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렇게 늦었는데 누가 올까?들어온 사람은 윤설이였다. 안에서 아직 자지 않은 아이들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미 잔 줄 알았어! 유담아, 어때? 얼굴의 홍진이 많이 낳아진 것 같아. 내일 퇴원해도 되겠지?"해림은 말했다."어, 특별한 일이 없다면 퇴원할 거야." "그럼 잘 됐네"윤설이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유담이 놀고 있는 반지에 끌렸다. 입가의 웃음은 굳어졌다. 김신걸의 손가락엔 아무것도 없었다.김신걸이 유담에게 약혼반지를 놀게 한다니.이렇게 쉽게 반지를 준다니.유담이 놀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줬을 거야."아이고!" 반지가 미끄러워 손에서 떨어졌다.윤설은 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고 마음은 땅바닥에 짓밟힌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지로 참았다.조한은 반지를 주워 다시 유담에게 주었다.윤설은 시선을 돌려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신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좀 나와 줄래?"김신걸은 그녀를 보면서 검은 눈동자로 압력을 주었다."믿을 수 없을 거야." 윤설이 말했다.병실 밖에 도착하였지만 문이 닫혀 있어 안의 소리를 막았다."무슨 일이야." 김신걸의 목소리는 냉담했다."이것 좀 봐……"윤설은 휴대전화를 켜고 그 사진들을 보여주었다.사진속에서 원유희와 김명화는 서로 껴안고 눈물을 닦고 손목을 잡고 있었다.김신걸은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고 검은 눈동자는 어두워져 마치 사진 속의 사람들을 찌를 것 같았다."이 사진은 오늘 오후에 찍힌 거야, 아마 3시쯤이었어." 윤설은 핸드폰을 다시 가져와서 물었다."원유희... 아이를 보러 오지 않았어? 이렇게 큰 일이 생겼는데도 몰랐어? 모르면 뭔가 있겠는데? "그녀는 고의적으로 이렇게 말했다.원유희는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미 그녀에게 '통지'했다.일단 김신걸이 원유희에 대해 불만을 가진 다음 그녀에게 희망을 걸어 자식교육을 맡기고 엄마라고 불릴수 있을정도 된후 원유희를 내쫓아야겠다.그녀는 이런 결과를 원
원유희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그녀가 씻고 나왔을 때 이미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그것도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로.이렇게 이른 시간 아침을 먹었을 리 없는 원수정에게 딸이랑 하는 식사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안색이 안 좋구나. 잠을 설쳤어?”“핸드폰 게임하느라고요.”“왜 그렇게 늦게까지 게임했어? 너 젊다고 몸 함부로 굴리지 마!”“알았어요, 모처럼 좀 늦게까지 논 거예요.”딸애의 말에 원수정이 뭐라 대꾸하려던 찰나, 가방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바로 일어나 핸드폰을 가지러 갔다. 하지만 핸드폰 액정을 보는 순간 번호가 몹시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누구세요?”“아주 한가한가 봐요? 유담이가 입원했는데 친엄마라는 사람은 보러 오지도 않고. 원유희가 오지 않아도 외할머니는 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전화 건너편에서 윤설의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수정은 그녀의 말에 놀라 원유희를 바라봤다.‘유희가 잠을 자지 못했는지 안색이 안 좋은데. 정말 핸드폰 게임 때문에 그런 건가?’순간 의문이 들었다.“유담이가 제가 만든 게살 비빔면을 먹고 알레르기 증세를 보였거든요. 제가 미안해하니까 신걸 씨가 제 탓 아니라며 괜찮다고 했어요.”원유희는 어머니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는 걸 보자 화가 나서 핸드폰을 꺼버렸다.“무슨 일이에요?”“그걸 나한테 물어? 유담이가 알레르기 때문에 입원했다는 건 무슨 말이야?”원수정은 테이블 곁으로 다가가더니 화가 난 듯 되물었다.그 반응에 원유희는 속눈썹을 떨며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누가 그래요?”“윤설 그년이!”원유희는 젓가락을 짓씹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서늘한 빛이 언뜻 지나갔다.‘끝까지 해보자 이건가?’“뭐라고 말 좀 해 봐.”“그 여자가 말 안 해줬어요?”“유담이한테 게살 비빔면 만들어 줬는데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 입원했대. 유담한테 어떻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어? 아이 셋 모두 해산물 먹을 수 있다며?”원수정은 다급하게
