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앉으세요!”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빈자리로 자리를 옮겼다.박동하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공혜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모두 다 물거품으로 되어버리고 말았다.“저기요. 혹시 저희 어디서 만나지 않았어요?”볼수록 익숙해서 분명 서해에서 만났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공혜리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콧방귀를 꼈다.“모르겠는데요?”박동하는 고백해서 차인 사람처럼 얼굴이 화끈해졌다.양소민이 눈알을 굴리더니 대뜸 물었다.“자기야, 정말 어디서 만났던 거 맞아?”“맞아!”박동하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양소민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양소민은 박동하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사람이었다.‘어디서 만났겠어? 술집에서 만났겠지!’양소민은 염무현이 허세 좀 부려보려고 돈을 들여 공혜리를 고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저기요, 혹시 캐롤린과 블랑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요?”이 두 곳은 모두 서해시에서 이름있는 유흥업소였다.“익숙한데요?”공혜리가 웃으면서 말했다.캐롤린과 블랑쉬 중의 한 곳은 공씨 가문의 사업이었고 한 곳은 진경태의 사업이었다.공규석이 진경태의 양아들일 정도로 두 가문이 가깝게 지내면서 사업주식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공혜리가 사업을 맡아 하는 동안 캐롤린에 직접 갔던 적도 있었다.얼마 전 친한 친구이자 양 할머니인 고서은이 직접 캐롤린 공연에 초대했던 적도 있었다.“거봐요. 들통났죠?”양소민이 갑자기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술집 여자인 주제에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예쁘면 뭐 해. 몸매가 좋으면 뭐 해. 남자들사이에서 놀아나는 주제에. 난 너보다 훨씬 나아. 최소한 유흥업소에서 거지처럼 구걸할 일은 없잖아?’“염무현이 연기하라고 시킨 거죠? 얼마나 줬어요?”양소민이 눈을 부릅뜨며 질문했다.박동하는 의문이 가득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자기야. 딱 보면 모르겠
양희지의 시선은 공혜리에게 향하게 되었다.염무현이 이곳에 있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모양이다.바로 자신이 요구했던 대로기 때문이다.하지만 공혜리도 나타날 거라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요 며칠 양희지는 여러 인맥을 통해 공혜리와 염무현이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공씨 가문에서 염무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그가 공씨 가문을 도와줬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줬는지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그 둘이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그런데 같이 동창회에 참석하는 것도 모자라 무현이 옆자리에 앉은 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희지야, 너 이 분 알아?”양소민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양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지!”양소민은 양희지가 직접 사실을 밝혀내면 더욱 설득력 있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양소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러면 어떤 사람인지 빨리 말해 봐. 애들한테 알려줘야지.”양소민은 이미 공혜리를 짓밟을 준비를 마쳤다.‘염무현을 도와줘? 내가 아주 창피를 당하게 해주지.’공혜리는 적개심을 품고 양희지를 쳐다보았다.지난번 석연고 사건에서도 양희지를 봐줄 생각이 없었지만 염무현을 봐서 합작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공씨 가문에서도 더는 YH 그룹을 특별히 봐주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기로 했다.양희지도 달라진 대우를 느낄 수가 있었다.비록 자신이 빚은 결과였지만 공혜리한테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었다.양희지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이분은 바로 SJ 그룹 공혜리 회장님이셔.”“뭐라고?”양소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왜 내가 예상했던 거와 다르지?’“확실한 거 맞아?”“그럼. 비즈니스도 함께한 사이야.”양소민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공혜리에게 삿대질하면서 큰소리로 질문했다.“잘 봐봐. 어느 유흥업소 아가씨가 아니고?”짝!양소민은 뺨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양소민은 억울한지 얼굴을 부여잡고
양희지는 공혜리한테 잘 보이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재력을 보든, 사회적 지위, 경험을 보든 공혜리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양희지가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미모였지만 공혜리는 더 젊고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다.아무리 봐도 공혜리의 상대가 아니었다.사람을 보는 안목에서도 공혜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였다.염무현을 대하는 태도를 봐도 한참 모자랐다.양희지 눈에는 염무현이 아무 쓸모도 없는 병신이었지만 공혜리는 그런 그를 보물처럼 대했다.결과를 보면 공혜리가 맞았다.이때 한 남학생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버벅거렸다.“서해시 제1 미녀 회장이 염무현 여자친구였다니! 설마 그래서 양 얼짱이랑 이혼했던 거야?”제1 미녀 회장이 제1 미녀 대표의 결혼생활에 훼방 놓다?동창생들은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막장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제가 무현 씨를 만났을 때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습니다.”공혜리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래서 양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요. 양 대표님께서 이렇게 좋은 남자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저한테 기회가 왔을까요?”공혜리는 일부러 소유권을 주장하듯이 염무현의 팔짱을 꼈다.반박할 수가 없는 양희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심이 타올랐다.그녀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염무현과 재혼하려던 것이었다.굳이 동창회에서 이러려는 목적은 바로 염무현이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등 떠밀려 재혼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양희지는 염무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성이 착해서 자기 체면을 꼭 세워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가 체면 때문에 억지로 대답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염무현이 흔쾌히 재혼을 받아들일 거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공혜리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특히나 공혜리가 하는 행동 때문에 침착할 수가 없었다.결국 공혜리의 거짓말을 들춰내기로 했다.‘감히 본처 앞에서 여자친구인 척 연기해? 건방지긴!’“작은 회
