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아니라 엄마를 오랫동안 못 봐서 그래요!”조한이는 반항했다. 차가운 표정을 한 김신걸은 그냥 냉담하게 말했다.“들어가서 자.”“어떻게……저희한테 화낼 수 있어요?”조한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상우와 유담을 안고 말했다.“우리 가자! 아빠 싫어, 엄한한테 갈 거야, 표아빠를 찾아갈 거야!”김신걸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온 사람이 깊은 어둠 속에 휩싸인 듯 무서운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세쌍둥이는 집을 떠나 홀에 도착하자마자 해림과 메이드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한 명씩 안아 위층 방으로 돌려보냈다.조한이는 침대에 앉은 채로 짧은 두 팔을 옆구리에 얹으며 화를 냈다.“우리가 가출하겠다는데 왜 막아? 우린 여기에 있기 싫어! 엄마 찾으러 갈 거야! 엄마가 출장 갔다고? 우리가 세살짜리 애들도 아니고!”“우리 아직 세살도 안되었으니까 속기 더 쉬워!”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해림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진짜로 출장 가셨어, 너희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이 바로 너희들이야. 며칠만 더 있으면 엄마가 오실 거야.”“며칠이 정확하게 며칠인데요?”상우가 물었다.“이건 내가 아직 선생님이랑 묻지 않아서, 물어보면 바로 얘기해줄게. 오늘 밤은 그냥 먼저 잘까?”세쌍둥이를 겨우 달래서 재웠다.아래층으로 내려온 해림은 김신걸을 위해 위에 좋은 홍차를 준비하고 서재 문을 두드렸다.김신걸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 일들이 쌓여있었다.해림은 홍차를 김신걸의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 예전대로라면 해림은 차를 따르고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나갔을 것이었고 말이라곤 하지 않을 것이다.“선생님, 홍차를 좀 드세요. 위가 안 좋으시잖아요. 애들은 이미 다 잠들었고요, 자기 전까지 계속 엄마를 찾았어요. 근데 그럴 만도 하죠, 한창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잖아요.”"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김신걸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날의 일은 전 비록 보
노크 소리를 듣자 침대에 쓰러진 원유희는 반박자 느리게 움직이었고 자신이 무슨 환각이라도 생긴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방 문이 열려서야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원유희는 자기 방에 나타난 김명화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열쇠를 발견했다.‘아직도 열쇠를 갖고 있어?’원유희는 소극적인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원유희, 회사가 네 집이야? 오고 싶으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않고.”김명화는 문틀에 기대어 냉담하게 물었다.원유희는 무기력하게 말했다.“사직할게요. 나중에 팀장님이랑 연락할거예요.”“그래.”이 말을 마치자 방안은 조용해졌다.그러다가 갑자기 김명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팀장, 원유희 사직 처리 하세요.”원유희는 몸을 돌려 통화 하고 있는 김명화를 바라보았다.고선덕이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명화는 눈섭을 찌푸리며 말했다.“본인까지 찾을 필요가 뭐 있어? 내 명령으로도 부족한가봐?”원유희는 김명화에게 손짓을 했다.김명화는 앞으로 걸어갔지만 핸드폰을 원유희에게 주지 않고 스피커를 켰다.“팀장님, 저 사직할게요.”원유희는 농담이 아니라 진지했다.“왜? 몸이 안 좋아?”“개인 사정으로 못가게 될 것 같아요.”“괜찮아, 여기에 자리를 비워둘게, 오고 싶을 때 오면 돼.”“정말이에요. 더 이상 근무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달에 출근한 적도 없어서 월급은 없으니까 안 주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절 친절하게 돌봐주셨는데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해요. 안녕히 계세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바로 누워 자기 시작했다.“점심시간인데 뭐 하는 거야? 일어나서 나랑 밥 먹자!"김명화를 상대하고 싶은 않은 원유희는 그를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김명화는 원유희를 끌어당겼다.원유희는 반항하기 시작했고 김명화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김명화 씨, 그만 좀 해요!”“내가 출장하러 해외에 좀 갔다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진 마. 말해 봐, 김신걸이랑 윤설이 혼인 신고하러 가려던
