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은 여러모로 만족한 후에야 비로소 떠났다. 직접 운전하지 않았고 매니저에게 운전을 맡겼다.앞당겨 떠나서 그런지 도착했을 때 김신걸은 아직 오지 않았고 윤설은 그곳에 앉아 기다렸다. 11시 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김신걸의 모습을 보지 못하자 윤설은 안절부절못했다.‘신걸 씨가 온댔으니까 꼭 오겠지?’핸드폰을 들어 막 김신걸에게 연락하려던 찰나 윤설은 유리문을 통해 차에서 내리는 김신걸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기 시작했다.김신걸이 앉은 후 윤설은 말했다.“정말 대단해. 1초도 늦지 않고 1초도 빠르지 않고 딱 11시 반에 도착하네.”음식을 주문한 후에 두 사람은 식사하기 시작했다.윤설은 수시로 김신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김신걸은 윤설이 입은 섹시한 치마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그러다가 윤설은 남자들은 자기 여자가 이렇게 노출이 과한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알았더라면 다른 치마 입는 건데.’“신걸 씨, 유희가 요즘 몸이 안 좋다고 들었어. 회사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미 여러 날 출근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유희 지금 걔네 엄마 별장에 살고 있지? 이참에 몸조리를 잘해야 할 텐데, 별장에 아주머니 한 분만 있지 않았어? 메이드 몇 명 더 보내서 돌보는 건 어때?”“이미 두 명 보냈어.”“두 사람으로 되겠어? 어차피 어전원에 메이드도 많은데 몇 명 더 보내. 그래야 유희도 자기가 걔를 관심하고 있다는 거 알 거 아니야. 아줌마가 죽고 유희가 자기까지 미워할까 봐.......”윤설은 굳을 대로 굳어진 김신걸의 표정을 보고 바로 말을 돌렸다.“자기랑 아줌마 사고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거 나도 잘 알아. 아무래도 누가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아.”"누구일 것 같아?" 김신걸이 냅킨을 들고 입가를 살짝 닦으며 물었다.“이건...... 살인자는 엄청나게 프로패셔널해 보이고 아줌마를 아주 오랫동안 지켜본 것 같아. 아니면 아줌마가 묘지에 가는 걸 어떻게 알고 죽였대? 심지어
윤설은 그 말에 겁을 먹고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차가 멀어지자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어, 이거 피아노 여신 아니야? 왜 문 앞에 서 있는 거야?”“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윤설은 오가는 행인들의 눈빛과 휴대전화를 들고 자기를 찍고 있는 것을 깨닫고 급히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로 돌아왔다.식당은 프라이버시가 좋아서 아무도 그녀를 간섭하지 않았다.윤설은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고 점점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왜 파혼하려는 거지? 왜?’윤설이 계속 두려웠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예전에 잘못해도 파혼하자는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파혼을 왜.......’그러다가 윤설의 머릿속에 원유희가 떠올랐다.‘맞아, 원유희가 임신해서 이러는 거야, 다 원유희 때문이야! 근데 괜찮아, 어차피 원유희는 죽을 날이 머지않았어.’윤설은 원유희와 아이가 모두 죽는다면 김신걸은 그녀와 파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태껏 윤설을 위해 일한 사람은 임민정이라는 메이드였고 그녀는 별장의 다른 메이드 혜진이에게 전화를 걸어 휴식할 때 쇼핑하러 나오기로 약속했다.혜진이도 동의했다. 그리고 저녁에 쉴 때 임민정을 찾아갔다. 두 사람은 밖에서 야시장을 구경하고 있다. 향수 노점 앞에 서 있을 때 임민정이 물었다.“별장이 좋아 아님 어전원이 좋아?”“당연히 별장이지. 어전원에 할 일이 많은데 별장에는 할 일이 없어. 유희 아가씨만 잘 보살피면 돼.”“임신한 게 티나?”“아니, 4주밖에 안 됐잖아. 근데 유희 아가씨는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 이해할 수 없네, 정말.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하는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인데.”혜정이는 부러워했다.“전에 세쌍둥이를 낳고 지금 또 임신하다니. 역시 우리랑 다른 팔자야. 누구는 사모님 노릇을 하고 누구는 줄곧 메이드 신세고.”임민정은 불평을 토로했다.“참, 어쩔 수 없지 뭐. 선생님이랑 우린 아예 다른 세계 사람이야.”혜
