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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소파에 앉은 남자 한 명이 왠지 초조한 손길로 술잔을 흔들고 있다.

어둠속에서 액정이 불을 밝히고 김명화의 긴 손가락이 테이블로 향했다.

“여보세요?”

“실패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실패라니……”

김명화가 웃음을 터트리고 그 충격에 술잔에 담겼던 술이 그대로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원유희 그 여자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자신의 실패에 핑계 같은 건 대지 마.”

“…… 알겠습니다. 다음 번에는 운이 이 정도로 따라주지 못할 겁니다.”

잠깐 침묵하던 김명화가 물었다.

“그래. 다쳤어?”

“팔쪽에 총을 맞긴 했는데 괜찮습니다.”

“일단 몸조리부터 해.”

말을 마친 김명화가 전화를 끊었다.

술을 마시려던 김명화가 이미 텅 빈 술잔을 발견하고 짜증스레 술잔을 던져버렸다.

다음 날, 출근 지하철.

원수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또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 걸까…….’

원유희가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고모…….”

“유희야! 너무 잘됐다!”

“네?”

“신걸이가 포기했나 봐! 역시 아버님이 나서니까 다르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아버님한테 부탁하는 건데.”

“잘됐네요.”

“참, 저번에 선 봤던 그 남자는 어때? 다시 연락해 봤어?”

기분이 좋은지 원수정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었다.

“고모, 다시는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왜? 신걸이 때문에 그러니? 참, 웃겨. 네가 누굴 만나든 걔랑 무슨 상관이니. 또 이렇게 막 나오면 바로 아버님한테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고모, 저 남자 만나고 싶은 생각 없어요.”

설령 김신걸이 아니라 해도 지금의 원유희는 남자 따위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세 아이를 숨기며 기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정말 생각없어? 남자 쪽은 네가 마음에 드는 것 같던데? 표 선생 엄마가 말하는데 전에 선 봤던 여자는 다 별로라고 했는데 너랑은 연락해 보고 싶대. 네가 마음에 드는 거 아니겠어? 우리 유희, 얼굴 이쁘지 몸매 좋지, 똑똑하지. 내가 잘 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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