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은 그 말에 겁을 먹고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차가 멀어지자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어, 이거 피아노 여신 아니야? 왜 문 앞에 서 있는 거야?”“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윤설은 오가는 행인들의 눈빛과 휴대전화를 들고 자기를 찍고 있는 것을 깨닫고 급히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로 돌아왔다.식당은 프라이버시가 좋아서 아무도 그녀를 간섭하지 않았다.윤설은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고 점점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왜 파혼하려는 거지? 왜?’윤설이 계속 두려웠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예전에 잘못해도 파혼하자는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파혼을 왜.......’그러다가 윤설의 머릿속에 원유희가 떠올랐다.‘맞아, 원유희가 임신해서 이러는 거야, 다 원유희 때문이야! 근데 괜찮아, 어차피 원유희는 죽을 날이 머지않았어.’윤설은 원유희와 아이가 모두 죽는다면 김신걸은 그녀와 파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태껏 윤설을 위해 일한 사람은 임민정이라는 메이드였고 그녀는 별장의 다른 메이드 혜진이에게 전화를 걸어 휴식할 때 쇼핑하러 나오기로 약속했다.혜진이도 동의했다. 그리고 저녁에 쉴 때 임민정을 찾아갔다. 두 사람은 밖에서 야시장을 구경하고 있다. 향수 노점 앞에 서 있을 때 임민정이 물었다.“별장이 좋아 아님 어전원이 좋아?”“당연히 별장이지. 어전원에 할 일이 많은데 별장에는 할 일이 없어. 유희 아가씨만 잘 보살피면 돼.”“임신한 게 티나?”“아니, 4주밖에 안 됐잖아. 근데 유희 아가씨는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 이해할 수 없네, 정말.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하는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인데.”혜정이는 부러워했다.“전에 세쌍둥이를 낳고 지금 또 임신하다니. 역시 우리랑 다른 팔자야. 누구는 사모님 노릇을 하고 누구는 줄곧 메이드 신세고.”임민정은 불평을 토로했다.“참, 어쩔 수 없지 뭐. 선생님이랑 우린 아예 다른 세계 사람이야.”혜
그녀는 무고한 사람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어서서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한 입 한 입 먹기 시작했다.“아가씨, 위가 상하지 않도록 천천히 드세요. 점심에 별로 안 드셨잖아요.”혜진이가 말했다.원유희는 지금 많이 먹어도 안 되고 빨리 먹어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입덧하게 되기에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신기하게도 다 먹어버렸다.“아가씨, 어때요? 불편하신 곳은 없으세요?”“괜찮아요.”혜진은 속으로 그 약의 효과를 감탄했다. 원유희는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따라오던 메이드도 올라갔다. 그녀가 침실에 들어서자 메이드는 침실 입구에 서 있으며 열심히 일했다.원유희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김신걸이 내린 명령이기에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불편한 위를 손으로 쓰다듬었다.‘이 아이는 오지 말았어야 했어. 낳으면 또 세쌍둥이처럼 부담만 더 크게 될 뿐이야. 세 명을 걱정하는 데로부터 네명을 걱정하게 되겠지.’원유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갑자기 침대 머리맡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김신걸인 줄 알았는데 번호를 보니 낯선 번호였다.‘누구지.......’원유희는 요즘 회사도 안 가고 있는 마당에 자신을 찾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여보세요.......”“유희야, 바빠?”엄혜정이었다.“혜정이구나, 나 안 바빠.”‘단지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당했을 뿐이야.’“괜찮아?”엄혜정은 원유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응, 넌? 뭐 묻고 싶어서 연락한 거 아니야?”원유희는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녀를 도울 수 없고 스스로 자기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지난번에 모텔 살인 사건 말이야, 여자 한명이랑 남자 한명이 기괴하게 사망한 사건. 진범 찾았어?”“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르는데, 잠깐만....... 밖에 누구 없어요?”원유희는 메이드를 불렀고 메이드가 들어오자마자 물었다.“며칠 전, 그 모텔 살인 사건
