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린 원유희는 기세등등한 손예인의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하필 이때…… 손예인과는 더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그녀를 향해 다가온 손예인이 혐오 섞인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원유희, 정말 살다살다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너 안 만나겠다잖아. 도대체 무슨 염치로 여기서 버티고 있는 거야? 남자가 그렇게 고파?”“신걸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래.”‘제발 가라……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제발 좀 가라고…….’“무슨 일? 아~ 너희 그 천박한 고모네 집안일? 그거라면 포기해. 오빠가 네 부탁 한 마디에 포기할 것 같아? 울면서 바지가랑이를 붙잡아도 눈 하나 깜박 안 할 걸? 그리고 오빠는 오늘 내가 만나기로 했으니까 이만 돌아가.”경비원이 손예인 대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노려봐준 손예인이 엘리베이터와 함께 사라졌다.혼자 남겨진 원유희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오늘만 안 만나주는 거면 다행이게. 상황을 보아하니 내일도 딱히 마음이 바뀔 것 같지 않아.’“네가 아무리 엉겨붙어도 내 계획은 바뀌지 않아.”김신걸의 말이 다시 머리속에서 메아리쳤다.그녀의 몸뚱아리 따위 별 가치가 없다는 말처럼 들려 수치심이 밀려왔다.그렇게 원유희는 빨개진 눈으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건물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무거운 마음으로 회사 돌아가려던 그때, 고모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쉴새 없이 몰아치는 원수정이 원망스러웠지만 전화를 받는 것 말고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유희야, 어떻게 됐어? 김신걸 그 자식 만났어? 뭐래?”“만났는데…… 안 된대요.”“아니 왜? 여채아 그 여자도 풀어줬잖아? 그런데 왜 이건 안 된대? 유희야, 좀 더 매달려봐. 응?”“고모, 죄송해요…… 전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말을 마친 원유희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김신걸에게 부탁을 해? 무슨 자격으로…….’한편, 사무실로 들어온 손예인이 온갖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오빠
사무실을 나선 손예인은 생각할수록 분한 기분에 하이힐로 바닥을 쾅 내리쳤다.김신걸과 가까워지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써봤지만 전혀 차도가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답답해졌다.‘내가 매력이 없나? 그럴 리가 없고…… 그리고 신걸 오빠랑 원유희…… 정말 안 잔 거 맞을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손예인이 자신의 생각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신걸 오빠는 원유희를 경멸해. 같이 밥 먹고, 건물을 사고…… 이런 건 결국 원유희를 괴롭히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야. 정말 원유희를 좋아한다면 김풍그룹을 향해 칼을 빼들 리가 없지…….’어렸을 때 온갖 사랑을 받고 자란 손예인이 원유희가 김신걸에게 어떤 의미로든 특별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한편, 평생 일궈온 그룹이 파산될 위기에 처하자 김영, 김덕배 형제 그리고 김덕배의 아들 김명호가 두 형제의 아버지이자 김풍그룹 초대 회장 김국진을 만나기 위해 교외 별장으로 향했다.김국진은 기다렸다는 듯 세 사람을 맞이했고 두 아들은 아버지앞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김국진은 여든이 넘는 나이였지만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걸 제외하고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었다.무릎을 꿇고 있는 두 아들을 노려보던 김국진이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아들, 조카한테 이 정도로 당하고 무슨 염치로 날 찾아와? 난 이미 무덤자리까지 봐둔 뒷방 늙은이야. 효도는 못할 망정, 잘하는 짓이다. 잘하는 짓이야!”“아버지, 지금의 신걸이는 예전과 달라요. 신걸이가 운영하는 드래곤 그룹이 제성 전체를 꽉 틀어쥐고 있어서 인맥을 따로 쓸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아버지가 나서주시면…… 상황이 바뀔 것 같은데요…….”“한쪽은 아들, 다른 한쪽은 내 손자야. 나더러 어느 편을 들라는 거야!”축 늘어진 김국진의 피부와 찻잔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눈치를 살피던 김덕배도 입을 열었다.“아버지, 지금 신걸이 그 자식, 우리 집안을 아주 우습게 보고 있습니다. 이게 다 형님이 자초하신 일 아닙니까?
