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네 말도 일리가 있어. 조심해봐야 나쁠 건 없으니까 사람 시켜서 업계 다른 회사랑 특허청을 주시하라고 해. 지식재산권을 침범할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즉시 협력을 중단하고 법무팀에게 YH그룹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하면 돼.”계약서에도 이 내용이 똑똑히 쓰여져 있었다....양씨 가문 별장.검은 벤츠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양희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 안에서 경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남자 목소리와 여자 목소리가 함께 섞여 있었다.“무슨 일이길래 엄마 아빠가 저토록 좋아하시는 거지?”양희지는 의문스러웠다.그렇게 많은 돈을 잃었는데 이렇게 좋아할 리가 없었다.양희지는 의혹을 품은 채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희지야, 왔어? 누가 왔는지 얼른 와서 봐봐.”서아란은 양희지가 신발을 갈아신기도 전에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찬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정장을 차려입고 금테 안경을 쓴 스물여덟 아홉 정도로 보이는 젊은 청년 한 명이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고상한 기품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다른 고상한 엘리트들과 달리 그에게서는 카리스마까지 느껴졌는데 아주 범상치 않은 자신만만한 청년이었다.양희지는 약간 멈칫했다. 매우 낯익은 얼굴이지만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청년은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일어났다.잘생긴 얼굴에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았는지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소녀들을 홀리기에는 충분한 비주얼이었다.서아란은 어리둥절해 하는 양희지를 보고 급하게 입을 열었다.“준휘잖아. 전에 이웃집에 살았던 준휘. 어릴 적에 자주 같이 놀았었잖아. 다들 너희 둘을 보고 죽마고우라고 했었는데 기억 안 나?”“준휘 오빠.”양희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불쑥 그의 이름을 내뱉었다.김준휘는 얼굴에 화색을 띠고 말했다.“희지야, 오랜만이야. 이렇게 이쁘게 컸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많이 변했네.”김준휘는 양씨 집안 오래전 이웃이었는데 두 집안은 사이가 꽤 좋았었다.그런데 나중에 김준휘 일가가 해외로 이민
세 사람이 흥분해 하는 원인은 바로 사기당했던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그러나 양희지는 세 사람과 달리 너무 흥분되지는 않았다.그녀의 서류 가방에 방금전 혜리 그룹과 체결한 계약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곧 입금될 60억 덕분에 급한 불은 먼저 끌 수 있었다.몇 시간 전에 양희지가 모든 밑천을 걸고 공혜리를 찾아가기 전에 김준휘가 이 소식을 전해줬다면 그녀도 가족들처럼 날뛰며 좋아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별로 흥분되지 않았다.물론 돈을 돌려받은 건 확실히 좋아할 만한 일이었다.“정말이에요?”양희지가 화색을 띠며 물었다.서아란이 매우 진지하게 답했다.“확실해. 이게 다 준휘가 도와준 덕분이야. 우리 집안 은인이나 다름없어.”“그러니까.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할 줄 알았는데 준휘가 도와준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되게 되었어.”양문수도 서아란처럼 흥분해 하며 맞장구를 쳤다.양준우는 더 말할 것 없이 좋아했다. 스포츠카를 사고 매일 저녁 여자들을 꼬시러 나갈 걸 생각하면 너무 좋아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김준휘는 내숭을 떨면서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때마침 기회가 주어져 잡아 온 것뿐이에요. 남도훈 같은 쓰레기 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잡는 게 옳아요.”서아란과 양문수는 그를 향해 따봉을 날렸다. 양준우 또한 김준휘를 우러러보았다.국제형사일 뿐만 아니라 동원 지대 책임자, 듣기만 해도 자연스레 존경하게 되는 칭호였다.양준우는 이미 자신의 불량배 친구들에게 허풍을 떨 준비가 되어 있었다.‘옆집이 형님이 국제형사라고 하면 앞으로 누구도 날 함부로 우습게 보지 못할 거야. 게다가 엄마 아빠도 누나랑 준휘 형이 함께 있었으면 하는 것 같은데.’서아란과 양문수는 방금전에 김준휘가 싱글이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눈에 띄게 기뻐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양희지를 그에게 시집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때가 되면 난 국제형사 처남이 되는 거야. 누구도 날 함부로 건들지 못하게 될 거라고!’김준휘가 말을 이어갔다.
