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 님, 그러면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공규석과 진경태는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1호 별장을 떠났다.염무현이 직접 나서면 아무도 서해시를 넘보지 못했다.서해 땅을 노리고 있는 놈들은 아마도 꿈을 깨야 했다.염무현이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다름아닌 연홍도였다.“무현 님, 방금 조사해 봤는데 구천명이라는 사람이 현염초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분도 저처럼 골동품을 수집하기 좋아해서 몇 번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염무현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능성이 얼마나 큰데요?”“장담할 수가 없습니다.”연홍도가 말했다.“저희는 워낙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지라 겸손하게 살고 있습니다. 노출되었다간 타깃이 될 것이 뻔하거든요. 누군가 구천명 씨가 서양 몰락 귀족한테서 골동품을 한 아름 사 갔다고 했습니다. 이 골동품들은 선조 말기 때 침략자들이 혼란을 틈타 궁궐에서 훔쳐 갔던 것입니다. 현염초는 고급 약재로서 황실에서나 사용할 법한 약재입니다. 제가 보기엔 구천명 씨가 현염초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염무현은 어느정도 마음을 먹었다.“어디 계세요? 제가 좀 만나볼 수 없을까요?”연홍도가 말했다.“만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청명 씨는 워낙 성격이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낯선 사람을 만나기 두려워하거든요. 저도 말 한마디 못 해봤습니다. 그런데 내일 한 경매장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 기회를 빌어 접근하면 될 것 같습니다.”염무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주소 좀 알려주세요.”“직접 가시게요?”연홍도가 급히 말렸다.“제가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일면식 있는 사람이라 마음을 열지도 몰라요.”“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염무현이 공손하게 거절했다.연홍도의 방법이 더 효과적일진 몰라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사실이었다.성공할 수 있을지도 보장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다면 직접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이때 연홍도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경매는 한 유람선에서
이게 바로 눈물겨운 부성애이지 않겠는가?옛날처럼 꽉 막힌 것도 아니고 스승과 제자가 이어질 수 없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연홍도는 장인어른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딸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세 사람은 다시 차에 올라탔고, 3시간 동안 달려 고속도로를 타고 항구로 향했다.전담 운전기사는 무표정하게 운전에만 집중했지만, 사실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왜냐하면 연홍도가 조수석에 앉았기 때문이다.만약 평소라면 뒷좌석에 탔을 것이다.현재 그들이 타고 있는 클리넌은 튜닝을 진행했는데 뒷줄의 회장님 시트는 각종 첨단 하이테크 기능이 탑재되었다.그러나 지금 뒷좌석을 차지한 사람은 연희주와 평범한 외모의 젊은 남성이었다.연희주는 연씨 가문에서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로서 뒤에 탄다고 해도 그나마 이해는 가지만, 연홍도가 고작 젊은이를 위해 자기 자리를 선뜻 내어줬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게다가 이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차에 올라타자마자 연희주는 젊은 남자와 딱 붙어 앉았는데,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연씨 가문은 무려 재벌이고 어려서부터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기에 양반집 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정녕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걸 모른단 말인가?이는 예의를 중요시하는 집안에서 절대로 용납 불가능했다.설령 연희주의 처사가 미숙하다고 한들 나이를 핑계 삼을 수 있지 않은가?사랑을 처음 하거나 이성에 눈이 먼 탓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연홍도 역시 같은 차를 타고 있었다.심지어 코앞에서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냐는 말이다.이 세상의 모든 딸은 아버지의 보물이기 마련일 텐데 힘들게 키운 금지옥엽 같은 아이가 별 보잘것없는 남자에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을 지켜만 보면서 꿈쩍도 안 한다니?운전기사는 그저 경악하기 바빴다.만약 조금만 더 자세히 관찰했더라면 연홍도가 화를 내기는커녕 내심 흐뭇해한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널찍한 뒷좌석은 최소한 절반이 비어 있었다.염무현은 시종일관 자
