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눈앞의 사람이 그녀의 어머니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엄마라니, 엄마는 엊그저께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아아아아아아아악!"원유희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며 자기 머리를 안았다."아아아아악!!"김신걸은 원수정의 얼굴에 흰 천을 덮어 주고 원유희를 안아 그녀가 보지 못하게 하고 데리고 나갔다.문을 나서자마자 경찰이 와서 말했다.“선생님, 관리원이 연락이 왔는데 누군가가 사망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김신걸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졌다."전에는 왜 말하지 않았어요?”“전에는 인명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 못했대요.”“당장 데려와요!”하지만 김신걸은 데려온 사람이 김영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김신걸은 김영을 보더니 갑자기 실눈을 떴다. 옆 의자에 앉은 원유희는 일어서서 다가오는 김영을 보고 멍해졌다.‘김영이라고…….’김영은 김신걸을 보았을 때 표정이 부자연스러웠다.“이름이 무엇입니까? 피해자랑 무슨 관계였습니까? 어제 오전에 묘지에서 피해자를 봤었죠?”김영은 협조하고 싶지 않았지만, 줄곧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김신걸의 포스에 놀라 얼버무렸다.“김영이라고 하고 원수정은 제 전처입니다. 어제 오전에 묘지에 만난 게 사실입니다.”"묘지에 무엇을 하러 갔습니까?”"우리 아버지는 저쪽에 묻혔고, 저는 그 묘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김영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겼다. 오로지 김영만이 이 일이 얼마나 답답한지를 알 수 있었다.“피해자랑 몸싸움이 생겼나요?”“아뇨.”김영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냥 몇 마디 얘기만 나눴어요.”“뭐라고요?”“그 사람이 딴 놈 무덤 앞에서 울고불고 하는데 그래서 물었죠, 나랑 사귀었을 땐 진심이었냐 뭐 그런 거 물었어요.”“몸싸움은 없었어요?”“없었다고요, 제가 도대체 몇번을 얘기해야 믿으실래요.?김영은 짜증을 내며 물었다.“다 물어봤죠? 끝났으며 전 그냥 갈래요.”“그럼 DNA를 해보죠. 혐의가 없어야 보내줄 수 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가 나왔고 경찰에
“그 여자랑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얘기했어요.”김영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오전에 심심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원수정이랑 만났어요. 예전의 남자 때문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나서 몇 마디 조롱했어요. 실랑이를 벌인 것은……제가 그 사람 술잔을 차자 그 미친 여자가 갑자기 달려들었어요, 이거 봐요…….”김영은 소매를 잡아당겨 팔의 세 손가락 자국을 드러냈다."그리고요?"“절 계속 때리니까 그 사람을 밀고 도망쳤어요.”“그럼 주위에 다른 사람은 없었어요?”“아뇨,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냥 갔어요…….”김영은 말하다가 잠깐 멈췄다.“생각난 거라도 있나요?”김신걸의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다.“이실직고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나부터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깐요.”“화내면서 갈 때 그쪽으로 사람이 한명 가는 것을 봤어요.”“누구예요?”"거리가 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여자예요.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선글라스랑 모자를 하고 있었고 손에는 꽃을 들고 있었어요.”“여자…….”원유희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독을 먹인 여자가 생각났다.‘같은 사람일까?’“김영 씨, 저희가 계속 조사를 진행해야 해서 당분간 제성을 떠날 수 없어요.”김영은 자기 아들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밖으로 나가면서 중얼거렸다.“가고 싶어도 못가요…….”경찰은 김신걸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말했다."선생님, 우리는 최선을 다해 조사해서 살인범을 찾아내겠습니다.”“그래요.”경찰이 간 후, 원유희는 영혼 없는 사람처럼 문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김신걸이 원유희의 길을 막아섰다.“내가 다 처리할게.”원유희는 김신걸의 손을 얼른 뿌리쳤다.“내 몸에 손대지 마. 김신걸, 네가 너무 미워! 네가 그날에 날 어전원에 억지로 남겨 두지 않았다면 난 그날 밤에 우리 엄마가 실종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 그럼 엄마가 깊은 산에 던져져 과다 출혈로 사망할 일도 없었을 거야!”"이건 사고야!"“넌 줄곧 우리 엄마가 죽기를 간절히
