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잘못한 게 없음에도 김신걸의 무시무시한 눈빛을 마주하면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했다.하지만 이미 벽 귀퉁이에 숨은 원유희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이때 소란스러움을 느낀 김국진이 밖으로 나왔다.“무슨 일이야?”그의 등장 덕분에 두 사람 사이의 기괴한 침묵이 끝날 수 있었다.경호원이 달려와 김국진에게 허리를 숙였다.“회장님, 여자는 총상을 입고 호수에 떨어졌습니다. 시체를 찾고 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뭐? 총상? 여자? 그게 다 무슨 소리야?”아무것도 모르는 김국진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자리에서 일어선 김신걸이 원유희를 향해 말했다.“타.”“가…… 가방 가지고 올게.”그제야 정신을 차린 원유희가 벌떡 일어서 김국진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넨 뒤 손님방으로 향했다.핸드백을 챙긴 원유희가 차에 타는 걸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김신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오랜만에 왔는데 이런 이벤트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 명줄이 길어서 암살은 실패했지만…… 이 모든 걸 계획한 사람은 꽤 실망스럽겠어요.”김신걸의 무덤덤한 말투에 표정이 일그러진 김국진이 노여운 가득한 목소리로 박인하에게 분부했다.“제대로 조사해. 호수든 어디든 샅샅이 뒤져서 찾으라고!”“네.”박인하가 자리를 뜨고 김국진은 오랜만에 보는 손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뛰어난 외모와, 차가운 분위기. 과거 젊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하고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손자라 친할아버지임에도 그 눈을 마주할 때면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껴야 했다.‘신걸이가 정말 김풍그룹을 장악하게 된다면…… 우리 가문에는 독이 되겠어…….”“걱정하지 마라. 누가 사주한 짓인지 이 할애비가 책임지고 찾아낼 테니.”할아버지의 말에 김신걸이 코웃음을 쳤다.“만약 그 사람이 할아버지 아들이라면요? 철륜을 져버리실 수 있으시겠어요?”김신걸의 말에 김국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덕배를 의심하는 건가?’“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고 해도
소파에 앉은 남자 한 명이 왠지 초조한 손길로 술잔을 흔들고 있다.어둠속에서 액정이 불을 밝히고 김명화의 긴 손가락이 테이블로 향했다.“여보세요?”“실패했습니다.”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실패라니……”김명화가 웃음을 터트리고 그 충격에 술잔에 담겼던 술이 그대로 흘러내렸다.“죄송합니다. 원유희 그 여자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자신의 실패에 핑계 같은 건 대지 마.”“…… 알겠습니다. 다음 번에는 운이 이 정도로 따라주지 못할 겁니다.”잠깐 침묵하던 김명화가 물었다.“그래. 다쳤어?”“팔쪽에 총을 맞긴 했는데 괜찮습니다.”“일단 몸조리부터 해.”말을 마친 김명화가 전화를 끊었다.술을 마시려던 김명화가 이미 텅 빈 술잔을 발견하고 짜증스레 술잔을 던져버렸다.다음 날, 출근 지하철.원수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또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 걸까…….’원유희가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고모…….”“유희야! 너무 잘됐다!”“네?”“신걸이가 포기했나 봐! 역시 아버님이 나서니까 다르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아버님한테 부탁하는 건데.”“잘됐네요.”“참, 저번에 선 봤던 그 남자는 어때? 다시 연락해 봤어?”기분이 좋은지 원수정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었다.“고모, 다시는 그런 거 하지 마세요.”“왜? 신걸이 때문에 그러니? 참, 웃겨. 네가 누굴 만나든 걔랑 무슨 상관이니. 또 이렇게 막 나오면 바로 아버님한테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고모, 저 남자 만나고 싶은 생각 없어요.”설령 김신걸이 아니라 해도 지금의 원유희는 남자 따위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세 아이를 숨기며 기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힘들었으니까.“정말 생각없어? 남자 쪽은 네가 마음에 드는 것 같던데? 표 선생 엄마가 말하는데 전에 선 봤던 여자는 다 별로라고 했는데 너랑은 연락해 보고 싶대. 네가 마음에 드는 거 아니겠어? 우리 유희, 얼굴 이쁘지 몸매 좋지, 똑똑하지. 내가 잘 될 줄 알았어.”저번