비록 연희주는 나이가 어려 사회적 경험이 없는 편에 속하지만 어려서부터 컬렉션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경매에 관련하여 꽤 많이 알고 있었다.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한 경매회사는 봄 혹은 가을에 옥션을 진행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통해 전국 각지의 컬렉터들의 관심을 이끈다.다만 유람선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건 여태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연홍도가 웃으면서 말했다.“왜냐하면 바다 위에서는 더 편리하거든.”차에 전부 믿을 만한 사람이 탔는지라 그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골동품이나 고대 문물의 거래에 대해 많은 국가는 엄격한 법률 규정이 존재해. 상아 조각품 또는 춘추전국시대의 청동기 그리고 수많은 출토 유물을 매매하는 건 불법이야. 따라서 위험을 무릅쓰고 암거래할 바에는 유람선을 타고 공해로 나가면 법의 구속을 당할 필요가 없잖아.”연희주가 문뜩 깨달았다.“그렇군요. 거래가 없으면 피해도 덜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요.”곧이어 일행은 항구에 도착했다.부두에 호화 유람선 한 척이 정박해 있었고, 옆에 보이는 주차장에는 다양한 모델의 고급차들이 빼곡히 들어섰다.그만큼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이 결코 일반인은 아니라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다.셋은 이내 차에서 내렸다. 연홍도는 비록 즉흥적으로 참가하기로 했으나 막강한 인맥을 동원해 VIP룸 티켓 3장을 얻었다.보통 경매장과 달리 유람선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유료 티켓이 필요했다.설령 아무것도 안 사더라도 크루즈 여행 겸 다녀올 수 있기에 절대로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세 분, 이쪽으로 오세요.”안내 직원이 티켓을 확인하고 세 사람을 맞이했다.“괜찮아요, 저희가 알아서 둘러볼 테니까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돼요.”연홍도는 팁으로 현금 한 뭉치를 꺼냈다.직원은 연신 감사 인사를 올리고 자리를 떠났다.“출항하기 전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까 난 룸으로 가서 좀 쉴게.”연홍도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제안했다.“젊은이들끼리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네!”연
이 점에서 연희주는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더 성숙한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과 비교하더라도 뒤지지 않았다.단순히 비싼 물건이라서 혹은 허영심을 충족하거나 화려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이런 왕관은 설령 구매한다고 해도 유리장 안에 고이 모셔다 두는 것을 제외하고 아무런 실질적인 용도가 없었다.과연 직접 착용하는 사람이 있을지 싶었고,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스타일의 미스 매치였다.“저기 보이는 게 옥으로 만든 전통 나비 장식품 아닌가요?”연희주는 이내 다른 곳에 주의력을 빼앗기고 후다닥 뛰어갔다.염무현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무엇을 보든 새롭게 느껴지는 듯싶었다.게다가 정력까지 넘치지 않는가?이내 뒤따라가려던 찰나 한 젊은 남성이 연희주를 가로막더니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희주야! 정말 너였어?”“부성민?”남자를 발견한 연희주의 얼굴에 기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리서 보였는데 왠지 너 같았거든!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나! 너도 경매에 참여하러 온 거야?”부성민이 신이 나서 말했다.이는 누가 봐도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이 있는 상황이었다.“그걸 말이라고 해? 설마 이 먼 곳까지 놀러 왔을까?”연희주가 쌀쌀맞게 쏘아붙였지만 부성민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활짝 웃었다.“그러니까 우리는 운명이라는 뜻이지, 코딱지만 한 유람선에서도 마주치다니! 그래, 이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야. 희주야, 신이 베푼 호의를 저버리면 절대로 안 돼, 우리 이참에 그냥...”연희주는 손을 들어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스톱! 대체 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정녕 하느님의 허락을 받고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그 모습은 마치 여신의 비위를 맞춰주는 시종 같았다.부성민은 연희주를 오랫동안 좋아했을뿐더러 얼빠가 따로 없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독한 외사랑에 불과했다.