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영은 떠나기 전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고 부진환은 애써 참았다. 손톱이 손바닥 안을 파고들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낙월영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결국 낙월영은 옷을 씻었고 손의 상처는 더욱 심각해졌다.겉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낙청연이 약을 가져왔을 때 낙월영은 낙청연이 들고 있던 약 그릇을 건네받으려 했다.“언니, 제가 하겠습니다.”낙월영은 손을 뻗더니 그릇을 만진 순간 아픈 듯 헛숨을 들이키며 자기 손목을 잡았고 일부러 손의 상처를 내보였다.베인 흔적이 아주 뚜렷했고 상처 주위는 부어 있어 아주 아파 보였다.낙청연은 덤덤히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태상황에게 약을 가져다드리려고 했다.그런데 낙월영이 포기하지 않고 또 들러붙었다.“언니, 제가 부황에게 약을 먹여드리겠습니다.”낙청연은 약을 의자 위에 내려놓은 뒤 몸을 비켜 자리를 내주었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태상황의 몸에 약을 쏟는다면 당장 내쫓을 것이다.”낙청연은 얼른 낙월영은 쫓아내려고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낙월영은 약 그릇을 들더니 다친 손으로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쥐고 태상황에게 약을 먹였다.태상황은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는 약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낙월영은 태상황에게 손의 상처를 보여줄 생각이었으나 태상황은 보기 싫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걸어왔다.부진환을 보자 낙월영은 손목을 떨면서 일부러 그릇을 깨버렸고 아픈 듯 비명을 질렀다.“아!”낙청연은 살짝 놀랐다.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낙청연은 모든 걸 깨달았다.역시나, 낙월영은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깨진 그릇을 주우려 했고 당황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언니.”“제가 실수했습니다.”낙월영은 성급한 동작 때문에 부주의로 왼손을 베었다.“아!”낙월영은 아파서 바닥에 주저앉더니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걸 빤히 바라보았다.부진환은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줄 하나가 팽팽히 당
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차갑게 등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은 순간 흠칫했다.“왕야...”낙월영이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부진환은 그 순간 머릿속에 팽팽히 당겨진 줄이 끊어질 듯한 기분이 들었다.“가자꾸나. 내가 상처를 싸매주겠다.”낙청연은 다시 약을 달인 뒤 태상황에게 먹였다.어느샌가 밤이 깊어졌다.오늘 밤은 달빛이 유독 밝았다. 낙청연은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아 태상황과 얘기를 나누었다.“오늘 밤에는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왕야는 아마 여유가 없을 겁니다.”“지금 태상황과 저를 노리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태상황의 병은 당장 나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배후에 숨어있는 사람도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시간을 질질 끌게 된다면 그자는 또 비슷한 방법으로 태상황을 해치려 할 것이고 막을 수 없을 겁니다.”“그러나 저 또한 항상 태상황의 곁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요?”잠깐 고민하던 태상황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게 협조해서 같이 그자를 찾아냅시다.”태후를 돕고 있는 여국 사람을 찾아내야 했다.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낙청연은 태상황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소문을 퍼뜨렸고 그 소문을 들은 태후는 곧바로 태상황을 만나보려 했다.하지만 낙청연이 완곡히 거절했다.“태후 마마, 지금은 중요한 시기이니 아무도 방해해서는 아니 됩니다.”“태후 마마라고 해도 아니 됩니다!”낙청연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결연하게 말했다.태후는 화가 나서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태상황께서 혹시나 잘못된다면 넌 목숨으로 그 죄를 갚아야 할 것이다!”부경한이 그녀를 말렸다.“모후, 낙청연이 태상황의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했으니 분명 호전되었을 겁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며칠 더 살지 못할 겁니다.”“모후, 일단 그녀에게 시간을 좀 주세요.”태후는 낙청연을 노려보며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너에게 닷새를 더 주겠다! 태상황의 병세가 확실히 호전되지 않는다면 네겐 기회가 없을