“아이고, 일이 너무 힘들다!” 손님 한 명을 배웅하고 동료가 기지개를 켜며 원망했다.“당연히 힘들지! 누구처럼 한 달에 며칠 출근도 안 하고 월급을 제대로 받아 가지 못하지, 우리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어.”“고위급 한 명 찾아서 자면 되잖아.”원유희가 고위층과 잤기에 저렇게 미쳐 날뛴다는 뜻이다.지난번 원유희가 사무실로 불린 다음 모두 그녀가 정규직에 붙을 거라고 생각했다.안가희만 진실을 알고 있었다.비록 원유희에게 감히 무엇이라고 할 수 없지만, 눈빛의 증오는 이미 그를 삼켜버린 지 오래다.원유희는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왜냐면 그녀는 정말 '고위급'과 잤기 때문이다.비록 강요된 것이지만.원유희는 손예인이 퍼펙트 성형외과에 두 번 찾아온 것을 봤었다.한 번은 안가희와 손예인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손예인의 눈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심지어 흉악함이 있었다.뻔했다, 좋은 말일 리는 없다.아마도 안가희가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과장되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다행히 손예인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고 얼마 있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트집 잡지 않으니 원유희는 참 기뻤다.최근 김신걸은 틀림없이 그 킬러를 조사하느라 바뻐서 그다지 그녀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침착하게 출근하고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었다.삼둥이는 이미 학교의 어린이들과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헤어질 때에도 아쉬워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귀염깜찍하다.가끔 바쁜 교장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삼둥이는 특히 교장선생님을 좋아한다.그날 학교에 가서 삼둥이 데리러 갔을 때도 원유희는 발견하지도 못했는데 삼둥이가 멀리에 있는 표원식을 발견하고 즐겁게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교장 오빠(형)!”표원식은 와서 그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삼둥이는 교장 선생님을 에워싸고 작은 입으로 재잘재잘 이야기했다.다른 꼬마 친구가 오는 것을 보고 또 꼬마 친구와 놀러 갔다.원유희와 표원식은 계속 이야
표원식이 어떻게 이 삼둥이의 새아빠가 될 수 있겠는가? 조건이 그렇게 좋은 분이신데, 머리가 정상인 사람은 절대 그런 기상천회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삼둥이들은 입을 다물고 작은 얼굴로 생각하기 시작했다.셋째 날 아침, 삼둥이를 안고 자던 그녀가 어린 녀석들에게 흔들려 깼다. “엄마, 교장선생님이 우리의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했어!”만약 거울이 있다면 원유희는 자신의 바보처럼 멍한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 후 그녀는 어린 아이들의말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다.다만 교장 선생님이 많이 머리가 아프실 텐데!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함부로 정하는 게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까?곧 퇴근할 때 원유희는 아이들 데리러 갈 생각에 잠겨 있을때서랍 속의 휴대폰이 울렸다.문자였다.낯선 번호의 문자.그녀는 문자로 온 사진을 보고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그녀가 학교에 있을 때 찍힌 사진이다. 세 장이 있었는데 모두 표원식과 이야기할 때 찍은 사진이다.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곳에서 놀고 있는 세 아이도 사진 속에 찍혔다.거리가 멀어서 얼굴은 잘 안 보여도 그녀는 이미 혼비백산할 지경이다!전화가 걸려오자 그녀는 바로 받았다. 손예인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때, 나에게 꼬리 잡혔지! 너 같은 여자는 외로움을 못 견뎌!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거봐, 남의 학교까지 달려갔잖아! 정말 뜨겁게 바라보고 있네, 김신걸이 이 사진들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그에게 보여줬으면 날 협박하지도 않았겠지. 말해봐, 어떻게 해야 사진을 지울 수 있는데.”“저녁에 내가 주최하는 모임에 와.”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는 매우 초조했다.그는 손예인과 말도 섞기 싫었다. 자칫 그녀를 건드렸다간 또 김신걸 귀에 라도 들어가 날엔 원유히가 당하고 손해 볼일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사진도 절대 김신걸에게 보이면 안 된다.그 남자는 너무 두려운 존재다!원유희는 여채아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저녁 시간이 되어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공교