심지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마저 그가 제멋에 취해 착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똑똑히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인가?”염무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부성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호통쳤다.“너 말고 다른 사람 있어? 자기 분수도 모르는 주제에! 얼른 그 더러운 손 놓지 못해?!”구경꾼과 마찬가지로 부성민도 염무현을 사기꾼이라고 확신했다.파렴치한 수법으로 아직 세상 물정에 어두운 백지장처럼 순수한 연희주를 속였다고 여겼다.만약 명문자제였다면 그나마 찍소리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신분상으로 그녀와 어울렸으니까.그러나 눈앞의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구려로 감쌌고 명품 한 개조차 없었다.게다가 신분을 나타내는 사치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즉,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재벌과는 전혀 무관했고 시골뜨기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충분했다.이런 하찮은 놈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연희주의 곁을 지키냐는 말이다.애초에 연희주를 자기 여자로 생각한 부성민은 거의 독점물로 여기다시피 해서 다른 남자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현재 부성민의 모습은 사냥감을 지키는 맹수를 연상케 했고, 날이 잔뜩 서 있었다.“희주한테서 손을 떼지 않으면 그 팔을 잘라 버리라고 할 테니까 두고 봐!”화가 머리끝까지 난 연희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한 마리의 암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부성민! 작작 해, 여기에 네가 낄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누구랑 함께하든 신경 꺼. 오지랖이 어찌나 넓은지 괜히 쓸데없는 참견하지 마. 얼른 비키지 못해? 썩 꺼지라고!”보통 남자는 예쁜 여자에게 쓴소리를 듣는 순간 의기소침해서 떠나기 마련이다.그러나 부성민은 달랐다. 연희주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고 확신하는 바람에 그녀에게 현실을 깨닫게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서 빌어먹을 사기꾼의 추악한 민낯을 낱낱이 공개할 작정이었다.따라서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반대로 모든 걸 염무현의 탓이라고 여겨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네 뜻대로 이뤄지게 놔둘 수는 없지! 감히 희주를 속이다니? 꿈 깨!”부성민은 염무현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우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름과
“맞아.”연희주가 도도하게 말하더니 콜라겐이 가득한 어여쁜 얼굴을 염무현의 몸에 찰싹 가져다 댔다.부성민은 온몸의 힘이 쫙 빠져나가는 듯 순식간에 의기소침하게 변했고 산송장이 따로 없었다.이내 쓸쓸한 표정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두 눈에 다시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다정하게 걸어가는 남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화가 난 나머지 이만 바득바득 갈았고 눈빛은 원망과 독기로 가득했다.“염무현라고? 두고 봐!”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딱 기다려,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네가 죽으면 희주도 마음을 바꾸고 다시 내 사랑을 받아줄 테니까.”말을 마치고 나서 씩씩거리며 뒤돌아서 떠났다.복도 코너.발갛게 달아오른 연희주의 얼굴은 마치 탐스럽게 익은 사과 같았다.“저기... 사부님, 제가 일부러 거짓말한 게 아니라...”그녀는 수줍은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부성민이 워낙 고지식한 놈이라 그런 소리를 안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예요.”“그럼 사부님이라고 하면 되지, 굳이 약혼자라고 할 필요 있어요?”염무현이 되묻자 연희주의 얼굴이 화르르 달아올랐고, 심지어 귀까지 핑크로 물들었다.“절대로 안 믿을 거예요. 사부님께서 나이도 어리신데 저랑 몇 살 차이도 나지 않잖아요. 사제 관계라고 하면 설득력이 전혀 없어요.”연희주가 설명을 보탰다.“힘들게 해명하는 대신 아예 단념시키는 게 나아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전 정말 부성민이 싫거든요? 맨날 들러붙어서 짜증 나 죽겠어요.”염무현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툭 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돌아가는군. 우리 사이를 왜곡한 점만 빼면 완벽해요.”“화나진 않아요?”“그게 왜? 제자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사부의 의무가 아니겠어요?”“사부님 최고! 저 완전 감동이에요.”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메인 홀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향했다.주최 측에서 준비한 경매를 제외하고 입찰자들도 각자의 소장품을