태상황은 누굴 얕보냐는 듯이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은 침상의 휘장을 내려놓더니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부진환이 아무 이유 없이 떠났을 리는 없고 낙월영도 아무 이유 없이 배가 아플 리는 없었다.태후는 부진환을 유인할 생각인 듯했다.그래야 편히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조용한 와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태감의 옷차림을 한 궁인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한 걸음, 한 걸음, 발밑에 바람이 있는 듯했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예민한 감각으로 날 선 기운을 느꼈다.태감은 침상 옆으로 다가왔고 낙청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때가 되었느냐?”태감은 몸을 흠칫 떨더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왕비 마마, 때가 되었습니다.”“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지요.”매일 정해진 시간에 궁인이 찾아와 공통(恭桶)을 처리하고 태상황의 환의를 돕는다.밤 또한 마찬가지였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태감에게 다가가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못 보던 얼굴이군. 요 며칠 온 적 없는 듯한데.”태감은 연신 뒷걸음질 치며 대답했다.“저번에 한 번 온 적 있습니다. 저희는 교대로 일하는 것이라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왕비 마마께서는 많은 궁인을 보았기에 제 모습을 기억하시지 못할 것입니다.”낙청연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기억하지 못한다고? 이렇게 말이 많은 궁인은 오늘 처음 보는데 말이다.”낙청연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눈빛에도 살기가 어렸다.그녀는 곧바로 손을 들어 태감의 어깨를 쥐었다.상대방의 눈빛에 냉기가 감돌았다. 그는 곧바로 낙청연의 팔을 잡더니 몸을 돌렸고 힘이 얼마나 센지 낙청연은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낙청연은 그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몸을 날린 뒤 공중제비를 하며 바닥에 서자 상대방은 낙청연에게 끌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그는 곧바로 소매 안에서 비수를 꺼냈고 중심을 잡은 뒤 몸을 돌려 낙청연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살기
침상 위의 태상황은 한 가닥의 은사(銀絲)에 목이 졸려 이미 숨을 쉬지 못하여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되었다.낙청연은 재빨리 태상황의 베개 밑에서 비수를 꺼내 은사를 잘라버렸다.그제야 태상황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곧이어 검은색 벌레가 끊어진 은사를 타로 위로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이더니, 누군가 갑자기 은사를 거두어 갔다.고개를 들어보니, 파열된 지붕의 가장자리에서 검은색 그림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낙청연은 상대방의 눈동자밖에 보지 못했지만, 저도 몰래 깜짝 놀랐다.바로 그 사람이다!그 여국 사람이다.고충으로 은사를 조종하여, 멀리서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낙청연은 순간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경공으로 지붕 위로 훌쩍 날아올라 갔다. 그 검은색 그림자가 다급히 도망가려 하자 낙청연도 다급히 뒤쫓아갔다.상대방의 몸은 가냘픈 게, 마치 여인 같았다. 하지만 경공을 사용할 때 그의 다리와 발힘이 몹시 강한 걸 보아 또 남자 같이 보였다.게다가 그는 궁에 대해 매우 익숙해 보였다. 줄곧 어두운 곳으로 도망갔고, 낙청연을 따돌리려고 했다.낙청연은 죽을힘을 다해 쫓아갔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태상황 쪽은 부진환이 있기 때문에 다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진환은 자기 친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낙청연은 시름 놓고 그 검은색 옷을 입은 여인을 쫓아갔다.어렵게 이 사람의 종적을 찾았으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태상황의 침궁.부진환은 여전히 그 태감과 싸우고 있었다. 분명 부진환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부진환은 산 채로 잡아 심문하고 싶었다.한창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낙월영이 방안에 뛰어 들어왔다.“왕야!” 낙월영은 놀라서 소리쳤다.그 태감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즉시 부진환을 떨쳐내고는 갑자기 낙월영을 향해 달려들었다.순간 낙월영은 겁에 질려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부진환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즉시 앞으로 달려갔다.태감은 원래 낙월영을 납치하려고 했으나, 부진
