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구의범이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본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다가가더니 그의 등 뒤에 숨은 현지를 보며 말했다.“그래요.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날 물 먹인 사람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죠.”“구의범, 들었지...”현지는 그의 팔을 잡으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구의범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현지의 손에서 팔을 빼면서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이쁜아, 넌... 넌 현지에게 위협당해서... 그래서...”그래서 그런 거지?“내가 위협당한 사람으로 보여요?”강성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현지 씨는 당신 때문에 날 괴롭힌 거예요. 내가 그렇게 당했는데 당연히 돌려줘야죠. 이래도 얌전해지지 않는다면 녹음 파일을 공개할 거예요.”구의범은 눈앞의 강성연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어쩌면 단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안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그날부터 식당에서 마주친다고 해도 구의범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정유진은 구의범에게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으나 구의범은 그들을 지나칠 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정유진은 의아한 얼굴이었다.“성연 언니, 구의범 씨 왜 저래요? 평소에는 언니만 보면 들러붙었잖아요?”“이게 훨씬 좋지. 난 처음부터 저 사람이랑 아무 사이 아니었어.”강성연은 창구에 가서 음식을 받았다.정유진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식당에 나타난 희호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더니 강성연에게 시선을 멈췄다.그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강성연에게 다가갔다.“강성연 씨.”금방 음식을 받은 강성연은 그가 자신을 찾자 뜸을 들이며 말했다.“무슨 일이죠?”희호는 헛기침하면서 목소리를 낮췄다.“반 대표님께서 2층 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강성연이 희호를 따라나서려고 하는데 정유진이 그녀를 붙잡았다.“성연 언니, 어디... 가요?”강성연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2층에 갔다 올게. 나 기다리지 마.”정유진은 그녀와 희호가 함께 떠나는 모습을 보
현지는 자기가 알고 있는 ‘죄증’을 전부 강성연에게 전가했다. 강성연은 그런 사람이 맞았고 구의범도 그날 그 사실을 알게 됐다.현지의 말에 정유진은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록 현지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확실히 강성연에 대해 잘 몰랐다. 심지어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반지훈도...강성연은 진짜 현지가 말한 것처럼 그런 사람인 걸까?구의범이 강성연을 무시한 것도 이 일을 알게 돼서일까?“유진아, 잘 생각해 봐. 친구인 너한테 비밀을 숨긴다는 건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네가 왜 너한테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잘 보여야 해?”현지의 말 몇 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던 정유진은 문득 정신이 들었다.그녀는 확실히 강성연을 친구라고 생각했으나 강성연은 그녀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그녀를 정말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왜 그녀에게 숨긴 걸까...룸 안.강성연은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영양가 높은 음식들과 반지훈의 뒤에 일렬로 서 있는 주방장들을 보았다. 훈련 캠프가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자기가 받았던 음식과 비교해보니 그녀가 먹었던 음식이 얼마나 초라한지 실감 났다.반지훈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이건 전부 널 위해 준비한 거야. 그동안 살이 빠졌으니 잘 먹어야지.”강성연이 들고 있던 식판이 옮겨졌고 경호원은 그녀를 대신해 의자를 빼줬다.강성연은 자리에 앉은 뒤 반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반지훈 씨, 내가 돼지로 보여요? 이렇게 많은 음식을 어떻게 나 혼자 먹어요?”반지훈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시선을 내리뜨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난 그냥 네가 살이 빠져서 마음이 아팠던 것뿐인데.”훈련 캠프의 음식이 초라한 탓이었다. 강성연은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힘이 없어서 괴롭힘당한다면 어찌한단 말인가?“...”반지훈은 불쌍한 척, 가련한 척을 점점 더 잘했다.경호원과 주방장들은 눈치 빠르
리비어가 그녀에게 호신술을 가르쳐줬다면 아마 다른 것도 가르쳐줬겠지?강성연은 반지훈이 여전히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많이 당황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리비어 아저씨는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힘들게 외국에서 사는 걸 봤어요. 호신술을 가르쳐준 정도는 괜찮잖아요?”반지훈은 웃었다.“당연하지.”강성연이 지금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알 수 있었다.강성연은 밥을 먹은 뒤 2층 룸을 나섰다. 현지는 그녀가 어느 고위 인사에게 연줄을 댔는지 알아보기 위해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그런데 희호와 반지훈이 룸에서 나오는 순간 현지의 안색이 달라졌다.룸 안에 있던 남자가 반지훈이라니?정유진은 강성연이 구의범을 거절했다고 했다. 이제 보니 그녀는 구의범보다 훨씬 더 잘난 남자를 노리고 있었다!그렇다면 반격해야 했다!정유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다급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문밖에 나타난 강성연을 보았다.강성연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정유진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웃어 보였다.“왔어요?”“응, 미안해. 널 혼자 뒀네.”강성연은 정유진과 함께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도중에 정유진을 혼자 1층에 남겨뒀다. 