조윤미가 전화로 모든 경과를 양희지에게 전했다.60억이 입금 된 후 재무팀에서 양희지의 뜻대로 공급업체에 입금하려고 할 때 계좌가 동결되었다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다.은행에서는 YH그룹에서 공급업체에 결제해주기 싫어 또다시 돈을 빼돌리려 하는 혐의가 존재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YH그룹 계좌를 동결했다고 얼버무렸다.누군가가 일부러 엿먹이려 하는 게 분명했다.“무슨 일이야? 내가 도와줄까?”김준휘가 적극 나서며 물었다.양희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별로 큰일이 아니어서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어요.”김준휘의 지위가 높다고 한들 이곳은 용국이었다. 권력기관에서는 그의 신분을 보아서라도 그를 도와주겠지만 은행은 금융기관에 속하고 또 인터폴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었으므로 그가 나선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그럼 얼른 다녀와. 준휘랑 함께 밥 먹기로 한 거 잊지 말고.”서아란이 당부했다.양희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집 문을 나섰다.그녀는 은행에 도착하자마자 다급하게 이 층으로 올라갔다.일 층 로비에서는 염무현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었다.은행 직원은 3000만 현찰을 가지고 나와 그의 앞에서 지폐계수기로 다시 확인했다.염무현의 뒤에는 이은서 집안의 친척들이 서 있었는데 다 놀라운 기색을 띠고 있었다.당초 그들이 이은서 모녀에게 돈을 빌려준 건 두 사람이 이른 시일 내에 꼭 갚겠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그런데 현재 가정형편으로 보아 어느 세월에 돈을 갚을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빨리 돈을 받게 될 줄은 누구도 생각 못 했다.비록 절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제일 중요한 점은 이 절반을 갚았다는 건 나머지 절반도 곧 갚게 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또한 돈을 받지 못한다는 걱정도 더는 할 필요가 없었다.염무현은 처음으로 병을 치료해주고 상대의 빚을 진료비로 받았다.황당하긴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이씨 집안 친척들은 대부분 나이가 든 사람들이어서 현금을 더 좋아했다.염무현이 은행
양희지는 얼굴빛이 순간 돌변했다.시천복은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나쁜 생각을 품고 있었다.전에도 은행 대출을 받는 난도를 높여 양희지를 굴복시키려고 했다.은행 대출만 받을 수 있었으면 양희지는 모험하면서까지 훔쳐 온 석연고를 들고 공혜리를 찾아가 협력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겨우 위기를 넘겼는데 돼지 같은 은행 행장이 또 자신을 방해할 줄이야.지난번에는 들키기라도 할까 봐 양희지와 잠자리를 가지고 싶다는 요구를 슬쩍 암시만 했다.그러나 거절당한 후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면전에서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제기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시 행장님,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지 알고는 계세요?”양희지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애써 예의를 지키려고 했다.“아까 했던 말은 없던 일로 할게요. 저도 못 들은 척할 테니까요.”시천복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양희지,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전에 결혼도 했었을 뿐만 아니라 남도훈과도 애매모호한 사이를 유지했었잖아. 오늘까지도 거절하면 내가 악독한 사람이라고 탓하지 마. 계좌가 풀리지 않으면 공급업체 사람들이 손을 잡고 널 고소할 거야. 그때 되면 네 회사도 전면조사를 받게 될 거고.”양희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예요?”“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필요 없어. 서로 원하는 걸 상대방한테서 얻는 것뿐이잖아. 날 만족시켜주면 계좌도 풀어주고 앞으로 자금 방면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다 도울게.”시천복은 점점 더 음탕하게 웃었다.“몇 분이면 끝나. 너도 밑질 건 없잖아. 너도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일인데 왜 자꾸 거절하려는 거야.”“파렴치한 자식!”양희지는 시천복을 향해 한 마디 욕설을 퍼붓고 일어서 나가려고 했다.이를 본 시천복은 벌떡 일어나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오늘 이대로 가버리면 계좌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거야. 네 회사도 파산될 거고.”그는 말하면서 두 손으로 양희지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꺼져!”양희지는 발로 시천복의 가랑이를 차버렸다.천하