사실 메이드는 휴대전화를 화분에 숨겼는데 이야기를 마치고 밀어 넣었을 때 엄혜정이 무의식중에 보았다.그녀는 몰래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침대에 앉자마자 탁자 위에 놓은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를 보자 육성현의 번호였다.“여보세요."“뭐해?”“그냥 방에 있어요.”“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밥을 먹지 않으니까 안 기다려도 돼.”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를 위해 특별히 먼저 연락하는 남편 같았다. 하지만 엄혜정은 종래로 그를 기다리지 않았으며 언제 돌아오는가 하는 것은 더더욱 개의치 않았다.가능하다면 육성현이 영영 나타나지 않는 것을 바랐다. 다만 그런 생각은 비현실적이었다."알았어요."저녁에 엄혜정은 혼자 먹었는데, 다 먹고 나서 푸딩이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9시까지 육성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룸에서 다른 사람이랑 술을 마시고 있던 육성현은 엄혜정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순간 멈칫했다. 그리곤 일어서서 전화 받으러 갔다.“나 보고 싶어?”“밖에 딴 여자 있는 거 아니겠지? 다른 여자 생기면 날 좀 보내줘.”엄혜정이 말했다.“벌써 집착하는 거야?”육성현은 엄혜정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었다.“사람 시켜서 널 데리러 갈게. 겸사겸사 새로운 구경 해봐.”전화를 끊은 후 육성현은 룸으로 돌아와 앉았다.빡빡이 머리를 하는 이덕이 물었다.“형님, 바쁘세요?”또 다른 털털해 보이는 남자 최광영이가 말했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너, 우리 형님 옆으로 가!”여자는 일어서서 허리를 비틀어 육성현 쪽으로 갔다.“이 천한 계집애를 봐라, 형님 곁으로 가고 싶어서 안달 났지?”최광영이가 퉤 소리를 내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여자는 배시시 웃으면서 앉으려고 했는데 채 앉기도 전에 육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꺼져, 필요 없어."“형님, 왜요? 관심 없어요?”“아, 다른 곳에서 이미 놀다 오셨구나, 하하하!”“좀 이따가 너희 형수님이 올 거야.”육성현이 말했다. 그는 손에 담배를 끼고 코 밑에
육성현은 손가락으로 담배를 가지고 놀았다."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마. 게다가,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너희들이 지금 이렇게 생활이 좋은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이덕은 웃으며 소파에 기대었다.“그건 그래요. 복이랑 화는 같이 온다잖아요. 게다가 형님이 개의치 않으시다잖아, 너희들이 왜 더 난리야? 언제 힘들게 보낸 적이 있었어?”최광영은 이미 할 말을 잃었지만 그래도 화가 가시지 않았다. 다만 육성현이 그 여자를 계속 원하고 있기에 그들도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육성현은 냉담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쓸어보았다.“덕이랑 많이 배워 좀. 내 일을 망치면 너희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다들 예전에 김하준을 따라 목숨 걸고 싸워보았기에 이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엄혜정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가에 서서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육성현을 보았다.육성현은 다가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음...... 술 냄새......." 엄혜정은 거부했다.“술 냄새가 향수 냄새보다는 낫잖아.”성현은 그녀의 귓가에 사악하게 속삭였다.“......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건데?”엄혜정이 물었다."들어가." 육성현은 그녀를 껴안고 술집으로 향했다.엄혜정은 육성현을 따라 이런 장소에 출입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김하준이 도대체 무엇을 숨겼는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원유희는 육씨 집안에는 비밀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비밀은 틀림없이 육성현과 관련되는 것이다.그래서 엄혜정은 이렇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집에 갇혀서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이런 방법이 유일했다.술집은 괜스레 야릿한 분위기가 풍기었고 음악, 불빛은 하나같이 현란하고 환상적이었다.무대 아래에는 모두 밤을 즐기는 젊은 남녀였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 전의 시끄러움은 들리지 않았다.룸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간 엄혜정은 안에 앉아 있는 남녀를 보았고 모든 사람 곁에는 다 여