처음에 살해된 사람은 외숙모였고 아직도 살인범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원유희는 지금 자기 친엄마까지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 상상도 못했다. 하룻밤만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이승과 저승으로 영영 떨어져 있게 되었다.엄마와 아빠를 연이어 잃고 원유희는 하늘과 원망했다. 대체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벌을 받게 된 거냐고 따졌다.아주머니가 다가와 이 기괴한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아가씨, 이게 뭐예요?"“……우리 엄마의 유골이에요.”“네……?”아주머니는 놀라서 그녀의 말이 도대체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했지만 원유희의 정신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또 믿지 않을 수 없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아주머니, 엄마 한 오향죽은요, 저 배고파요.”“무슨 죽이요? 못 봤는데요?”아주머니가 말했다.“그날 아침에 엄마가 오향죽을 만들어줬다고 얘기했는데 제가 서둘러 나가느라 못 먹고 갔어요…….”원유희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후회되어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왜 그날에 안 먹고 나갔지? 이젠 영영 먹지 못할 텐데…….’“그때 만든 거라면 이젠 당연히 다 상했죠. 아가씨, 먹고 싶으면 제가 지금 해드릴까요? 사모님이 만든 걸 본 적이 있어서 금방 만들 수 있어요.”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돌아가 오향죽을 만들러 갔고 원유희는 그곳에 앉아서 기다렸다. 죽은 시간이 걸려서 30분 후에야 다 완성되었다. 새로 만든 오향죽 한 그릇이 원유희 앞에 놓였다.원유희는 한술 떠서 맛을 보았다. 눈물이 쏟아지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엄마가 한 그 맛이 아니에요, 달라요…….”“달라요? 그럼 제가 다시 한번 해볼게요.’원유희는 그릇을 내려놓고 말했다."아주머니, 바쁘실 텐데 저를 상관하지 마시고 볼일 보세요.”아주머니는 원유희가 너무 걱정되었다. 금방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가족을 잃은 원유희가 너무 위태로워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원유희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했다.원유희는 비통하게
김신걸의 긴 그림자가 다가왔고 그는 높은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야.""이곳을 그렇게 증오하더니, 네가 이곳에 다 찾아왔어? 신기하네.”원유희는 힘없이 말했다.김신걸은 그녀 옆에 앉았고 시선은 찻상 위의 유골함에 향했다."뭐 먹고 싶어."“네가 떠났으면 좋겠어, 다른 건 안 바래.”원유희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은 일어나 밖으로 가지 않았고 주방으로 가서 먹을 것을 꺼내 유골함 옆에 놓았다. 그리곤 원유희를 억지로 끌어당겼다."꺼져!" 원유희는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김신걸은 원유희를 등받이에 기대도록 했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밥 먹으라고!”원유희의 호흡은 아주 약했는데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게 분명했다."김신걸, 네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 너야!"원유희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넌 여태까지 계속 우리 엄마가 네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했어. 지금 우리 엄마가 죽었으니 다 끝난 거 아냐? 이젠 그만 괴롭혀도 되잖아?”김신걸은 굳은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다 꾹 참았다.“어, 계속 괴롭힐 거야!”그리곤 테이블 위의 그릇을 들고 소파에 앉아 원유희에게 직접 먹이려고 했다. 김신걸의 강경한 태도를 보자 원유희의 마음속의 분노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김신걸의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쳤다.“가라고!”이 말을 하고 원유희는 일어나서 가버렸다.김신걸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앞으로 걸어가 원유희를 계단에 밀어붙였다.“네 엄마를 죽은 진범이 아직 살아있는데 별로 찾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 봐?”원유희는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그냥 지금……너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인데, 뭐 문제 있어?”김신걸은 흠칫하더니 예리하고 위험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원유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허무한 눈빛으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이리 와." 김신걸은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그냥 타협했다.그리곤 원유희의 손목을 잡고 주방으로 끌고 갔다. 식탁에 앉자 김신걸은 다시 먹을