양희지가 아무리 호신술을 배웠다고 해도 힘센 성인 남성은 이길 수 없었다.시천복이 우세를 점하게 되면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된다.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어디서 적반하장이야, 이년이!”시천복은 양희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손을 들더니 그녀의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여긴 내 관할 구역이야. 내 말이 곧 어명이란 말이야.”바로 이때, 누군가가 정확히 시천복의 손목을 붙잡았다. 시천복이 애써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너 누구야?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얼른 이 손 놓지 못해? 내 말 안 들려?”염무현은 자신을 협박하는 시천복을 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그 손 놔.”양희지는 염무현을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염무현이 왜 여기 있어?’“너 누구야?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내가 이 손 안 놓으면 날 때리기라도 할 거야?”시천복은 은행이 자신의 관할 구역이라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당장 이 손 놔. 그렇지 않으면 경호원들 보고... 악!”염무현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에 힘을 주었다.우두둑!시천복은 자신의 손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건 분명히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극심한 고통 때문에 그는 저도 모르게 땅에 주저앉으며 양희지의 머리카락을 놓아주고 그 손으로 땅을 짚으며 지탱했다.시천복의 속박에서 벗어난 양희지는 허겁지겁 빠져나와 그와 한참 거리를 둔 곳에서 몸을 일으켜 일어났다.“X발... 감히 내 손목을 부러뜨려? 죽여버릴 거야. 얼른 저 새끼 죽여. 뒷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시천복이 경호원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경호원들이 덤벼들려고 할 때, 염무현이 갑자기 시천복을 발로 차버렸다.시천복의 뚱뚱한 몸은 마치 고무공처럼 멀리 날아갔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 아래, 그는 족히 십여 미터나 날아가 벽에 세게 부딪쳤다.쿵!벽에는 큰 구덩이 하나가 생겼다.시천복은 피범벅이 된 채 극심한
“엄마, 방금전에 염무현이 날 도와줬어.”양희지는 사실대로 말하면서 염무현에게 감사하다고 눈짓했다.“도와주기는 개뿔. 또 무언갈 속으로 꾸미고 있겠지. 염무현, 너 우리 딸 미행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왜 여기에 있어.”서아란은 눈을 부릅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저 나쁜 새끼랑 손을 잡고 너를 해치려 한 걸지도 몰라. 희지야, 저 쓰레기 놈을 쉽게 믿어서는 안 돼. 네 안전을 위해서라도 멀리해야 한다니까.”“염무현, 너 대체 무슨 속셈이야?”염무현은 서아란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제가 왜 그쪽한테 설명해야 하죠? 당신은 또 무슨 자격으로 날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건데?”서아란은 태도가 금세 더 거만해졌다.“저거 봐, 저거 봐. 무슨 소릴 하는지 들었지?”양희지가 눈살을 찌푸리고 서아란을 말렸다.“그만해, 엄마.”그녀는 염무현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자신의 엄마와 외부인들 앞에서 드러내놓고 염무현의 편을 들어주기에는 약간 난감한 상황이었다.“그나저나 여기까진 어떻게 찾아왔어?”김준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해서 널 쫓아온 거야.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그는 자신만만해 보였다.서아란은 화색을 띠며 맞장구를 쳤다.“그래. 네 준휘 오빠가 있는데 해결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해외로 달아난 남도훈까지 잡아 왔잖아. 게다가 우리가 사기당한 돈까지 다 돌려받을 수 있게 했는데, 준휘처럼 훌륭한 애가 어디 또 있겠니. 누구처럼 다른 년한테 빌붙어 살기로 했으면서도 만족하지 않고 파리처럼 네 곁을 맴돌려 하지는 않잖아. 보기만 해도 역겨운 자식!”그녀는 김준휘를 칭찬하는 반면 염무현을 업신여겼다.염무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김준휘를 훑어보며 물었다.“지금 남도훈을 잡아 온 게 다 이 사람 공로란 말이에요?”“준휘가 아니면 설마 너 같은 쓰레기 놈이겠어?”서아란은 그를 째려보면서 말했다.“준휘는 국제형사