모든 게 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었는데 모든 노력에 한순간에 수포가 되었다. ‘나 나 때문에…….’얼마 있지 않아 국수는 다 완성되었고 원유희는 한 입 한 입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맞은편에 앉은 김명화는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냥 아이들일 때문에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어?”“아이가 없으니까 어떻게 제 마음을 알겠어요?”김명화는 애초부터 원유희를 공감해 줄 상황이 못 되었다.“그래 난 몰라. 근데 너 이번 생을 다 김신걸이랑 아이 갖고 싸우는데 바칠 거야? 걔한테는 별로 영향이 없겠지만 넌 과연 가능할까?”“저 겨우 스무 살인데, 이렇게 10년 더 살아도 문제 될 거 없어요.”“서른살이 되면 어느 남자가 널 좋다고 결혼해주겠어?”김명화는 원유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어차피 당신은 안 노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원유희는 되받아쳤다.김명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정말 이쁜 말만 골라서 하는구나.’원유희는 김명화의 표정이 차가워 진 것을 보았지만 딱히 개의치 않았다.‘내가 부른 것도 아니고 뭐.’지난번에 그런 안 좋은 일이 일어 난후, 원유희는 김명화가 또다시 찾아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지난번에 김신걸이랑 잤어?”김명화의 너무 직설적인 얘기를 듣고 원유희의 입에서 하마터면 국수가 튀어나올 뻔했다. 원유희는 침착을 되찾고 말했다.“알 거 없잖아요?”“얘기하는데,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원유희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로 물었다.“왜요?”김명화는 말을 하지 않았고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주시하고 있었다.원유희는 뭐라도 생각났는지 김명화 쪽으로 가더니 궁금하다는 말투로 물었다.“설마 질투하는 거예요?”"그렇다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 김명화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얘기였는데 김명화가 이렇게 막말을 할 줄 상상도 못했다.원유희의 표정은 순간 차가워졌고 다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날 귀찮게 만들지 말아요.”“내가 만들어준 국수를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면 너무 그
방으로 돌아온 윤설은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김신걸을 믿고 싶었지만, 장미선의 얘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설마 원유희 만나러 갔겠어?’생각할수록 급해 난 윤설은 핸드폰을 꺼내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몇 번 울린 후에야 김신걸은 전화를 받았다.“신걸 씨, 바빠?”“응. 무슨 일 있어?”“아니, 이틀 동안 아무 소식도 없으니까 걱정되어서 연락했어.”‘요즘 바빠. 이제 시간 나면 널 보러 갈게.”“급해 하지 않아도 돼. 바쁜 일부터 봐. 몸조심하고.”“응.”통화가 끝난 후, 윤정은 김신걸 쪽의 소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아주 조용한 환경이었다.‘회사인가? 드래곤 그룹?’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윤설은 참지 못하고 꽃단장하고 외출했다.장미선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윤설을 보며 말했다.“어디가? 너 지금 아직 휴식해야 해.”“괜찮아요, 작업실에 가보려고요.”여태껏 집에서 휴식하는 것도 다 김신걸의 동정받고 김신걸이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붓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김신걸이 저 정도로 바쁘다면 윤설은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혼자 운전하려고?”장미선은 원유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괜찮다니깐요.”윤설은 차를 몰고 작업실이 아니라 드래곤 그룹으로 향했다.윤설은 김신걸이 드래곤 그룹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지하 2층에 가니 김신걸의 롤스로이스를 발견했지만 그래도 제일 위층까지 가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비서가 윤설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윤설은 걸어가서 물었다.“신걸 씨는요?”“사무실에 계십니다.”이 말을 듣자 윤설은 드디어 시름을 놓게 되었다.‘역시 여기에 있어. 그래 신걸 씨가 어떻게 날 두고 원유희를 찾아갈 수가 있겠어? 원유희는 이제 제대로 김신걸에 미움을 산 셈인데.’윤설은 사무실에 들어갔다. 김신걸은 윤설을 힐끗 쳐다보곤 말했다.“왜 왔어, 몸은 괜찮아?’“별 느낌 없어.”윤설은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말했다.“특별히 자기를 위해