원유희가 얘기한 곳은 피노키오에서 멀지 않은 커피숍이었다. 그러니까 공립학교 근처이기도 했다.아무래도 표원식이 약속 장소랑 더 가까웠기에 원유희가 도착하기도 전에 표원식은 먼저 도착했다.반오픈식 룸이었고 창가에 있어 밖이 보였기에 답답한 곳은 아니었다. 표원식이가 사려가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리 선정이었다.표원식은 원유희를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앉더니 표원식이랑 물었다.“왜요, 저 안색이 엄청 안 좋아 보여요? 한 1년 동안 햇볕을 쬐지 않은 것처럼 무섭죠?”“이모……괜찮은 거야?”표원식은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번에 만났던 때만 해도 원유희는 이러지 않았다.원유희는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애써 참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고 눈이 아파 났다.그녀는 감정을 가다듬고 말했다.“엄마는 우리 아빠 묘지에서 멀지 않은 깊은 산속에 버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늦었고요.”표원식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유희야, 너무 상심하지 마…….”“물론이죠, 살인법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는데요.”원유희는 눈빛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장례는 치러드렸어? 아무 소식도 못 들었어.”“아직은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요, 이제 엄마랑 같이 발인하려고요.”“그게 좋겠어. 이모가 계속 아저씨를 보내드리지 못했잖아. 그리고 미안해, 아저씨 장례식에 조문하러 가지 못해서.”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가도 쓸모 없었을 거예요, 들어오지 못했을 거예요.”어제처럼 김신걸이 가로막을 게 뻔했다.“저야말로 사과해야죠.”직원은 과일 밀크셰이크 한 잔을 원유희에 앞에 놓았다."감사합니다."“아니에요.”“내가 주문해놓았어. 전에 너랑 같이 나갈 때마다 네가 이거 주문하던 게 생각나서 이거 시켰어.”“기억력이 정말 좋네요.원유희는 빨대를 깨물고 마셨지만,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예전 그 맛은 안 나네요.”그 말에 숨긴
“쇼핑 하러 어디 갔어요?"손지현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쇼핑하러 가려고요? 정안백화점 있잖아요, 그곳의 옷이 이쁘고 가성비도 좋아서 저랑 저희 직장 동료들이 자주 가는 편이에요.”"알아요, 예전에 갔었어요."손지현은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신이 나서 이야기보따리를 꺼냈다. 이곳의 옷은 어떻고 어느 가게는 또 단골 가게여서 잘 안다며 줄줄이 얘기했다.원유희는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이런 사람이 살인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그러다가 어차피 손지현이 이렇게 말했으니 가서 CCTV를 찾아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이라면 알리바이를 확보할 수 있고 사실이 아니라면 손지현이 원수정의 죽음이랑 상관없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손지현은 또 수업해야 하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먼저 갔다.원유희는 시간을 보고 말했다.“벌써 이 시간이 됐네요, 먼저 가볼게요.”“데려다줄게.""아니요, 혼자 기분 전환하고 싶어요."표원식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강요하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언제든지 찾아갈게.”이렇게 따뜻한 관심을 받자 원유희는 고맙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곳을 떠난 후, 원유희는 경찰서로 직접 가서 정안 백화점에 간 손지현의 행적을 조사했다. CCTV를 확인해 보자, 확실히 손지현이 말한 것처럼 혼자 쇼핑하고 점심도 먹고 오후 1시가 되어서야 학교로 돌아갔다.원유희는 자신이 조사한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손지현의 입가의 점만 보고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다.‘하긴 그 사람이 어떤 동기가 있어서 우리 아버지를 독살했을까?’경찰은 손지현의 개인 정보를 조사해보았는데 교육가 집안 출신으로서 도저히 살인할 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원유희는 햇빛 아래를 걸으며 실의에 빠져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치 큰 병을 앓은 것처럼 회복이 늦었다.원유희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왜 그래?”