하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훈련 캠프의 사람들이 그녀와 반지훈의 사이를 몰랐으면 했다.정유진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정유진은 잠시 주저하다가 물었다.“성연 언니, 반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에요?”외투를 벗던 강성연이 흠칫했다. 그녀는 정유진을 보며 말했다.“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정유진은 웃는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조금 전에 희호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그리고 그날 희영 언니도...”“유진아, 너한테 얘기하지 않은 건 사정이 있어서야. 괜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라.”강성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정유진의 변화를 조금 눈치챌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 속에서 현지와 함께 있는 정유진이 보였다.현지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고립된 강성연을 보자 참지 못하겠는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네가 뭐 그리 잘났나 싶었는데 그렇게 거만 떠는 이유가 있었어. 반 대표님 때문이지?”정유진은 감히 강성연과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비록 소문을 퍼뜨린 건 그녀가 아니었지만 어젯밤 강성연에게 물었을 때 강성연은 그녀에게 진실을 숨겼다.강성연은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녀도 강성연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강성연의 시선은 정유진에게 멈춰 있었다. 현지는 정유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어때? 이젠 유진이도 널 믿지 않아. 아이도 있으면서 남자들에게 꼬리치는 여자는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거든!”현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세상에, 아이가 있었어?”“젊어 보이는데 어쩌면 미혼모일지도 몰라.”“아이 아빠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어!”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강성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자신의 헛소문을 듣는 것에 익숙했다. 강성연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이런 조롱은 간지럽지도 않은 정도였다.강성연이 화를 내지 않아서일까, 현지는 오히려 더 초조해했다.“왜 날 보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널 욕하는데 무슨 낯짝으로 여기에 서 있는 거야?”사람들의 시선이 강성연에게 멈췄다. 강성연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팔짱을 두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소문낸 거에요?”“그렇다면 뭐? 너랑 반 대표님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현지는 강성연의 약점을 틀어쥐었다는 듯이 기세등등해서 말했다.“그날 네가 2층 룸에 올라간 걸 봤어. 너 반 대표님이랑 같이 있었잖아. 참, 유진이가 알려주더라. 너 시험을 본 날 반 대표님이 희영 언니에게 부탁해서 널 찾았다며? 어쩐지 그날 네 목이 얼룩덜룩하더라.”강성연의 이미지가 더욱 안 좋아졌다. 현지가 일리 있는 말을 하자 다들 강성연이 몹쓸 짓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현지는 일을
구경꾼들은 확실히 호기심이 생겼고, 일부 사람들은 현지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현지는 안색이 창백한데, 왜 이 천한 것은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을까? 만약 그녀가 이 도박에서 지면 어쩌지? "현지 씨, 당신은 서영유 씨를 믿지 않습니까, 근데 왜 걸지 못하시죠?" 성연은 웃었다. "누가 내가 못한데!" 현지는 이를 악물었다: "강성연,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인정 할 준비나 해!" 그녀는 서영유를 믿기로 했다. 서영유가 그녀를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어 서영유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서영유가 전화를 받자 현지는 말했다. "영유 언니, 언니야말로 반대표의 여자 맞으시죠? 어서 인정해 주세요!" 서영유는 무슨 말인지 알아챈 듯 눈살을 찌푸렸다. “현지야, 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영유 언니, 전…” 휴대전화를 성연에게 빼앗겼다. 성연은 통화 화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영유 씨, 전화로 지금 당신이 반지훈의 여자인지 아닌지 확실히 말해주세요" 강성연의 목소리를 들은 서영유는 안색이 변했고 눈빛은 점차 독해졌다. 이 빌어먹은 현지년, 돌대가리 아니야? 그녀의 이름을 가지고 강성연을 도발하다니! "영유 언니, 빨리 말해요!" 현지는 조급해서 못 참을 것 같았다. 서영유는 휴대전화를 잡은 손을 꽉 쥐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현지야, 난 너한테 지훈씨의 여자라고 말한 적 없어. 다시는 이런 말 하지 마" 그녀는 말을 마치고 통화를 끊었다. 서영유는 화가 나서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현지라는 돼지년은 과연 머리가 전혀 안돌아간다! 그럼 그녀를 희생할 수밖에! 현지는 그 자리에 굳어 있었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쨌든 현지는 대표의 여인을 영유언니라고 떠벌리고 다녔는데, 방금 영유언니에게 한마디로 선 그어졌다는 말인가? 설마, 정말 현지가 지어낸 건가? 만약 조작된 짓이라면 이 신입의 일도 그녀가 꾸민