“국수요!”유담이가 말했다.“유담이가 먹고 싶은 거를 먹을래요!”“네!”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한 시간 반 정도 있으면 저녁을 먹을 수 있긴 한데 국수를 조금만 먹어도 괜찮아. 지금 만들어 줄게.”해림이가 말했다.“제가 할게요.”윤설이 다가와 말했다.해림은 윤설을 보고 허리를 약간 숙여 인사를 한 후 대답했다.“윤설 아가씨 오셨군요, 윤설 아가씨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하면 됩니다.”윤설은 세쌍둥이 앞에 가서 생각했다.‘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딸은 분명히 유담이 보다 더 이쁠 텐데.’“저랑 신걸씨가 결혼하면 다 한집 식구 되는데 신걸 씨 아이들이 제 아이들이죠. 아이들을 위해서 뭐라고 못하겠어요?”윤설은 위선을 떨며 말했다. 손가락이 유담이의 얼굴을 만지려고 뻗었으나 닿기도 전에 유담이가 피했다.윤설 입가의 웃음이 굳어졌지만 뭐라고 하지 않고 일어서서 주방에 가 국수를 만들었다.세쌍둥이는 식탁 앞에 앉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수가 나왔다.해림은 국수 안에 노란색 국물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아가씨, 이게 무슨 국수인지 물어봐도 될까요?”“해황 국수에요.”“엄청, 맛있어, 얼른 먹어봐.”"잠깐만!" 해림이 막았다.“뭐 하는 것에요?”윤설은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해했다. ‘날 막는 거야?”“아가씨, 죄송하지만 선생님이 특별히 지시를 내렸는데 아이들에게 되도록 해산물을 먹이지 말라고 하셨어요.”“얘네 해산물을 못 먹어요?”“애들 엄마가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되도록 안 먹이고 있어요.”“애들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요?”“아니요.”“그럼 됬죠. 그렇다고 해서 애들 평생 해산물을 안 먹일 거예요? 모처럼 먹는 건데 괜찮지 않을까요?”해림은 난처한 듯 세쌍둥이를 바라보았다.세쌍둥이는 해물 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작은 입을 삐죽 내밀고 그릇에 있는 국수 냄새를 맡으며 혀로 핥기도 했다.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한 번만 먹어도 괜찮지 않을
해림은 이 증상을 보고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고 느꼈다. 원유희의 반응과 똑같았다.유담이를 안고 밖으로 뛰어나갔다.조한이랑 상우도 차에 태웠다. 그들도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그저 발작이 늦은 게 아닌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설은 문 앞에 서서 차가 질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이 경우 유담이는 원유희처럼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차가 막혀서 그 아이가 길에서 질식사하는 것이 제일 좋을 텐데.’하지만 연기를 시작한 이상 끝까지 다 해야 했다.윤설은 핸드폰을 들고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감정 연기도 다 준비되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김신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자 윤설은 더욱 득의양양해졌다.‘이럼 내 탓은 아니데.’몸을 돌려 차를 몰고 병원으로 따라갔다.이전에 한번은 그녀가 원유희에게 해산물을 먹였는데 도중에 김명화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원유희는 목숨을 건졌다.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가는 길에 죽는 거 아냐?’윤설은 어린 계집애가 죽는 것을 직접 보고, 다시 원유희에게 영정 사진을 보내주려고 했다.차가 도로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속도를 내도 유담이를 태운 그 차를 발견하지 못했다.‘벌써 갔다고?’그리고 도로가 완전히 비워진 것을 발견했고, 가는 내내 신호등도 막히지 않았다. 그러자 윤설은 아예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고 쫓아갔다.병원에 도착해서야 입구에 주차된 그 차를 보았다. 그리고 롤스로이스도 보였다.차가 아직 멈추지 않았지만 김신걸은 무서운 포스를 뽐내며 차에서 내려왔고 해림의 손에서 유담이를 받아 응급실 침대에 아이를 눕혔다.송욱은 바로 유담이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워주고 다른 의사들이랑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이런 일에 이젠 경험이 생긴 송욱은 김신걸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따로 단독 구역을 만들고 유담이를 치료하기 시작했다.김신걸은 가시적 범위내에 서서 표정이 굳어있었고 손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떨기 시작했다.뒤에 서 있는 해림은 침대에 누워 온몸에