그녀는 무고한 사람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어서서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한 입 한 입 먹기 시작했다.“아가씨, 위가 상하지 않도록 천천히 드세요. 점심에 별로 안 드셨잖아요.”혜진이가 말했다.원유희는 지금 많이 먹어도 안 되고 빨리 먹어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입덧하게 되기에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신기하게도 다 먹어버렸다.“아가씨, 어때요? 불편하신 곳은 없으세요?”“괜찮아요.”혜진은 속으로 그 약의 효과를 감탄했다. 원유희는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따라오던 메이드도 올라갔다. 그녀가 침실에 들어서자 메이드는 침실 입구에 서 있으며 열심히 일했다.원유희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김신걸이 내린 명령이기에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불편한 위를 손으로 쓰다듬었다.‘이 아이는 오지 말았어야 했어. 낳으면 또 세쌍둥이처럼 부담만 더 크게 될 뿐이야. 세 명을 걱정하는 데로부터 네명을 걱정하게 되겠지.’원유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갑자기 침대 머리맡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김신걸인 줄 알았는데 번호를 보니 낯선 번호였다.‘누구지.......’원유희는 요즘 회사도 안 가고 있는 마당에 자신을 찾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여보세요.......”“유희야, 바빠?”엄혜정이었다.“혜정이구나, 나 안 바빠.”‘단지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당했을 뿐이야.’“괜찮아?”엄혜정은 원유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응, 넌? 뭐 묻고 싶어서 연락한 거 아니야?”원유희는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녀를 도울 수 없고 스스로 자기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지난번에 모텔 살인 사건 말이야, 여자 한명이랑 남자 한명이 기괴하게 사망한 사건. 진범 찾았어?”“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르는데, 잠깐만....... 밖에 누구 없어요?”원유희는 메이드를 불렀고 메이드가 들어오자마자 물었다.“며칠 전, 그 모텔 살인 사건
사실 메이드는 휴대전화를 화분에 숨겼는데 이야기를 마치고 밀어 넣었을 때 엄혜정이 무의식중에 보았다.그녀는 몰래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침대에 앉자마자 탁자 위에 놓은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를 보자 육성현의 번호였다.“여보세요."“뭐해?”“그냥 방에 있어요.”“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밥을 먹지 않으니까 안 기다려도 돼.”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를 위해 특별히 먼저 연락하는 남편 같았다. 하지만 엄혜정은 종래로 그를 기다리지 않았으며 언제 돌아오는가 하는 것은 더더욱 개의치 않았다.가능하다면 육성현이 영영 나타나지 않는 것을 바랐다. 다만 그런 생각은 비현실적이었다."알았어요."저녁에 엄혜정은 혼자 먹었는데, 다 먹고 나서 푸딩이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9시까지 육성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룸에서 다른 사람이랑 술을 마시고 있던 육성현은 엄혜정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순간 멈칫했다. 그리곤 일어서서 전화 받으러 갔다.“나 보고 싶어?”“밖에 딴 여자 있는 거 아니겠지? 다른 여자 생기면 날 좀 보내줘.”엄혜정이 말했다.“벌써 집착하는 거야?”육성현은 엄혜정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었다.“사람 시켜서 널 데리러 갈게. 겸사겸사 새로운 구경 해봐.”전화를 끊은 후 육성현은 룸으로 돌아와 앉았다.빡빡이 머리를 하는 이덕이 물었다.“형님, 바쁘세요?”또 다른 털털해 보이는 남자 최광영이가 말했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너, 우리 형님 옆으로 가!”여자는 일어서서 허리를 비틀어 육성현 쪽으로 갔다.“이 천한 계집애를 봐라, 형님 곁으로 가고 싶어서 안달 났지?”최광영이가 퉤 소리를 내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여자는 배시시 웃으면서 앉으려고 했는데 채 앉기도 전에 육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꺼져, 필요 없어."“형님, 왜요? 관심 없어요?”“아, 다른 곳에서 이미 놀다 오셨구나, 하하하!”“좀 이따가 너희 형수님이 올 거야.”육성현이 말했다. 그는 손에 담배를 끼고 코 밑에