점심시간을 이용해 원유희는 피임약을 사기 위해 약국으로 향했다.삼둥이는 그녀에게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또다시 예상치 못한 임신을 겪고 싶진 않았다.약국에 도착한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경구피임약으로 주세요.”워낙 변덕이 많은 김신걸이 언제 그녀를 원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때마다 사후피임약을 먹는 건 몸에 무리가 갈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물 한 병에 쓴 약을 넘기고 거리를 걷던 그때, 어디선가 경적소리가 들려왔다.혹시 길을 막았나 싶어 원유희는 살짝 옆으로 비켜섰지만 검은색 차량은 그녀의 옆에 멈춰섰다.‘김신걸인가?’원유희의 예상과 달리 조수석에서 내린 사람은 4, 50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원유희 씨? 저 기억하시나요? 김국진 회장님을 모시는 박인하라고 합니다.”익숙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던 원유희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어르신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그…… 그게 지금 제가 출근 중이라.”“월차 내시죠. 회사에는 제가 대신 연락드리겠습니다.”결국 고개를 끄덕인 원유희는 성형외과에서 간단히 핸드백을 챙기고 벤츠에 몸을 실었다.뒷자리에 앉은 채 주위의 풍경을 살피는 원유희는 마음이 착잡할 따름이었다.어렸을 때 김영의 집에서 살 때, 김국진은 이미 일선에서 물러서 교외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기에 김국진의 얼굴을 직접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악마 같은 김신걸의 얼굴을 떠올리면 마음 같아선 김씨 집안 그 어떤 사람과도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런 그가 갑자기 원유희를 부른 이유라면…….‘아마 김풍그룹 일 때문이겠지.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날 찾으시는 걸까?”잠시 후, 별장에 도착한 원유희가 텅 빈 마루에 어색하게 선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왔구나.”지팡이를 짚은 김국진이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여든이 넘는 나이임에도 김씨 일가의 주인답게 그 풍채만은 여전했다.“할아버님……”원유희가 김국진을 향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오
2층, 그런 원유희를 지켜보던 김국진이 말했다.“예쁘게 생겼더구나. 눈에 총기도 보이고.”“어르신 말씀은…….”“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김풍그룹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돼.”“그렇죠. 김풍그룹은 어르신께서 청춘을 바쳐 일군 회사 아닙니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신걸 도련님도 참 대단하시네요…….”며칠 사이에 김풍그룹을 휘청이게 만들다니.뒤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박인하의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김국진도 잘 알고 있었다.“내가 미운 게지…….”김국진의 눈동자에 회한과 안타까움이 흘렀다.“도련님께서 정말 오실까요?”“저기 오고 있지 않나? 참 양반은 못 되는구만.”멀리 가까워지는 차량을 바라보던 김국진이 피식 웃었다.한편, 원유희는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다 바람이 차게 느껴질 때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손님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원유희의 눈에 여직원의 모습이 들어왔다.큰 상자를 든 채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뒷채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수상했다.‘회장님이 또 뭘 꾸미시는 걸까?’왠지 따라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원유희가 조용히 여자의 뒤를 따랐다.뒷채는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처럼 보였다.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간 원유희는 발코니에 비치는 여직원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기겁하며 몸을 숨겼다.여직원이 커다란 상자에서 꺼낸 건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저격총이었다.원유희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일렁거렸다.‘총? 누구를 죽이려고? 여긴 회장님 저택이야…… 이런 곳에 킬러가? 설마 날 죽이려고 온 건가? 아니야…… 날 죽이는 데 총까지 동용할 리가 없어.’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몸매가 돋보이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원유희가 조심스럽게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그리고 1층의 작은 창문 너머로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눈에 들어왔다.너무나 익숙한 차량과 번호판. 비슷한 차만 봐도 그녀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드는 존재.‘김신걸이 왜 여기에……’순간 원유희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였다.‘설마…… 김신걸을 노린 킬
