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수단이 엄청났기 때문이다.서로 다른 환경 아래 사람들은 융통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이길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어떻게 적을 상대하겠는가?할아버지는 그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싶었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네가 알아서 하거라. 난 성적만 볼 거니까.”반지훈은 저택에서 나와 차 앞에 섰고 서영유가 그를 불러세웠다.그녀는 그의 등 뒤에 서서 말했다.“지훈아, 난 다른 뜻은 없었어. 그냥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중요하니까...”“서영유, 몸 좀 사려. 네가 몰래 다른 짓 꾸미는 거 내가 알게 하지 마.”반지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빠르게 떠나가는 차를 바라보며 서영유는 그 자리에 굳어졌다. 조금 전 반지훈이 했던 말을 곱씹던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대놓고 강성연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반지 일을 제외하고 말이다.그러니까 반지훈이 그 일을 안 것일까?...다음 날.체격 시험 성적이 게시판에 붙었고 사람들은 게시판을 둘러싸고 모여있었다.강성연과 정유진도 식당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에 게시판에 가서 성적을 보았다. 정유진은 이내 그녀의 성적을 찾았다.“29점, 왜 29점이죠?”정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분명 강성연이 이겼는데 말이다!자신의 점수를 본 강성연은 예상했다는 듯이 감정 기복이 전혀 없었다.30점에서 1점을 깎은 건 그녀가 낀 반지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아직 다른 시험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120점을 얻으면 그만이었다.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는 하정윤을 마주쳤고 하정윤도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표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하정윤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고 강성연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하정윤을 불러세웠다.“정윤 언니,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복도에서 하정윤은 팔짱을 두른 채로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나랑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시험이 언니한테 불공평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나도 반지로 언니를 상처입힐 생각은 없었어요. 난 그냥 반
현지는...두 번이나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으니 반드시 돌려줘야 했다.숙소에서 나온 현지는 강성연이 팔짱을 낀 채로 계단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 보았다.현지는 걸음을 멈춘 뒤 바짝 긴장했다.“네... 네가 왜 여기 있어? 뭐 하려고?”현지는 혼자였다. 옆에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다른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현지에게 다가갔다.현지는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계속 뒷걸음질 쳤다. 강성연은 숙소 뒤편에 있는 숲속으로 그녀를 끌고 갔다.“강성연, 감히 날 건드린다면...”“어쩌려고요?”강성연은 그녀의 앞길을 막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난 그냥 질문 몇 개 하러 온 거니까.”현지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녀는 진짜 두려웠다.“뭘 물으려는 거야?”강성연이 대답했다.“날 속여서 금지 구역으로 가게 한 건 구의범 때문이죠?”현지는 강성연이 자신을 때릴까 두려워하는 눈빛이었지만 여전히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로 대답했다.“그... 그렇다면 어쩔 건데? 네가 오자마자 구의범이 너한테 매달렸잖아? 게다가 내가 준 초콜릿도 너한테 줬어!”초콜릿?강성연은 그것을 떠올렸다.“그 초콜릿은 그대로 뒀어요. 원한다면 돌려줄게요.”“누가 돌려달래? 구의범이 너한테 줬잖아!”현지는 억울한 얼굴로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강성연은 웃었다.“나랑 하정윤 씨가 싸우게 한 것도 당신 짓이죠?”현지는 감히 강성연의 시선을 마주할 수 없었고 대답도 할 수 없었다.“하정윤 씨가 나한테 얘기했어요. 당신이 그런 거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할 거예요.”강성윤은 활짝 핀 꽃처럼 화사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현지는 그녀의 미소가 귀신만큼이나 무서웠다.“난... 난 널 지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당신이 한 짓들, 만약 상대가 일반인이었으면 지금쯤 얼마나 힘들어했을까요?”강성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현지 씨, 당신은 구의범을 좋아하죠. 구의범을 빼앗으려는 사람은 없어요. 그를 얻지 못한다고 해서 죄
강성연은 구의범이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본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다가가더니 그의 등 뒤에 숨은 현지를 보며 말했다.“그래요.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날 물 먹인 사람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죠.”“구의범, 들었지...”현지는 그의 팔을 잡으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구의범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현지의 손에서 팔을 빼면서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이쁜아, 넌... 넌 현지에게 위협당해서... 그래서...”그래서 그런 거지?“내가 위협당한 사람으로 보여요?”강성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현지 씨는 당신 때문에 날 괴롭힌 거예요. 내가 그렇게 당했는데 당연히 돌려줘야죠. 이래도 얌전해지지 않는다면 녹음 파일을 공개할 거예요.”구의범은 눈앞의 강성연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어쩌면 단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안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그날부터 식당에서 마주친다고 해도 구의범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정유진은 구의범에게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으나 구의범은 그들을 지나칠 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정유진은 의아한 얼굴이었다.