“형수님도 참, 무슨 농담을. 우리 같은 무식한 사람이 어떻게 로얄 그룹에 갈 수 있겠어요. 굴욕을 찾아서 당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그냥 가끔 와서 술을 마셨어요.”이덕은 수다를 떠는 것처럼 농담했다.“제가 이 술집을 열었어요. 얘네들은 여기서 절 좀 도와주고 형님은 가끔 오셔서 물 마시고 가요. 형님 지금 로얄 그룹을 관리하고 있어서 아주 바빠요. 근데 걱정 마요, 제가 형수님 대신해서 우리 형님을 잘 감시해줄게요. 다른 여자를 찾자마자 바로 알려드릴게요.”엄혜정은 그들이 이렇게 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이덕이 뜻밖에도 술집의 사장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람이 들락거리는 난장판인 곳, 이것은 엄혜정이 생각하고 있는 술집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그들 성격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들어올 때만 해도 장사가 잘되는 걸 보니 경영이 잘 되는 모양이다. ‘감옥살이한 후 갑자기 착해진다고? 그럴 리가.......’“형수님, 한 잔 올리겠습니다." 이덕은 술잔을 들었다.엄혜정은 거절하지 않았고 잔을 가지려는 찰나 최광영이 말했다.“형수님은 이 술을 마셔야죠. 우리 형님 와이프인데 이 정도는 껌이죠, 아니에요?”최광영은 아주 독한 양주 한 병을 들고 얘기했다.육성현은 눈빛으로 그를 경고했다.이덕도 입을 열었다.“형수님이 어떻게 그걸 마시겠어.......”“마실 수 있어요.”엄혜정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덕은 멍하니 육형을 바라보았다.최광영은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역시 우리 형님의 여자는 달라. 자, 제가 다시 따라줄게요.”최광영은 다시 잔을 들고 독한 술을 따랐다.엄혜정의 주량은 뭐 더 말할 것 없이 적었다. 하지만 그녀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지금 만약 쉽게 물러난다면 앞으로 어떻게 그들과 지낼 것인가?’엄혜정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실수하는 것을 노리고 있었다.목을 젖히고 잔에 든 술을 입에 털어 넣은 후 바로 삼켰다. 독한 술은 엄혜정을 자극했고 기침하게 만들었다.그러나 그 냄새가
엄혜정은 반항할 능력이 조금도 없었고 육성현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차에서 방까지 엄혜정의 의식은 아주 흐리멍덩했다. 그녀는 육성현이 시키는 대로 했다.이튿날 깨어나자 엄혜정은 어젯밤에 발생한 일을 떠올리면서 너무 황당해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두 잔의 술을 마신 것도 후회하지 않았고, 술집에 간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가지 않았다면 이덕 그 무리를 발견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멍-!” 엄혜정은 고개를 돌려 카펫 위의 푸딩이가 자기를 향해 작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좀 이따가 안아줄게.”엄혜정은 처참한 몸을 정리해야 했다. 오후에 엄혜정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푸딩이를 안고 거리로 갔다.하지만 한 매점 앞에서 염정은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친구들과 함께 쇼핑하러 나온 염정은도 이곳에서 엄혜정이랑 만날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게 뻔했다.“여기서 옷을 사요?”염정은은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았는데, 입고 있는 것은 모두 고급 브랜드였다. 특히 발에 있는 그 신발은 한정판으로 전 세계에 몇 켤레밖에 없었다.‘근데 조사해봤는데 쟤 빈민가에서 태어났다고 하던데, 무슨 돈이 있어서. 아, 육성현이 사준 게 분명해.’“아니요, 마침 이 앞을 지나가고 있었어요.”“이 사람은 또 누굴까? 정은아, 너한테 이런 친구가 있었어? 얼른 소개해줘봐.”옆에 있던 친구는 엄혜정의 옷차림이 범상치 않은 것을 발견했고 게다가 얼굴까지 예뻤다.“금방 사귄 친구야. 뭐 따로 소개할 필요가 있겠어, 오늘 저녁에 파티 있는데 올래요?”염정은이 물었다.“맞아, 정은이 생일이기도 해. 친구로서 꼭 와야 해요!”염정은은 망설이는 엄혜정을 보며 말했다.“설마 날 거절하려는 건 아니겠죠?”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빵 터졌다.“누가 감히 널 거절하겠어? 그럴 일은 없어.”“갈게요.”염정은은 엄혜정에게 파티 주소를 알려준 후 떠났다. 엄혜정은 저 사람들은 자기랑 같은 레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염정은의 미움을