손예인은 소파에 앉아 종업원으로 일하는 원유희를 바라보면서 눈빛이 조롱으로 가득 차있었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감히 나와 비교해? 심지어 김신걸의 침대에 기어오르려 하다니! 미친 망상!’안가희한테서 원유희가 사무실에서 김신걸을 유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가 조금이라도 수양이 모자랐다면 그 자리에서 원유희의 얼굴을 찢었을 것이다!“종업원, 과일 좀 갖다주세요!” 손예인의 거만한 얼굴.“그래, 많이 가져와, 손으로 안 되면 그 싸구려 옷으로 싸서 와! 하하하!”여자들의 웃음소리가 참새같이 짹짹거리며 몹시 귀에 거슬렸다.원유희는 무표정하게 그녀들의 먹을 것을 과일 쟁반에 담아 왔다.그녀들 앞 책상에 올려놓았다.허리를 굽힐 때 누구인지 과일로 그녀의 머리를 내리쳤다.또 한바탕 비웃는다.원유희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바보 같지 않냐? 한 번 맞고도 머리를 치우지 않고 뺨따귀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그중의 한 여자 연예인이 바보를 보듯이 원유희를 쳐다보았다.“머리 맞은 게 좋나 봐! 한 번 더 쳐볼까?”원유희는 그녀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몰래 손예인의 휴대폰을 손에 넣은 뒤 말했다.“내가 술을 갖고 올게”그러고는 구석으로 가서 핸드폰에 비밀번호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원유희는 아예 그냥 화장실에 가서 휴대폰을 변기에 버렸다. 끝난 후 그녀는 홀을 지나 연회장을 떠나려고 했다.“원유희 거기 서!” 손예인이 쫓아왔다. “내가 가라고 했어?”“많이 늦었어. 나는 돌아갈 거야. 네가 기뻐서 위협하든 말든 그건 너의 일이고 나는 너의 미친 짓에 맞장구를 쳐줄 필요가 없어.”모임에서 여러 사람이 쫓아나와 함께 손예인을 도왔다.“정말 하룻강아지다, 네까짓 게 손언니리를 건드려? 그렇게도 죽고 싶어?”원유희는 이 사람들, 특히 앞에 거만한 손예인을 보고 마음속의 불쾌함이 저도 몰래 입 밖에 나왔다.“네가 아무리 귀중해도 김신걸은 너를 거들떠도 안 봐. 그는 나 같은 여자만 좋아해!”“너…… 뭐라고?” 줄곧 잘난척하던 손예인이 침
이 방법은 절대 공개처형으로 경고하는 것이다.원유희의 몸은 억제할 수없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김신걸은 너무 악랄하다. 여자에게도 이렇게 가차없게 대하다니. 여자는 가엾게 여겨야 한다는 말은 전혀 모른다!손예인은 놀라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갔다. “오빠, 그리고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원유희가 그 남자를 찾아갔다, 전에 식당에서 만났던 그 남자. 내가 지나가다가 봤는데 사진을 찍었어. 너희들 가서 내 핸드폰을 가져와.”벌벌 떨고 있는 여자 연예인 한 명을 시켰다.원유희는 서서 꼼짝 못 했다. 김신걸의 예리한 시선이 쏠려 올 때 마치 온몸이 침에 찔릴 듯 안절부절못했다.여자 연예인이 돌아와서 말했다. “핸드폰 못 봤는데요!”“그것도 못 찾아, 오빠 내가 가지러 갈게, 금방 돌아올게…….” 손예인은 직접 찾아봤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 나오자마자 원유희에게 물었다. “네가 내 핸드폰을 가져간 거 아니야?”“분명히 네가 나한테 누명을 씌웠잖아. CCTV를 돌려서 누가 가져갔는지 보면 알겠지”원유희는 당당하게 반박했다.손예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여기는 CCTV가 없기 때문이다.그들의 모임은 CCTV에 감시될 수 없으며, 오직 그녀만이 휴대폰 휴대가 가능했다. 결국 본인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노출되면 대중 앞에서의 그녀의 이미지만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말 못하겠어? 다음에 나를 모함할거면 먼저 정당한 이유를 찾아!” 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원유희는 혼자 길을 걸으면서 심장박동이 너무 빨리 뛰어 오랫동안 회복하지 못했다.그녀는 휴대폰을 훔치기 전에 CCTV가 없고 홀 밖에만 있는 것을 이미 발견했다.이때 뒤에 있는 롤스로이스가 다가와서 옆에서 멈췄다.원유희는 못 본척했다, 그녀도 성깔이 있었다. 손예인을 몇 시간이나 시중 들어줘서 기분이 매우 나빴다.차 문이 열리자 김신걸은 긴 다리를 걸치고 원유희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겨 차에 던졌다.“아! 왜 이래? 나
