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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한지욱은 약간 멈칫했다.

"지욱 씨가 저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고 있어요. 저한테 잘해줬던 것도 다 집안사람을 안심하게 하기 위한 비즈니스였죠. 누군가가 저와 결혼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감지덕지해요. 제 명성이 얼마나 나쁜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욱 씨를 귀찮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떠나요. 제가 이래봬도 윤씨 집안사람이라서요. 그런 일을 당하고도 고귀함은 잃지 않았어요.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건 제가 응당 치러야 할 대가이니 남자한테 기대 행복 따위는 쫓지 않을 거예요"

윤티파니는 한지욱을 밀치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지욱은 제자리에 멈춰 선 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차에 올라탄 윤티파니는 창밖을 바라봤다. 그녀도 슬픈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더 심한 것을 겪고 나니 무뎌졌을 뿐이지. 그녀는 눈물마저도 값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며칠 후, 윤씨 집안에서는 정식으로 파혼을 선포했다. 기자의 질문에 윤진은 형식적인 말로 대충 넘기고 현장을 떴다.

유혜선은 TV를 보며 입꼬리를 쓱 울렸다. 그녀가 원하던 바가 드디어 이뤄진 것이다. 그녀는 애초부터 윤티파니와 같은 여자는 자신과 경쟁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버림받은 것도 당연하였다.

비록 유혜선은 가정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배 속의 아이만 있다면 꼭 한씨 집안에서 받아주리라 생각했다.

...

주말, 안씨 저택.

안예지는 거울 앞에 서서 옷을 몇 벌째 바꿔 입었다. 이율은 이미 재촉을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오렌지색 후드에 치마를 입고 모자 하나를 쓴 채 밖으로 나갔다.

안지성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통화하고 있었다. 딸이 황급히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고 그는 휴대전화를 내리며 물었다.

"예지야, 너 오늘 휴식 아니야?"

"맞아요."

안예지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으며 말했다.

"근데 약속 있어요."

안예지의 대답을 들은 안지성은 잠깐 멈칫하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거참 오래간만이구나. 잘 놀다 와."

안예지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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