”무슨 일이요?” 성백천(盛百川)은 놀라서 물었다.낙월영은 막 일을 열려다가 문득 공포스러운 사실이 떠올랐다.오늘 밤 황궁은 왜 이렇게 이상할까? 태의마저 이렇게 괴이하다.이 모든 것은 모두 엄가의 계략이다.그들의 세력은 이토록 방대하고, 황궁을 쥐락펴락할 정도이다.이런 사람들과 정녕 맞서야 한단 말인가?“낭자?” 성백천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낙월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요?”낙월영은 마음속으로 매우 고민됐다.말해야 할까?말하지 않으면 부진환은 죽을 수도 있다. 그 칼은 거의 정곡을 찔렀다!그러나 만약 말해서 부진환이 살아난다면 엄씨 집안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달빛 아래, 낙청연은 그 검은 그림자를 쫓아 복숭아나무가 가득 심어진 화원을 가로질러 갔다.낙청연이 화원까지 쫓아 나왔을 때, 그 검은 그림자는 감쪽같이 사라졌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사라질 수 있을까?분명 근처에 있을 것이다.전방에 마침 궁전 하나가 보였다. 주위는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환경도 매우 좋았지만, 다소 외진 곳이었다.낙청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이 근처는 오직 이 궁전밖에 없었다.그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이곳으로 들어간 게 아닐까?낙청연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그 궁전에 걸려있는 간판을 보니 춘산전(春山殿)이라고 적혀있었다.주위의 환경은 이 이름과 오히려 잘 어울렸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한참 후, 한 궁녀가 문을 열어주었다.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낙청연은 안쪽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자객을 쫓아 이곳까지 왔는데, 그 자객은 복숭아나무 꽃밭에서 사라졌다. 혹시 이곳에 침입했을지도 몰라서 방문하게 되었다.”이 말을 들은 궁녀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우리 이곳에 침입한 도둑은 없습니다.”말을 하며 문을 막 닫으려고 했다.하지만 낙청연은 손으로 문을 힘껏 잡더니, 안쪽으로 쳐다보았다. “이곳은
갓난아기의 몸에서 은은하게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순간 낙청연의 마음은 덜컹 내려앉았다.예전에 봉희에게 생겼던 일은 이미 낙청연이 깨끗이 해결해주었다.하면 이 갓난아기 몸에 있는 살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옥아(玉兒), 울지마, 울지마, 어머니가 여기 있어!” 봉희는 상냥한 어투로 아이를 달래며 옷을 젖히고 젖을 물리려고 했다.하지만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왕비, 아직도 볼일이 남았소? 없으면 일단 자리를 피해주는 게 좋겠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낙청연은 이 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떴다.계집종은 낙청연을 춘산전에서 내보냈다.낙청연은 뒤를 돌아보며 매우 궁금했다. 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춘산전 외에 딱히 갈 곳이 없는데,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하지만 이미 놓친 지 오래되었으니, 상대방이 야행복으로 갈아입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궁에서 행동할 수 있다.그러니 이미 놓친 것이다.그래서 낙청연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저 태상황만 무사하면 된다. 태상황이 무사하면, 태후는 언젠가 다시 손을 쓰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사람을 다시 잡으려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자객을 쫓아갔을 때, 낙청연은 오늘따라 궁 안이 유난히 고요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태상황의 침궁에 돌아와 보니, 말이 안 되게 조용했다.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갔다.방 안의 광경을 보고, 낙청연은 흠칫 놀랐다.부진환은 걸상에 앉아 상의를 벗고 있었고, 성백천은 한참 그의 상처를 싸매 주고 있었다.상처가 가슴 위치라니!부진환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고,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무슨 일입니까?”낙청연은 매우 곤혹스러웠다. 부진환의 무공은 그 태감보다 우세를 차지했는데, 이토록 심하게 다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이때, 옆에 있던 낙월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왕야는 저를 구하려다 다친 것입니다……”“모두 제 탓입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왕야께서
