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림은 이 증상을 보고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고 느꼈다. 원유희의 반응과 똑같았다.유담이를 안고 밖으로 뛰어나갔다.조한이랑 상우도 차에 태웠다. 그들도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그저 발작이 늦은 게 아닌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설은 문 앞에 서서 차가 질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이 경우 유담이는 원유희처럼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차가 막혀서 그 아이가 길에서 질식사하는 것이 제일 좋을 텐데.’하지만 연기를 시작한 이상 끝까지 다 해야 했다.윤설은 핸드폰을 들고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감정 연기도 다 준비되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김신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자 윤설은 더욱 득의양양해졌다.‘이럼 내 탓은 아니데.’몸을 돌려 차를 몰고 병원으로 따라갔다.이전에 한번은 그녀가 원유희에게 해산물을 먹였는데 도중에 김명화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원유희는 목숨을 건졌다.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가는 길에 죽는 거 아냐?’윤설은 어린 계집애가 죽는 것을 직접 보고, 다시 원유희에게 영정 사진을 보내주려고 했다.차가 도로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속도를 내도 유담이를 태운 그 차를 발견하지 못했다.‘벌써 갔다고?’그리고 도로가 완전히 비워진 것을 발견했고, 가는 내내 신호등도 막히지 않았다. 그러자 윤설은 아예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고 쫓아갔다.병원에 도착해서야 입구에 주차된 그 차를 보았다. 그리고 롤스로이스도 보였다.차가 아직 멈추지 않았지만 김신걸은 무서운 포스를 뽐내며 차에서 내려왔고 해림의 손에서 유담이를 받아 응급실 침대에 아이를 눕혔다.송욱은 바로 유담이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워주고 다른 의사들이랑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이런 일에 이젠 경험이 생긴 송욱은 김신걸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따로 단독 구역을 만들고 유담이를 치료하기 시작했다.김신걸은 가시적 범위내에 서서 표정이 굳어있었고 손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떨기 시작했다.뒤에 서 있는 해림은 침대에 누워 온몸에
윤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불안하기 시작했다.‘신걸 씨 설마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하지만 윤설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난 일부러 그런 거 아냐!’하지만 윤설은 김신걸이 의심할까 봐 걱정되었고 이렇게 되면 자신이 불리해질까 봐 걱정되었다. 근데 어차피 의심해봤자 증거도 없는 마당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 바꿨다. 더더욱 두 사람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유담이는 VIP 병실로 옮겨진 후 30분여 만에 깨어났다.“엄마…….”유담이는 눈을 뜨기도 전에 엄마를 불렀다.“유담아?”“유담아!”유담이는 눈 뜨자마자 오빠들이랑 아빠를 봤고 반대편에서 어쩔 수 없이 조용하고 있는 불쾌한 윤설도 보게 되었다.“왜 엄마가 없지…….”김신걸은 보자마자 옆에 있던 탐플럿에다가 빨대를 꽂고 유담이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자, 물 좀 마셔.”유담이는 괴로워하면서도 억울하게 작은 입을 열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좀 더 마시자.”김신걸은 유담이가 빨대를 입을 떼려는 것을 보고 말했다.유담이는 또 두 모금을 마시고 고개를 저으며 마시지 않았다.“유담아, 아직도 아파?”상우가 물었다.“곧 있으면 나을 거야! 다 나으면 오빠가 널 데리고 나가 놀게!”“응…….”유담이는 눈물을 머금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김신걸은 유담이 얼굴에 가시지 않은 홍진을 보면서 미간을 계속 찌푸렸다.윤설은 질세라 냉큼 관심하는 척을 했다.“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깨어나면 괜찮대. 몸에 있는 홍진도 며칠만 있으면 다 사라진대. 이제 병이 다 나으면 아줌마랑 같이 이쁜 옷 사러 가자!”‘우리 엄마가 사줄 거거든요, 나쁜 아줌마 옷은 싫어요!”유담이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얌전하고 힘없이 말했다.“감사합니다…….”“감사하긴, 아줌마가 잘못했어, 아줌마가 너무 무섭고 미안했어. 선생님이 유담이는 앞으로 해산물을 먹으면 안 된대. 알았지? 아줌마도 옆에서 잘 지켜볼 거야!”윤