원유희는 살짝 굳어지면서 얼굴에는 고통이 보였다.윤설은 자기가 김명화와 함께 있었다는것을 어떻게 알았지?그녀는 감히 고개를 들어 김신걸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유희는 아이가 너무 근심되여서 어제 온밤 자지 못했어." 원수정은 딸을 위해 나섰다. "아이는 유희의 몸에서 떨어졌는데 얘보다 아이를 더 아끼는 사람은 없어! 아무것도 아닌 네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은 더 없어!"윤설은 김신걸의 곁에 있기만 하면 엄청 잘 참는다. 그녀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나긋나긋하게 옆에 있는 김신걸에게 말했다. "신걸아, 미안해. 내가 유희엄마에게 전화했어. 유희가 아이를 보러 올 시간이 없는것 같아 외할머니라도 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유희가 올 줄 몰랐어. 진짜 화났어?"이 말은 김신걸이 원유희와의 만남을 꺼려한다는 뜻이다."딱 한 번 볼게. 오래 머물지 않을 거야."라고 원유희는 긴장하게 말했다.그녀는 하룻밤을 꼬박 새웠고 지금 바로 병원 입구에 있다. 단지 한 문 사이여서 그리움은 더 짙어졌다.김신걸의 표정은 사늘해지고 나지막한 목소리는 더 무정하게 들렸다. "시간이 없으면 그냥 오지마!"라고 말하고 몸을 돌려 병원입구로 향해 사라졌다.보아하니 그는 윤설을 보내고 나온 것 같다.원유희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고 눈시울은 붉혀지고 추위에 부들부들 떨었다."김신걸, 너 이래도 사람이야! 유희가 오지 못한다 해도 아이는 무슨 잘못이야? 왜 아이보고 엄마를 못 보게 해?" 원수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입구로 돌진했다.그리고 윤설이가 길을 막았다. "아이를 강제적이더라도 보려구요? 그건 안 돼요.""윤설, 넌 꺼져!" 원수정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왜요? 절 때리려구요?" 윤설은 그녀들을 경멸하며 힐끗 쳐다보았다. "감히? 제가 알려드리겠는데 이 문을 들어가도 매층마다 지키고 있는 경호원을 뿌리쳐 병실까지 갈 수 없어요. 그러니 헛수고하지 말라는 말이예요.""그럼 왜 나한테 이상하게 전화했어?" 원수정은 지난번에 딸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든 후부
"돌아가? 애를 보고 싶지 않아?""김신걸이 나를 만나지 못하게 하잖아요. 아이가 울면서 엄마를 찾아도 허락하지 않잖아요. 그는 그만큼 마음을 굳혔다는것을 말해요." 원유희의 정서는 엄청 다운되고 엉망진창인 상태다."그래서 네 아빠를 찾아라고!""아빠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세요. 그도 난처해해요. 게다가 아빠를 찾으면 무조건 아이를 만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원유희가 물었다. "김신걸은 수단이 많아요.""너 말대로면 김신걸을 찾아가서 빌겠다는 말이야?" 이 방법에 대해 원수정은 원하지 않는다.김신걸이 또 무슨 개돼지도 못한 요구를 꺼낼지 누가 알겠는가!원수정은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오른 후 "일단 나와 함께 별장으로 가자, 집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아이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네가 몸을 망가뜨리면 안돼."라고 말했다."엄마, 잠깐만요." 차가 막 시동이 걸리면서 원유희가 말했다."왜?""먼저 차를 몰고 가세요. 저는 여기 숨어서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려 아이를 한 번 볼려구요."라고 원유희가 말했다."오늘 퇴원한다고 했지만 아이가 몇 시에 나오는지 어떻게 알아?""계속 기다릴 수 있어요."원수정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를 만나기 위해, 그것도 자신의 아이인데, 이렇게 힘들다니!"엄마가 같이 있어줄게.""아니예요, 먼저 가세요. 제가 아이를 본 후 별장에 갈게요.""그들이 저녁에야 나온다면? 너 굶고 저녁까지 기다릴 거야?" 원수정은 동의하지 않았다. "너가 네 딸을 아까워 하는건 알겠는데, 난 내 딸을 아까워하지 않겠어?""엄마...""내가 같이 기다릴게! 난 병원 맞은편의 커피숍에 가서 있을게. 아이를 보면 전화해."라고 원수정이 말했다.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그녀는 차에서 내리고 원수정이 차를 몰고 간후 안쪽 구석을 찾아 기다렸다.롤스로이스는 여기 세워져 있으니 그녀는 차를 지켜보면 된다.원유희는 서서 기다리는데로부터 앉아서 기다렸다. 오전부터 점심까지, 점심부터