육성현은 손가락으로 담배를 가지고 놀았다."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마. 게다가,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너희들이 지금 이렇게 생활이 좋은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이덕은 웃으며 소파에 기대었다.“그건 그래요. 복이랑 화는 같이 온다잖아요. 게다가 형님이 개의치 않으시다잖아, 너희들이 왜 더 난리야? 언제 힘들게 보낸 적이 있었어?”최광영은 이미 할 말을 잃었지만 그래도 화가 가시지 않았다. 다만 육성현이 그 여자를 계속 원하고 있기에 그들도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육성현은 냉담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쓸어보았다.“덕이랑 많이 배워 좀. 내 일을 망치면 너희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다들 예전에 김하준을 따라 목숨 걸고 싸워보았기에 이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엄혜정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가에 서서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육성현을 보았다.육성현은 다가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음...... 술 냄새......." 엄혜정은 거부했다.“술 냄새가 향수 냄새보다는 낫잖아.”성현은 그녀의 귓가에 사악하게 속삭였다.“......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건데?”엄혜정이 물었다."들어가." 육성현은 그녀를 껴안고 술집으로 향했다.엄혜정은 육성현을 따라 이런 장소에 출입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김하준이 도대체 무엇을 숨겼는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원유희는 육씨 집안에는 비밀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비밀은 틀림없이 육성현과 관련되는 것이다.그래서 엄혜정은 이렇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집에 갇혀서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이런 방법이 유일했다.술집은 괜스레 야릿한 분위기가 풍기었고 음악, 불빛은 하나같이 현란하고 환상적이었다.무대 아래에는 모두 밤을 즐기는 젊은 남녀였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 전의 시끄러움은 들리지 않았다.룸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간 엄혜정은 안에 앉아 있는 남녀를 보았고 모든 사람 곁에는 다 여
“형수님도 참, 무슨 농담을. 우리 같은 무식한 사람이 어떻게 로얄 그룹에 갈 수 있겠어요. 굴욕을 찾아서 당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그냥 가끔 와서 술을 마셨어요.”이덕은 수다를 떠는 것처럼 농담했다.“제가 이 술집을 열었어요. 얘네들은 여기서 절 좀 도와주고 형님은 가끔 오셔서 물 마시고 가요. 형님 지금 로얄 그룹을 관리하고 있어서 아주 바빠요. 근데 걱정 마요, 제가 형수님 대신해서 우리 형님을 잘 감시해줄게요. 다른 여자를 찾자마자 바로 알려드릴게요.”엄혜정은 그들이 이렇게 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이덕이 뜻밖에도 술집의 사장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람이 들락거리는 난장판인 곳, 이것은 엄혜정이 생각하고 있는 술집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그들 성격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들어올 때만 해도 장사가 잘되는 걸 보니 경영이 잘 되는 모양이다. ‘감옥살이한 후 갑자기 착해진다고? 그럴 리가.......’“형수님, 한 잔 올리겠습니다." 이덕은 술잔을 들었다.엄혜정은 거절하지 않았고 잔을 가지려는 찰나 최광영이 말했다.“형수님은 이 술을 마셔야죠. 우리 형님 와이프인데 이 정도는 껌이죠, 아니에요?”최광영은 아주 독한 양주 한 병을 들고 얘기했다.육성현은 눈빛으로 그를 경고했다.이덕도 입을 열었다.“형수님이 어떻게 그걸 마시겠어.......”“마실 수 있어요.”엄혜정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덕은 멍하니 육형을 바라보았다.최광영은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역시 우리 형님의 여자는 달라. 자, 제가 다시 따라줄게요.”최광영은 다시 잔을 들고 독한 술을 따랐다.엄혜정의 주량은 뭐 더 말할 것 없이 적었다. 하지만 그녀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지금 만약 쉽게 물러난다면 앞으로 어떻게 그들과 지낼 것인가?’엄혜정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실수하는 것을 노리고 있었다.목을 젖히고 잔에 든 술을 입에 털어 넣은 후 바로 삼켰다. 독한 술은 엄혜정을 자극했고 기침하게 만들었다.그러나 그 냄새가