“뭐라고?”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염무현과 양희지의 이혼 소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학찰 시절, 이 둘은 그야말로 선남선녀에 가장 먼저 결혼한 한 쌍이기도 했다.그런데 갑자기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깜짝 놀랐다.박동하와 양소민이 설명해 줘서야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했다.염무현이 잘못이라면 예전에 너무나 잘나갔던 것이 잘못이었다.예전에는 염무현을 질투하고 부러워했던 염무현보다도 못한 녀석들이 지금은 그가 감옥생활을 마치고 이혼까지 당했다고 해서 속으로 깨 고소했다.‘공부를 잘했으면 뭐 해? 잘생기면 뭐 해? 우리보다도 못한 전과자인 주제에 이미 인생을 망친 것 같은데.’하지만 이들이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공혜리가 나타나 모든 것을 깨버리고 말았다.이렇게 보면 운명은 타고난 것이다.이혼했으면 뭐?더 훌륭하고, 더 착하고, 더 예쁜 마누라를 얻으면 되지.이들은 왜 하느님이 미인을 염무현한테만 주는지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양희지가 나타나면서 전 부인과 현 여자친구 사이에 살벌한 신경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양희지가 먼저 염무현에게 사과하면서 용서 빌 줄은 몰랐다.그것도 모자라 먼저 주동적으로 재혼하자고 하다니!박동하는 어안이 벙벙했다.양희지를 초대한 이유는 그녀의 입을 빌어 염무현이 얼마나 실패한 사람인지, 얼마나 쓸모없는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랐다!공혜리는 염무현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불안했다.그동안 염무현과 알고 지내면서 그가 정도 많고 책임감이 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자친구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결국엔 가짜 여자친구였다.공혜리는 염무현의 결정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염무현이 양희지를 용서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양희지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한순간, 공혜리는 속이 타들어 갔다.염무현은 양희지의 부드러운 공격에도 끄
염무현을 다시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면 공혜리는 물론 전체 공씨 가문에서 예의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공혜리도 전혀 지지 않으면서 말했다.“양희지 씨, 먼저 이혼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말하세요. 이혼한 마당에 무슨 부부예요.”사람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왜 상상했던 시나리오와 다른 거지?’“난 할 말 다 했어.”염무현은 냉랭하게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하지만 양희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나랑 재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왜 동창회에 참석했어?”“오해야. 난 동창회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어.”염무현의 말에 양희지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거짓말! 그러면 왜 이곳에 나타난 건데? 난 아직도 네가 마음속에 나를 품고 있다는 거 알아! 아니면 골드파트너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서운범과 서경철 손에서 날 살려주고, 나를 위해 고진성 씨한테 약을 부탁했을 리가 없잖아! 백초당 소송을 해결해 준 것도 너잖아. 설마 이게 다 가짜라고? 내가 잘못을 되돌리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억지 부리지 말고 다음 월요일에 나랑 혼인 신고하러 가!”염무현은 인내심이 바닥이 나 차갑게 말했다.“재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양희지는 아무 이유나 대충 에둘러대려고 했지만 염무현이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았다.“결혼식장에서 성희롱당했다고 거짓말해서 너의 남동생 대신 감옥에 간 걸 봐서?”염무현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네가 남도훈의 용서를 받으려고 사죄의 의미로 신혼집을 팔아서 줬다고 거짓말을 해서? 너희 부모님이 우리 현민이 아저씨 일가를 속여서 쫄딱 망할뻔한 걸 봐서? 아니면 내가 출소하던 날 이혼해달라고 협박한 걸 봐서? 양심에 손 얹고 생각해 봐. 내가 너희 양씨 가문에 잘못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염무현이 한가지 한가지 들춰낼수록 양희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심지어 양희지 자신마저도 염무현한테 이렇게나 많이 미안한 짓을 했는지 몰랐다.사실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이다.그저
양희지는 공혜리의 말을 듣고 창피해서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었다.그해 남도훈한테서 성희롱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이유는 임무현이 남편으로서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했다.그래야 선뜻 동생 양준우 대신 감옥에 가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양준우는 폭행죄로 잡혔다가 가족이 큰돈을 들인 덕에 가석방되어 보호관찰을 받는 상태였다.만약 또 똑같은 실수를 범한다면 상습범으로 10년 형을 선고받을 것이 뻔했다.임무현은 그런 전과가 없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양희지는 처음에는 임무현을 은인으로 생각하면서 석방되면 다시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기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씨 가문의 사업이 나날이 커졌고, 만나는 사람들도 수준이 높아져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이 모든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따낸 것이지 임무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임무현이 도와준 적이 없다면 따라서 이 성과를 누릴 자격도 못 된다고 생각했다.