분명 잘못한 게 없음에도 김신걸의 무시무시한 눈빛을 마주하면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했다.하지만 이미 벽 귀퉁이에 숨은 원유희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이때 소란스러움을 느낀 김국진이 밖으로 나왔다.“무슨 일이야?”그의 등장 덕분에 두 사람 사이의 기괴한 침묵이 끝날 수 있었다.경호원이 달려와 김국진에게 허리를 숙였다.“회장님, 여자는 총상을 입고 호수에 떨어졌습니다. 시체를 찾고 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뭐? 총상? 여자? 그게 다 무슨 소리야?”아무것도 모르는 김국진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자리에서 일어선 김신걸이 원유희를 향해 말했다.“타.”“가…… 가방 가지고 올게.”그제야 정신을 차린 원유희가 벌떡 일어서 김국진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넨 뒤 손님방으로 향했다.핸드백을 챙긴 원유희가 차에 타는 걸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김신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오랜만에 왔는데 이런 이벤트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 명줄이 길어서 암살은 실패했지만…… 이 모든 걸 계획한 사람은 꽤 실망스럽겠어요.”김신걸의 무덤덤한 말투에 표정이 일그러진 김국진이 노여운 가득한 목소리로 박인하에게 분부했다.“제대로 조사해. 호수든 어디든 샅샅이 뒤져서 찾으라고!”“네.”박인하가 자리를 뜨고 김국진은 오랜만에 보는 손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뛰어난 외모와, 차가운 분위기. 과거 젊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하고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손자라 친할아버지임에도 그 눈을 마주할 때면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껴야 했다.‘신걸이가 정말 김풍그룹을 장악하게 된다면…… 우리 가문에는 독이 되겠어…….”“걱정하지 마라. 누가 사주한 짓인지 이 할애비가 책임지고 찾아낼 테니.”할아버지의 말에 김신걸이 코웃음을 쳤다.“만약 그 사람이 할아버지 아들이라면요? 철륜을 져버리실 수 있으시겠어요?”김신걸의 말에 김국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덕배를 의심하는 건가?’“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고 해도
소파에 앉은 남자 한 명이 왠지 초조한 손길로 술잔을 흔들고 있다.어둠속에서 액정이 불을 밝히고 김명화의 긴 손가락이 테이블로 향했다.“여보세요?”“실패했습니다.”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실패라니……”김명화가 웃음을 터트리고 그 충격에 술잔에 담겼던 술이 그대로 흘러내렸다.“죄송합니다. 원유희 그 여자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자신의 실패에 핑계 같은 건 대지 마.”“…… 알겠습니다. 다음 번에는 운이 이 정도로 따라주지 못할 겁니다.”잠깐 침묵하던 김명화가 물었다.“그래. 다쳤어?”“팔쪽에 총을 맞긴 했는데 괜찮습니다.”“일단 몸조리부터 해.”말을 마친 김명화가 전화를 끊었다.술을 마시려던 김명화가 이미 텅 빈 술잔을 발견하고 짜증스레 술잔을 던져버렸다.다음 날, 출근 지하철.원수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또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 걸까…….’원유희가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고모…….”“유희야! 너무 잘됐다!”“네?”“신걸이가 포기했나 봐! 역시 아버님이 나서니까 다르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아버님한테 부탁하는 건데.”“잘됐네요.”“참, 저번에 선 봤던 그 남자는 어때? 다시 연락해 봤어?”기분이 좋은지 원수정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었다.“고모, 다시는 그런 거 하지 마세요.”“왜? 신걸이 때문에 그러니? 참, 웃겨. 네가 누굴 만나든 걔랑 무슨 상관이니. 또 이렇게 막 나오면 바로 아버님한테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고모, 저 남자 만나고 싶은 생각 없어요.”설령 김신걸이 아니라 해도 지금의 원유희는 남자 따위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세 아이를 숨기며 기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힘들었으니까.“정말 생각없어? 남자 쪽은 네가 마음에 드는 것 같던데? 표 선생 엄마가 말하는데 전에 선 봤던 여자는 다 별로라고 했는데 너랑은 연락해 보고 싶대. 네가 마음에 드는 거 아니겠어? 우리 유희, 얼굴 이쁘지 몸매 좋지, 똑똑하지. 내가 잘 될 줄 알았어.”저번