윤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불안하기 시작했다.‘신걸 씨 설마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하지만 윤설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난 일부러 그런 거 아냐!’하지만 윤설은 김신걸이 의심할까 봐 걱정되었고 이렇게 되면 자신이 불리해질까 봐 걱정되었다. 근데 어차피 의심해봤자 증거도 없는 마당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 바꿨다. 더더욱 두 사람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유담이는 VIP 병실로 옮겨진 후 30분여 만에 깨어났다.“엄마…….”유담이는 눈을 뜨기도 전에 엄마를 불렀다.“유담아?”“유담아!”유담이는 눈 뜨자마자 오빠들이랑 아빠를 봤고 반대편에서 어쩔 수 없이 조용하고 있는 불쾌한 윤설도 보게 되었다.“왜 엄마가 없지…….”김신걸은 보자마자 옆에 있던 탐플럿에다가 빨대를 꽂고 유담이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자, 물 좀 마셔.”유담이는 괴로워하면서도 억울하게 작은 입을 열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좀 더 마시자.”김신걸은 유담이가 빨대를 입을 떼려는 것을 보고 말했다.유담이는 또 두 모금을 마시고 고개를 저으며 마시지 않았다.“유담아, 아직도 아파?”상우가 물었다.“곧 있으면 나을 거야! 다 나으면 오빠가 널 데리고 나가 놀게!”“응…….”유담이는 눈물을 머금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김신걸은 유담이 얼굴에 가시지 않은 홍진을 보면서 미간을 계속 찌푸렸다.윤설은 질세라 냉큼 관심하는 척을 했다.“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깨어나면 괜찮대. 몸에 있는 홍진도 며칠만 있으면 다 사라진대. 이제 병이 다 나으면 아줌마랑 같이 이쁜 옷 사러 가자!”‘우리 엄마가 사줄 거거든요, 나쁜 아줌마 옷은 싫어요!”유담이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얌전하고 힘없이 말했다.“감사합니다…….”“감사하긴, 아줌마가 잘못했어, 아줌마가 너무 무섭고 미안했어. 선생님이 유담이는 앞으로 해산물을 먹으면 안 된대. 알았지? 아줌마도 옆에서 잘 지켜볼 거야!”윤
“싫어요 싫어요, 전 딱 이거 가질래요.”“그래.”김신걸은 딸바보가 다 되어버렸다.설령 지금 유담이가 하늘의 별을 달라고 해도 떼어줄 방법을 찾을 것이다.물론 원유희를 제외하고……김신걸은 원유희를 떠올리자마자 눈빛이 차가워졌다.옆에 있던 해림은 김신걸의 온몸이 바뀐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다.지금 이 순간의 원유희는 딸이 해산물 알레르기로 인해 생명이 위험하여 입원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김명화에게 끌려 쇼핑하러 갔다.원유희는 미칠 지경이었다.“무슨 다 큰 남자가 이렇게 쇼핑을 좋아해요?”“양심 없어 정말. 네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까 바람 쐬러 데리고 나온 거잖아.”김명화는 손에 쥐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왜 안 마셔?”원유희는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쥐고 한 손으로는 커피를 들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모두 핸드폰에 쏠려있는데 커피를 마실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어디 가서 좀 앉아있을까요, 발 아파요.”“앞에.”두 사람은 앞에 있는 커피숍의 정원에 가서 한적한 구석을 찾아 앉았다.평일이었기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앉은후 원유희는 시선은 아무런 소식도 없는 핸드폰에 고정되었다. 지난번처럼 어떤 소식을 놓칠까 봐 외출할 때 핸드폰을 꼭 가지고 나갔다. 하지만 핸드폰을 시시각각 몸에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저녁에 뭐 먹을래?”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집에 가서 먹을래요.”“설마 또 나보고 해라고?”원유희는 착각하지 말라고 얘기하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원유희는 격동되어 얼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한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응급실이 보였고 의사랑 간호사들이 막아서 병실도 잘 안 보였고 안에 누워있는 환자도 보이지 않았지만 주치의의 뒷모습을 봐선 송욱이 분명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김신걸, 해림, 조한이와 상우가 보였다.원유희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메시지가 하나 더 왔고 이것도 윤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