이혼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는 식으로 변해버렸다.임무현이 양씨 가문을 위해 한 노력을 봐서 금전적인 도움을 주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임무현은 양희지와 무관하다며 그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그해 남도훈이 양희지를 성희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임무현과 접촉하려고 했고 심지어 그와 결혼하기로 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말았다.임무현은 물론 공혜리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양희지는 그들이 알고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후회, 민망, 자책, 미안, 이 모든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양희지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임무현과 공혜리에게 분노를 느꼈다.‘이런 사적인 일은 따로 말하면 안 되나? 굳이 애들이 보는 앞에서 말해야겠어? 나도 자존심이 있지.’“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어!”임무현이 떠나려고 하자 박동하가 양희지의 편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말했다.“임무현, 너무한 거 아니야? 사람들이 보는 앞
박동하는 싸늘한 공혜리의 눈과 마주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양소민은 제 약혼녀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이런 거짓말을 하면 애들이 전부 오지 않을까 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얘가 한 짓은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회장님께 막말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잖습니까... 회장님, 금수저인 제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 된장녀를 좋아하겠습니까.”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가짜였다고?’양소민은 수치심과 분노에 허리에 손을 얹고 욕하기 시작했다.“박동하 이 개새끼야! 누가더러 된장녀라고 그래! 이 버러지 같은 자식아! 분명 네가 염무현한테 골탕 먹이려고 같이 연기해달라고 부탁한 거 아니야! 인제 와서 책임을 던지려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박동하 역시 맞받아쳤다.“내가 남자인지 아닌지 네가 몰라서 그래? 너 나랑 몇 번이나 잤는데! 내가 언제 돈을 안 준 적이 있어? 된장녀라고 불러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 어디서 창녀 주제에!”더욱더 흥미진진해진 상황에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다.그 아무도 박동하와 양소민이 싸울 줄 몰랐다.공혜리는 그런 그들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런 연놈을 직접 처리하기엔 내 손만 더러워지겠네.’양희지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한 채 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비록 박동하와 양소민의 싸움으로 시선이 분산되었지만 여전히 분노가 들끓는 상태였다.바로 이때,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여인이 입구에 나타났다.“무현 씨, 왜 이곳에 있는 거예요. 한참 찾았잖아요.”연희주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서 있었다.달콤한 목소리, 상큼한 분위기, 젖살마저 여전한 첫사랑 급 외모에 남자들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어디서 이런 아담한 미인이!’1m 70cm가 넘는 공혜리, 양희지와 달리 1m 60cm밖에 안 되는 연희주를 아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연희주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명문가 출신의 그녀는 도자기로 빚은 예쁜 공주 인형과도 같았다.이렇게 세 명의 미인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평소
“저를 아세요?”연홍도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박동하를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박동하는 급히 달려오더니 예의 갖춰 물었다.“연 사장님, 저 기억 안 나세요? 반년 전에 저희 아버지이신 박정민 씨가 이곳에서 손님분들을 초대하셨는데 제가 영광스럽게도 사장님께 술을 따라드린 적이 있습니다.”연홍도는 그가 누군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반년 전 한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기억날 리가 없었다.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연홍도는 그래도 그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웃으면서 말했다.“아! 박 씨였던 것 같은데...”“박동하요!”박동하는 급히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연홍도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박정민 씨 아들 박동하! 너도 여기서 밥 먹고 있었던 거야?”“네. 친구들과 모였어요.”박동하가 대답했다.연홍도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염무현 님 친구라는데 좀 잘 모시라고 해야 하나?’“무현 씨 친구분들이세요?”연희주가 물었다.염무현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잘 모르는 사이입니다.”연희주는 급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연홍도는 사리에 밝은 사람이라 무슨 상황인지 순간 알아차렸다.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랐지만 염무현이 언짢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그러면 챙길 필요도 없겠네!’“염무현 님, 저희 올라가시죠.”연홍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염무현이 흔쾌히 대답했다.“그러시죠!”박동하는 앞잡이처럼 연홍도 일가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했다.“연 사장님, 살펴 가십시오!”그는 이 네 사람이 방을 나서야 허리를 세웠다.“누군데 그래?”한 친구가 물어보자 박동하가 대답했다.“서해에서 유명한 갑부 연홍도 사장님이셔. 이 크리스털 호텔이 바로 연 사장님 거야. 연씨 가문은 늘 겸손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로스차일드 가문 같다고나 할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나라 경제의 핵심을 쥐고 있는 가문이지.”친구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연씨 가문은 골동품 수집 방면에서 대단한 가문이었다.수십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