엄혜정은 반항할 능력이 조금도 없었고 육성현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차에서 방까지 엄혜정의 의식은 아주 흐리멍덩했다. 그녀는 육성현이 시키는 대로 했다.이튿날 깨어나자 엄혜정은 어젯밤에 발생한 일을 떠올리면서 너무 황당해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두 잔의 술을 마신 것도 후회하지 않았고, 술집에 간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가지 않았다면 이덕 그 무리를 발견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멍-!” 엄혜정은 고개를 돌려 카펫 위의 푸딩이가 자기를 향해 작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좀 이따가 안아줄게.”엄혜정은 처참한 몸을 정리해야 했다. 오후에 엄혜정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푸딩이를 안고 거리로 갔다.하지만 한 매점 앞에서 염정은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친구들과 함께 쇼핑하러 나온 염정은도 이곳에서 엄혜정이랑 만날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게 뻔했다.“여기서 옷을 사요?”염정은은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았는데, 입고 있는 것은 모두 고급 브랜드였다. 특히 발에 있는 그 신발은 한정판으로 전 세계에 몇 켤레밖에 없었다.‘근데 조사해봤는데 쟤 빈민가에서 태어났다고 하던데, 무슨 돈이 있어서. 아, 육성현이 사준 게 분명해.’“아니요, 마침 이 앞을 지나가고 있었어요.”“이 사람은 또 누굴까? 정은아, 너한테 이런 친구가 있었어? 얼른 소개해줘봐.”옆에 있던 친구는 엄혜정의 옷차림이 범상치 않은 것을 발견했고 게다가 얼굴까지 예뻤다.“금방 사귄 친구야. 뭐 따로 소개할 필요가 있겠어, 오늘 저녁에 파티 있는데 올래요?”염정은이 물었다.“맞아, 정은이 생일이기도 해. 친구로서 꼭 와야 해요!”염정은은 망설이는 엄혜정을 보며 말했다.“설마 날 거절하려는 건 아니겠죠?”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빵 터졌다.“누가 감히 널 거절하겠어? 그럴 일은 없어.”“갈게요.”염정은은 엄혜정에게 파티 주소를 알려준 후 떠났다. 엄혜정은 저 사람들은 자기랑 같은 레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염정은의 미움을
‘어쩐 일로 온 거지? 염정은 생일 파티에 일부러 온 걸까? 통화할 때만 해도 아무런 얘기도 없었는데…….’그녀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 아름다운 한 여성이 옆으로 뛰어갔다.염정은은 육성현의 곁으로 갔다.“성현 씨, 왔어? 난 또 자기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역시 자기 마음에 아직도 나…….”염정은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고 표정이 굳어졌다. 육성현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고 곧장 앞으로 갔기 때문이다. 마치 염정은을 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그리곤 엄혜정 앞으로 걸어갔다. 다른 아가씨들은 이 모습을 보고 저마다 의심하기 시작했다.‘무슨 사이래?’방금 그녀들은 모두 육성현이 염정은을 무시한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염정은의 굳은 표정도 다 보았다.하지만 아무리 빈민가의 여자가 정말 요행으로 육성현과 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그녀들은 엄혜정을 염정은 급으로 보지 않을 것이고 자기랑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그래서 누군가가 이간질하려고 했다.“육 선생님, 방금 이 아가씨가 우리 앞에서 자기가 육성현의 여자라고 허세를 떨었는 데 사실 아니죠? 저 여자 같은 신분이 어떻게 감히 육 선생님이랑…….”엄혜정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육성현이 올 줄 알았더라면 엄혜정은 절대로 육성현의 여자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육성현은 엄혜정 쪽으로 다가가 허리 굽혀 물었다.“진짜야?”엄혜정은 속으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육성현의 이름을 대는 것은 정말로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이라고 반성했다.‘평소에 날 봐주긴 하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함부로 하는 것도 봐주진 않을 것 같은데…….’“맞아요, 정말로 그렇게 얘기했어요. 저희가 뭐 모함하는 거 아니에요. 억지로 그런 거짓말을 해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거겠죠.”“심지어 저딴 저렴한 선물을 가져오다니, 정말 할 말 없네요.”“맞아요, 육 선생님의 취향을 다들 잘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저딴 여자를 좋아하겠어요?”육성현은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보았다.“무슨 취향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