“아이고, 일이 너무 힘들다!” 손님 한 명을 배웅하고 동료가 기지개를 켜며 원망했다.“당연히 힘들지! 누구처럼 한 달에 며칠 출근도 안 하고 월급을 제대로 받아 가지 못하지, 우리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어.”“고위급 한 명 찾아서 자면 되잖아.”원유희가 고위층과 잤기에 저렇게 미쳐 날뛴다는 뜻이다.지난번 원유희가 사무실로 불린 다음 모두 그녀가 정규직에 붙을 거라고 생각했다.안가희만 진실을 알고 있었다.비록 원유희에게 감히 무엇이라고 할 수 없지만, 눈빛의 증오는 이미 그를 삼켜버린 지 오래다.원유희는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왜냐면 그녀는 정말 '고위급'과 잤기 때문이다.비록 강요된 것이지만.원유희는 손예인이 퍼펙트 성형외과에 두 번 찾아온 것을 봤었다.한 번은 안가희와 손예인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손예인의 눈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심지어 흉악함이 있었다.뻔했다, 좋은 말일 리는 없다.아마도 안가희가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과장되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다행히 손예인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고 얼마 있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트집 잡지 않으니 원유희는 참 기뻤다.최근 김신걸은 틀림없이 그 킬러를 조사하느라 바뻐서 그다지 그녀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침착하게 출근하고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었다.삼둥이는 이미 학교의 어린이들과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헤어질 때에도 아쉬워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귀염깜찍하다.가끔 바쁜 교장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삼둥이는 특히 교장선생님을 좋아한다.그날 학교에 가서 삼둥이 데리러 갔을 때도 원유희는 발견하지도 못했는데 삼둥이가 멀리에 있는 표원식을 발견하고 즐겁게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교장 오빠(형)!”표원식은 와서 그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삼둥이는 교장 선생님을 에워싸고 작은 입으로 재잘재잘 이야기했다.다른 꼬마 친구가 오는 것을 보고 또 꼬마 친구와 놀러 갔다.원유희와 표원식은 계속 이야
표원식이 어떻게 이 삼둥이의 새아빠가 될 수 있겠는가? 조건이 그렇게 좋은 분이신데, 머리가 정상인 사람은 절대 그런 기상천회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삼둥이들은 입을 다물고 작은 얼굴로 생각하기 시작했다.셋째 날 아침, 삼둥이를 안고 자던 그녀가 어린 녀석들에게 흔들려 깼다. “엄마, 교장선생님이 우리의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했어!”만약 거울이 있다면 원유희는 자신의 바보처럼 멍한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 후 그녀는 어린 아이들의말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다.다만 교장 선생님이 많이 머리가 아프실 텐데!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함부로 정하는 게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까?곧 퇴근할 때 원유희는 아이들 데리러 갈 생각에 잠겨 있을때서랍 속의 휴대폰이 울렸다.문자였다.낯선 번호의 문자.그녀는 문자로 온 사진을 보고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그녀가 학교에 있을 때 찍힌 사진이다. 세 장이 있었는데 모두 표원식과 이야기할 때 찍은 사진이다.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곳에서 놀고 있는 세 아이도 사진 속에 찍혔다.거리가 멀어서 얼굴은 잘 안 보여도 그녀는 이미 혼비백산할 지경이다!전화가 걸려오자 그녀는 바로 받았다. 손예인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때, 나에게 꼬리 잡혔지! 너 같은 여자는 외로움을 못 견뎌!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거봐, 남의 학교까지 달려갔잖아! 정말 뜨겁게 바라보고 있네, 김신걸이 이 사진들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그에게 보여줬으면 날 협박하지도 않았겠지. 말해봐, 어떻게 해야 사진을 지울 수 있는데.”“저녁에 내가 주최하는 모임에 와.”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는 매우 초조했다.그는 손예인과 말도 섞기 싫었다. 자칫 그녀를 건드렸다간 또 김신걸 귀에 라도 들어가 날엔 원유히가 당하고 손해 볼일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사진도 절대 김신걸에게 보이면 안 된다.그 남자는 너무 두려운 존재다!원유희는 여채아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저녁 시간이 되어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공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