”또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어떠한 소리가 들리더라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그들은 사람들을 재우기 위해 또 모든 음식에 수면을 돕는 약을 탔습니다.”“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저는 경각심을 높여 약을 먹지 않았고 잠을 자지도 않았습니다. 과연 낙 낭자가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의 눈동자는 서늘해졌다,“그들은 정말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군! 태의원까지 통제하다니!”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가 쫓던 그 사람도 놓쳤습니다.”하지만 부진환은 말했다: “무사하니 됐다!”밤이 깊은 관계로, 낙월영은 이미 편전에 휴식하러 갔다.성백천도 돌아가려고 했으나, 낙청연이 그를 불렀다.“정무량이 아무도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으니, 만약 지금 돌아가면 그들은 결코 당신이 한 일을 알게 될 테고,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차라리 이곳에 머무는 편이 나을 것이오. 겸사겸사 나를 도와 태상황의 병세도 봐주시오.”성백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성백천은 약을 달이러 갔다. 낙청연이 침상으로 다가가 염자를 접히자, 태상황은 아직 잠이 들지 않았으며, 눈을 뜨고 있었다.낙청연은 그의 목을 검사했다. 약간 붉어졌을 뿐, 다른 상처는 없었다.“태상황, 오늘 그 사람을 잡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태후를 한 방 먹여야 할 것 같습니다.”태상황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또 말했다: “일단 태상황께 미리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태상황께 침을 놓을 건데, 경맥을 자극하여, 잠깐 몸을 일으키고, 붓을 들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몸에 매우 해롭습니다.”“만약 태상황께서 동의하시면, 제가 다시 침을 놓아드리겠습니다.”몸에 대한 손상보다, 그는 일어서는 기분을 더 느껴보고 싶었다.일어서서 걸으며, 붓을 드는 건 마치 전생처럼 멀게 느껴졌다.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는 이미 생각나지 않았다.부진환은 의아한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갔다. “어찌하여
”부황! 정말 완쾌되신 겁니까!” 감격한 부경한은 앞으로 다가가 태상황을 부축했다.태상황의 안색은 다소 창백했으나, 표정은 매우 엄숙했으며,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위엄이 철철 넘쳤다.줄곧 조급해하던 태후는 지금은 오히려 긴장되어 한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이때, 무거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이 늙은이가 졌소!”목 장원(穆掌院)은 평생 의술을 행했으며, 의술에 대한 조예가 이미 많은 사람을 능가했다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또 낙청연이 태상황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는 태상황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가 죽을힘을 다해도 할 수 없었던 일을 이 어린 계집이 해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장원, 우리의 내기를 잊지 마십시오, 당신 집안의 약재를 전부 섭정왕부로 보내십시요.”목장원은 우렁차고 호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말하면 말하는 대로 하는 사람이오!”“하지만 태상황의 몸이 이 정도로 좋아졌으니, 나 또한 진심으로 승복하오!”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매우 놀랐다. 낙청연이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한가? 수십 년 동안 의술을 행한 목여해(穆如海)보다 의술이 뛰어나다니!목여해도 젊을 때는 신의라고 칭송받던 존재였다.만약 궁에 들어와 태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천하에 아마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런 사람이 이런 어린 계집에게 패하다니!“이렇게 오래된 태상황의 병이 마침내 호전되었습니다!”“태상황, 복택이 오래도록 이어지니, 반드시 완쾌될 것입니다!”하지만 이때, 엄 태사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태상황의 몸이 호전되었으니,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입니다!”“하지만, 이전에 태상황의 병세가 얼마나 엄중한지 보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일어서니, 사실 좀 걱정됩니다.”“설마 죽기 전에 잠깐 기운을 차리는 건 아니겠지요?”이 말이 떨어지자, 주위 사람들은 놀라서 수군거렸다.“뭐라고요? 설마요?”낙청연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태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