“몇 년 동안 희지 곁에 못 있어 준 걸 보상해주기 위해 어떤 대가든 잔말하지 않고 받아들이겠습니다.”“들었어? 이것이야말로 책임감 있는 남자라는 거야.”서아란은 이내 맞장구를 쳐주면서 끊임없이 양희지를 향해 눈짓했다.이렇게 좋은 남자를 어디 가서 또 찾겠는가?“그럼 무릎 꿇고 저한테 절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 해주세요. 쉽죠?”염무현이 불쑥 말을 꺼냈다.김준휘는 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채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그는 염무현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히 과한 요구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제기했다 하더라도 김준휘는 핑계를 대고 거절할 생각이었다.왜냐하면 구두로 한 약속은 무효하기 때문이다.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한 사람으로서 그는 계약 정신을 중요히 여겼는데 오직 사인하고 도장 찍은 일에만 책임질 뿐이었다.반면 염무현이 고액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다면 양희지에게 더 나쁜 인상만 남겨줄 것이다.김준휘는 꽤 야무진 사람이었다. 그는 몇 마디 말로 함정을 파놓고 염무현이 뛰어들기만을 기다렸다.그러나 김준휘는 염무현이 그런 요구를 제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절을 해달라고?돈을 팔지 않지만 중요한 건 체면이 깎인다는 것이다.“염무현, 너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서아란이 나서서 염무현을 비난했다.“준휘야, 이런 사람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김준휘는 생긋 웃으면서 화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 이를 갈며 염무현을 욕했다.그는 염무현에게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내가 해외로 가지 않았으면 너에겐 희지 곁에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 내가 돌아온 이상 이젠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 거야.”염무현은 피식 웃었다. 그는 뻔뻔하게 남의 공로를 빼앗는 사람과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국제형사라는 사람이 이리도 파렴치하게 굴다니. 사실 그와 남도훈은 별다른 점이 없었다.바로 이때, 시천복이 소리쳤다.“이 새끼들이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서아란과 김준휘가 은
서해수비대 부대장 방원혁은 고진성의 유능한 조수일 뿐만 아니라 고대 무술 능력자 신분까지 지니고 있었기에 서해시에 아주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양희지는 방원혁을 보자마자 표정이 심각해졌다.방금전 거만한 태도를 보이던 김준휘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국제형사라는 신분이 꽤 놀랄 만은 하지만 오직 조직 내부에서만 먹혔다. 그는 사실 용국에서 아무런 집행권도 없었다.경찰청에서 온 사람이라면 아마 그의 신분을 보아서라도 일을 너무 난감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수비대는 경찰청 관할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시스템이었다. 그 말인즉슨 국제경찰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체면을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양희지는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녀는 시천복이 서해 은행 행장이라는 신분으로 행패를 부리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강한 백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엄마, 얼른 가.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양희지가 급하게 서아란을 보내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로 가족이 피해를 받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또한 서아란이 나가게 되면 꼭 그녀를 구하려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기회를 창조해주고 있다.“간다고? 내 처형이 도착했는데 어딜 간다는 거야. 오늘 누구도 나갈 생각하지 마.”시천복이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 그러더니 절뚝거리고 방원혁을 향해 걸어가 고자질을 했다.“처형, 내 상처 좀 봐봐. 이게 무슨 꼴이야 글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방원혁은 매제의 비참한 꼴을 보고 눈에 띄게 화나 했다.시천복은 뻔뻔하게 모든 책임을 양희지에게 밀었다.“이 천박한 여자가 계좌를 풀어달라고 날 꼬시려고 했는데, 처형도 알다시피 난 원희한테 일편단심인 사람이잖아. 그래서 당장에서 거절했더니 도리어 화를 내면서 날 이 꼴로 만들었다니까.”“무슨 소리야. 당신이 먼저 나한테 손대려 했잖아.”양희지가 큰 목소리로 반박했다.방원혁은 냉소를 흘리더니 흉측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내가 일이 생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