“성연 언니, 구의범 씨 왜 저래요? 평소에는 언니만 보면 들러붙었잖아요?”“이게 훨씬 좋지. 난 처음부터 저 사람이랑 아무 사이 아니었어.”강성연은 창구에 가서 음식을 받았다.정유진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식당에 나타난 희호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더니 강성연에게 시선을 멈췄다.그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강성연에게 다가갔다.“강성연 씨.”금방 음식을 받은 강성연은 그가 자신을 찾자 뜸을 들이며 말했다.“무슨 일이죠?”희호는 헛기침하면서 목소리를 낮췄다.“반 대표님께서 2층 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강성연이 희호를 따라나서려고 하는데 정유진이 그녀를 붙잡았다.“성연 언니, 어디... 가요?”강성연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2층에 갔다 올게. 나 기다리지 마.”정유진은 그녀와 희호가 함께 떠나는 모습을 보
현지는 자기가 알고 있는 ‘죄증’을 전부 강성연에게 전가했다. 강성연은 그런 사람이 맞았고 구의범도 그날 그 사실을 알게 됐다.현지의 말에 정유진은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록 현지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확실히 강성연에 대해 잘 몰랐다. 심지어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반지훈도...강성연은 진짜 현지가 말한 것처럼 그런 사람인 걸까?구의범이 강성연을 무시한 것도 이 일을 알게 돼서일까?“유진아, 잘 생각해 봐. 친구인 너한테 비밀을 숨긴다는 건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네가 왜 너한테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잘 보여야 해?”현지의 말 몇 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던 정유진은 문득 정신이 들었다.그녀는 확실히 강성연을 친구라고 생각했으나 강성연은 그녀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그녀를 정말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왜 그녀에게 숨긴 걸까...룸 안.강성연은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영양가 높은 음식들과 반지훈의 뒤에 일렬로 서 있는 주방장들을 보았다. 훈련 캠프가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자기가 받았던 음식과 비교해보니 그녀가 먹었던 음식이 얼마나 초라한지 실감 났다.반지훈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이건 전부 널 위해 준비한 거야. 그동안 살이 빠졌으니 잘 먹어야지.”강성연이 들고 있던 식판이 옮겨졌고 경호원은 그녀를 대신해 의자를 빼줬다.강성연은 자리에 앉은 뒤 반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반지훈 씨, 내가 돼지로 보여요? 이렇게 많은 음식을 어떻게 나 혼자 먹어요?”반지훈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시선을 내리뜨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난 그냥 네가 살이 빠져서 마음이 아팠던 것뿐인데.”훈련 캠프의 음식이 초라한 탓이었다. 강성연은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힘이 없어서 괴롭힘당한다면 어찌한단 말인가?“...”반지훈은 불쌍한 척, 가련한 척을 점점 더 잘했다.경호원과 주방장들은 눈치 빠르
리비어가 그녀에게 호신술을 가르쳐줬다면 아마 다른 것도 가르쳐줬겠지?강성연은 반지훈이 여전히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많이 당황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리비어 아저씨는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힘들게 외국에서 사는 걸 봤어요. 호신술을 가르쳐준 정도는 괜찮잖아요?”반지훈은 웃었다.“당연하지.”강성연이 지금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알 수 있었다.강성연은 밥을 먹은 뒤 2층 룸을 나섰다. 현지는 그녀가 어느 고위 인사에게 연줄을 댔는지 알아보기 위해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그런데 희호와 반지훈이 룸에서 나오는 순간 현지의 안색이 달라졌다.룸 안에 있던 남자가 반지훈이라니?정유진은 강성연이 구의범을 거절했다고 했다. 이제 보니 그녀는 구의범보다 훨씬 더 잘난 남자를 노리고 있었다!그렇다면 반격해야 했다!정유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다급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문밖에 나타난 강성연을 보았다.강성연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정유진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웃어 보였다.“왔어요?”“응, 미안해. 널 혼자 뒀네.”강성연은 정유진과 함께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도중에 정유진을 혼자 1층에 남겨뒀다. 하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훈련 캠프의 사람들이 그녀와 반지훈의 사이를 몰랐으면 했다.정유진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정유진은 잠시 주저하다가 물었다.“성연 언니, 반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에요?”외투를 벗던 강성연이 흠칫했다. 그녀는 정유진을 보며 말했다.“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정유진은 웃는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조금 전에 희호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그리고 그날 희영 언니도...”“유진아, 너한테 얘기하지 않은 건 사정이 있어서야. 괜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라.”강성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정유진의 변화를 조금 눈치챌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 속에서 현지와 함께 있는 정유진이 보였다.현지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고립된 강성연을 보자 참지 못하겠는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네가 뭐 그리 잘났나 싶었는데 그렇게 거만 떠는 이유가 있었어. 반 대표님 때문이지?”정유진은 감히 강성연과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비록 소문을 퍼뜨린 건 그녀가 아니었지만 어젯밤 강성연에게 물었을 때 강성연은 그녀에게 진실을 숨겼다.