“싫어요 싫어요, 전 딱 이거 가질래요.”“그래.”김신걸은 딸바보가 다 되어버렸다.설령 지금 유담이가 하늘의 별을 달라고 해도 떼어줄 방법을 찾을 것이다.물론 원유희를 제외하고……김신걸은 원유희를 떠올리자마자 눈빛이 차가워졌다.옆에 있던 해림은 김신걸의 온몸이 바뀐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다.지금 이 순간의 원유희는 딸이 해산물 알레르기로 인해 생명이 위험하여 입원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김명화에게 끌려 쇼핑하러 갔다.원유희는 미칠 지경이었다.“무슨 다 큰 남자가 이렇게 쇼핑을 좋아해요?”“양심 없어 정말. 네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까 바람 쐬러 데리고 나온 거잖아.”김명화는 손에 쥐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왜 안 마셔?”원유희는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쥐고 한 손으로는 커피를 들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모두 핸드폰에 쏠려있는데 커피를 마실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어디 가서 좀 앉아있을까요, 발 아파요.”“앞에.”두 사람은 앞에 있는 커피숍의 정원에 가서 한적한 구석을 찾아 앉았다.평일이었기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앉은후 원유희는 시선은 아무런 소식도 없는 핸드폰에 고정되었다. 지난번처럼 어떤 소식을 놓칠까 봐 외출할 때 핸드폰을 꼭 가지고 나갔다. 하지만 핸드폰을 시시각각 몸에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저녁에 뭐 먹을래?”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집에 가서 먹을래요.”“설마 또 나보고 해라고?”원유희는 착각하지 말라고 얘기하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원유희는 격동되어 얼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한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응급실이 보였고 의사랑 간호사들이 막아서 병실도 잘 안 보였고 안에 누워있는 환자도 보이지 않았지만 주치의의 뒷모습을 봐선 송욱이 분명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김신걸, 해림, 조한이와 상우가 보였다.원유희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메시지가 하나 더 왔고 이것도 윤
“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해산물 알레르기래요. 다행히 병원에 제때 보내서 지금 이미 안정되었어요. 선생님이 방금 먹을 것을 좀 먹여주었어요. 안심해요.”원유희는 몸에 힘이 풀렸고 김명화가 그녀를 껴안지 않았더라면 땅에 떨어질 뻔했다.“근데 원 아가씨는 어떻게 알았어요?”“……윤설이 말해줬어요.”원유희는 유담이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많이 돌아왔다.“어쩌다가 해산물을 먹게 되었어요? 유담이 혼자 먹었어요? 김신걸이랑 얘기했는데, 애들한테 해산물을 먹이지 말라고.”“네, 제 불찰입니다. 애들이 국수 먹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윤설 아가씨가 옆에 있어서 윤설 아가씨가 국수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해황면을 만들었어요. 세 아이 다 먹었는데 상우 도련님이랑 조한 도련님은 괜찮은데 유담 아기씨가 알레르기 있어서…….”“율설이요?”원유희는 마음속으로 분노하고 두려웠다.‘윤설 그때 나랑 얘기했던 것들이 다 이루어지고 있는 거야? 세쌍둥이를 괴롭히려는 거야?’“원 아가씨, 지금 오실래요? 저희 지금 병원이에요.”“저…….”원유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통화는 끊어졌다. 급하게 막으려고 해도 미처 막지 못했다.“김명화 씨, 정신 나갔어요?”“가면 안 돼.”김명화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몸을 돌려 의자에 앉았다.핸드폰을 뺏지 못하자 원유희는 몸을 돌려 갔다.‘내가 혼자 병원을 못 가는 것도 아니고!’길가에 도착하자마자 김명화에게 손목을 잡혀 끌려갔다.원유희는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지금 가면 평생 김신걸 손바닥 안에 있게 되는 거라고!”김명화의 눈빛이 아주 날카로웠다.“전화 한 통에 갈려고? 너 이번생 그냥 이렇게 살 거야?”원유희는 김명화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 아이들인데 김신걸이랑 무슨 상관이에요?”“정말 걔랑 아무런 상관이 없겠어? 해림이 왜 너한테 전화했는지, 그 이유는 생각 안 해봤어? 걔가 무슨 용기가 있어서 제멋대로 행동하겠어!”원유희는 말을 하지 못했고 호흡이