여채아가 주택단지를 나서자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서 급정거해버렸고 그녀는 깜짝 놀라서 옆으로 비켰다.원수정이 차 뒷좌석에서 내리며 거만스럽게 말했다. “말해봐, 네가 얼마를 받아야 유희를 떠날 수 있는지, 네가 입을 열만 얼마든 내가 줄 수 있어!”여채아는 그녀가 또 찾아올 줄 몰랐다. 그는 거절했다. “나는 당신의 돈을 원하지 않아.”“내 앞에서 연기할 필요 없어.” 원수정은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 안에 2억 있어, 충분해?”“내가 말했지, 나는 당신의 돈을 원하지 않는다고.”원수정은 비웃으며 말했다. “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가식적이지 않니? 요즘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어?”여채아의 얼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지금 내가 기분 좋게 돈을줄 때 돈을 가지고 가는게 좋을꺼야. 그렇지 않으면 너는 2억 은 고사하고 한푼도 없을테니까.”여채아는 앞에 있는 카드를 보고 뒤로 물러섰다. “나는 당신의 돈이 필요 없어. 나는 단지 유희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야. 당신 안심 해도 돼. 나는 절대 그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니까! 제발 나를 불쌍히 여기면 안 되겠어?”원수정은 화가 난 얼굴로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그녀를 트렁크에 넣어 버려! 정말 좋은 말을 할 때 알아들어야지!”“당…… 당신 뭐 하려고? 나 잡아 당기지 마…….” 여채아는 있는 힘껏 반항했지만 남자의 힘을 어떻게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뒤의 트렁크에 처박혔다. “나를 내보내줘! 원수정, 당신 이러면 안 돼…….”원수정은 카드를 가방에 다시 넣고 몸을 돌려 차에 타고 떠났다.원유희는 파티 장소에서 발생한 일 때문에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았다, 최근 이틀 동안 모두 여채아가 갔었다.그런데 저녁에 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표원식의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오늘 삼둥이가 학교에 남는 건가요? 아무도 데리러 안 와서 전화해서 물어보는 거예요.”“뭐라고요? 제가 바로 갈게요!” 원유희는 전화를 끊고 유채아에게 바로 전화를 걸
“좋다! 성준이랑 같이 잘 수 있다!” 조한은 기뻐했다.'나도 집에 가기 싫어!'“우리 이제 계속 학교에 살 수 있어요?”원유희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들이 익숙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네?아이가 잠든 후, 원유희는 복도에서 나왔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표원식을 보았다.“교장 선생님, 아직도 안 가세요?”“제 차에 타세요, 바래다 줄게요.”“저…….” 원유희는 거절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눈빛에는 두려움으로 꽉 찼다.“왜요?” 표원식이 고개를 돌리자 늘씬한 그림자가 홀로 어둠 속에서 걸어와 포악한 기운을 띠고 가로등 아래 그의 얼굴은 어두컴컴하여 마치 악마와 같았다.원유희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여기서 뭐해?” 김신걸은 표원식을 보지 않고 원유희만 쳐다보았는데 눈빛은 서리 낄 정도로 차갑고 매서웠다.‘뭐해?’원유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머릿속이 텅 비어 마치 사고 능력을 잃은 것 같았다.“네가 내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나 보구나.” 김신걸의 목소리는 높지 않지만 오싹했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원유희는 황급히 표원식을 힐끗 보고 해명했다. “그게 아니야, 우…… 우리 엄마가 없어졌어. 엄마가 전에 여기 면접 보러 온다고 해서, 집에도 없고 전화도 안 받아서 여기에 와본 거야, 혹시나 있나 해서,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표원식은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안경을 밀면서 말했다. “김선생,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김신걸은 음산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와 이 여자의 일은 너 같은 외부인이 끼어들게 아니야. 이리 와!”원유희는 명령인 것을 알고 걸어갔고 앞에 서자마자 김신걸에게 끌려갔는데 매우 거칠었다.“아!” 원유희는 그의 튼튼한 가슴에 붙어 긴장하고 불안하게 설명했다.“너는 나를 믿어야 해. 방금 말한 것은 모두…….”말이 뚝 그치고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누르고 강하게 그녀를 차지하며 삼켰다.검은 그림자가 원유희의 작고 경악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