강성연은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녀도 강성연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강성연의 시선은 정유진에게 멈춰 있었다. 현지는 정유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어때? 이젠 유진이도 널 믿지 않아. 아이도 있으면서 남자들에게 꼬리치는 여자는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거든!”현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세상에, 아이가 있었어?”“젊어 보이는데 어쩌면 미혼모일지도 몰라.”“아이 아빠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어!”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강성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자신의 헛소문을 듣는 것에 익숙했다. 강성연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이런 조롱은 간지럽지도 않은 정도였다.강성연이 화를 내지 않아서일까, 현지는 오히려 더 초조해했다.“왜 날 보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널 욕하는데 무슨 낯짝으로 여기에 서 있는 거야?”사람들의 시선이 강성연에게 멈췄다. 강성연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팔짱을 두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소문낸 거에요?”“그렇다면 뭐? 너랑 반 대표님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현지는 강성연의 약점을 틀어쥐었다는 듯이 기세등등해서 말했다.“그날 네가 2층 룸에 올라간 걸 봤어. 너 반 대표님이랑 같이 있었잖아. 참, 유진이가 알려주더라. 너 시험을 본 날 반 대표님이 희영 언니에게 부탁해서 널 찾았다며? 어쩐지 그날 네 목이 얼룩덜룩하더라.”강성연의 이미지가 더욱 안 좋아졌다. 현지가 일리 있는 말을 하자 다들 강성연이 몹쓸 짓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현지는 일을
구경꾼들은 확실히 호기심이 생겼고, 일부 사람들은 현지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현지는 안색이 창백한데, 왜 이 천한 것은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을까? 만약 그녀가 이 도박에서 지면 어쩌지? "현지 씨, 당신은 서영유 씨를 믿지 않습니까, 근데 왜 걸지 못하시죠?" 성연은 웃었다. "누가 내가 못한데!" 현지는 이를 악물었다: "강성연,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인정 할 준비나 해!" 그녀는 서영유를 믿기로 했다. 서영유가 그녀를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어 서영유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서영유가 전화를 받자 현지는 말했다. "영유 언니, 언니야말로 반대표의 여자 맞으시죠? 어서 인정해 주세요!" 서영유는 무슨 말인지 알아챈 듯 눈살을 찌푸렸다. “현지야, 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영유 언니, 전…” 휴대전화를 성연에게 빼앗겼다. 성연은 통화 화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영유 씨, 전화로 지금 당신이 반지훈의 여자인지 아닌지 확실히 말해주세요" 강성연의 목소리를 들은 서영유는 안색이 변했고 눈빛은 점차 독해졌다. 이 빌어먹은 현지년, 돌대가리 아니야? 그녀의 이름을 가지고 강성연을 도발하다니! "영유 언니, 빨리 말해요!" 현지는 조급해서 못 참을 것 같았다. 서영유는 휴대전화를 잡은 손을 꽉 쥐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현지야, 난 너한테 지훈씨의 여자라고 말한 적 없어. 다시는 이런 말 하지 마" 그녀는 말을 마치고 통화를 끊었다. 서영유는 화가 나서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현지라는 돼지년은 과연 머리가 전혀 안돌아간다! 그럼 그녀를 희생할 수밖에! 현지는 그 자리에 굳어 있었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쨌든 현지는 대표의 여인을 영유언니라고 떠벌리고 다녔는데, 방금 영유언니에게 한마디로 선 그어졌다는 말인가? 설마, 정말 현지가 지어낸 건가? 만약 조작된 짓이라면 이 신입의 일도 그녀가 꾸민
이거 체면 깎이는 건 시간 문제 겠는데! 현지가 생각하는 '피해자'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얼마 전 신입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매를 맞았다는 현지의 하소연을 들은 여학생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업자득이다. 현지가 감히 이렇게까지 일을 꾸몄는데, 설마 이 신입의 일이라고 꾸며내지 못 했겠는가?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현지에게 오는 시선은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논란과 비난이었다. "강성연, 너......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녀는 병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떨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너 뭘 믿고 나한테 이래!” "그럼 당신은?" 성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뭔데 나한테 이래? 몇 번이고 당신을 봐주었지만 이번에 당신은 스스로를 망쳤지” "내가 말했죠, 자신이 한 일은 자신이 책임을 지는 거라고. 당신은 자신의 일을 끝까지 인정하지 못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비방하는거죠?" 성연이 그녀를 한 번 더 봐준다면, 자신에게 씌워진 이런 허무맹랑한 '오명'에 대해 그녀는 과연 얼마나 미안할까? 사람들 앞에서 혼쭐이 난 현지는 머리를 감싸 몸을 웅크리고 울부짖었다. 구경꾼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동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성연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유진의 옆을 지나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웃었다. "친구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고충이 있어서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당신은 그들을 믿었군요" 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유진은 어깨를 떨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구의범은 방금 장면을 눈여겨보았다. 성연이 비난과 추궁을 받을 때도 그는 나서서 제지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대할까? 옆으로 돌려 조이던 주먹을 천천히 풀고는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 TG그룹.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