원유희는 놀랐다."잠깐이면 알게 될 거야!"원유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녀의 힘은 김신걸이랑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김신걸은 원유희를 침대에 던져버렸다.“아!”원유희는 멍해졌다. 하지만 포악한 기운을 뿜으며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김신걸을 보자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 챘고 깜짝 놀라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김신걸, 네가……감히…….”김신걸은 긴말하지 않았고 원유희를 안으려고 했다.“아! 김신걸……웁!”’원유희는 비명을 질렀지만 김신걸은 곧바로 입술로 그녀의 비명을 막았다.원유희는 김신걸이 그녀에게 이렇게 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우리 엄마가 이제 막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울 수가!’“아니……나한테 이러지 마, 엄마…….”원유희는 통곡했고 눈물과 땀은 뒤섞여 흘러내렸다.결국 김신걸은 원유희를 가만두지 않았고 관계를 가진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원유희는 침대에 엎드려 있었고 감긴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다.‘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너무 미워…….’원유희는 어렵게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발이 나른해져 땅에 넘어졌다.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욕실로 가서 자신을 씻었다.‘죽고 싶어! 죽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안, 안돼. 애들이 아직 있는데. 내가 그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가겠어.’엄마를 잃은 고통을 뼈저리게 느껴본 원유희였기에 이런 고통을 자기 아이들에게도 감당하게 할 순 없었다.‘안돼, 내가 어떻게…….’원유희는 목욕을 한 후 많이 침착해졌다.그리고 김신걸은 어차피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처음도 아닌데 익숙해지면 괜찮다고 계속 자신을 위로했다.욕실을 나오자마자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가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원유희는 방문을 열고 나가자 아주머니가 억지로 위층으로 올라오려는 윤설과 장미선을 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아가씨, 막을 수가 없었어요.”“괜찮아요, 먼저 가봐요.”“네.”아주머니도 더
“사람은, 뭘 해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오래 사느냐 마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야. 가지면 안 되는 것을 탐해서 그런지, 단명한 거 봐.”“신걸 씨 얘기를 들어보니까 산속에 던져져 과다 출혈로 죽었다면서요?”윤설은 일부러 그 얘기를 다시 꺼냈다.“일찍 발견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텐데. 근데 너희 엄마가 실종되었을 때 너 어전원에 있었다며?”“그러니까, 지네 엄마가 사경에 헤맬 때 쟤는 남자에게 정신이 팔렸지.”장미선은 콧방귀를 끼며 조롱했다.“이게 다른 사람의 남자를 꼬신 대가야!”“계속 얘기하면 당신 입을 찢어버릴 거예요.”원유희는 분노하여 온몸을 떨었다.“아이고, 정곡을 찔러서 기분이 나빴어? 근데 이게 사실인데 어떡해, 우리 입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장미선은 신명 나게 얘기했다.“또 신걸이를 꼬시러 가면 그땐, 누가 죽을 지 누구도 몰라!”윤설은 두 걸음 앞으로 걸어갔고, 악랄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보기엔, 남자를 꼬셔서 자업자득한 것도 있는데 그냥 악한 기운이 타고나서 재앙을 불러온 게 아닐까요?”이 말을 듣자 장미선은 뭐라도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맞아, 쟤네 삼촌이랑 외숙모 다 죽었잖아. 이제는 쟤네 엄마 아빠도 다 죽었고. 정말 가족을 잡아먹는 사주야. 신걸이랑 애들보고 얼른 원유희를 멀리하라고 해, 안 그러면 다 위험해지겠어.”“신걸 씨는 사주가 용의 사주여서 괜찮을 거예요. 근데 다른 사람은……잘 모르겠네요.”윤설은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말했다.장미선이 금방 김신걸이랑 아이들을 언급한 상황에서 윤설이 얘기한 ‘다른 사람’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이들임이 확실했다.원유희는 무서운 동시에 화가 나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서 윤설 모녀에게 달려들었다."야, 왜 이래……으악!" 장미선은 비명을 질렀다.“원유희, 너 나한테……아!”윤설도 비명을 질렀다.원유희는 한 손으로는 장미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한 손으로는 윤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