍도가 급히 말렸다.염무현은 그가 찾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고마운 마음은 가슴속에 간직하려고 했다.연희주는 몰래 연홍도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전에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면 지금은 좋은 타이밍이 온 것이 틀림없었다.“염무현 님, 저도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까요?”염무현이 흔쾌히 대답했다.“말씀하시죠.”연홍도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힐끔 쳐다보고는 기대에 찬 말투로 말했다.“희주의 목숨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체내에 있는 현무의 냉기마저도 주셨죠. 정말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혹시 제 딸을 염무현 님께 드려도 될까요?”공혜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래도 된다고? 딸을 선물한다고? 세상에! 연씨 가문이라면 한 세기 전부터 명문가로서 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이렇게 경솔한 결정을? 분명 희주 씨의 생각일 거야. 아니면 아버지한테 여러 번 재촉할 리도 없어.’하지만 정작 연홍도가 입 밖에 냈을 때 연희주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공혜리는 거대한 위압감이 엄습해 오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이 감정은 우예원, 하지연과 이은서한테서도 느꼈던 감정이었다.최근의 일을 꼽자면 조금 전에 양희지가 동창회에서 재혼하자고 했을
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연홍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연희주는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이 맞았다.얼굴을 마주하면서 혼인을 거론하면 태연하게 받아들일 줄만 알았는데 정작 아버지가 입밖에 내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긴장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염무현이 제자로 받아들여달라고 이해했기 다행이지 아니면 민망해서 죽을 뻔했다.연홍도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하지만 공혜리한테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연희주 이 계집애가 어느 날 가장 강한 연적이 될 줄은 몰랐다.잘못하면 연씨 부녀의 계획에 걸려들 뻔했다.공혜리는 워낙 똑똑해서 이 부녀의 속셈을 진작에 알아챘다.‘직접 만나서 혼인을 거론하려고 했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아무리 혼인을 맺는 것이 아니라 사부와 제자의 연을 맺는다고 해도 맨날 곁에 붙어있으면 없던 정도 생기겠네!’사부와 제자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혈기가 왕성한 젊은 남녀가 눈만 맞으면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안 돼! 어떻게든 말려야 해!’이때 공혜리는 고서은의 말이 떠올랐다. 먼저 움직이는 자가 임자라는 것을 말이다.“무현 씨,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연홍도도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체내에 있는 현무의 냉기를 어떻게 수련해 야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염무현 님밖에 모릅니다. 제 딸을 제자로 받아주시지 않으면 이대로 낭비할지도 몰라요!”연홍도는 아쉽기만 했다.분명 혼인을 맺어야 하는데 말이다.‘왜 사부님으로 모시겠다는 거야. 이건 엄연히 다르잖아.’염무현은 결국 찌푸렸던 미간을 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연희주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그녀가 보기에 일거양득이었다.민망해질 필요도 없이 염무현의 곁에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젊어서 좋네. 일을 쉽게 쉽게 생각할 수 있고. 분명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문젠데 굳이 돌아서 가다니. 나중에 이대로 갔다간 자기
법전이 언제 풀릴지는 염무현도 몰랐다.하지만 허문정 같은 병신도 옥반지를 컨트롤할 수 있는걸 보면 염무현도 언젠간 그럴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창문을 통해 확인해 보니 마당에는 두 대의 고급 차가 세워져 있었다.차 번호를 보니 벤틀리 차량은 진경태의 것으로 확인되였고 클리넌 차량은 공규석의 것으로 확인되였다.역시나 그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 마당으로 걸어들어왔다.‘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공규석이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을 때, 염무현이 먼저 문을 열어주었다.“무현 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공규석이 급히 양해를 빌었다.염무현이 말했다.“들어와서 말씀하시죠.”거실에는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잠옷을 입고있는 긴 생머리의 우예원이 이들을 위해 마실 차를 준비했다.“감사합니다.”이 둘은 예의 갖춰 고마움을 표시했다.염무현이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진경태는 부탁하기 어려웠다.“저희 둘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어서 무현 님께 부탁하러 왔습니다. 서씨 가문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후로 몇몇 지하 세력들이 서해 땅을 노리는 중입니다.”공규석이 이어서 말했다.“사실 예전부터 서해 땅을 접수하려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저씨가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건드리는 자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물려받아서는 세 번이나 위험해질 뻔했는데 그래도 제가 잘 막은 덕에 지킬 수 있었죠. 제가 이 바닥에서 손을 씻으면서 서경철이 물려받았고, 쌍방이 손해를 입긴 해도 최소한 주권은 저희 서해에서 쥐고 있었죠.”그런데 서씨 가문이 사라진 이후로, 공규석과 진경태는 염무현의 요구대로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상대방은 기회가 왔다 싶어 몇 번이고 서해의 물을 흐려놓아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으려고 사람을 보냈었다.진경태와 공규석은 이방인이 서해시를 훼방 놓게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제대로 나서려고 했지만 이들의 실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오랫동안
“무현 님, 그러면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공규석과 진경태는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1호 별장을 떠났다.염무현이 직접 나서면 아무도 서해시를 넘보지 못했다.서해 땅을 노리고 있는 놈들은 아마도 꿈을 깨야 했다.염무현이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다름아닌 연홍도였다.“무현 님, 방금 조사해 봤는데 구천명이라는 사람이 현염초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분도 저처럼 골동품을 수집하기 좋아해서 몇 번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염무현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능성이 얼마나 큰데요?”“장담할 수가 없습니다.”연홍도가 말했다.“저희는 워낙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지라 겸손하게 살고 있습니다. 노출되었다간 타깃이 될 것이 뻔하거든요. 누군가 구천명 씨가 서양 몰락 귀족한테서 골동품을 한 아름 사 갔다고 했습니다. 이 골동품들은 선조 말기 때 침략자들이 혼란을 틈타 궁궐에서 훔쳐 갔던 것입니다. 현염초는 고급 약재로서 황실에서나 사용할 법한 약재입니다. 제가 보기엔 구천명 씨가 현염초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염무현은 어느정도 마음을 먹었다.“어디 계세요? 제가 좀 만나볼 수 없을까요?”연홍도가 말했다.“만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청명 씨는 워낙 성격이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낯선 사람을 만나기 두려워하거든요. 저도 말 한마디 못 해봤습니다. 그런데 내일 한 경매장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 기회를 빌어 접근하면 될 것 같습니다.”염무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주소 좀 알려주세요.”“직접 가시게요?”연홍도가 급히 말렸다.“제가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일면식 있는 사람이라 마음을 열지도 몰라요.”“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염무현이 공손하게 거절했다.연홍도의 방법이 더 효과적일진 몰라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사실이었다.성공할 수 있을지도 보장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다면 직접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이때 연홍도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경매는 한 유람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