‘어쩐 일로 온 거지? 염정은 생일 파티에 일부러 온 걸까? 통화할 때만 해도 아무런 얘기도 없었는데…….’그녀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 아름다운 한 여성이 옆으로 뛰어갔다.염정은은 육성현의 곁으로 갔다.“성현 씨, 왔어? 난 또 자기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역시 자기 마음에 아직도 나…….”염정은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고 표정이 굳어졌다. 육성현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고 곧장 앞으로 갔기 때문이다. 마치 염정은을 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그리곤 엄혜정 앞으로 걸어갔다. 다른 아가씨들은 이 모습을 보고 저마다 의심하기 시작했다.‘무슨 사이래?’방금 그녀들은 모두 육성현이 염정은을 무시한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염정은의 굳은 표정도 다 보았다.하지만 아무리 빈민가의 여자가 정말 요행으로 육성현과 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그녀들은 엄혜정을 염정은 급으로 보지 않을 것이고 자기랑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그래서 누군가가 이간질하려고 했다.“육 선생님, 방금 이 아가씨가 우리 앞에서 자기가 육성현의 여자라고 허세를 떨었는 데 사실 아니죠? 저 여자 같은 신분이 어떻게 감히 육 선생님이랑…….”엄혜정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육성현이 올 줄 알았더라면 엄혜정은 절대로 육성현의 여자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육성현은 엄혜정 쪽으로 다가가 허리 굽혀 물었다.“진짜야?”엄혜정은 속으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육성현의 이름을 대는 것은 정말로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이라고 반성했다.‘평소에 날 봐주긴 하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함부로 하는 것도 봐주진 않을 것 같은데…….’“맞아요, 정말로 그렇게 얘기했어요. 저희가 뭐 모함하는 거 아니에요. 억지로 그런 거짓말을 해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거겠죠.”“심지어 저딴 저렴한 선물을 가져오다니, 정말 할 말 없네요.”“맞아요, 육 선생님의 취향을 다들 잘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저딴 여자를 좋아하겠어요?”육성현은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보았다.“무슨 취향인데?
“안으로 들어가…….”엄혜정이 막 막으려고 했다.육성현은 한 손으로 푸딩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푸딩이의 네 발은 공중에서 대롱대롱했다."이렇게 잡지 마요." 엄혜정은 푸딩이를 빼앗아 품에 안았다.육성현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날 잡아서 보신탕을 좀 해 먹을까?”엄혜정은 흠칫 놀랐다.“푸딩이랑 왜 이래요? 당신을 물까 봐 걱정해서 그런 거예요. 그나저나 밥 먹었어요?”이 말을 듣자 육성현은 바로 화가 식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를 껴안고 나갔다.“가자,밥 먹으러 가자."그들은 9층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 갔는데 야경을 보기 좋은 곳에 앉아서 식사하면서 도시 야경을 보았다. 시 중심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라 가장 번화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고 그 아름다움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뭘 선물했는데? 어디 한번 봐봐.”엄혜정은 그가 왜 선물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지만 가방에서 꺼내 그에게 주었다.육성현은 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팔찌를 보았다.“확실히 싸구려네.”그렇게 말한 뒤 자기 슈트 안주머니에 넣었다.“뭐 하는 것에요?”엄혜정은 이해하지 못했다.“앞으로 천만원 안 되는 액세서리는 버려.”“나 돈 그렇게 안 쓰는 거 잘 알잖아요.”“배워, 정 못 배우겠으면 브랜드 측 보고 직접 집으로 보내라고 할 테니까 집에서 골라. 어차피 나 지금 제일 많은 게 돈이야, 맘껏 누려도 돼.”예전에 김하준도 돈을 많이 벌어주겠다고 했고 그때 엄혜정은 엄청 기쁘고 스윗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담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우리 쓰는 돈이 다 진짜 육성현의 돈인데, 만약에 찾아와서 우리 보고 달라면 어떡해요?”“걱정하지 마, 평생 못 돌아올 거야.”육성현은 엄혜정이 자기를 떠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으면 그저 신경 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엄혜정은 시선을 떨구고 건성으로 스테이크를 썰었다.‘돌아오지 않는다고……설마, 이미 김하준에게 살해당한 건…….’엄혜정의 손에 든 접시가 갑자기 없어졌고 육성현은 그녀를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