톨게이트를 지나 주차장에서 나왔지만 롤스로이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미 차의 흐름을 뚫고 사라졌다.원유희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세상이 흐릿해지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대체 왜 나한테 이러지?아이를 가지려면 잘 돌봐줘야지 왜 윤설의 괴롭힘을 당하게 해?"유희야, 어때? 아이를 봤어? 뭐라고 했어?" 원수정은 맞은편 커피숍에 가지 않았다.차를 밖에 세워, 먼저 롤스로이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원유희가 쫓아 나오는 것을 보았다.원유희는 무력하게 고개를 저었다."가자, 엄마가 데리고 어전원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울게!" 원수정은 원유희를 끌면서 말했다.원유희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아이를 보려면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김신걸을 찾으면 돼요. 근데...근데 전 이래고 싶지 않아요.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아이를 위해 생각할 수 없는가? 왜 꼭 내가 그사람에게 부탁해야 하는가? 꼭 이렇게 나를 핍박해야 하는가...."원수정은 딸이 이러는것을 보고 마음이 괴로웠다.엄마로서 자식이 이렇게 고통받는 것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가자, 일단 돌아가자!" 원수정은 온몸에 힘이 없는 원유희를 끌고 차에 올랐고, 차는 병원을 떠나 그녀의 별장으로 갔다.원유희는 조수석에 앉았고 머리를 힘없이 한쪽에 기대어 멍하게 차창 밖의 후퇴하는 풍경을 보았다.그녀의 머릿속과 마음속에는 온통 방금 전의 아이들이다.아이들이 말하고 걸을수 있을때까지 계속 키웠는데 결국에 김신걸한테 빼앗겼다.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걱정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아이들은 네가 낳았어. 이 사실은 누구도 바꿀 수 없어." 원수정은 차를 몰면서 그녀를 위로했다.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는 소극적인 생각만 가득했다."그런데 너와 김명화는 어떻게 된 거야?" 원수정은 생각이 나서 물었다. "어제 같이 있었어?" 그녀는 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그가 내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굳이 나를 끌고 쇼핑을
김신걸만큼 무서운 남자는 없다.“걱정마. 방법이 있을 거야. 장미선 모녀가 계속 저렇게 설쳐대도록 가만두지 않을 거야!”원수정은 분개하며 말했다.저녁식사가 끝난 뒤 원유희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갔고 원수정이 방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원수정은 항상 침울해 있는 딸을 보자 마음이 아파났다.‘이런 나날이 언제면 끝날까? 김신걸이 계속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하면 어떡하지? 유희가 이대로 괴로워죽지 않을까?’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자기 딸이 아픈 게 싫었다.결국 혼자서 어전원에 가 소란을 피울 결심을 내렸다. ‘설마 이 방법까지 효과가 없겠어?’원수정은 차를 몰고 어전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그곳에 도착하기 바쁘게 경호원들이 그녀를 막아 나섰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당당하게 말했다.“왜 막아? 당장 비켜!”“일반인은 출입 금지입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일반인? 눈 똑바로 뜨고 봐! 내가 누군지! 나 아이 보러 왔으니까 당장 비켜!”경호원들은 마치 벽처럼 막아서서 비켜서지 않았다.이에 원수정은 목청을 돋우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김신걸, 나 아이 보러 왔어, 나한테 이렇게 매정하게 굴면 안 되지! 아이는 엄마가 필요해! 오늘 답변 내놓지 않으면 나 한발 작도 움직이지 않아!”원수정은 목청껏 소리쳤지만 홀과 너무 멀어 안쪽에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세 아이는 카펫 위에 엎드려 놀고 있고 김신걸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윤설도 그 옆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김신걸과 아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가끔 이 세 아이가 자기가 낳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환상을 하곤 한다.그러면 누구와 다투고 빼앗을 필요가 없이 원래 누려야 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쉽세 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이런 환상을 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해림이 갑자기 달려와 평온한 화면을 깨트렸다.“사장님, 원수정 씨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온 듯싶은데…….”김신걸의 표정이 차가워지는 것을 보자 그는 잠시 멈칫하