그동안 염무현은 줄곧 옥반지만 연구해 왔다.다만 별다른 성과가 없고 진행 상황이 더뎌서 수시로 지니기로 했는데 어쩌면 알아낼 수 있는 계기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연희주가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즉시 깨닫게 되었다.이게 바로 옥반지의 비밀이란 말인가?어쩐지 허문정이 어린 나이에 소년 신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실력도 또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했더니 그제야 모든 의혹이 풀렸다.다만 그는 너무 건방지고 오만한 게 오점이었다.신비로운 옥반지를 가진 덕분에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정상에 올라서는 유일한 1인자가 될 줄 믿었지만, 아쉽게도 좋은 패를 쥐고도 망친 케이스였다.허문정이 조금이라도 덜 나댔다면 비참한 죽음까지 맞이하지는 않을 텐데.이내 평정심을 유지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연희주는 어리둥절한 채 그에게 이끌려 앞에 있는 전시대로 향했다.유리장에 들어 있는 각종 귀중한 골동품과 달리 테이블 위에는 기괴한 모양의 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이건 기석인가요?”연희주는 더더욱 이해가 안 갔다.기석은 사실 큰 가치는 없었다.몇 년 전 컬렉터 사이에서 기석을 수집하는 열풍이 불었는데, 자그마한 돌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팔려 매매에 뛰어든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그러나 유행은 곧 잠잠해졌고, 업계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커다란 손해를 입었다.비록 지금도 기석을 수집하는 마니아들이 꽤 되지만 인기는 물론 가격도 옛날만큼 높지 않았다.“두 분, 구경해보세요.”주인장은 키가 작고 뚱뚱한 중년 남자였는데 쭉 찢어진 두 눈에 총기가 흘러넘쳤다.염무현이 호랑이 무늬의 네모난 돌을 가리키며 물었다.“이거 얼마예요?”“젊은이가 안목이 예사롭지 않군요. 여기서 제일 좋은 기석을 한눈에 알아보다니.”주인장이 신이 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건 통으로 된 마노인데 수억 년 전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었죠. 소재는 물론 형태, 색상 등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연희주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허풍 떨지 마
“만약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물건들은 최고점일 때 사서 돈이 묶여 있는 거죠?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서 제멋대로 가격을 제시하리라는 착각은 버려요. 장사를 이렇게 하면 가뜩이나 몇 안 되는 잠재 고객마저 떨어져 나갈 테니까. 한두 명을 속여서 크게 한탕 해보려는 심산인 것 같은데 일찌감치 단념해요. 아니면 이번에 허탕 친 셈이라 티켓값마저 벌지 못한다고 확신하죠.”그녀의 말에 미소를 짓고 있던 주인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이번에 찐 전문가를 마주친 건가?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하더니 옛말이 틀린 게 없었다.기선 제압에 성공한 연희주는 돌멩이를 가리키며 물었다.“얼마예요?”방금 가격부터 묻는 염무현의 행위는 이 바닥에서 절대 금기시하는 것이다.상대방의 구매 의향을 파악한 다음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연희주가 물밑 작업한 덕분에 이제 주인장이 불리한 국면에 빠지게 되었다.컬렉션 대가의 딸답게 그녀는 귀동냥으로 유용한 지식을 꽤 많이 습득했다.선택권은 다시 주인장에게 넘어갔고, 자칫 가격이 비싸서 잠재 고객마저 잃어버리지 않게 꼼꼼히 따져봐야만 했다.“6천만 원...”주인장은 고심 끝에 금액을 제안했다.그래도 줏대는 있어야 하니 바로 최저가부터 시작할 수는 없었다.적어도 흥정의 여지는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너무 수동적일 게 뻔했다.“좋아...”염무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연희주가 불쑥 끼어들었다.“2천만 원! 더는 안 돼요. 팔래요? 말래요?”염무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뜻인즉슨 고작 6천만 원을 굳이 흥정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아가씨, 흥정도 정도껏 해야지. 제가 얼마나 착한 금액을 제시했는지 알아요? 이건 협상이 아니라 통보잖아요.”주인장이 우는 소리를 연신 했다.“본전도 못 뽑겠네요. 진짜 좋은 물건이라고 맹세할게요! 자세히 봐봐요, 어떻게 그 정도로 후려칠 수 있죠?”“좋다고?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연희주는 시큰둥한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