애초에 원유희를 데리고 떠났다면 지금 일은 없었을 것이다.‘어찌 김신걸이 독차지하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독차지해야 할 사람은 나일 텐데…….’원유희는 걸으면서 신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몸을 돌렸다. 김명화는 뒤떨어져 진채 꼼짝하지 않고 서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려고 하였으나 김명화는 다가와서 조심스레 그녀를 끌어안았다. “내가 너에게 말한 적이 없었을 거야…...미안하다. 유희야, 미안해…….”원유희는 멍해 있었다. 김명화가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사과할 줄은 몰랐다.가슴속에 작은 요동이 치고 있었다.예전부터 그녀는 김명화에게 기대고 싶다고 생각하였고 외국에서 돌아와서도 여전히 그 감정이 남아있었다. 그가 직접 이 감정을 져버리기 전까지는.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도 그녀를 해치는 일을 하지 않았고 모두 그녀를 돕고 있었다.원유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돌아섰다. “사과할 필요 없어요.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뭘 더 고민해요. 아무튼 무슨 말을 하든 전 당장은 어디 가지 않을 거에요."김명화는 그녀의 곁에서 걸어갔다. “그래서 너는 아이를 위해 이렇게 김신걸과 맞설 거야? 너도나도 다 알잖아. 김신걸을 죽이지 않는 한 너는 그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걸.”"나도 모르겠어요, 가는 데까지 가보는 거죠......”원유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구름 속을 뚫는 것 같은 높은 건물만 있었다.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는 그 건물은 그녀를 발밑으로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쓰러지지 않고 버티기만 한다면 결과는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어두운 곳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구석으로 사라졌다. 휴대전화 속에는 무명화와 원유희의 다정한 사진들이 찍혀져 있었다.찍으면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이다.그녀는 곧바로 사진들을 어느 낯선 번호에 보냈다.윤설은 작업실에서 화를 내고 있었다.유담이 아픈데 김신걸은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지키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렇게 늦었는데 누가 올까?들어온 사람은 윤설이였다. 안에서 아직 자지 않은 아이들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미 잔 줄 알았어! 유담아, 어때? 얼굴의 홍진이 많이 낳아진 것 같아. 내일 퇴원해도 되겠지?"해림은 말했다."어, 특별한 일이 없다면 퇴원할 거야." "그럼 잘 됐네"윤설이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유담이 놀고 있는 반지에 끌렸다. 입가의 웃음은 굳어졌다. 김신걸의 손가락엔 아무것도 없었다.김신걸이 유담에게 약혼반지를 놀게 한다니.이렇게 쉽게 반지를 준다니.유담이 놀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줬을 거야."아이고!" 반지가 미끄러워 손에서 떨어졌다.윤설은 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고 마음은 땅바닥에 짓밟힌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지로 참았다.조한은 반지를 주워 다시 유담에게 주었다.윤설은 시선을 돌려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신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좀 나와 줄래?"김신걸은 그녀를 보면서 검은 눈동자로 압력을 주었다."믿을 수 없을 거야." 윤설이 말했다.병실 밖에 도착하였지만 문이 닫혀 있어 안의 소리를 막았다."무슨 일이야." 김신걸의 목소리는 냉담했다."이것 좀 봐……"윤설은 휴대전화를 켜고 그 사진들을 보여주었다.사진속에서 원유희와 김명화는 서로 껴안고 눈물을 닦고 손목을 잡고 있었다.김신걸은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고 검은 눈동자는 어두워져 마치 사진 속의 사람들을 찌를 것 같았다."이 사진은 오늘 오후에 찍힌 거야, 아마 3시쯤이었어." 윤설은 핸드폰을 다시 가져와서 물었다."원유희... 아이를 보러 오지 않았어? 이렇게 큰 일이 생겼는데도 몰랐어? 모르면 뭔가 있겠는데? "그녀는 고의적으로 이렇게 말했다.원유희는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미 그녀에게 '통지'했다.일단 김신걸이 원유희에 대해 불만을 가진 다음 그녀에게 희망을 걸어 자식교육을 맡기고 엄마라고 불릴수 있을정도 된후 원유희를 내쫓아야겠다.그녀는 이런 결과를 원
