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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태상황은 누굴 얕보냐는 듯이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낙청연은 침상의 휘장을 내려놓더니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부진환이 아무 이유 없이 떠났을 리는 없고 낙월영도 아무 이유 없이 배가 아플 리는 없었다.

태후는 부진환을 유인할 생각인 듯했다.

그래야 편히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와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태감의 옷차림을 한 궁인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발밑에 바람이 있는 듯했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예민한 감각으로 날 선 기운을 느꼈다.

태감은 침상 옆으로 다가왔고 낙청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때가 되었느냐?”

태감은 몸을 흠칫 떨더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왕비 마마, 때가 되었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지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궁인이 찾아와 공통(恭桶)을 처리하고 태상황의 환의를 돕는다.

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낙청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태감에게 다가가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

“못 보던 얼굴이군. 요 며칠 온 적 없는 듯한데.”

태감은 연신 뒷걸음질 치며 대답했다.

“저번에 한 번 온 적 있습니다. 저희는 교대로 일하는 것이라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왕비 마마께서는 많은 궁인을 보았기에 제 모습을 기억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낙청연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이렇게 말이 많은 궁인은 오늘 처음 보는데 말이다.”

낙청연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눈빛에도 살기가 어렸다.

그녀는 곧바로 손을 들어 태감의 어깨를 쥐었다.

상대방의 눈빛에 냉기가 감돌았다. 그는 곧바로 낙청연의 팔을 잡더니 몸을 돌렸고 힘이 얼마나 센지 낙청연은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낙청연은 그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몸을 날린 뒤 공중제비를 하며 바닥에 서자 상대방은 낙청연에게 끌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는 곧바로 소매 안에서 비수를 꺼냈고 중심을 잡은 뒤 몸을 돌려 낙청연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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