이거 체면 깎이는 건 시간 문제 겠는데! 현지가 생각하는 '피해자'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얼마 전 신입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매를 맞았다는 현지의 하소연을 들은 여학생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업자득이다. 현지가 감히 이렇게까지 일을 꾸몄는데, 설마 이 신입의 일이라고 꾸며내지 못 했겠는가?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현지에게 오는 시선은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논란과 비난이었다. "강성연, 너......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녀는 병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떨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너 뭘 믿고 나한테 이래!” "그럼 당신은?" 성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뭔데 나한테 이래? 몇 번이고 당신을 봐주었지만 이번에 당신은 스스로를 망쳤지” "내가 말했죠, 자신이 한 일은 자신이 책임을 지는 거라고. 당신은 자신의 일을 끝까지 인정하지 못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비방하는거죠?" 성연이 그녀를 한 번 더 봐준다면, 자신에게 씌워진 이런 허무맹랑한 '오명'에 대해 그녀는 과연 얼마나 미안할까? 사람들 앞에서 혼쭐이 난 현지는 머리를 감싸 몸을 웅크리고 울부짖었다. 구경꾼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동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성연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유진의 옆을 지나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웃었다. "친구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고충이 있어서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당신은 그들을 믿었군요" 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유진은 어깨를 떨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구의범은 방금 장면을 눈여겨보았다. 성연이 비난과 추궁을 받을 때도 그는 나서서 제지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대할까? 옆으로 돌려 조이던 주먹을 천천히 풀고는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 TG그룹.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성연은 현장에 오르기 전 소총 장비와 탄창을 점검하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험장에 도착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또 너랑 같은 조네” 그녀 바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하정윤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는 교관이 뽑은 것으로, 이력과는 상관없이 '랜덤 매칭'이라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연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정말 저를 힘들게 하네요" 하정윤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엔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날카로운 총소리가 허공에 울리고, 총알이 바람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표적에 박혔다. 교관은 팀원 개개인의 플레이를 기록하였다. 가장 뛰어난 하정윤은 탄환 교체를 능숙하게 이어가며 단숨에 해냈다. 하정윤은 훈련소에서 2년을 지내며 총기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활약은 일찌감치 예상됐지만 그녀를 놀라게 한 사람도 있었다. 아무런 경험도, 훈련도 하지 않은 신입을 보고, 그녀가 운이 좋아 이종격투기 시합에서 이겼을지 몰라도, 다음 시험에서는 그녀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와 총을 잡는 손의 위치 모두 모범적이었고, 태도 역시 당황하지 않고 모든 과정에 집중했다. 다섯 발의 사격이 끝난 후 교관은 과녁에 가기 전에 확인하고 기록하라고 명령했다. 교관은 5인조에서 30점을 채우지 못한 2명을 탈락시키고, 하정윤, 성연과 다른 여학생만 남게 했다. “신새벽, 다섯 발 시험 성적 35점, 합격” “하정윤, 다섯 발 시험 성적 46점, 우수” 뒤에서 지켜보던 훈련생들은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강성연, 다섯 발 시험 성적…” 교관은 성연을 보았다. 모두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46점, 우수” 교관이 말을 멈추자 뒤에서 누군가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윤 언니랑 같은 성적이야!"“이거 어려울 텐데, 어떻게 한거지?” "부정행위도 아니야, 다들 보고 있어서 알겠지만 정말 대단해!" 옆에 있던 희영은 감격해
“뱀이다!” 구의범은 군중 속에서 뛰쳐나와 성연을 향해 달려갔지만, 교관에 의해 가로막혔다. "모두 현장을 떠나라, 시험 중지!" "교관님, 쟤 왜 저래요?" 구의범이 다급하게 물었다. “뱀에 물렸어,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뱀한테 물렸다고? 캠프에 어떻게 뱀이 있지? “언니!" 희영은 서둘러 성연에게 달려갔고, 희호는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손등의 상처가 이미 고도로 부어오르기 시작했으니 즉시 해독 처리를 해야 해요" "미안해요, 성연 씨. 참아야 해요" 희호는 그녀가 물린 부위를 베어 상처를 확대했고, 서서히 압력을 가해 뱀독을 밀어냈다. 이후 다시 칼로 상처를 확대하며 반복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성연은 고통을 참아냈다.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식은땀이 그녀의 뺨에서 흘러내렸다. "어서 들것을 가져와!" 희호는 희영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 내가 갈게!” 희영은 서둘러 교관을 따라 의무실로 달려갔다. 뱀에 놀란 정윤은 바닥에 쓰러져 아무말도 못했다. 강성연이 구해주다니! 성연은 들것에 실려 의무실로 옮겨졌다. 일부 뱀독은 제거됐지만 병원으로 옮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모두 바깥에 가로막혀 접근하지 못했다. 의사는 뱀에 물린 환자를 처음 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살모사라는 독사에 물린 경우는 처음이라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살모사…어떻게 살모사에 물릴 수가 있어요, 병원에 보내야합니다!" 훈련소에는 살모사 항독소 혈청이 없었다. 희호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병원으로 보내기엔 이미 늦었어” “전문적인 뱀의학 관련 치료가 필요한데, 저는 이런 뱀독에 대해 잘 몰라요!” 우르르쾅쾅. 희영과 문밖에 있던 구의범은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성연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구의범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저희 형이 뱀독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전문의를 알고 있으니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지훈은 큰 어르신과 오후 내내 체스를 두었는데, 건성으로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