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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뭐라고?”

진도하는 당황했다. 고천혁이 거리 입구에 나타났을 때부터 진도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상했지만 고천혁이 자신을 그냥 보내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고천혁은 진도하의 놀람을 개의치 않고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상고성을 떠나기만 하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지.”

말투에서 고천혁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이곳에 와서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고 진도하에게 상당히 예의를 차렸다.

확실히 고천혁은 교활하고 노련했다.

그러나 진도하는 그의 진짜 의도를 꿰뚫고 있었다. 고천혁은 결코 화가 안 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분노를 억누르고 자신과 싸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이 정도의 수련자들이 죽는 것은 아무런 타격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진도하 일행은 외지인이고 상고성을 떠나면 고천혁은 여전히 3대 주성의 수장으로 남아 있을 터였다.

어느 면에서 보아도 그들을 보내주는 것이 고천혁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진도하는 자신이 남궁 장로의 제자라서 그가 봐주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고천혁은 단지 손해를 줄이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진도하는 그의 뜻대로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들은 외지인이라 언제든 떠날 수 있었지만 진도하가 정말로 떠나버린다면 여기 남은 상고성의 백성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이 고문파에게 계속 억압당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진도하는 고천혁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떠나지 않을 거야.”

“그래?”

고천혁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도하가 자신이 제안한 기회를 거절할 줄은 몰랐다.

고천혁은 진도하 일행을 그냥 보내주고 그들이 떠난 뒤에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모두 없애 복수를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은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고 명성에도 흠집이 나지 않을 것이다. 진도하 일행만 떠나면 그는 여전히 3대 주성의 수장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진도하가 떠나지 않겠다니? 설마 그가 정말로 이 평범한 백성들을 위해 나서겠다는 것인가?

고천혁의 이마에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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