원유희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그녀가 씻고 나왔을 때 이미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그것도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로.이렇게 이른 시간 아침을 먹었을 리 없는 원수정에게 딸이랑 하는 식사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안색이 안 좋구나. 잠을 설쳤어?”“핸드폰 게임하느라고요.”“왜 그렇게 늦게까지 게임했어? 너 젊다고 몸 함부로 굴리지 마!”“알았어요, 모처럼 좀 늦게까지 논 거예요.”딸애의 말에 원수정이 뭐라 대꾸하려던 찰나, 가방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바로 일어나 핸드폰을 가지러 갔다. 하지만 핸드폰 액정을 보는 순간 번호가 몹시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누구세요?”“아주 한가한가 봐요? 유담이가 입원했는데 친엄마라는 사람은 보러 오지도 않고. 원유희가 오지 않아도 외할머니는 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전화 건너편에서 윤설의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수정은 그녀의 말에 놀라 원유희를 바라봤다.‘유희가 잠을 자지 못했는지 안색이 안 좋은데. 정말 핸드폰 게임 때문에 그런 건가?’순간 의문이 들었다.“유담이가 제가 만든 게살 비빔면을 먹고 알레르기 증세를 보였거든요. 제가 미안해하니까 신걸 씨가 제 탓 아니라며 괜찮다고 했어요.”원유희는 어머니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는 걸 보자 화가 나서 핸드폰을 꺼버렸다.“무슨 일이에요?”“그걸 나한테 물어? 유담이가 알레르기 때문에 입원했다는 건 무슨 말이야?”원수정은 테이블 곁으로 다가가더니 화가 난 듯 되물었다.그 반응에 원유희는 속눈썹을 떨며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누가 그래요?”“윤설 그년이!”원유희는 젓가락을 짓씹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서늘한 빛이 언뜻 지나갔다.‘끝까지 해보자 이건가?’“뭐라고 말 좀 해 봐.”“그 여자가 말 안 해줬어요?”“유담이한테 게살 비빔면 만들어 줬는데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 입원했대. 유담한테 어떻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어? 아이 셋 모두 해산물 먹을 수 있다며?”원수정은 다급하게
원유희는 살짝 굳어지면서 얼굴에는 고통이 보였다.윤설은 자기가 김명화와 함께 있었다는것을 어떻게 알았지?그녀는 감히 고개를 들어 김신걸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유희는 아이가 너무 근심되여서 어제 온밤 자지 못했어." 원수정은 딸을 위해 나섰다. "아이는 유희의 몸에서 떨어졌는데 얘보다 아이를 더 아끼는 사람은 없어! 아무것도 아닌 네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은 더 없어!"윤설은 김신걸의 곁에 있기만 하면 엄청 잘 참는다. 그녀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나긋나긋하게 옆에 있는 김신걸에게 말했다. "신걸아, 미안해. 내가 유희엄마에게 전화했어. 유희가 아이를 보러 올 시간이 없는것 같아 외할머니라도 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유희가 올 줄 몰랐어. 진짜 화났어?"이 말은 김신걸이 원유희와의 만남을 꺼려한다는 뜻이다."딱 한 번 볼게. 오래 머물지 않을 거야."라고 원유희는 긴장하게 말했다.그녀는 하룻밤을 꼬박 새웠고 지금 바로 병원 입구에 있다. 단지 한 문 사이여서 그리움은 더 짙어졌다.김신걸의 표정은 사늘해지고 나지막한 목소리는 더 무정하게 들렸다. "시간이 없으면 그냥 오지마!"라고 말하고 몸을 돌려 병원입구로 향해 사라졌다.보아하니 그는 윤설을 보내고 나온 것 같다.원유희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고 눈시울은 붉혀지고 추위에 부들부들 떨었다."김신걸, 너 이래도 사람이야! 유희가 오지 못한다 해도 아이는 무슨 잘못이야? 왜 아이보고 엄마를 못 보게 해?" 원수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입구로 돌진했다.그리고 윤설이가 길을 막았다. "아이를 강제적이더라도 보려구요? 그건 안 돼요.""윤설, 넌 꺼져!" 원수정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왜요? 절 때리려구요?" 윤설은 그녀들을 경멸하며 힐끗 쳐다보았다. "감히? 제가 알려드리겠는데 이 문을 들어가도 매층마다 지키고 있는 경호원을 뿌리쳐 병실까지 갈 수 없어요. 그러니 헛수고하지 말라는 말이예요.""그럼 왜 나한테 이상하게 전화했어?" 원수정은 지난번에 딸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든 후부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