보디가드가 무서워할 리가 있을까? 그의 빠른 손놀림에 칼은 바닥에 떨어졌고 원수정은 순간 너무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악!”원수정은 칼에 스친 자신의 손바닥을 보자 너무 화가 나 순간 이성을 잃었다.“이 칼잡이들아! 난 아이의 외할머니야! 김신걸, 이 파렴치한 놈, 그냥 날 죽여!”그녀는 말을 하며 바닥에 떨어진 칼을 잡더니 자신의 목에 칼을 갖다 댔다. 보디가드는 그냥 내쫓을 심산이었기에 혹시나 다치기라도 할까 그녀에게 다가서지 않았다. 한편 베란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해림은 일이 커졌다고 생각하여 방 안으로 눈길을 돌렸다.만약 원유희가 오면 일을 해결하기 쉬워지는 게 아닌가?설마 한평생 아이들을 엄마에게 보여주지 않을 생각인가?해림은 곧바로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원유희는 한참 자고 있다 시끄러운 벨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벨소리가 끝나기 전에 간신히 핸드폰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원유희 씨, 해림입니다.”흐리멍덩한 정신이었던 원유희는 곧바로 눈을 뜨더니 벌떡 일어났다.“해림 씨?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어요?”“괜찮아요, 아이들은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유희 씨의 어머니가 이곳으로 왔어요. 칼까지 들고 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뭐... 뭐라고요? 바로 갈게요!”원유희는 핸드폰을 내동댕이치고 곧바로 문을 나섰다.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왜 어전원에 왔는지 이해가 안 갔다. 게다가 칼까지 들고...오마이갓! 아무리 아이를 데려오려해도 이건 아니다! 자신까지 다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원유희는 미칠 지경이다.그녀는 제일 빠른 속도로 어전원에 달려갔다.원수정이 칼을 목에 대고 있으니 그 누구도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그때 여도우미가 다급히 거실로 나왔다.“대표님, 그녀가 칼을 들고 있어요...”김신걸은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때 윤설이 말을 뗐다.“정말 용기가 대단하네. 감히 칼을 들고 어전원에 오다니, 설마 신걸이를 살해하러 온 건 아니겠
“아직도 뭘 고민하고 있어요? 목을 그으면 원유희가 아이를 만날 수 있어요. 원유희를 아주 사랑하잖아요? 그럼 사람들에게 모녀간의 사랑을 증명해봐요!”윤설은 아무렇지 않게 원수정을 자극하였고 피를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외간녀는 하나라도 줄여야한다!원수정은 칼을 들고 있던 손을 부들부들 떨었고 분노한 얼굴을 하였다.“윤설, 넌 꼭 보복을 당할 거야!”“외간녀가 본부인에게 보복을 당한다고 하다니, 정말 뻔뻔하네요.”윤설은 경멸했다.“도대체 누가 보복을 당하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지금 당신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잖아요!”“내가 죽기를 원해? 좋아! 그럼 김신걸을 데려와! 유희가 아이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난 이 자리에서 죽을 수 있어!”원수정이 말했다.“머리가 좋은 사람 앞에서 수를 부리다니, 정말 역겹네요!”윤설이 무시하며 말했다.“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당신이 죽기만 한다면 내가 신걸에게 부탁해 원유희가 아이를 볼 수 있게 할게요. 보장할게요, 어때요?”원수정은 박장대소했다.“그렇게 내가 죽기를 원해? 난 안 죽을 거야! 너희 모녀의 뜻대로는 절대 안 될거야! 꿈 깨! 본부인이지만 돈만 보면 미치는 쓰레기잖아, 외간녀보다도 못한! 너희 엄마는 그 당시 돈 때문에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어, 얼마나 많은 남자와 그 짓을 했는지도 모르지? 어디서 고상한척이야? 넌 김신걸에게 버려질 거야!”“뭐라고요?”윤설의 낯색이 변했다.“김신걸이 왜 너와 혼인 신고를 했겠어? 당연히 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런데 지금 여기서 잘난 척을 해? 거지 같은 게, 도대체 누가 역겨운지 모르겠네?”윤설은 안 그래도 혼인 신고서를 잃어버린 것 때문에 짜증이 나 잠을 지새우며 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원수정이 그걸 빌미로 그녀를 자극하여 그녀는 너무 화가 나 원수정에게 뺨을 날렸다.“악!”원수정이 뺨을 맞은 순간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윤설은 원수정이 자신의 엄마와 동년배라는 걸 신경 쓰지도 않았다.원수정이 칼을 주으려 하자 그녀는 원수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